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확실히 이런 게 바로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업의 행사지!

 

 711일 오전 1030(미국 서부 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리조트(Mandalay Bay Resort)에서 개막한 ‘Cisco Live!’의 오프닝은 매우 이상적이었다. 아마 내가 꿈을 꾸거나 머릿속으로 첨단 IT기업의 글로벌 행사 시작을 그려봤을 때 나올 법한 풍경이라고나 할까. 확실히 두 달 전 같은 곳에서 열렸던 IT 기업 EMC의 행사와 비교해서도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금융회사나 컨설팅기업의 전략 컨설팅 컨퍼런스 같았던 EMC World와 달리 Cisco LiveIT 기업의 행사란 이래야 하지 않을까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줬다.(동부와 서부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다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 현장 by wonkis>


 하루 전날인 10일 사전행사가 있었지만 비행기 도착이 늦어져 참석하지 못한 채 맞이한 오프닝.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 입구에서부터 서늘한 기운과 함께(밖은 40도인데 안은 긴 팔을 입고도 싸늘할 만큼 추웠다) 번쩍이는 불빛이 보였다. 컨센벤션터 안쪽은 더 굉장했다. 수많은 불빛이 자욱한 안개를 뚫고 곳곳을 비추면서 현란함이 더해졌다. 살면서 이런 광경을 그리 많이 보진 않을거다. 아마.


<Cisco Live 2016 by wonkis>

 

 오렌지색 셔츠를 입은 행사 진행자들과 함께 곳곳에 어릿광대(?) 복장을 한 도우미들이 춤을 추면서 자리를 안내하고 있었다.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음악은 동양인으로 보이는 여성DJ의 흥겨운 리드에 맞춰서 홀 전체를 들었다 놨다 했다.

 

 행사는 1030분부터였지만 기자들은 930분부터 도착해 있었다. ‘왜 이렇게 일찌감치 자리에 앉혔나하면서 잠깐 투덜대기도 했지만(시스코는 참석자들이 길을 잊을까봐 걱정이 되는지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다음엔 어디로 가라고 챙겨준다. 행사장이 워낙 넓어서 그럴 만도 하다.) 금새 그 생각은 잊혀졌다. 시스코 직원들의 사내 방송으로 보이는 즉석 현장 인터뷰와 행사 진행이 거대한 스크린에서 계속 나오고 있었는데 제법 재미가 쏠쏠했다. 하여간 이들의 끼는 대단하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세상엔 즐거운 일이 가득할 거야 하면서 태어난 사람들같다. 내가 앉아 있는 글로벌 프레스(미국 입장에서 보면 외신 기자들) 자리를 제외하고 상당수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서도 흥을 이기지 못하겠다는 등 어깨와 팔 다리를 움직이거나 장난스런 표정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주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건너온 외신 기자들은 시차와 이들 직업 특유의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일상과 현장 분위기의 부조화로 인해 약간 쳐져 있었다. 일부는 그 와중에도 졸고 있었다.)

 

 그리고 쇼가 시작됐다. 갑자기. 어느새 1시간이 후딱 지나 1030분이 된 것이다! 멍하니 입을 벌린 채 그냥 볼 만큼 멋졌다! 서커스와 뮤지컬의 한 장면을 한데 합쳐 놓은 듯한 쇼였다.

<Show! in Cisco Live 2016 by wonkis>

 

 엄청난 오프닝 쇼에 비하면 시스코 CEO 척 로빈스의 등장은 비교적 평범(?)했다. 오라클이나 애플 행사에서 느꼈던 어떤 종교집단의 집회나 락스타의 콘서트장 같은 분위기는 전혀 없었고, 구글의 긱(geek)스러운 느낌도 나지 않았다. 글쎄. 아마 창업자가 아닌 전문 경영인이 가질 수 있는 카리스마의 한계 때문일까.


<척 로빈스 시스코 CEO. 시스코 제공>

 

 그래도 그의 연설은 울림이 있었다. 그가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반복했기 때문일까. (개인적으로 뭔가 심오한 듯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 그는 자주 이 말을 했다. “What does technology mean?”


 기술의 발전이 이 시대에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이었다. 그게 이 컨퍼런스의 주제 같기도 했다. 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갖는 의미라는 화두였다.

척 로빈스 CEO는 오늘날 세상의 변화를 가져오는 단일한 가장 큰 변수는 기술이라고 단언했다. 급격한 기술의 발전이 국가를 변화시키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30여년 전 금융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간간이 섞어 이야기했다) 그때 ITCost Center였다고 한다. 돈이 잔뜩 들어가는, 하지만 안 할 수는 없는. 하지만 이제는 기술이 차별화를 가능하게 하는 전략이 됐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시스코의 혁신 전략을 설명하기도 했다. Build, Buy, Partner, Invest, Co-develop 등이 시스코의 혁신 전략이었다. 클라우드에서 오는 혁신이나, 보안의 중요성, 매년 60억 달러를 R&D에 쏟고 있는 시스코의 노력 등도 소개됐다. 시스코가 최근 인수한 기업들의 중요성이나 애플, 에릭슨과의 파트너십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이어졌다.


<간담회 장면. 시스코 제공>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연설 마지막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나도 모르게 그 이슈를 계속 생각했다. 디지털 컨트리즈가 사회적인 이슈들을 기술로 해결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 이야기는 이어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계속됐다. 이제는 기술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가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디지털을 빠르게 적용한 국가는 이미 산적해 있는 국가 차원의 문제나 사회적인 이슈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했다. 영국과 이스라엘, 인도와 독일, 프랑스 등이 그가 든 사례였다.

 

기술로 인해 국가가 변화되고 있는 게 기술의 진정한 힘이라는 그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술자처럼 생각하고 기업가처럼 행동할 때 국가가 변화되고 인류 공통의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도 했다. 자 이처럼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기술이 변화의 주된 동력이 되는 이런 시대. 그래서 그의 연설과 기자간담회의 말미는 동일하게 끝났다. 지금 이 시대는 가히 시스코와 같은 기술 기업의 시대라고 할 만하지 않을까. “Our time is now, Your time i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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