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Undergog). (사회적) ‘약자란 뜻이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기업가를 배출하고 싶다는 김정헌 대표의 뜻이 들어간 이름이다. 이미 소셜벤처 딜라이트와 프로젝트 옥(OK)의 우주 사업을 통해 사회적 기업가(한국에서 제도상으로 규정하는 사회적 기업가와 정의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그는 스스로를 소셜벤처사업가라고 말하곤 한다.)로서 다양한 시도를 해 왔던 김정헌이 이번에는 소셜벤처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로 돌아왔다.

혁신에 도전하는 사회적 기업가 양성소

2014년은 김정헌 대표에게 변화의 시기였다. 기존 프로젝트 옥 사업을 과거 딜라이트 공동창업자였던 김정현 대표에게 맡기고 자신은 다른 일을 준비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 당시에도 김정헌 대표를 만나 자신이 만든 사업에서 왜 나오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김정헌 대표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일을 벌이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며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처럼 다시 창업에 나섰다. 분야는 여전히 사회적 기업이었지만 방식이 사뭇 달랐다.

야구에도 보면 선발투수가 있고, 중간계투, 마무리가 있쟎아요. 그런데 저는 선발투수 스타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계속 일만 벌일 수는 없을 것 같고, 새로운 일을 계속 시작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해 봤어요.”

그의 결론은 사회적 기업을 계속 창출해내는 것. , 사회적 기업 분야의 컴퍼니 빌더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컴퍼니 빌더의 역할과 하는 일, 과정 등을 알아보니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즉 어느 정도 스스로 자금 마련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 그래도 어렵게 찾은 새로운 기회를 그냥 놓칠 수는 없었다. 돈이 좀 부족해도 작게라도 시작해보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20154월에 설립된 언더독스는 사회혁신가들의 사회적 기업을 통한 새로운 시도에 초점을 맞췄다. “절대적 강자가 존재하는 경쟁의 현장에서, 사람들이 약자의 승리를 응원하게 되는 현상을 underdog effect라고 합니다. 제가 고민했던 것은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적 가치의 실현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성공률이 대단히 낮다는 것, 하지만 결코 뒤로 미루기만 할 일은 아니라는 데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걸 저는 하고 싶었던 거구요.”

강력한 멤버들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리얼씨리얼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거쳐 삼성전자 사내벤처인큐베이팅 업무를 했던 장수한, 딜로이트컨설팅 출신의 문성화, 소셜벤처 창업 경험이 있는 박준규, 그리고 변호사 조준성 등이 언더독스의 경영진이 됐다.

김정헌과 창업멤버들은 사회적 기업가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아니, 그 전부터 아이디어는 있지만 실행 방법을 모르거나 뜻은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과 방법을 알지 못하는 이들을 찾았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찾는 것 자체가 일이었다. 기본적인 준비가 필요한 사례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언더독스의 사업 프로그램이 정해졌다. 우선 사회적기업 창업가 양성 프로그램인 언더독스 사관학교, 그리고 사회적기업에 대한 마케팅, 브랜딩 지원을 하는 언더독스 스튜디오, 마지막으로 인큐베이팅을 수행하는 언더독스 레이블 등이다.

온라인 프로그램 강화..해외로 나간다

20157월 첫 번째 프로그램을 시작한 언더독스 사관학교는 국내 최초의 사회적 기업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9명이 1기로 뽑혀 교육과 훈련을 수행했다. 6주의 기간 동안 300시간 이상 집중 훈련을 받았다. 거의 집에도 가지 못할 정도로 집중적인 교육 과정이 이어졌다고 한다. 과정이 끝나자 3개의 소셜벤처 창업팀이 만들어졌고 이들은 3개의 사회적 기업을 세웠다.

버려진 폐이어폰으로 팔찌를 만드는 회사, 건물의 공간을 공유하고 관리하는 부동산매니지먼트 회사, 그리고 파트타임 보모를 연결해주는 회사 등이 그것이다. 첫 번째 회사의 경우 이미 수출까지 진행되고 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회사 모두 서비스를 시작한 상태.

