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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27 한국의 스타트업-(178)애드오피 이원섭 대표

인터넷 상의 수많은 홈페이지, 웹사이트 중 가장 지저분한 곳은 어딜까. 여기서 지저분하다는 것은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또는 심지어 보기 싫은 광고로 뒤덮여 있다는 뜻이다. 생각이나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한글로 된 웹사이트만 따지면 언론사 홈페이지 아닐까. 특히 영세한 곳일수록 더욱 그렇다. 뉴스를 보기 위해 들어갔지만 글씨를 제대로 읽기 힘들 정도로 광고로 뒤덮여 있는 경우가 많다. 기사 옆은 온통 낯 뜨거운 광고로 도배돼 있다시피 해서 아이들이 이런 사이트에 들어오면 어쩌나하는 걱정마저 든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물론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광고를 덕지덕지 갖다 붙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들을 끌어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경로나 대상을 타겟팅해야하는지 매체들은 모르고 광고 기획사들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답은 명확하다. 사이트가 지저분하다고 느끼면 고객은 목적만 이루고 점점 더 빨리 해당 사이트를 벗어난다. 고객 분석과 루트가 분석이 안되니 돈을 벌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그러니 더 많은 광고를 갖다 붙이게 된다. 광고를 붙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애드오피(ADOP) 이원섭 대표다.

비전을 찾아가는 여정

그는 명함에서부터 대표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냥 애드오피 이원섭이다. 법적으로, 등기상으로는 엄연히 대표이자 최대주주이지만 그런 게 어딨냐는 투다. “그냥 영업 담당하고 있어요.” 아주 잠깐만 봐도 매우 특이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하게 될 듯하다.

그는 본래 광고나 미디어쪽 인물이 아니었다. 동양공전을 졸업하고 자동차 내 에어컨 등의 도면 그리는 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전공이나 종사했던 분야나 모두 지금 하고 있는 분야와는 완전히 다른 쪽 일이다.

3년 동안 해당 분야에서 일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일의 자부심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이런 생각을 얼마나 오랫동안 했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3년을 넘기진 않은 셈. 1999년 그는 쇼핑몰을 창업하면서 IT(정보기술) 분야에 들어왔다. “한국의 옷을 중국에 도매로 판매하는 일을 했어요.” 처음으로 인터넷 기반 창업이란 것을 한 건데, 잘 됐을까. 잘 안됐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했다. 2004년에는 검색광고 대행사업을 했다고 한다. 번창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전이 보이질 않았다. 특히 하는 일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이랄까, 이런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보람이랄까 이런 것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을 뒤에서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모니터를 보면서 키워드 광고 입찰액을 조정하는 일이 너무 단조롭고, 보람을 찾을 수가 없는 일이더군요. 직원들이 그런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한탄도 하는 것을 듣고 안되겠다 싶었어요.”

때마침 와이즈넛에서 인수 제안이 들어왔다. M&A인 셈이었지만 거창한 인수합병이라기보다는 인력승계에 가까웠다. 와이즈넛에 합류한 그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이 회사에서 일했다고 한다. 와이즈넛의 생활을 일종의 전환점이 됐다. 처음으로 매체에 대해 생각하고 대한민국의 수많은 매체들을 접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매체를 위해 고민하는 광고회사

매체를 생각하고 매체를 위해서 고민해주는 그런 광고회사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회사가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광고회사들이 광고주만 바라보고 있는데, 매체를 위한 회사도 하나쯤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이게 생각의 출발점이 됐죠.”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그는 2010년 와이즈넛을 나와 판도라TV로 옮겨 일을 했다. 온라인 매체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20115000만원으로 창업을 했다. 회사 이름은 애드오피라고 지었다. ADOP. 이름부터 광고와 관련된 뭔가라는 느낌이 온다. 하지만 ADOP는 정확하게는 All distribution optimization platform의 약자다. 회사가 광고와 관련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름에서부터 광고를 위한 회사는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즉 광고를 하려는 광고주보다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콘텐츠가 보다 잘 노출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는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한국은 온라인광고 밸류체인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그가 볼 때 제대로된 생태계가 되려면 양질의 콘텐츠와 함께 그에 걸맞는 최적의 광고가 결합되야 한다. 그래야 광고주는 원하는 광고 효과를 얻고 콘텐츠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며 더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상생의 선순환이 이뤄지게 된다. 이런 이상적인 구조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국내 언론사 사이트는 이처럼 지저분해지게 된 것이다.

