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분야와는 맞지 않는 얘기지만 42년을 공직 생활을 하다가 물러난 한 공무원의 퇴임사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어서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3일 전윤철 감사원장의 퇴임 기자회견은 그 뒤에 있는 여러가지 정치적인 배경이나 고려 사항을 떠나 자연인의 눈으로 볼 때 자신을 돌아보게끔 한 시간이었습니다.전 감사원장의 사퇴 기자 회견 전문 중 질의 응답을 빼고 전 원장의 발언 내용만 간추려 올립니다.>
오랫만에 만나서 반갑다.2003년 11월10일 19대 감사원장으로 임명돼서 4년 임기를 마치고 작년 11월9일 재선임돼서 감사원장으로 재직해왔다.오늘 2시 대통령께 사직서를 제출했다.물러갈 때는 제 경험에 의하면 언론사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물러가는 것이 맞지만 간담회를 하게 된 것은 따로 이유가 있어서다.
감사원장을 헌법에 임기가 4년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물러나는 배경에 대해서 여러분께 설명을 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간담회를 자청하게 됐다.
헌법에 임기가 보장돼 있기 때문에 감사원장으로서는 임기를 헌법정신에 따라서 지켜야할 책무가 있다.한편으로는 감사원장을 임명하는 절차가 대통령이 지명해서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쳐서 과반수의 동의를 거쳐야 임명되기 때문에 결국 대통령과 국회의 두 축이 감사원장 임명하는 데 적용된다.
신 정부가 출범하고 4월에 총선이 있으면서 나를 90%지지했던 국회가 끝나고 새로운 국회가 들어서면서 나의 임기도 다하게 됐다.나를 임명했던 대통령이 바뀌게 됐고 국회도 새로운 회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헌법에 정해진 (중간에 물 한 잔 마심) 임기를 지켜야할 필요성도 있지만 새로운 정부가,새로운 국회가 시작하는 상황에서 팀워크로 움직여나가기 위해서는 저로서는 흔쾌히 대통령께 사직서를 올리고 감사원장직은 새로운 사람에게 맡겨서 팀워크로 국정을 수행하고 협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또 하나의 책무라고 생각하게 됐다.임기 내에 이런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을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리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간담회를 열게 됐다.
왜 시기를 이 시점으로 했나? 이런 의문 많이 가지실 것으로 안다..대통령 취임할 때에 사직을 할 수도 있었으나 그 당시로서는 17대 국회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직서를 내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17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5월을 택하게 됐다.
여러분들 뵙게 되니 그동안 각 언론사에서 제 문제가 큰 관심사로 등장했던 것 같다.그 동안 언론사에 비친 제 자화상이라고 할 까 이런 것이 영혼없는 공직자상이었다 이런 비판도 있었고 ..제 임기가 내년 6월로 끝나는데,그런 현상을 놓고 연임을 하기 위해 여러 부탁을 하고 있다..이런 얘기도 있었다.항상 통상적으로 하고 있던 감사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코드감사라고 하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저는 그 동안에 공직 생활을 43년째 하고 있는데,기관장만 12년째 하고 있다.그 동안에 제 행적에 대해서 영혼없는 공직자상,그리고 양지를 쫓아다니는 공직자상,코드에 맞추는 이런 얘기를 처음 들어봐서 상당히 당황스럽고 어떻게 보면 억울하기도 하고 마 이런 심정을 여러분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내가 사무관 생활을 8년 9개월을 했다.4-5년이면 승진하던 시절에 그랬다.영혼없고 양지만 따라다녔다면 그렇게 오랫동안 말단 공무원 생활을 오래 했겠습니까
코드에 연연했다면 3대 정권에 걸쳐서 장수를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나는 코드를 맞추면 국민에게 맞추지 정권에 맞추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코드 감사 지적에 대해선 안타깝고 억울하고 분하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영혼이 없는 공직자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산 증인이 바로 나다.1980년대만 하더라도 정부의 개발전략이라고 하는 것이 다 정부 주도였다.대기업을 육성하고 파이를 크게 만들고 그것을 기초로 해서 확산효과를 노리는..그 시절에 대기업을 옥죄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탄생시킨 주역이었다.당시 나는 과장이었지만 위에서 차관이 반대하고 부총리도 반대하는 와중에 질책도 받으면서도 공정거래위원회를 만들었다.