<지난달 수료한 언더독스 사관학교 2기생들의 수료식 모습. >

201512월에 시작된 2기에는 17명이 교육을 받았다. 2월초 졸업을 한 2기생들 가운데에서도 3개의 회사가 새롭게 탄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3월에 실시되는 3기생들 역시 17명으로 구성돼 교육이 곧 시작된다.

언더독스는 최근 언더독스 부산 사관학교 프로그램도 새롭게 만들었다. 21명의 창업 지망생들이 모여들었다. “부산은 온라인 강의를 위주로 하고 있어요. 1회 정도, 한번에 4시간에서 6시간 정도를 오프라인 교육에 할애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원격교육입니다.”

부산에 원격 사관학교 모델을 도입한 것은 아시아 시장에 대한 가능성 때문이다. 즉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모델이라는 뜻이다. 그가 이런 모델을 생각하게 된 것은 지난해 영국문화원의 초청으로 런던을 방문하면서부터. 당시 사회적기업가들을 초청해 워크샵이 개최됐는데 그는 소풍의 한상엽 대표와 함께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됐다. “런던에 가서 다른 아시아 국가의 사회적기업가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어요. 그건 한국의 사회적 경제 영역이 비교적 넓다는 것이죠. 대부분 아시아국가에서는 사회적 기업가 자체가 희소할 뿐 아니라 관련 분야에 자금이 없는 상태이고, 홍콩의 경우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에 따른 자금은 충분한 데 이를 할 만한 기업가가 없는 상황입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해당 사회의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기업가에 대한 교육 수요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교과 과정을 온라인으로 실시하고 있는 해외 대학들의 모델 등을 참고해 온라인 교육 과정을 만들었다. 분야는 창업, 직무, 인문 등 3가지. 교육 모델을 갖고 해외 진출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그 전에 교육 과정에 대한 고도화 작업이 필수다.

언더독스는 현재 사관학교 교육 전 과정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B2B로 사업을 해서 돈을 번 다음 여기서 번 돈을 사관학교에 투자하는 식이다. 유료화도 검토하고 있지만 흔히들 생각할 수 있는 교육 과정에 대한 일반적인 유료화는 하지 않겠다는 계획. 즉 일단 무료로 교육을 하되 창업을 하지 않는 팀에 대해서만 유료를 하는 방식이다.

사관학교 과정은 스튜디오나 레이블 사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사관학교에서 프로그램을 마친 팀에 대해 디자인과 마케팅 차원의 지원(언더독스 스튜디오)이 들어가고 법인화를 위한 본격적인 인큐베이팅(언더독스 레이블)을 하는 것이다. 투자 회사들과의 연결도 포함된다. 실제로 언더독스는 1기 배출 창업팀에 대한 투자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사관학교에 들어오는 팀을 뽑을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시하나요?”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인지를 확인합니다. 온전히 모든 것을 걸고 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실제 교육 과정도 그렇구요. 사회적으록 가치있는 일을 하면서 비즈니스적으로도 돈을 버는 사업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전력을 다해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사람인지, 그게 중요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의지도 없고, 실제로 일을 만들어가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되게끔 하는 사람은, 그런 여건을 스스로 만들어갈 것이라는 것. 그게 소셜 벤처에 계속 시도하면서, 가치와 값의 공존을 놓고 고민해 온 김정헌 대표가 찾아낸, 벤처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하나의 기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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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우주(Woozoo)라는 셰어 하우스(Share house) 사업을 하고 있던 김정헌 대표는 그 새 새로운 길을 준비하고 있었다. 첫발을 내딛었던 셰어 하우스 사업은 안착을 해 있었고 그는 인큐베이터로서, 저자로서, 창업가로서 다양한 일에 다시 도전하는 중이었다.

◆같이의 가치를 짓다

그는 손에 책을 들고 있었다. 2012년부터 그가 2년여 기간 동안 사업을 구상하고 멤버를 모으고 사업을 일궜던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책 제목은 ‘같이의 가치를 짓다’. 그가 한 사업의 핵심을 제목에 고스란히 담았다. 프로젝트 옥, 우주 사업을 함께 했던 계현철, 이정호, 조성신, 박형수 등 창업멤버들과 함께 책을 엮었다.

