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름을 처음에 들으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사실 회사 이름이라고 생각하기도 쉽지 않다.) 회사 이름이 ‘노예스런’이라니. 직원을 채용할 때 잘못하면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그래도 이 이름에는 제법 이들이 추구하는 바가 담겨있다. 그러면서도 스타트업다운 유머러스함과 끼를 반영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240회는 노, 예스, 런의 창업자 오홍석 대표와 김진수 CTO의 이야기다.
결국, 할 사람은 한다
오홍석 대표와 김진수 CTO는 한성과학고, KAIST(한국과학기술원) 동창이다. KAIST 산업공학과 99학번으로 입학한 오홍석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뒤 약 7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다. 소프트브릿지라는 회사에서 HTS(홈트레이딩시스템) 관련 업무를 하기도 했다.
회사 생활을 잘 하다가 왜 나와서 창업을 했을까. “답답했어요. 이렇게 하는 게 답이 아닌 것 같은데, 회사에서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아서 일을 하게 되면, 아닌 것 같은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많더라구요. 그게 싫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아서 일을 하면 일이 잘 돼도 성취감을 느끼기 힘들기도 했구요.”
결국은 자신의 일을 찾아 창업을 했으리란 얘기지만 혼자서 하긴 힘들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었던 데는 친구와의 우연한 만남도 한 몫 했다. 친구 결혼식장에 갔다가 우연히 만난 친구가 김진수 CTO였다.
두 사람이 결혼식장에서 느닷없이 조우했던 2011년에 김진수 CTO는 레블릭스에 있었다. 한국의 스타트업 코너 제 21회에서 아주 초창기에 소개한 바 있는 레블릭스는 훗날 엔써즈에 인수됐는데 김진수 CTO는 윤종일, 신화용 등과 함께 이 회사를 창업했다.
오 대표는 이번이 자신의 첫 창업이지만 김진수 CTO의 창업 경력은 10년을 훌쩍 넘긴지 오래다. KAIST 00학번인 그는 학교 동기동창인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이사와 함께 이미 지난 2002년 중소기업창업경진대회에 나가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때 받은 상금 1억원으로 에빅사라는 인터넷 회사를 설립했다. 2005년까지 사업을 했지만 창업멤버들이 모조리 군에 입대하거나 병역특례로 군 복무를 대신하게 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당시 김진수 CTO는 병역특례로 그래텍에 갔다가 넥슨으로 옮겼다. 이들이 다시 모여 레블릭스를 창업한 게 2010년이었다.
동영상 검색업체인 엔써즈가 2012년 레블릭스를 인수한 뒤 김진수CTO도 엔써즈에 들어갔다. 두 사람이 우연처럼 결혼식장에서 만난 뒤 2013년 2014년 2년 동안은 창업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었다. “이 때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테스트를 해 봤어요. 그래도 제가 해보고 싶었던 아이템이 따로 있었죠.”
2014년말 김진수 CTO가 엔써즈에서 나왔고 비슷한 시기 오 대표도 회사를 나와 두 사람은 함께 창업을 했다. 회사 작명은 김 CTO가 했다. 과거 레블릭스 등 회사 이름을 직접 짓는데 소질을 보였던 그는 이번에는 약간의 재치와 유머감각, 그리고 듣는 이의 여유가 필요한 독특한 이름을 지었다. ‘노예스런’의 탄생이다.
외국인 친구를 만나는 최고의 방법, 미프.
노예스런 회사의 소개서 첫 페이지에는 이런 말이 써 있다.
No apps for your needs?
Yes, there will be!
Run our app
각 문장의 첫 글자를 따면 노예스런이 된다. “노예스런은 생활의 윤택함을 주기 위한 모바일 서비스 개발회사입니다”
오 대표가 회사를 차리고 해 보고 싶었던 사업은 이거였다. “이태원에 가면 외국인들이 많이 있죠? 많은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합니다. 영어 등 외국어를 배우고 싶은 욕구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문화권의 친구를 만나고 싶은 욕구때문인 경우도 있고,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다양하죠. 그런데 무작정 오프라인에서 헌팅으로 만나는 건 실패 확률이 너무 높고 위험한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한 오 대표는 스마트폰에서 외국인과 대화를 나눠본 뒤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앱 ‘Meeff’를 개발했다. 2014년말 법인을 설립한 뒤 지난해 앱 개발이 완료됐다. 지온네트웍스, 엔써즈, YAP 등에서 일한 유민정 이사가 디자인 책임자로 합류했다.
<'노예스런' 창업멤버들. 왼쪽부터 유민정 CDO, 김진수 CTO, 오홍석 CEO>
미프는 외국인 친구를 모바일 앱 상에서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다. 한국인 친구를 만나고 싶은 외국인이나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은 한국인을 연결해준다. 서로 원하는 국적과 언어, 스타일 등을 선택하면 외국인 친구를 미프에서 만날 수 있다.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 부작용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약 1년 동안 서비스를 운영한 결과 현재까지는 대부분 실제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에 들어오는 이들이 많다고. 20만 명이 가입했고 월간 실 사용자 수는 10만 명에 조금 못 미치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내년 말까지 이 숫자를 35만으로 끌어올리는 게 이 회사의 목표.
특정 국적이나 성별을 선택할 수 있고, 선택해 놓으면 회원 중 선택 조건에 맞는 인물들 사진과 프로필이 내 화면에 뜬다. 이를 보면서 대화하고 싶은 사람을 클릭한 뒤 상대방이 이를 수락하면 대화를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상대방이 수락해야만 대화가 가능하지만, 사이버 머니를 조금 쓰면 바로 대화창을 열 수도 있다.
미프는 국가별 서비스라는 게 특징이다. 일본과 대만, 중국 시장을 겨냥한 서비스도 준비중이다. 즉 일본인을 친구로 사귀고 싶은 외국인과 외국인을 만나고 싶은 일본인을 위한 별도의 미프가 나오는 식이다.
대화방을 바로 여는 유료화 모델 외에도 다양한 유료화 모델을 개발중이라고 한다. 언어 교환 콘텐츠도 제작중이다. 현재 서비스를 이용중인 고객층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남성보다 높다는 건 상당히 고무적이다. 당초 한국 여성과 외국 남성의 친구 맺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친구 맺기가 많다. 오홍석 대표는 “점점 외로운 사람이 많아지고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은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다”며 “외국인 친구를 만나는 가장 좋은 통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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