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와 닌텐도의 차이

게임이야기 2008. 2. 15. 13:34 Posted by wonkis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의 성공으로 비디오 게임의 영원한 제왕이 될 것 같았던 소니였지만 스펙이 한참 떨어지는 닌텐도의 게임기 위(Wii)에 참패하고 말았다.물론 아직 승부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만 보더라도 소니로서는 자존심 뿐 아니라 실적에서도 엄청난 패배를 자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를 처음 만들었던 소니 본사의 구다라기 켄 사장이 사실상 물러나기에 이르렀으니 소니가 내부적으로 받은 충격도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니는 왜 닌텐도에 밀렸을까?소니와 닌텐도의 본질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이들의 차이점은 단순히 일시적인 양 측 회사 수뇌부의 판단의 결과일까? 아니면 거대한 게임산업 변화의 흐름속에 적자생존의 결과일까? 소니는 닌텐도에 진 것일까? 아니면 시장에 진 것일까? 게임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사람들은 이제 게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이것이 정말로 궁금하다.앞서 썼던 NHN재팬 모리카와 부사장과의 대화에서 계속 이런 논의를 했다.

-모리카와:앞서 말했듯 닌텐도 DS는 게임의 교과서화에 많은 계기를 줬다.요리 게임,뇌 훈련 게임,이런 것을 제공하면서 여성들과 노인들도 게임을 하게 됐고 어른들이 인정하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즉 게임을 건전한 콘텐츠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게임에 대한 정의 자체가 애매해졌다.인터랙티브콘텐츠.무엇을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참가하는 무엇이 된 것이다.그런데 이것은 인터넷에 아주 적합한 콘텐츠다.결국 NHN재팬에도 유리한 환경이 됐다는 소리다.

-임원기:게임보다는 놀이로 포커스를 맞춘 것 같다.닌텐도와 소니의 차이점은 소니는 앞만 보고 달린 반면 닌텐도는 뒤를 돌아볼 줄 알았던 점이 차이인 것 같다.

-모리카와: 사실 게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닌텐도는 원점으로 회귀한 것이다.하드웨어 스펙이나 그래픽에 촛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놀이란 무엇인가에 촛점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교육요소도 도입하면서 시장의 인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사실 일본에서도 게임 산업이 아주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하드웨어 스펙 좋아지면서 그래픽 좋아져야 하고 이러면서 제작비는 많이 들고 놀이 요소는 점점 사라지게 된다.

-임원기;맞다.나도 언젠가부터 게임을 하기가 점점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 적이 있다.게임은 하면서 즐거워야 하는데 게임을 익히는데 초기 배우는 과정이 너무 어려웠다.예전에 내가 즐기던 게임들은 이러지 않았는데 하는 생각을 나도 점점 하게 됐다.그러다보니 점점 새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지게 됐다.

-모리카와:정확한 지적이다.이렇게 되면 고객은 오히려 떠나는 것이다.뭐가 잘 된다고 하면 사람들이 거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하지만 이런 것을 떠나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고객에게서 멀어지게 된다.스포츠카가 인기를 끌면 제작사들은 스피드에 집착하게 된다.하지만 고객들은 어느 순간 더 이상 스피드에 관심 떠난다.드라이빙 자체를 즐기는 순간이 온다.그 변화의 시기를 잡아내지 못하면 그 자동차 회사는 망할 수 밖에 없는 거다.
 닌텐도는 바로 그 변화의 시점을 정확하게 잡아내고 본질로 다시 회귀한 것이다.

-임원기: 반면 소니는 아주 기술적인 측면의 성능을 강조한 것 같다.작년과 재작년 게임전시회 E3에 참석했을 때 느낀 것은 소니는 게임기를 만들면서 슈퍼컴퓨터급의 성능을 내세웠다.최고의 그래픽과 성능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성능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가격이 비싼 것은 감수하라면서 말이다.소니는 게임기가 디지털의 융복합화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뛰어난 성능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그리고 컨버전스의 중심 기기로 게임기를 재창조했다.소니는 나름대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었던 것이다.사실 개인적으로는 소니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다만 너무 빨랐을 따름이다.너무 앞서갔다.