우리의 개발 전략을 누가 이끌었는가.바로 우리 공직자다.재벌이 큰역할을 했지만 재벌이 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와 여건을 마련해 준 것은 공직자들이었다.한참 개방이냐 내수 중심의 폐쇄 경제냐 이런 것을 갖고 자정까지 토론을 한 것이 공직자들이었다.
저는 개발연대부터 공직자생활을 하면서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을 들으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공직자들 모두를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결국 사기만 떨어뜨리는 것이다.
내 인사 문제만 아니면 여러분들을 만나서 소주잔이라도 한 잔 하면서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열린 토론 이런 것을 하고 싶었는데 기자들과 만나서...사퇴문제만 아니면 직작에 이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물론 공직자가 100% 잘했다는 것은 아니고 아무런 자원 없는 나라에서 이런 정도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공직자들의 힘이 크다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이렇게 해서 저는 외길 공직 생활 43년을 살아왔고 대통령께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물러나게 됐다.나는 다른 것을 해 본 적이 없다.외길을 앞만보고 달려왔던 공직자 생활을 접고 조용히 야인으로 돌아가는 심정을 여러분을 모시고 간담회를 하게 됐다.
임기까지 내가 자리에 연연하겠다는 말을 나는 해 본적이 없다.어떤 시점에 물러나는 것이 국민들에게 설득력있게 다가갈 것인가하는 시점을 계속 고민해 왔다.그 시점을 5월이라고 생각했다.
대통령을 단 둘이 만나서 사직서를 제출했다.임기제와 관련해서 19대 원장 시절에는 감사의 방법이랄까,직원들에게 감사원이 변해야 정부가 변하고 정부가 변해야 우리가 21세기를 살수 있다고 말해왔고 그것을 실천하는 기간이었다.그런 방향으로의 시스템 감사 체제를 구축하는 시절이었다.
오늘 사실 1-2번 대통령이 만류를 했었다.하지만 나는 나의 소신대로 물러나는 것이다..대통령께서 연금이 얼마냐고 물어보셨다.제 연금이 대한민국 공직자 가운데서 가장 많습니다 라고 말했다.저는 공직자로서 여한도 없고 ..새 정부와 새 감사원이 일을 하게 됐으면 좋겠다라고 결정을 내렸다.
저는 참 오래 했기 때문에(웃으면서) 기관장 생활만 12년한 거라면 정말 보통 생활이 아니다.앞만 보고 살아왔기 때문에..추스리고 뒤도 좀 돌아보면서 이제까지 제일 고생했던 우리 집사람이기 때문에 그 동안 못다한 대화도 좀 나누고..그러고 싶다.
공직자 생활 42년은 긴장의 연속이었다.나의 긴장의 연속은 곧 우리 집사람과 연결되기 때문에 아내가 정말 말도 못할 고생을 했다.앞으로 아내와 대화도 좀 하고 못 가본데도 좀 가보고 그럴 생각으로 있다.
언론 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공직자라는 이름 만으로 배척과 질시의 대상이 되서는 곤란하다.이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공직자는 우리나라 개발의 역사다.
그 동안 우리 공직자들이 한 것은 하얀 백지에다가 꿈을 그리는 것이었다.지난 날은,회고해보면 짜장면과 소주로 배고픔을 달래면서 살아왔던 시절이었다.공직자는 국민들과 가장 밀접한 부분에 있다.일하다가 쪽박찬 사람들 비난하지 말아라 일 안하고 빈둥빈둥대는 사람을 비판해라.지금도 개발의 주역은 공직자들이다.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커 왔나.금융특혜,외자 선별 지원,세제감면 등에 의해 기업들이 살아왔다.그 여건 조성은 공직자들이 해 온 것이다.
물론 공직자들이 선량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매도되고 배척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제가 물러난 뒤에는 오늘 모인 분들과 식사라도 한 번 할 수 있도록 공보관실을 통해서 말씀드리겠다.소주나 한 잔 하면서 지나온 일들을 얘기해보자.나는 앞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면서 다른 소식 전하겠다.나는 이만 물러가겠다.여러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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