지난해 초 그를 만났을 때 우주의 첫 셰어 하우스 프로젝트가 시작되던 시점이었다. 그의 문제의식은 간단하지만 묵직했다. 꿈이 있는 사람들끼리 공간을 나눠서 같이 생활을 하자는 것. 공유경제의 일환이라고 가볍게 볼 수도 있지만 주거 문제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문제에 대해 사회적 기업 창업가다운 해법을 던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만 해도 모든 것이 불확실했지만 그 뒤로 착실하게 사업은 진행됐다.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15개의 셰어 하우스가 나왔고 지금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처음 그의 창업 이야기를 들을 때부터 그의 생각이 난 마음에 들었다.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그의 생각, 그것을 위해 하나씩 준비해나가는 과정이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아마 그가 겪어야 했던 어려움은 나에게 일일이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으리라. 그가 쓴 책을 보면서 그런 어려움과 고난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기어코 해 내고야 마는 그 열정에 감탄하기도 했다.

젊은이들의 주거 문제는 사실 오늘날에는 개인들의 문제로 끝나는게 아니라 이제 점점 국가나 공공기관이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만큼 젊은 나이에 주거 문제에 대한 압박으로 좌절하는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운 문제에 나름의 해법을 던져보겠다고 나선 것이니 어찌 의미가 없을까.

그런데 그는 최근 회사 경영에서는 손을 떼고 새로운 것을 준비한다고 했다. 과거 함께 딜라이트라는 보청기 회사를 창업했던 김정현 대표가 우주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청년 김정헌은 다시 출발선에 섰다.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팅

사업이 순조롭게 되고 있는 가운데 왜 중단했을까.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불확실 가운데 뭔가를 처음 시작하는 것이 그의 적성에 보다 맞기 때문인 것 같다.

하여간 그는 그래서 현재 JP모건이 지원을 하고 희망제작소가 기획을 한 사회적 기업 스타트업 과정에서 멘토링 및 인큐베이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적 경제 핵심인재 육성센터에서 자신의 경험을 전수해주고 방향을 잡아주고, 투자자들에게까지 연결해주는 게 그의 하는 일이다.

그는 과거 학생 시절에도 JP모건과 함께 일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사회적 기업 동아리 넥스터스에서 소시지 프로젝트(Soci知 프로젝트)라는 것을 한 적이 있는데, 사회적 기업을 배우고 알아가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예전부터 JP모건이나 모건스탠리 UBS 등 글로벌 IB은행들이 사회적 기업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있었어요. 일종의 사회 공헌 사업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그런 쪽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더군요.”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고 싶은 팀 중 이미 사업을 시작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팀 중 본격적으로 발전시킬 만한 그런 팀을 뽑는 게 1차 작업이다. 이미 현재 15개 창업팀을 발굴해서 컨설팅을 하고 있는 단계. 그에게 몇 가지 사례만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눈 뜨면 도착’이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팀이 있어요. 서강대학교 학생들이 시작한 사회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쉽게 말하면 학생들끼리 전세버스를 같이 빌리는 그런 서비스입니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면 학교까지 통학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지역에 하는 학생들끼리 전세버스를 빌려서 타고 다닌다는 것. 예를 들어 일산이나 분당, 평촌, 판교, 용인, 수원, 남양주 등 수도권 지역에 사는 학생들은 신촌에 있는 학교까지 오려면 차를 여러번 갈아타거나 버스를 타고 와도 계속 서서 와야 해서 학교에 도착하면 녹초가 되기 일쑤다. 같은 지역에 사는 학생들끼리 매달 몇 만원 수준의 적은 금액만 내도 전세버스를 빌려서 차를 같이 타고 다닐 수 있다는 것. 이렇게 하면 차를 기다리는 것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앨 뿐 아니라 계속 앉아서 갈 수 있어서 편리하다.

공실률 50%가 넘는 동네독서실의 남는 자리를 공유하는 서비스도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폐이어폰, 즉 한쪽이 들리지 않거나 못쓰게 된 이어폰을 기증을 받아서 이걸로 팔찌를 제작, 수익금을 청각장애인에게 보내는 보청기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는 사회적 기업도 15개 중 하나다.

