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갖고 있는 의문이 있었다. 왜 병원마다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가격이 다를까. 왜 내시경 진료 가격이 다를까. 금니 씌우는 가격은 또 왜 이리 천차만별일까. 어떻게 병원에 따라 심하면 서너배씩 차이가 날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가격 차이가 엄청나게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알게된 뒤에는 다른 의문이 생겼다. 왜 이런 정보를 사전에 비교해볼 수는 없는걸까. 세상의 모든 지식이 있다는 네이버에는 왜 정말 필요한 이런 것은 없을까. 이런 의문을 풀어줄 서비스가 언젠가 나오지 않을까.
아니나다를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갖고 사업을 시작한 에이디벤처스 창업가들이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우선은 병원 정보를 제공하고 할인쿠폰을 띄워주는 게 전부인 것 같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이들은 진료가에 대한 정보와 비교, 병·의원의 위치와 특징에 대한 정보 등 겉에 보이는 것보다 몇 발 더 나간 목표를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복잡하고 불편하고 번거롭고 마음을 부담스럽게 하기 짝이 없는 의료 정보와 관련된 갖가지 어려움들을 이들이 해결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의료 정보 분야는 아주 중요한데도 정작 내팽개쳐져 있기 때문이다. 아니, 어딘가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이용하기 너무 힘들거나 알지도 못한다. 그게 문제다. 의료는 중요하다. 그리고 많은 비용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너무 많은 것들이 불투명하다. 이들은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에이디벤처스 이희용(왼쪽), 황진욱 대표>
◆다른 길을 걸어온 동갑내기 창업자
에이디벤처스는 대표가 두 사람이다. 대외적인 활동을 주로 하는 황진욱 대표와 안 살림을 맡은 이희용 대표.
황 대표는 외대 상대 99학번으로 졸업후 군복무를 마친 뒤 GS리테일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 7월3일. 그 뒤로 그는 주로 유통·커머스 업계에서 경력을 쌓아나갔다. 롯데쇼핑, 티켓몬스터를 거쳐 그루폰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전통적인 유통업계와 첨단 소셜커머스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했다. 이 기간이 정확히 7년이다.
첫 눈에 보기에도 우직한 스타일인 황 대표는 회사는 달랐지만 비슷한 업종에서 착실하게 내공을 다져나갔다. 주로 마케팅과 전략기획을 담당하던 그는 자신의 주전공이었던 마케팅 분야에서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사업 경험은 없었던 그가 당차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희용이라는 마음이 통하는 동지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
한경대 웹정보공학과(99학번)를 졸업한 이희용 대표는 당초 직업군인의 길을 택했다. 그가 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은 물론 경제적인 이유와 함께 자신을 단련하는 기회가 되리란 생각, 어차피 군복무를 해야하는 필요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육군 헬기부대 항공작전사령부에서 근무하던 그는 중사가 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군에 진득하게 붙어 있는 것보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그런데 막상 나가려고 하니 제가 할 수 있는게 없더라구요. 사회 경험도 없구요. 돈을 벌려면 영업에서 시작해야 된다는 얘길 듣고는 영업을 가장 확실하게 배울 수 있는 분야가 어딘지 찾았죠.”
그가 발견한 것은 보험회사. 보험업계에서 영업을 가장 터프하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안 그는 군대를 나와 무작정 보험회사에 들어갔다. “영업전문 교육 프로그램이 있더군요. 그런 프로그램도 듣고 실제로 영업도 하면서 익혔죠.” 그가 보험영업만 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의 표현대로 하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사회를 배웠다. 전투력이 강하고 도전정신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아주 어릴 때부터 사업의 꿈을 키워온 사람도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꾸준히 자신의 사업을 하면서 일가를 이룰 만한 배짱과 투지, 배우는 자세 등 좋은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 같다.
다른 길을 걸어온 듯하던 두 사람은 그루폰에서 만났다. 그루폰에서 1년여간 함께 일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차이점을 확인하는 동시에 함께 일할 때 시너지가 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마치 똑같은 성격의 부부보다 전혀 다른 남녀가 만나 더 잘 산다는 속설처럼, 우직하게 전략을 세우는 황 대표와 과감한 실행력이 돋보이는 이 대표의 결합이다.
◆그루폰에서 발견한 기회
그루폰에서 일하면서 황 대표는 광고 업무 때문에 병원들과 자주 접촉하게 됐다. 그런데 황 대표는 병원들이 광고를 매우 비효율적으로 집행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병원들이 광고를 하는 것은 당연히 진료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거쟎아요. 그런데 막상 사람들은 병원 정보를 찾기 힘들고, 병원들을 고객을 찾기 힘든 상황이 계속됩니다. 이 정보 불일치 가운데 기회가 있을 거라고 봤어요.”
벤처인들 모임에서 우연히 만났다가 그루폰에서 일하면서 업무상 다시 만나게 된 앱디스코 정수환 대표는 이 아이디어를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그가 즉시 일부 자본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2012년 6월 에이디벤처스가 설립됐다. 이미 두 차례의 창업 경험을 가진 이 대표의 창업 노하우에 광고와 마케팅에서 내공을 축적한 황 대표, 거기에 앱디스코의 자본력이 결합되면서 에이디벤처스가 설립됐다. 소비자들은 병원 정보를 쉽게 찾아보고, 병원은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광고를 할 수 있는 모바일 병원 정보 및 쿠폰제공 서비스 메디라떼(Medilatte) 서비스는 이렇게 시작됐다.