-모리카와: 게임은 원래 역사가 그렇게 긴 산업이 아니다.경영자들의 세대도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이렇게 변해가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가고 세상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현재 소니와 닌텐도가 준 교훈은 하드웨어 스펙에 집착하면 게임은 망한다는 점이다.게임은 놀이다.놀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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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재미말고 무엇이 있을까?

게임이야기 2008. 2. 15. 13:33 Posted by wonkis

게임이 '재미' 말고 어떤 다른 것을 제공할 수 있을까?

사실 이 논의는 이번에 일본 출장을 갔다가 소니와 닌텐도에 관해 NHN재팬의 모리카와 부사장과 열띤 토론을 벌이다가 나온 내용 중 하나다.개인적으로는 일본 출장에서 가장 재미있었고 많은 숙제를 안게 됐던 대화였다.사실 이런 대화는 모리카와 부사장이 지금은 온라인게임업체인 NHN재팬에 있지만 그 전에 방송사를 거쳐 소니에서 근무를 했었기에 가능했다.나 역시 게임에 대해서는 관심이 지대하기 때문에 한층 재밌었다.그와의 대화를 그대로 옮겼다.

-모리카와:닌텐도의 최근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닌텐도도 처음엔 고스톱 같은 오프라인게임을 제공하는 회사였다.그런데 이 회사는 이제 닌텐도DS나 위 같은 게임기를 넘어선 기기를 만드는 회사가 됐다.닌텐도DS는 학교 교재로서도 활용되고 있다.교과서 자체가 DS용 소프트웨어로 제작되기도 한다.일본에서도 닌텐도 이전에는 이런 일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학교에서는 이제까지 게임은 금지됐었는데 이제는 학교가 적극적으로 게임 콘텐츠를 사고 있다.

-임원기:휴.사실 너무 부러운 얘기다.한국에서는 아직 힘든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교과서가 게임기용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지고 학교가 게임콘텐츠를 사는 것이 언제쯤 가능할까? 게임에도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고 그것을 활용할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그런 것이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다.게임은 기본적으로 나쁜 것,가까이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특히 어린이들에게 말이다.
 어린이들은 너무나 게임을 좋아하고 정말 많은 시간이 게임에 노출돼 있다.그런데 어른들이 그것을 계속 따라다니면서 막아야만 한다면 얼마나 많은 낭비인가? 활용할 방법이 사실 아쉽다.

-모리카와:사실 기본적으로는 게임업체들의 문제다.결국 게임으로 돈을 벌고 있는 게임업체들이 나서서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게임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정부나 언론 탓만 하고 있어선 아무 소용이 없다.이건 게임산업이나 어린이들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게임업체들 자신들의 10년후 생존을 생각할 때도 필수적인 것이다.
 왜냐?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크게 성장할 수 없다.세상이 원하는 것,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만약 한국에서 게임이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피해야 할 콘텐츠로 인식된다면 정말 문제다.세상이 싫어하는 산업은 결코 양지에서 클 수 없다.닌텐도의 사례는 한국 게임업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지금까지 게임은 싸우는것,오락성이 중요했었다.이제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임원기:닌텐도의 사례는 잘 알겠다.하지만 게임이 과연 재미 이외의 것을 얼마나 제공할 수 있을까?게임의 기본 속성은 재미 아닌가.게임을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게임의 재미 요소를 극대화해 교육적인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 아닌가.게임에 재미 말고 다른 것을 제공하라고 한다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라는 것 아닐까.사실 닌텐도가 성공한 것도 재미라는 본연의 요소에 충실했기 때문 아닌가.그 재미 중 하나로 수업 시간에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닌텐도는 찾은 것 같다.

-모리카와:그렇긴 하다.뇌 단련 게임과 같은 것은 사실 재미와 함께 교육적인 효과가 있지만 닌텐도가 이런 것을 처음 만든 것은 아니다.우리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과거 어릴 적에 친구들과 오프라인에서 놀던 놀이(게임이 아닌 놀이)들 중에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고 머리를 단련시키고 판단력 지구력 등을 길러주는 것이 많았다.현대사회로 오면서 자극적인 요소만 강해졌지만 닌텐도는 과거로 잘 회귀한 것이다.

