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우스개소리가 있었다.다음의 가장 큰 리스크는 'CEO리스크'라고..
과거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전 사장이 대표로 있을때 업계에서,특히 증권가에서 많이 하던 말이었다.어떤 결정을 내릴지 종잡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네이버와 경쟁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자꾸 악수를 두곤 했던 이재웅 전 사장의 스타일을 꼬집은 말이었다.라이코스 인수를 비롯해서 여행업,금융업 진출 등 투자자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결정을 이재웅 전 사장은 많이 했었다.그리고 투자자들의 우려대로 그 투자는 거의 예외없이 실패로 끝났다.
서론이 좀 길어졌지만 과거 다음은 CEO리스크가 최대 리스크라고 할 만큼 그 외에는 별다른 리스크가 없었다.그 리스크가 워낙 크기도 했었지만 2위 업체가 갖는 위치때문이기도 했다.정책적인 리스크는 1위업체인 네이버가 대부분 짊어지고 가고 소비자들의 변화에 따른 리스크도 1위 업체가 지는 부담이 훨씬 컸다.2위인 다음으로서는 환경이 변화되면 나쁠 것이 없기 때문이다.서비스 리스크도 크지 않았다.다음이 티스토리같은 것을 부담없이 할 수 있었던 것도,실패해도 별로 티가 안나기 때문이다.(이를테면 만약 네이버가 블로그 시즌2를 선보였는데,실패한다고 하면 큰 뉴스꺼리가 될 뿐 아니라 주가에 바로 직격탄이 될 것이다) 대신 조금만 잘 되면 아주 잘 한 것 같은 인상을 주기 쉽다.
그런 다음이 강력한 리스크에 직면했다.이메일 보안 문제는 그 자체로는 다음의 수익성이나 장기 성장성에 크게 영향을 주는 사안은 아니지만 이런 일을 처리하는 다음의 자세나 대처 능력은 이 회사의 운영 방식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이번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사장까지 나서서 피해 규모에 대해 언급하면서 말을 바꾼 점이나,소비자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빠른 수습 못지 않게 솔직하게 인정할 부분을 인정하고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이라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때마침 경제지들도 다음에 뉴스 공급을 중단키로 하면서 다음이 처한 상황은 어느때보다 긴박해 보인다.'중앙일보 뉴스 빠져도 다음에 아무 문제 없다'고 했던 석종훈 사장이지만 일간지들이 이렇듯 대거 뉴스를 빼는 것에는 뭐라고 답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지금껏 별다른 리스크없이 편안하게(?) 2인자의 위치를 누려왔던 다음이지만 이번 껀은 사안이 주는 무게감이 틀린 것 같다.다음이 택한 투자 사업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과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한 직접적인 문제이기 떄문이다.특히나 다음이 어느 포털보다 미디어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음에게는 큰 시련이자 자신의 위기 관리 능력을 시험해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이 이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한다면(아직까지는 좀 실망스러운 수준이지만) 오히려 안으로 조직을 한번 추스리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겠지만 말바꾸기와 네이버 따라하기식 변화에 그친다면 2인자의 자리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기업사도 새옹지마고 위기뒤에 기회가,기회뒤에 위기가 오는 법.다음의 다음 의사 결정이 궁금하다.
'뉴미디어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V3가 세계적인 안티바이러스가 될 수 있을까? (13) | 2008.07.31 |
---|---|
다음,실적에 감동없었다 (0) | 2008.07.31 |
중앙일보 뉴스 빼도 다음엔 별 손실없다. (0) | 2008.07.25 |
베이징은 올스톱 (0) | 2008.07.18 |
검색 결과에 만족하세요? (5) | 2008.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