메디라떼 서비스는 병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진료를 받으면 일정 부분 리워드를 받는 형식의 서비스로 출발했다. 광고를 보면 커피(라떼) 한 잔 값을 벌 수 있는 앱디스코의 애드라떼 서비스처럼 의료 정보를 보면 커피 값을 뽑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가까운 위치에 있는 병원을 맞춤형 검색을 통해 찾은 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메디라떼 회원임을 제시하면 진료비의 5%~20%가 포인트로 적립된다. 모든 진료에 대해 포인트가 쌓이는 것은 아니고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만 포인트가 적립된다.
병원 정보는 특별히 종류를 가리지 않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정보는 대체로 정해져있다. 치과,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등이다. 아무래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항목이 맞고 필수적으로 가야 하는 소아과, 내과, 외과 등의 병원 정보는 평소에 사람들이 숙지하고 있는 편이기 때문.
10%만 포인트가 쌓여도 엄청난 금액이 될 수 있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안과 같은 경우 진료비가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만원짜리 성형수술을 했다고 하면 20만포인트가 쌓인다. 이걸 현금처럼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인데, 메디라떼에 너무 부담이 아닐까. 그리고 메디라떼는 어디서 돈을 벌까. 포인트가 누적되도 메디라떼엔 부담이 없다. 포인트는 고스란히 병원들이 부담한다. 사실 당연하다. 여기에 덧붙여 메디라떼는 병원 광고에 대한 수수료도 받게 된다. 포인트는 전부 고객들에게 돌려주고 에이디벤처스는 수수료도 돈을 버는 구조란 게 황 대표의 설명.
아직 변변한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고 있음에도 이런 장점이 알려지면서 다운로드 건수는 80만건을 돌파했다. 회원수는 60만명을 넘어섰다.
◆건강정보 최강자 된다
에이디벤처스가 메디라떼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뭘까. 전국의 병원이 이 앱과 웹 서비스에 등록되고 소비자들이 메디라떼를 통해 병원을 방문하게 되면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에이디벤처스가 추구하는 것은 병원 쿠폰서비스나 병원추천 서비스 정도가 아니다.
에이디벤처스가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가늠하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최근 에이디벤처스는 한솔헬스케어를 인수했다. 한솔헬스케어는 한솔 계열사로 비타민MD라는 건강정보포털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 벤처회사가 대기업 계열사를 인수한 것만으로도 주목받을만 했지만 에이디벤처스의 의도가 보이는 M&A였다.
비타민MD는 건강정보포털업계 5위를 달리는 서비스. 업계 1위인 헬스조선에 비해선 일일 방문자 수가 절반 정도이지만 메디라떼와 결합하면 순식간에 업계 1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게 에이디벤처스의 전략적 판단이었다. 물론 소비자 편익 면에서 생각하면 단순 통합에 머무르지 않을 것은 확실해보인다.
현재 메디라떼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된 전국 5만8000여곳의 병원 정보를 제공한다. 이 중 메디라떼를 통해 각종 할인쿠폰 등을 서비스하는 병원은 약 500개. 할인 혜택을 주고 병원과 연계하는 것 못지 않게 에이디벤처스가 중시하는 것은 각 병원의 상세한 진료 관련 정보와 건강정보. 물론 웬만한 정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들어가서 찾으면 찾을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찾기 너무 어렵게 돼 있다. 물론 네이버에서도 찾을 수 없다.
에이디벤처스는 메디라떼와 비타민MD의 결합으로 국내 최대, 최고의 건강정보포털이 되겠다는 것. 쉽게 말해 네이버도 못찾아주는 병원별 진료비 비교도 메디라떼에서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보를 하나씩 쌓아가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겐 시간문제처럼 느껴진다.
에이디벤처스는 라떼스타일과 뷰티라떼라는 앱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라떼스타일은 패션 관련 추천앱이고 뷰티라떼는 화장품 관련 앱이다. 라떼스타일의 경우 사람들이 ‘Like’를 클릭하는 것을 분석해 좋아할만한 스타일을 추천해주는 서비스. 구매, 결제, 배송까지 모두 가능해 편리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메디라떼가 주력이 되면서 대부분의 리소스가 메디라떼에 투입이 되고 있다. 현재 에이디벤처스로서는 리소스의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와 함께 명칭 문제도 숙제로 남아 있다. 초반 앱디스코와의 협력 관계때문에 의료 정보에는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 라떼라는 이름을 서비스 곳곳에 붙였는데 의료와 라떼는 솔직히 잘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의료라는 심각한 영역을 너무 가볍게 느껴지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신뢰의 문제와 연관된다. 뷰티라떼와 라떼스타일은 이미 많은 앱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현재 에이디벤처스에 가장 중요한 것은 메디라떼와 비타민MD의 시너지. 황 대표는 “내년 1분기 중 두 서비스의 통합을 완성할 것”이라며 “헬스조선을 뛰어넘어 건강정보업계를 재편하겠다”고 말했다.
by wonk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