사회적 기업을 컨설팅하거나 이와 관련해 인큐베이팅을 하는 곳은 제법 있다. 그가 하는 것의 차이점은 경험자가 한다는 것. 사회적 기업을 창업해 성과를 낸 창업가가 다른 사회적 기업 창업가에게 방향을 가르쳐주고 필요한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는 새로운 아이템을 창업을 하는 것도 여전히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다시 또 해봐야죠. 뭔가를 시작할 때 가슴이 뛰고 의욕이 생겨요.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창업의 형태로 해보겠다는 것. 그것을 계속 잡고 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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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오랜 기간의 준비 과정과 경험을 통해 확보한 실행력. 많은 것을 갖춘 팀이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한다는 대의명분까지 있다. 프로젝트 옥((PJT OK)의 창업자는 한국의 스타트업 코너에서 벌써 네번째 등장하는 사회적기업 동아리 넥스터스 대표 출신이다. 30대 초반이지만 벌써 두번째 창업이고, 두번째 사회적 기업이다. 그리고 창업을 거듭하면서 그가 만들어가는 사회적 기업의 모습도 진화해가고 있다. 소셜 하우징 ‘우주’(WOOZOO)를 첫 프로젝트로 시작한 김정헌 프로젝트 옥(PJT OK) 대표를 만났다.

◆고등학생때부터 창업을 꿈꾸다

김정헌 대표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창업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가 꿈꾸던 창업은 여느 사업이 아니었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방법은 없을까.’ 이게 고등학생 김정헌이 하던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는 고2때 시민단체에서 일을 했다. 참여연대, 아름다운 재단 등을 거쳤다. 2002년 서강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뒤에도 그는 자신이 꿈꾸는 남다른 사업가의 길을 고민했다. 그런 그에게 미국의 사회적 기업 동향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2007년 미시간 주립대 연구소에서 인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1년 동안 그는 이 연구소에서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기업 자료와 실태를 보면서 공부를 했다.

 그리고 2008년 귀국했을 때 한국에서는 때마침 넥스터스(NEXTERS: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사람들)라는 사회적기업 동아리가 출범해 있었다. 넥스터스는 당시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중이던 한상엽 위즈돔 대표가 만든 국내 최초의 사회적 기업 대학생 연구 동아리. 한 대표와 면접을 보고 대학생 김상헌은 넥스터스에 들어갔고 2대 대표가 됐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그의 확신은 굳어졌다. “사업을 하고 싶다. 하지만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사업은 내 인생에 의미가 없다” 이렇게 생각한 김정헌 대표.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창업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한 감이 없었다. 아무런 사회 활동 경험이 없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두려움이 좀 있었어요. 대학생으로서 바로 창업을 한다는 것이 자신이 없더라구요. ”

 그래서 그는 일단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다. 하나은행에 입사해 기업금융팀에서 2년간 일을 한 그는 단기간에 가장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컨설팅 업체 아서디리틀(Arthur D. Little)에 입사해 컨설턴트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 시절 그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창업도 동시에 준비하고 있었다. 역시 같은 넥스터스 출신의 김정현과 함께 딜라이트라는 회사를 차리고 보청기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사업 아이디어를 낸 김정현이 대표를 맡았고 컨설팅 회사에 있던 김정헌은 2012년초 아서디리틀을 나와 본격적으로 딜라이트 일을 함께 했다.

◆두번째 창업, ‘프로젝트 옥’

김정헌 대표가 딜라이트를 창업했던 것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싶었기 때문. 첫 창업에서 그가 생각한 그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됐다. 그런데 회사가 순조롭게 성장하고 궤도에 오르자 그는 또 다른 일에 도전을 하고 싶어졌다. 그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른바 쉐어 하우스(Share house). 대학생은 대학생대로, 젊은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경기는 어려운데 주택 임대료는 치솟아 힘들어지는 상황을 해결해주는 사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

 2012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ECD 포럼에 참석했다가 대학생인 계현철(서강대 전자공학과 06학번)을 만나는 등 함께 창업할 만한 사람들을 알게 된 것도 그를 자극했다. 그의 계획은 흔히 생각하는 집을 짓고 어려운 사람들을 살게하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집을 활용하되 전세로 구한 뒤 리모델링을 해서 저렴한 가격에 대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 즉 집을 전세로 구한 뒤 이 집을 다시 임대하는 것인데, 그는 여기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기로 했다. 집만 임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게 그의 기획이었다. 