그는 나름의 해결책을 최적화에서 찾았다. 검색을 통해서 콘텐츠들이 독자를 만나는 경로가 최적화될 때 콘텐츠를 위한 상생의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첫 출발이 가능해진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그의 고객은 광고주가 아니라 미디어다. 온라인커뮤니티나 작은 온라인 매체들, 언론사들이 그의 주된 고객이다. 이들에게 트래픽을 올려주고 최적화된 광고를 제공해준다. 이것이 애드오피가 갖고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인 것이다. “매체가 이익을 보게끔 광고를 최적화해줍니다. 흔히들 잘못 생각할 수 있는데,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는 매체도 이익을 내고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래야 온라인 광고시장이 제대로 성장하고 궁극적으로 광고주들도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잘 만들게 도와 준다

그의 말처럼 매체들이 제대로 독자들에게 노출되고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자신들의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다면 트래픽을 올라감은 물론 광고 단가도 상승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이런 것을 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구글은 이런 시도를 많이 해 왔고 해외에선 상당히 효과를 거두고 있다-그의 지적처럼 국내에서는 이런 시도가 상당히 미흡한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일단 네이버, 다음을 필두로 한 국내 포털 시스템에서는 검색을 통해 제대로 콘텐츠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자사 콘텐츠 위주, 도무지 기준을 알 수 없는 콘텐츠 배열 순서(그들 나름대로는 다 알고리듬이 있다고 한다) 등을 고집하고 있어 콘텐츠, 미디어 분야와 상생을 도모하기 힘들다.

물론 그도 대뜸 포털과 경쟁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일단 국내 시장이 작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소비자들과 효과적으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매체들이 있는 곳이면 그에게 최고의 시장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거점을 넓히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나 중소형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사람들이 검색을 했을 때 이들의 콘텐츠가 노출될 수 있도록 인덱싱 작업을 해 주고 키워드 맞춤광고를 가능하게 해 준다. 그렇게 해서 트래픽이 높아지면 DB 분석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광고 솔루션도 제공한다. 이런 작업을 하려면 기술 인력이 필요하다. 최근 고객사가 급격히 늘면서 1년여전 6명 이었던 직원은 올해 26명까지 불었다. 하지만 기술 인력이 더 필요해 10여명의 엔지니어를 더 충원할 계획이다. 급성장을 위해선 자급도 필수적인데, 마침 올 초 알토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아 실탄도 확보했다. 

170개 고객사를 확보한 그는 인도네시아, 태국에 이미 진출했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중남미 시장에도 진출할 채비를 갖췄다. 중국에도 내년초 진출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동남아 시장에서 거점을 넓히고 중남미 시장에 진출을 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고 했다.

헤어지기 전, 그는 상당히 인상적인 말을 했다. 나로선 이것이 그가 갖고 있는 신념이라고 생각했고, 부디 그가 이 신념을 지킬 뿐 아니라 보란 듯이 성공을 거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업을 해 보니 목적보다는 비전이, 비전보다는 철학이 더 중요하더라구요. 기업의 목적은 물론 돈을 버는 것이지요. 하지만 돈만 벌면 장사꾼에 그치고 말아요. 저는 나름대로 뚜렷한 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다고 봐요. 제가 갖고 있는 기업 경영의 철학은 기업은 세상에 올바르게 기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비전은 작은 언론사들이 자기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지원해나가는 것. 이게 저의 비전이고 철학이죠. 타협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부끄럽지 않게 돈을 벌 겁니다. 콘텐츠 만드는 사람들이 정말 보람차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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