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27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다. 이 기간 동안 대부분 산업 현장을 누볐다. 유통 시장을 취재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첨단 산업 현장이 그의 주된 취재 영역이었다. 그런 그가 보기에 지금은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시기다.
나는 그와 운좋게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데스크로 모셨고, 2011년에는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했다. 3월31일 아침 일찍 만난 그는 여전히 열정이 넘치고, 바빴다. 데스크로 모셨을 때보다 더 활기가 넘쳐 보였다.
그의 첫마디는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거였다. 스타트업을 제 값 주고 인수, 혁신을 외부에서 사오는 것이 국내에서도 일반화될 것이라는 거였다. 그는 ‘제 값’과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혁신이 필요한 데 대기업에서는 혁신이 나오기 힘들다는 건 마치 상식과도 같은 일이다. 구글이나 애플도 그런 점을 알기에 거액을 주고 스타트업을 인수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한국에서는 그런 일이 드물었다. 되레 스타트업의 모델을 그대로 베끼거나 고사시키는 작전으로 나가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을 그는 어디서 느꼈을까. 그는 “작년 삼성이 미국 스타트업 루프페이를 인수해 삼성페이를 만든 것이 모범적 협업 사례”라고 말했다. 또 “올해 하반기나 내년쯤에는 한국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사례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이 조직문화를 스타트업처럼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서도 “일부에선 가능하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중요한 변화가 곧 닥칠 것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김광현 센터장은 앞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해주고 협업을 도와주는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 100여명의 스타트업 종사자 및 대기업 관계자를 모아놓고 매달 디 파티(D. Party)를 열고 있다. 푸드테크, 여행,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정해놓고 얘기를 나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네트워크 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네트워크를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깨우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창업 1세대들의 멘토도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존 자신의 제한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자들에게 잘못된 조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업에 대해 창업가 본인만큼 고민을 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그에게 좋은 벤처기업이 요즘에 정말이 많이 늘어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즉답을 피한채 돌려서 말했다. “요즘 대기업을 그만두고 나와 창업을 하는 30대 중후반이 스타트업의 주력들입니다. 이 중에 좋은 멤버들이 많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창업지원기관이 늘어나면서 기업가정신을 잃고 자금지원에 안주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보였다. 김 센터장은 “이미 경쟁력을 잃은 스타트업이 창업지원센터에 의지해 연명만 하는 사례가 자주 보인다”면서 “뛰어난 기술과 훌륭한 인재가 고인 물에 갇혀있는 듯 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창업지원기관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그가 느끼는 가장 안타까움은 훌륭한 아이템을 가진 창업팀이 깨지는 것을 볼 때. 대부분 리더십의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카리스마가 지나치거나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과신하는 경우 팀이 깨질 때가 많다고 한다.
이날 디캠프는 서울 역삼동에서 설립 3주년 기념 성과발표회를 열었다. 디캠프가 지난 3년간 투자와 프로그램으로 지원한 스타트업은 모두 3287개에 달한다. 직간접 투자 금액은 2235억원에 이른다. 누적 방문자는 17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만 디캠프는 8개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진행했다.
올해 김광현 센터장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뭘까. 그는 창업팀 급증에 따라 점점 부족해지는 공간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좋은 팀을 발굴해내서 키울 수 있는 내부의 역량을 확충하는데도 신경을 쏟고 있다.
“스타트업을 잘 구별해서 볼 줄 아는 안목이 중요합니다. 경쟁력 없는 곳을 가려낼 수 있어야 진짜 잘 하는 업체들이 클 수 있는 거죠.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보듬어 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에요.”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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