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대표를 처음 봤을 때 그는 ‘21세기 최첨단 찌라시’를 만든다고 했었다. 수식어는 좋지만, 어쨌든 요약하자면 찌라시(음식점들의 전단지) 를 스마트폰으로 옮겨 놓는 게 그의 구상이었다. 그 뒤로 꽤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배달의 민족’은 여전히 음식 배달 주문 1위 앱이고 주문 건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회사의 수익구조와 지향점은 완전히 탈바꿈했다. 그는 “우리를 단순히 음식 배달 앱 개발사로 여기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왜? “창업하고 6년이 지났어요.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꿈이 다른 회사가 됐습니다.”
쿼드 닷(Quad Dot)
최근 우아한 형제들은 중국의 벤처캐피털(VC)인 힐하우스캐피털로부터 5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벌써 다섯 번째 투자다. 누적 투자 금액은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힐하우스는 왜 우아한 형제들에 투자를 했을까. 김봉진 대표는 “푸드테크 분야의 1위 업체에 투자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의 저스트잇, 미국의 우버잇츠처럼 한국의 1등 배달 업체에 투자를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장점유율은 이용량에서 50%(코리안클릭 집계 기준)를 넘는 압도적인 1위이지만 그냥 음식 배달 앱 개발사가 아니었기에 서로 손을 잡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에 이어 배민라이더스(맛집배달대행), 배민프레시(신선식품 정기배송) 등 신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건 모두 최근 1~2년새 이뤄진 일이다. 올가을께 반조리 식품·식자재를 배송하는 ‘배민쿡’을 출시할 계획이다. 배민라이더스 서비스의 경우 현재 서울 강남, 서초, 송파, 관악 등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가 되고 있지만 올해안에 서울·경기 전 지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이들 4개 사업을 ‘쿼드닷(quad dot)’이라고 불렀다. 어딘가 잡스가 말한 ‘점의 연결(connecting the dots)’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우아한 형제들이 잘하는 게 패러디 아닙니까. 하하 ‘과거 일련의 사건들이 당시엔 각각의 점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엔 다 연결되더라’는 잡스의 말을 사업에 적용한 것 맞습니다.”
이 4가지 분야는 그가 말하는 푸드테크라는 산업의 큰 맥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술을 통해 음식 산업의 발전을 꾀한다는 것.
배달의 민족은 완성된 음식을 음식점에서 집으로 갖다 주는 것만 한다. 그것도 사실 배달이 가능한 음식에 대해서만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엔 음식을 따로 배달하지 않지만 맛있는 음식점도 있고, 음식을 꼭 어디서 시켜 먹어야만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음식 배달을 할 수 없는 맛집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배민라이더스, 신선식품을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가 배민프레시다.
음식의 궁극적인 최고 경지는 결국 ‘집밥’이다. 집에서 식구가 같이 맛있게 해 먹는 음식처럼 맛있는 게 있을 리 없다. 배민쿡은 음식을 집에서 해 먹기 어려운(솜씨가 없던, 시간이 없던) 사람들의 요리 부담을 덜어주는 서비스. 음식을 해 먹기 쉽게 반 완성 상태로 재료를 그대로 집에 갖다 준다. 요리엔 왕초보라고 하더라도 그대로 해 먹으면 훌륭한 요리사가 한 요리처럼 맛있는 ‘집밥’이 된다. 전국민의 백종원화라고나 할까.
사업 6년째...더 큰 꿈이 생겼다.
그는 왜 이렇게 사업을 넓혀나가고 있을까. 혹시 지난해 수수료 0% 선언이 영향을 미쳤을까. 음식 배달로부터 수익을 내는 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다른 사업으로의 확장이 필요한 것일까.
그는 “사업 6년째에 접어들면서 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처음에 사업을 시작할 때는 ‘21세기 최첨단 찌라시’라는 모토 만으로도 충분했다. 업계 1위로 올라섰고 거래는 계속 늘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인재를 모으고 더 성장하기 위해선 그저 음식 전단지를 온라인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배달의 민족이 미친 가장 큰 영향이 뭔지 아세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음식을 시켜 먹는 것에 거부감을 없앴다는 겁니다. 전화 통화를 해야만 될 것 같고, 전단지를 찾아야 음식을 시킬 수 있을 것 같고, 이런 습관이 스마트폰 앱 하나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해 준 것이죠.”
결국 배달의 민족은 자신이 스스로 사람들에게 선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나선 것이다. 지금까지는 전단지를 스마트폰에 집어 넣는, 기존의 공식을 따랐다면 이제는 자신이 만든 새로운 경험을 더 확장하는 것이 숙제가 된 것. 그게 쿼드 닷이다. 온라인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하고 받아서 먹는 일련의 과정을 배달의 민족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냈고 이제는 그 과정을 좀 더 세분화해 사람들의 경험이 더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사업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 커머스의 단계로 접어든 거죠.”
온라인쇼핑은 처음엔 책으로 시작됐다. 형태의 변질이 없고, 유통기한이 없으며 운송이 간편한 책으로 시작돼 점차 다양한 물품으로 확대됐다. 그는 우아한 형제들이 하고 있는 업의 본질을 결국 커머스로 본 것 같다. 음식 배달이 아닌, 음식과 관련된 거의 모든 커머스다.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 게 자연스러워진 사람들에게 이젠 식재료도 정기적으로 갖다 주고, 맛집의 음식도 대신 사다 주며, 아예 요리를 바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까지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기에 “우리는 꿈의 크기가 다릅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커머스가 되니까 기술의 영역이 커지고 있다. 그건 그가 당면한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이다. 현재 460명인 직원 중 개발자는 70여명 수준. 빠른 시일 내 이를 100명까지 늘려야 하는게 그의 숙제다.
커머스가 되면 물류가 중요해진다. 모든 종류의 배달과 배송에 있어서 배차를 잘 해야 하고 지역과 시간에 따른 효율적인 배분이 중요해진다. 배민라이더스를 처음엔 강남 3구에서 했지만 지역이 확대되면 엄청난 수의 라이더가 필요하다. 사람 숫자만 무작정 늘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배달 및 식재료 수요가 늘어나면 날씨에 따라, 그날의 이벤트에 따라 최적화된 배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선 데이터 분석과 이를 위한 기술 인력이 필수적인 것이다. 그야말로 고객의 주문 전화가 오기 전에 이미 치킨이 배달 준비를 끝마친 상황이 되야 하는 것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창업 컨설팅으로의 확장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전국의 창업 지도를 배달의 민족이 파악하게 되면 식음료 분야 창업을 시도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컨설팅이 가능하다. 피자집에 몰려 있는 동네에 또 다른 피자집을 내지 말라고 조언하는 식이다.
“스타트업으로 6년째 접어들면서 정말 생각이 많아졌어요. 스타트업은 처음엔 어떤 문제를 해결하면서 비즈니스가 발전하고 성장하쟎아요. 하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또 하나의 혁신이 있어야 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아마존이나 네이버 넥슨 이런 기업을 그런 것을 해 낸 거죠. 작년에 0% 수수료 선언한 이후 두 번째 도약을 위한 과도기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기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기업이 될 것인가.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이게 우리의 결론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주고 변화해서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스타트업이니까요.”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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