-임원기:한국에서는 오히려 지금 게임이 제대로 재미 요소에만 충실할 수 있다면 산업 자체가 많이 달라질 것이란 말이 많다.즉 아직까지는 게임에서 재미조차 제대로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한국에서 게임은 재미라는 것 자체가 너무 다양화돼지 못하고 치우쳐 있다.재미는 사실 사람에 따라 엄청나게 다르고 다양한 요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리카와:참 어려운 문제긴 하다.어쨋든 게임업체로서는 성장을 위해선 이런 가치를 찾지 않으면 앞으로 생존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일본에서 콘솔 게임 시장이 이런 과정을 밟았다.게임은 그래픽 높이고 자극을 더 높이는 식으로 해서는 결코 시장을 확대할 수 없다.최종적으로 온라인에서 엔터테인먼트를 더 제공하지 않으면 인터넷의 의미 자체가 축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즉 온라인게임 역시 즐거움의 의미를 보다 다양하게 제공하고 기존의 재미를 뛰어넘는 다른 가치를 제공하지 않으면 크게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소리다.

-임원기:얘기를 하다보니 게임의 본질에 대한 논의가 된 것 같다.다음엔 소니와 닌텐도 얘기를 좀 더 파고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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겅호온라인과 웹젠의 교훈

게임이야기 2008. 2. 15. 13:27 Posted by wonkis

2003년 5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웹젠은 한 게임업체의 코스닥 입성 사례에 그치지 않고 너무도 많은 게임업체의 코스닥 시장 도전에 영향을 미쳤다.그 해 569억원의 매출과 328억원의 영업이익,334억원이라는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리면서 웹젠은 숱한 찬사를 받았다.‘뮤’라는 단일 게임만으로 이 정도의 실적을,그것도 영업이익률이 무려 57.64%에 달했으니 웹젠이 한껏 고무될만 했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해부터 안좋아지기 시작했다.2004년 531억원의 매출에 204억원의 영업이익,210억원의 순이익을 낼 때만해도 일시적인 부진이려니 하고 생각했을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그런데 2005년 웹젠은 290억원의 매출액에 1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주저앉았다.작년에는 매출보다 손실액이 더 컸다.매출액 219억원에 영업손실 301억원,순손실은 무려 315억원이었다.‘상장하는 시점이 꼭지’라는 주식 시장의 속설이 그대로 들어맞는 셈이었다.

 

 

 웹젠의 효과는 컸다.상장한 뒤로 계속 실적이 악화됐고,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확산됐으며,단일 게임만 갖고 상장해 차기작을 내지 못했다는 꼬리표는 2006년까지 떨어지지 않았다.웹젠은 작년에 썬이라는 차기작을 내놓았지만 수익에 전혀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그리고 결국 웹젠으로 인해 생긴 게임업체에 대한 인식은 후발 게임 업체에 그대로 적용됐다.‘게임회사는 안돼’라는 인식을 코스닥위원들에게 심어줄 정도로 파급효과가 컸다.이후 ‘단일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업체는 절대로 주식 시장에 상장하지 못한다’라는 속설이 생겼다.아울러 ‘게임업체는 상장이 어렵다’는 인식마저 나왔다.겟엠프트라는 걸출한 게임으로 매년 수익을 내고도 두번이나 미끄러진 윈디소프트가 전자의 사례고 엠게임 제이씨엔터테인먼트 같은 회사는 후자의 사례다.

 요즘 게임업체들은 그래서 아예 코스닥 시장을 잘 쳐다보지 않는다.하지만 사실 코스닥 시장만 탓할 것도 아니다.웹젠이 잘못한 바가 무척 크지만 지속적인 수익 모델을 발굴하지 못한 업계 전반의 한계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일본판 웹젠이라고 할 수 있다.바로 겅호온라인이다.그라비티가 개발한 라그나로크를 서비스해 2005년 한때 시가총액이 5조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2조원 밑으로 추락했다.다른 게임들을 계속 선보였지만 에밀크로니클온라인 등 선보이는 게임마다 족족 실패했다.지금도 겅호온라인의 매출 90%는 라그나로크에서 나온다.

