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많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들은 완전히 새롭다기 보다는 기존에 있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크게 개선한 것이 많다. 더 편리하게, 더 싸게, 더 빠르게...
 
 아이디인큐라는 회사가 주력하고 있는 서비스도 그랬다. 이 회사는 세상이 스마트하고 모바일하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왜 설문조사는 과거 구식 방식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지에 의문을 품었다. 오래 걸리고, 비싸고, 불편한 이 설문조사 방식을 바꾸면 많은 이들에게 유익하지 않을까. 물론 이런 생각을 이 회사가 단숨에 한 것은 아니었다. 자잘한 시행착오와 고민들을 거쳐 기존의 오프라인, 온라인 설문 조사 방식을 개선하는 이 회사의 사업모델이 만들어졌다. 이 일을 한 것은 20대 중반의 젊은 청년들이 세운 아이디인큐였다. 김동호 아이디인큐 대표를 만났다.

<김동호 대표(오른쪽)와 정새봄 팀장>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의 실마리를 찾다
김동호 대표는 연세대 산업공학과 06학번. 올해 만 스물 넷의 청년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창업을 한 이 청년에게는 어떤 동기가 있었을까. 계기는 그가 California State University San Jose에 있을 때 만들어졌다. 2008년 3학년이던 김동호 학생은 이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됐다. “몇몇 학교 중에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왕이면 실리콘밸리 근처에 있는 학교로 가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글로벌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는 수업을 듣던 중 그는 놀랐다. “수업 시간에 교수가 ‘스타트업 창업을 해 본 사람?’하고 물었는데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손을 들더군요. 한국에서는 아마 수업 시간에 그런 질문을 하지도 않겠지만 질문을 하면 손드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겁니다.”

 그때 그는 ‘아 창업이란 것을 이렇게 젊은 나이에도 할 수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고 한다.그가 교환학생으로 오게 된 것도 계기가 있었다. 그는 2006년 한국경제신문과 중소기업청이 공동 주최한 대학생 창업경진대회에 참여했는데 그때 미국 UCLA에 1주일동안 기업가 정신에 대해 연수를 받고 오는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었다. 그 당시 관련 수업을 처음 듣고 나서 막연한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2008년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다시 오면서 창업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2008년 5월 이 수업은 Silicon Valley Business Competition에 나가면 최종 과제물 제출을 대신할 수 있게 했다. 김동호 학생은 여기에 나갔고 태양열을 이용해 특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서비스의 프로토타입을 제출, 파이널까지 진출했다. “그 때는 그 아이템으로 미국에서 창업을 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죠. 그런데 그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미국에서도 창업 자금을 얻기가 쉽지 않았죠. 군대 문제도 있고 해서 귀국했어요.”

◆과학영재학교 출신 3명이 뭉쳤다
 김동호 대표에게는 두 명의 친구가 있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1회 졸업생인 김 대표와 동기동창인 이성호, 추승우가 그들이다. 이들 3총사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중에 같이 뭘 좀 해보자고 얘기를 하곤 했지만 졸업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이성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진학한 뒤 공인회계사가 됐고 추승우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계속 서로를 챙기던 이들의 이야기는 2009년부터 조금씩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김동호 대표는 2009년 SK텔레콤이 주최하는 3개월짜리 신규사업공모전에 참가했었다. 여기서 그는 이지만씨(현 블링크팩토리 사장)와 한 팀이 되서 신규 사업 아이디어를 냈고 상도 받았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 있었던 세 팀에서 세 개의 회사가 실제로 탄생했다는 점이다. 당시 신현석씨와 한 팀에 있던 정새봄씨는 김동호 대표의 아이디인큐에 최근 합류했고 다른 팀에 있던 박희은씨는 신현석씨와 함께 작년에 이음소시어스라는 소셜데이팅업체를 창업했다. 