그는 회사 이름을 '프로젝트 옥(屋)'이라고 명명했다. 옥은 한자로 집을 뜻하는 말인데 영어로 쓰면 OK로 쓸 수 있다. 어감이 좋다. 김정헌, 계현철, 이정호, 박형수 등 4명이 창업 멤버로 뭉쳤다. 

 프로젝트 옥은 말 그대로 집에 대한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하는 회사로 출발했다. 경영은 김정헌 대표가 맡았다. 나머지 창업 멤버인 계현철, 이정호, 박형수 등 3명은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학생들이다. 그리고 모두들 어떤 형태로든 쉐어하우스를 경험해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계현철은 런던과 파리에서도 쉐어하우스에 살아본 경험이 있다. 

“창업 멤버들이 모두 쉐어 하우스를 경험하면서 현재 전월세 주택이나 홈스테이 시스템의 문제점, 세입자들이 느끼는 어려움 등을 체험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습니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해당 일을 직접 겪어본 사람이 나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옥은 첫번째 프로젝트로 우주(WOOZOO)를 기획했다.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우리들의 집’이 표어다. 홈 페이지(http://woozoo.kr)도 최근 오픈했다. 우주는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우선 대학생들을 위한 공동주택을 기획했다. 등록금 부담에 갈수록 치솟는 집세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사업적으로 돈도 된다는 게 김정헌 대표의 설명. 기존 집을 빌려 리모델링하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는다. 이를 위해 전대사업자로 등록도 했다. 

◆우주, 2월15일까지 첫 입주자 모집

우주의 첫번째 집은 1층짜리 한옥을 개조한 집. 테마는 ‘창업’이다. 우주 프로젝트의 특징은 그냥 집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는 점. 즉 대학생들 중 아무나 오라고 하는 게 아니라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을 한다. 왜 이런 테마를 삼았을까.

 “젊은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을 수 없쟎아요. 하지만 공통의 관심사나 꿈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이라면 서로 배우고 적응하면서 살기가 훨씬 수월하리라 판단했어요. 무엇보다 우주의 목표는 집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이런 쉐어하우스를 통해 경험과 지식도 공유하는 거거든요. ”

 2월15일까지 첫 입주자를 모집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2월12일 현재 41명이 신청했는데, 이 중에는 대학생이 아닌 사회 초년생 직장인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일단 이번 테마는 창업을 지향하는 대학생이기 때문에 직장인은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김정헌 대표는 곧 일반 직장인들,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주거 공간도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번에 신청한 직장인들은 대기자 명단에 올라간다.

 신청자 중 3명을 뽑는다. 직접 면접도 실시하고 있다. 3명이 선정되면 이들은 한 달에 35만원을 내고 새집이나 다름없는 깨끗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35만원에는 관리비, 가스비, 인터넷 등이 포함되고 빌트인 가구도 제공된다. 신촌 대학가 인근에 보증금 500만원 월세 40만원짜리 방이 간신히 한 사람이 살 만한 수준인 것에 비교하면 훨씬 환경이 좋다. 

 김정헌 대표는 이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창업이 테마인 만큼 성공한 창업가나 멘토가 될만한 창업가를 선정해 대화를 나누고 강연을 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두번째, 세번째 테마도 곧이어 나온다. 두번째 테마는 미술 지망생들. 이들을 위한 남산 시민시범아파트를 이미 구해 리모델링 공사중이다. 이 집도 2월중 오픈한다.

 프로젝트 옥의 첫번째 프로젝트 우주는 전적으로 어려운 대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즉 대학생 구제 사업은 아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꿈을 갖고 있으면서도 주거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김정현 대표는 기업체들의 투자나 기부를 받을 계획이다. 가장 부담이 되는 게 전세보증금인데 기업들이 몇년 후 전세보증금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즉 자금을 빌려주는 부담이 없다. 기업들이 요청할 경우 이자도 지급할 수 있다는 게 김정헌 대표의 설명. 

 “쉐어하우스는이미 미국이나 유럽, 이웃국가인 일본에서도 1인주거의 대안으로 널리 자리잡았습니다. 현재 1호점을 종로구 권농동에 오픈하고 홍보중인데요, 2월 말에 첫 입주자가 생기고 올 해 안에 10개의 집을 만들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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