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전에 올린 글을 통해 제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분들께 국제 게임 전시회를 표방한 지스타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전했다.나 자신의 개인적인 판단을 올리기 전에 게임 분야에서 나보다 훨씬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지켜보고,연구하고,직접 비즈니스를 해 온 사람들의 시각을 전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이번에는 내가 본 시각에서 지스타 관람평을 써보고자 한다.

◆위기의 지스타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지스타의 현실은 ‘위기’라는 한 마디 말로 압축할 수 있다.백 마디 말이 필요없다.전시장에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그것을 느낄 수 있다.경기도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KINTEX)의 3홀과 4홀에 걸쳐서 구축된 지스타2007 B2C 전시장의 3홀쪽 입구에는 Xbox360부스가,4홀쪽 입구에는 GPAX가 데드식스란 게임명으로 부스를 구성한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휑~한 전시관>

 데드식스 부스는 조금 낫지만 Xbox360부스는 ‘성의 없음’ 그 자체였다.아마 도쿄게임쇼나 E3 등 다른 국제 게임 전시회를 가 본 사람들이라면 그 곳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Xbox전시관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알 것이다.지스타 Xbox 전시관은 ‘전시관의 치욕’이라고 불렸던 작년 Xbox 전시관보다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버스를 한 대 배치해 성의 표시를 하려고 한 것 같지만 부스 규모 자체가 커지면서 휑함은 더 심해졌다.

 그럼에도 더욱 가슴아픈 것은 그래도 Xbox 전시관에 사람이 제법 많았다는 것이다.왜? 그래도 여기서는 간단하게 즐길만한 게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비록 돈은 거의 들이지 않고,마치 등떠밀려 구성한 듯한 전시관이었지만 할 만한 게임 콘텐츠가 있다는 면에서 Xbox 전시관은 실용적이었다.

 150여개 업체가 전시관을 구성했다고 지스타 조직위는 발표했지만 관람객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업체 부스 수는 10개 남짓이다.나머지는 모르고 지나칠 정도의 부스이거나 시늉만 낸 부스들이었다.참여 업체가 많지 않고 신작 게임이 부족하니 게임 전시회가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시간이 아깝다!!
 지스타 관람료는 5000원.사전 등록을 한 경우는 3000원이다.기자들은 프레스 출입증을 따로 받기 때문에 따로 관람료를 받지는 않는다.하지만 작심하고 지스타를 취재하러 간 입장에서 돈보다 더욱 중요한 시간이 아까운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아침 8시에 도착해서 오후 6시까지 있었지만 결론은 ‘시간이 아깝다’였다.오전 10시부터 관람을 시작할 경우 아무리 꼼꼼이 들여다봐도 2시간이면 충분했다.3박4일동안 봐도 다 못 보는 예전 E3 같은 대회는 물론이고 하루가 부족했던 도쿄게임쇼와도 비교할 바가 못 됐다.
 지스타의 모습은 한국 온라인게임의 현실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영렬 문화관광부 게임산업팀장도 “지스타의 진행 상황을 보면서 한국 게임산업이 크게 위축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탄식했다.

◆새로운 게임은 없어도 관람객은 북적.
 이렇듯 형편없는 지스타의 외형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은 북적댔다.전체적으로 관람객 숫자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이니,면적당 관람객 수는 훨씬 많은 셈이다.부스 규모가 지난해의 절반 정도로 축소됐는데 관람객이 비슷하게 들어왔으니 KINTEX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 것 처럼 보였다.

 신작 게임도 별로 없고,참가사도 적었는데 관객은 왜 지스타를 많이 찾았을까? 일단 관람료가 싸다.물론 그 비용도 아깝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그리고 초기부터 걸스타로 비아냥을 들을 만큼 지스타의 핵심은 늘씬한 여성 도우미들이다.도우미들을 보려고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실제로 부스를 돌아다녀 보면 게임을 해보는 사람보다 도우미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더 많다.

 와서 하루종일 도우미 사진만 찍어가는 사람들이 과연 정말 게임 콘텐츠에 관심이 있을까?이런 장면을 보는 참가업체 관계자들의 속은 어떨까?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면 전시회 참여를 안하게 되는 것이다.게임 홍보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일반 관람객으로 북적인 한게임 부스>

 개인적으로는 한국 사람들의 게임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느낄 수 있었다.볼 게 많지 않음에도 아이들 손을 붙잡고 온 부모들이나 학교를 파하고 교복 차림으로 곧장 온 학생들의 모습에서 게임에 대한 관심이 아직 살아있음을 느꼈다.게임은 여전히 즐거움을 주는 최고의 콘텐츠이고 누구나 값싸게 즐길 수 있는 국민 엔터테인먼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나온 게임 보다는 레이싱걸이나 수퍼모델급 수준의 모델들 사진을 찍으려고 오는 사람들이 태반이고 기념품 건지려고 오거나 공연때문에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현실이었다.물론 이런 것이 게임 전시회의 흥을 돋구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고 이로 인해 인파가 몰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런 요소(공연,기념품,모델 등)가 게임 전시회의 본질적인 면은 아니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요소다.있으면 좋고,없으면 그만인 것이다.조직위원회가 이런 것을 내세워 지스타가 흥행에 성공했다는 식으로 포장을 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전시 준비에 한창인 엔씨소프트부스 도우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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