 겅호온라인때문에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봤다고 생각한 일본 주식 시장에서도 게임업체에 대한 상장 기준을 강화했다고 한다.요즘 일본에서도 단일 게임을 서비스하거나 한 게임의 비중이 50%를 넘을 정도로 큰 회사들은 아예 자체적으로 상장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바로 떨어지기 때문이다.일본처럼 주간사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아예 증권사들이 실사를 하다가 중단해버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게임과 게임회사에 대한 금융 시장의 평가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아울러 게임업체들도 이런 과정을 통해 검증받을 수 있는 수익 모델을 정립해 나가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 같다.시장이 좀 너무하다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특히 게임 사업을 하는 분들이나 이해관계자 입장에서는,금융 시장은 냉정하다.일부에서 관계 없는 사람들이나 자기 돈을 투자해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그저 게임업체만 왜 차별하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시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경험을 통해서 아니다 싶은 것에는 빨리 등을 돌려버린다.물론 증권사들도 게임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잘못이 컸다.그리고 그 댓가를 치르고 있다.

 겅호온라인과 웹젠,동해 바다를 건너편 두 나라의 닮은 꼴 사례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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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과 매출을 놓고 보면 엔씨소프트의 문제는 단순히 현재의 일시적인 위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과거의 실패와 현재의 위기,미래의 불안함까지 모두가 총체적으로 맞물려 있다.나는 개인적으로 국내 최대의 온라인게임업체 엔씨소프트가 이대로 주저앉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않는다면 그냥 한때 잘 나갔던 게임업체로만 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한국 게임산업에 상당히 암울한 소식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그래서 엔씨소프트가 당면한 문제들을 나름의 소견으로 하나씩 짚어보고 있는 참이다.


 

우선 현재 엔씨소프트의 주된 수입원인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및 수익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계속 새로운 게임이 나오고 있지만 엔씨소프트의 연 매출과 이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위의 그래프를 봐도 알 수 있다.물론 일별/월별 변동이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그렇다.

 리니지2가 본격적으로 매출에 기여하게 된 후 2004년 엔씨소프트의 국내 매출액은 2468억원으로 절정에 달한다.하지만 그 다음 해엔 2328억원으로 줄더니 지난해엔 2274억원으로 또 감소했다.그 동안 신규 게임 개발비,인건비,관리비용 등은 계속 증가하면서 2004년에 비해 지난해 순이익은 반토막이 난 상태다.

 리니지2 이후 엔씨소프트는 숱한 게임들을 내놓았지만 대략 굵직한 것만 따져봐도 5개다.길드워,시티오브히어로,오토어설트,타뷸라라사,아이온.이 중 시티오브히어로와 오토어설트는 확실히 실패한 작품이다.길드워도 국내에서는 철저하게 쓴 맛을 봤다.타뷸라라사와 아이온은 아직 성적표가 나오지 않았다.아이온은 7월말 비공개시범서비스가 시작된다.

 게임포털 ‘플레이엔씨’는 따로 하나의 영역으로 카운트해야 할 것이다.하지만 이것 역시 철저하게 기존 게임포털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했다.김택진 사장 스스로가 “왜 이렇게 안되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할 만큼 어려움을 겪었다.최근 플레이엔씨는 재정비해 오픈을 한 뒤 예전보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지,이것이 수익으로 어떻게 연결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결국 엔씨소프트는 여섯번의 시도에서 4번을 실패했고 두 가지는 아직 판단 유보인 상태라는 것이다.하지만 리차드 게리엇의 타뷸라라사는 몰라도 아이온은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감히 단언한다.왜? 전혀 새로와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결국 아이온은 성공하려면 기존 리니지 회원의 이탈을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아이온이 성공하려면 리니지가 무너져야 하는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에서 다양한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하지만,이를 자세히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기본적으로 게임의 방식과 목적이 동일한 이상 게임의 세계를 천계 마계 용계로 나누고 구성 요소를 달리한다고 해서 별로 달라질 것은 없기 때문이다.그래픽이 현저히 업그레이드된다 해도 전혀 새로운 유저층이 게임에 유입되지 않는 한 아이온의 숙명적인 카니발라이제이션은 피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아이온은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까? 그것 역시 미지수다.국내 개발진이 만들었고 엔씨소프트는 지역에서 개발한 게임은 그 지역에 우선 타게팅하는 특성이 있어왔다.아이온 역시 국내 및 아시아 지역을 위주로 하고 있다.WOW로 인해 전혀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고 수준이 높아진 유저들을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지,아직은 불안감이 더 크다.