 김동호 대표는 공모전 당시 병역특례로 와이즈FN이라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인덱스펀드를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조사를 하던 중 설문조사 비용이 너무 비싸고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시엔 거기까지 생각하고 생각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2010년 그래텍으로 옮겨 병역특례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모바일로 전문서적 중고거래 사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옛친구들을 불렀다. 아직 병역특례중이던 김 대표는 밖에 있고 이성호, 추승우 두 사람이 올 2월 아이디어인큐베이터의 약자인 아이디인큐를 창업했다. 이들은 책 바코드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다양한 중고서적 제품이 뜨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전문서적을 좀 싸게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일을 하기 전에 아이디인큐는 업종을 바꾸게 된다.

◆모바일 시대 설문조사 플랫폼 ‘오픈서베이’
 김동호 대표의 머리 속에 지금의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설문 조사 방식이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비싸다는 생각이 환기된 것이다. “예전에 보면 pc통신 이용자수가 600만명을 넘어설 때부터 온라인 설문조사가 인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0만명이 넘는데 아직 이 분야에 최적화된 설문조사 방식이 없다는 게 이상한 겁니다.”

 그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설문 조사 비용이 들어가고 한달 이상의 기간이 걸리며 그러다보니 자칫 꼭 필요한 시기를 놓치는 그런 설문조사 방식이 스마트 모바일 시대에 적합치 않다고 단언한다. 병역특례를 마치고 8월에 합류한 김동호 대표는 모바일 설문조사 플랫폼 오픈서베이를 만드는 작업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아직 비공개 테스트 중이지만 오픈서베이에서는 24시간 안에 설문 패널 90%가 응답을 한다. 아주 간단한 데다 보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설문 조사에 참여하는 패널에게는 참여의 동기가 충분하다. 보상은 KT의 기프티쇼를 설문 참여 항목수나 주제, 참여자의 경험치에 따라 차등화해 지급하는데 모바일에서 각종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설문도 스마트폰을 터치하면서 아주 쉽게 참여할 있어서 부담감이 적다. 

 설문조사를 의뢰하는 업체나 개인 입장에서도 설문 항목을 등록하고 결제하는데 10분이면 충분해서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 이 내용을 아이디인큐에서 1시간 안에 검수하고 설문조사를 돌리면 하루 안에 데이터가 나오는 방식이다. “설문 항목이 10개에서 15개 사이면 한 사람당 1000원씩 계산을 합니다.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하면 100만원이면 충분하죠. 그런데 기존 설문조사 업체에 의뢰하면 2500만원까지 비용이 듭니다. 기간도 훨씬 오래 걸리구요.”

◆데이터수집 끝판왕
 그럼 오픈서베이는 설문조사 시장을 완전히 평정하려는 게 목적일까. 의외로 그렇지는 않다. “설문 조사에는 데이터 수집 분야와 데이터 분석 분야가 있습니다. 저희는 데이터 수집에 일단 주력할 겁니다. 데이터 분석에서 기술을 개발하려면 오랜 시간도 필요하고 관련 노하우도 많이 필요합니다. 우선은 데이터 수집에서 최고, 즉 데이터수집 끝판왕이 되겠습니다. 하하”

 오픈서베이는 현재 아이폰 버전 개발이 완료됐고 현재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다.12월 중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버전은 내년초에 출시될 예정이다. 우선 패널 5만명을 모으고 내년에 안드로이드 버전으로도 패널 5만명을 모아 10만명 수준이 되면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처음 2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던 이 회사는 신현성 권기현 티켓몬스터 창업자의 투자를 받아 자본금이 늘었다. 내년초 한차례 더 투자 펀딩을 진행할 예정이다. 비용이든 기간이든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설문조사가 대중화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대기업들이나 이용하는 것처럼 인식돼 있는 설문조사를 벤처기업들도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시장이 크게 확장될 수 있다고 보는 거다.

 “돈만 보고 뛰어드는 것은 벤처 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설문 조사 시장은 분명 있지만 아주 뜨거운 시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 필요한 분야고 개선할 여지가 많은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는 미개척의 이 영역에서 최고가 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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