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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6 중국 게임 '판호'가 도대체 뭐길래

최근 한 두달새 이런 보도가 몇 차례 나온 바 있다.중국 정부가 판호 규제를 강화했으며 특히 한국 게임에 대해 숫자를 제한했다는 것이다.
 이런 보도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최근 국가신문출판총서가 내년 외국 온라인게임의 서비스 허가 자격인 판호를 20개로 정하고 이 가운데 한국산 게임에는 10개만 할당키로 결정,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그동안 중국 정부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판호 수를 줄이는 추세였지만 이처럼 상한선을 못박는 제한 조치를 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국내 게임 업계는 중국 정부의 판호 제한 조치에 대해 한국산은 묶고, 자국산은 풀어주는 이른바 ‘신인해전술’을 쓰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 갔던 나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도 바로 중국 정부가 발행한다는 이 ‘판호’였다.판호가 도대체 뭐길래 이 난리를 치는지,그리고 정말 한국에 대해서 그렇게 배타적인 자세를 중국이 보이고 있는 것인지,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지,의문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그런데 내가 확인해 본 바로는 ‘그런 일은 없다’였다.

 황당하다.한국에서는 중국 정부가 판호를 규제해서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이 막히기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는데,이게 어찌 된 일이람?

 한국에서 나온 보도 내용들이 전부 틀린 것은 아니었다.일단 분위기 자체는 맞았다.중국에서 외국산 게임에 대한 규제의 움직임을 보이고 특히 한국산 게임에 대해 까칠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정황상 맞았다.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중국 정부가 명시적으로 그런 내용을 발표했다고는 하지 않았다.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중국 정부는 그런 식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고’
 즉 설사 규제를 강화하려고 한다고 해도 그렇게 드러내놓고 판호를 제한하고 특정 국가의 제품에 대해서만 더욱 규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중국 정부도 외교적인 마찰이 일 수 있는 그런 규제를 공식적,비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은 꺼린다는 거였다.

 그럼 이런 얘기가 왜 나왔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황상 그렇게 추론한 것이었다.중국 게임업계에서 추론한 내용이 한국에 그대로 전달된 것 같았다.사실만 갖고 논하자면 중국 정부는 이제까지 단 한번도 판호의 숫자나 특정 국가를 거론한 적이 없었고,앞으로도 없을 것이란 거다.

 운 좋게도 중국에 갔다가 판호를 직접 볼 수 있었다.그냥 종이 쪼가리였다.쉽게 얘기하자면 일종의 증명서였다.이 게임을 서비스해도 좋다는.판호의 실체는 이렇다.반드시 게임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중국은 국가신문출판총서라고 하는 출판물 관련 국가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모든 매체물(온오프라인 포함)을 배포하거나 서비스할 수 있다.책,신문,게임 등 모두 마찬가지다.

 문제는 여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당연히 중국산은 승인 기간이 짧고 한국을 포함한 외국산에 대해서는 그 기간이 길다.기간이 한없이 길어지다가 못 받는 경우도 수두룩하다고 한다.1년 안에 받으면 괜챦은 편이라고 한다.그런데 현실이 이렇다보니 숫자 제한이 나오는 것이다.

 이 신문출판총서라고 하는 기관에서는 절대로 한꺼번에 여러 게임에 판호를 내 주지 않는다.오랜 기간 걸려서 심사를 하다보니 업체당 외국산 게임의 판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은 1년에 잘 해야 2∼3개,잘 안되면 1개만 받아도 감지덕지라고 한다.중국에서 전국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 관련 메이저 퍼블리셔들은 10개 정도 된다.결국 마이너업체들은 판호도 잘 못받고 메이저 업체들이 이들이 잘 받아서 2개씩 받는다고 하면 1년에 20개다.20개라는 숫자는 여기서 나온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국 게임은 10개만 주겠다고 한 적도 없다.그런데 요즘 중국에 들어오는 게임들은 한국산 못지 않게 유럽,미국산들도 제법 된다.그러다보니 한국산 게임으로 판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대략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10개라는 숫자도 여기서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아주 메이저 퍼블리셔라고 할 지라도 한 해 고작해야 2개 정도 밖에 외국산 게임 판호를 못 받는다는 사실이다.그런데 한 해 한국게임만 3-4개 퍼블리싱 계약을 하고 가져가는 중국 게임업체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위를 하는 걸까.한국 업체야 중국 사정을 모르고 그냥 돈 주겠다고 하니 덥석 팔았다고 칠 수 있지만 사정을 뻔히 아는 중국 회사들은 왜 그렇게 할까.

 이에 대한 유력한 추리가 있다.(추리라고 했지만 중국에서는 정설로 통한다)중국 업체들이 일단 사재기를 한 것이다.그냥 사서 묻어둔 것이다.서비스를 안 하더라도 일단 사고 본다는 식이다.그럼 중국 게임업체들은 왜 그렇게 할까.

 경쟁사를 의식해서라고 한다.한국 게임 중에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게임이 있다고 치자.(어디까지나 그냥 예다.실제로 존재하는지는 모르겠다) 이 게임이 중국에서 최소한 중박 이상이 날 것 같다는 예상이 파다한 상황이면 우선 이 게임을 사고 보는 것이다.이미 한국 게임을 2개나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 불멸의 이순신 판호를 받을 가능성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물론 이런 사정을 게임을 판 한국 업체는 모르고 있다.

 중박 이상 나서 내년 한 해 매출이 100억원 이상 날 것으로 예상되는 게임을 경쟁사가 가져간다고 생각해보라.차라리 이 게임을 계약금 10억원을 주고 사는 것이다.그리고....그냥 묵혀두는 것이다.명분은 충분하다.판호를 못 받았기 때문에 서비스를 못 하는 것이다.일단 계약을 하고 나중에 계약금을 떼이더라도 가져가서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는 편이 경쟁사가 가져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

 중국인들이 말하는 이런 추리가 사실이라면 한국 업체들은 얼마나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건가.(아니 혹시 계약금이라도 받았으니 잘 한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정말 중국에서 제때 제대로 서비스하고 싶다면 판호에 대해서 알고,해당 게임업체가 외국 게임을 몇개나 확보하고 있는지 잘 체크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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