 엔씨소프트의 최대 기대작이라고 할 수 있는 리니지3는 현재 정상적인 개발 과정을 밟지 못하고 있다.이 문제는 너무나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으므로 여기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을 생각이다.
 결국 엔씨소프트는 과거의 실패와 현재의 위기,미래의 엄청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핵심 인재들이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들은 더 크게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요즘 많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한 차례 더 위기 요인을 짚어보고 다음엔 가능성이나 변화의 조짐을 짚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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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는 지금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사업이란 게 위기가 아닌 적이 언제 있으며,위험과 기회란 것이 항상 같이 붙어다닌다고 하지만 김택진 사장이 현대전자 직원들 10명을 데리고 지난 1997년 창업한 뒤로 지금처럼 회사의 현재와 장래 비전 모두가 한꺼번에 흔들린 적은 이제껏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엔씨소프트의 상황은 어떤 것일까.그리고 김택진 사장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김택진 사장은 최근 가족 관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루머에 시달렸다.물론 이것은 낭설로 확인됐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그를 괴롭혔다.여기에 리니지의 매출은 점차 줄어들고 있고 해외에서 새로 선보이는 게임들의 성적은 신통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그에게 가장 큰 시련은 계속되는 핵심 멤버들의 이탈인 것 같다.특히 리니지를 만든 핵심개발자 및 기획자들이 줄줄이 회사를 빠져나간 것이 컸다.리니지는 엔씨소프트의 핵심 콘텐츠이자 사실상 회사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리니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송재경 사장이 이미 XL게임즈를 만들어 따로 독립한 것은 오래된 얘기.여기에 당시 송재경 사장과 함께 리니지를 만들었던 핵심 인물 4명이 줄줄이 엔씨소프트를 빠져나왔다.

 가장 먼저 몸을 뺀 사람은 김정환 엔씨타이완(대만법인) 대표.그는 연초 대만법인장을 그만두고 송재경 사장이 차린 XL게임즈로 합류했다.바로 뒤이어 역시 리니지를 만든 박용현 리니지3 개발팀장도 회사를 나와 장병규 사장이 새로 설립하는 온라인게임개발사로 옮겼다.리니지 기획을 맡았던 최석우 이사는 가장 최근에 회사를 그만두고 그 역시 XL게임즈로 옮겨갔다.이미 박용현 팀장과 함께 리니지 개발팀의 실무급 개발자들 상당수도 회사를 나왔다.

 결국 리니지를 만든 주요 멤버 중 김택진 사장을 제외하곤 대부분 회사를 나간 셈이 된 거다.흔히 게임업계에서 김택진 사장을 가리켜 일당백을 하는 인물이라고 칭하곤 하지만 그가 외로울 수 밖에 없을 것 같다.이들이 XL게임즈로 몰리고 있다는 것도 김택진 사장에겐 불편한 소식일 것 같다.

 물론 창업멤버가 회사를 떠나는 것이 꼭 나쁜 소식은 아니다.엔씨소프트도 어느덧 창립 10주년이 됐고 회사가 커지면서 초기 멤버들은 나가고 새로운 얼굴들이 빈 자리를 메꾸는 형식으로 세대 교체도 일어나고 이러면서 회사도 발전할 수 있다.하지만 최근 엔씨소프트의 상황은 이들이 떠나면서 리니지3 개발도 차질이 생기고 빈자리가 커지는 상황이 되고 있다.

 리니지 개발의 핵심 멤버는 아니지만 김화선 부사장도 최근 엔씨소프트를 그만뒀다.김택진 사장이 아무리 막강해도 차떼고 포떼고 사업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다른 회사와 비유를 하자면 NHN 이해진 창업자에겐 최휘영 사장이 있고,넥슨 김정주 창업자에겐 데이비드 리 넥슨재팬 사장이 있다.심지어 다음 이재웅 창업자에게도 석종훈 사장이 있다.즉 비교적 터놓고 고민도 얘기하고 함께 상의할 만한 걸출한 인물들이 곁에 최소한 하나씩은 있다.그런데 김택진 사장은 너무 고독하다.

