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CJ인터넷은 썩 좋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2분기와 3분기 모두 매출액은 예상만큼 늘지 않았고 영업이익은 전년도에 비해 감소했다.30%에 육박하던 영업이익률은 2분기와 3분기 연속 20%를 밑돌았다.게임포털 넷마블의 방문자수는 감소세를 보였고 해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주력작 중 서든어택과 마구마구 정도만 제 몫을 했을 뿐 대부분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렸다.서든어택과 마구마구 모두 성장세에 있는 게임은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CJ인터넷의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한 해였다.

 힘든 한 해를 보낸 CJ인터넷에 올해는 연초부터 긍정적인 조짐이 발견되고 있다.일단 드래곤볼온라인이 호평을 받으면서 대작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던 이 회사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드래곤볼온라인은 지난 14일 공개시범서비스를 시작하자 마자 동시접속자수 5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한때 동접이 10만명이 넘는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현재 최고 수치는 7만명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CJ인터넷의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CEO의 등장이다.지난 1999년 한게임을 창업했던 남궁훈 대표가 새해부터 CJ인터넷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만 5년 동안 지속됐던 정영종 대표 시절의 CJ인터넷이 대대적인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시장 전략 전면 수정할 듯
 남궁훈 대표는 취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개발사 인수를 추진하겠다”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해외 사업 전략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그는 “해외 시장 상황이 바뀐 만큼 해외 진출에 있어 기존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직접 진출 대신 글로벌 수출과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국내에서 누구보다 해외 시장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남궁 대표는 2001년 미국에 홀로 가 NHN 미국 법인 개척을 도맡았던 경험도 있고 동남아 시장 개척의 임무를 맡기도 했었다.2005년 이후 NHN이 미국 시장에 두번째 도전하면서 다시 한번 미국에 건너가 비즈니스 모델을 계획하고 직접 법인을 이끌기도 했었다.

 그가 전임 정 대표와 다른 점은 해외 시장의 어려움을 아주 구체적으로 세부 사항까지 다 알고 있다는 점이다.결제 문제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는지,말로는 쉬운 현지화가 실제로는 얼마나 어려운지,나라별로 다른 유저들의 문화 코드를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국내에서는 별 거 아닌 게임사이트에 대한 해킹 방어가 해외에서는 어떤 어려움을 초래하는지 등등..

 해외 시장을 오래 경험한 그로서는 지금의 CJ인터넷 상황에서 개별적인 해외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데는 무리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그래서 직접 진출보다는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모색하거나 필요하다면 국내 게임업체들의 현지 법인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그 과정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CJ인터넷의 기존 해외 사업망은 과감하게 정리할 가능성도 높다.

◆웹보드 게임 강화 가능성.
남궁훈 대표는 웹보드게임에 관한 한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한게임이라는 국내 최대 웹보드게임포털을 처음으로 기획해 만들었고 웹보드게임을 국내에서 대중화한 인물이다.게임을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하기 이전부터 게임을 좋아해 게임을 사용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에 오랫동안 익숙한 사람이기도 하다.지금은 NHN을 모두 떠났지만 김범수,김정호 전 대표 등과 함께 한게임의 유료화 모델을 만들기도 했었고 지금도 웹보드 게임에 관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CJ인터넷의 대표로 왔으니 지지부진했던 CJ인터넷의 웹보드게임 분야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그는 실제로 취임 직후 넷마블의 보드 게임 부문 강화에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보드 게임을 강화하면 회사로서는 대박 게임이 없는 시즌에도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한게임의 10분의 1이 채 안되는 넷마블의 보드 게임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아이디어가 그에겐 있을 것 같다.

◆CJ그룹과의 하모니가 관건
 엔씨소프트,NHN,넥슨,네오위즈게임즈 등 경쟁사들이 크게 성장했던 지난 2년 동안 CJ인터넷은 해외 시장과 퍼블리싱 부문에서 약점을 보이며 뒤쳐졌다.CJ그룹이 남궁훈 대표를 영입한 것도 (소문에 나오는 회사 매각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이런 모습을 탈피해 치고 나갈 것을 원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관건은 남궁훈 대표와 CJ그룹이 화학적으로 얼마나 코드가 맞을까 하는 점이다.‘큰형님’ 스타일의 남궁 대표는 직원들과의 관계에서는 전임 대표보다 오히려 나은 측면이 있겠지만 CJ그룹과의 관계는 아직 미지수다.벤처 생활 10여년동안 창업정신으로 무장한 남궁 대표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과 추진력 등에 있어서 월등한 강점을 갖고 있지만 거대 그룹이라는 틀을 갑갑하게 여길 수도 있다.CJ그룹이 그룹의 분위기에 알아서 맞춰서 가는 그런 대표를 원했다면 남궁훈 대표와는 잘 맞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CJ그룹이 얼마나 장기적으로 게임 산업에 대해 기대를 갖고 투자할 것인지도 중요한 포인트다.CJ그룹은 방송,음악,영화 등 다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지만 게임 분야에서만큼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왔다.영화보다 더욱 흥행에 좌우되고 방송보다 훨씬 지속적으로 관리해줘야 하는 게임 분야에서 남궁훈 대표를 얼마나 오랫동안,어느 정도의 권한을 주고 믿고 맡길 수 있는지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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