 그에겐 그와 상의하고 때로는 그를 대신해 결정도 내려주고 책임도 질 수 있을 만한 인물이 필요하다.비단 그를 위해서뿐 아니라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와 한국 게임산업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그럴까.최근 김택진 사장은 오픈마루스튜디오에 푹 빠져서 산다고 한다.분당에 있는 오픈마루 스튜디오를 수시로 방문해 개발자들과 토론을 한다고 들었다.오픈마루스튜디오는 최근 침체된 엔씨소프트 조직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콘텐츠와 서비스를 생산해내는 조직이다.김택진 사장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어 엔씨소프트의 실세 조직이라는 말도 듣는다.그리고 김택진 사장은 요즘 가끔씩 집에 일찍 들어가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곤 한다고 한다.

 김택진 사장이 오픈마루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그런데 그 얘기를 듣고 한편으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아,김택진 사장이 정말 고민이 많구나.뭔가를 잊고 싶은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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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만한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이 자기 회사가 있는 건물에서 봉변을 당할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특히 그 봉변이 사장을 몰라보는 빌딩 경비원이나 직원들에 의해 발생할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났다.

카트라이더,메이플스토리로 유명한 게임업체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 선릉역 근처에 있는 자신의 회사 사무실에 차를 몰고 혼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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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넥슨 창업자

해가 질 무렵의 늦은 시간인지라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넥슨이 있는 선릉역의 이 빌딩은 넥슨 자체 건물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층을 넥슨이 쓰고 있어서 넥슨 빌딩으로 잘 알려져 있다.그런데 그가 차를 몰고 빌딩 외부 주차장에 차를 대려고 하는 순간 경비원이 다가왔다.

“누구십니까? 외부인은 여기에 차를 대실 수 없습니다.손님용 공간은 따로 있는데요.”
“네,잠깐 여기서 누굴 만나기로 해서요.아주 잠깐이면 됩니다.”
“그래도 안됩니다.옆으로 돌아가세요.”

김정주 대표는 결국 ‘손님용’ 주차 공간에 차를 대고 자기 사무실로 들어갔다.‘봉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무실에 들러 볼일을 마친 그는 그냥 나가려다 직원들을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개발팀이 있는 층으로 내려가니 저녁 시간이라 상당수 직원들이 저녁을 먹으러 가고 군데군데 몇몇 직원들만 남아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일을 하고 있는 한 직원 뒤로 다가갔다.조용히 뒤에 서서 직원이 테스트중인 게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느낀 직원이 뒤를 돌아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누구세요? 여긴 어떻게 들어오셨는지요? 여긴 개발실이라 외부인이 들어오면 안되는데요?”

그 소리를 듣고 근처에 있던 직원들이 하나둘씩 몰려왔다.개발팀은 게임회사에서 가장 보안을 요구하는 곳인지라 그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 직원들에게 떠밀리듯 나와야 했다.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는 ‘은둔의 CEO’라고 불린다.최초의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들었고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게임회사 넥슨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외부 노출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게임 관련 국내외 주요 행사 뿐 아니라 넥슨 관련 행사에도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그러다보니 ‘샤이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런데 그의 이런 은둔적인 성향은 외부에 대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었나 보다.내부에서도 직원들도 거의 그를 만나지 못한다.특히 작년에 회사를 지주회사체제로 개편하고 넥슨을 권준모,강신철 공동 대표에게 맡긴 뒤로는 그의 이런 성향이 더욱 심해졌다.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본에서 보내고 있다.

이 사실을 기자에게 전해준 넥슨 직원도 처음엔 자기 눈을 의심했다고 한다.그는 얼굴을 잘 알고 있었지만 김정주 대표를 만난 지 하도 오래 됐기에 ‘김 대표랑 참 닮았네’라고 생각하면서 유심히 지켜보기만 했다고 한다.긴가민가해서 말이다.

창업자를 몰라보는 직원들도 대단하지만 자기를 몰라보는 직원들을 꾸짖거나 신경질내지 않고 조용히 볼일만 보고 사라진 김정주 대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자유분방한 문화의 게임업체이기에 가능한 일일까.총수가 나타나기 1시간 전부터 대기하고 호들갑을 떠는 기업들과 너무나 대조적이지 않은가.

창업자를 몰라보는 직원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그게 무슨 자랑인가하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NHN을 창업한 이해진CSO에게 들은 얘기를 떠올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창업자를,CEO를 몰라보는 직원들이 많은 회사가 잘되는 회사다"

김정주 사장과 이해진CSO. 두 사람은 친구여서 그런지,참 닮은 데가 많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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