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큐브가 선보인 10만원대 전자책 단말기 B-815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북큐브와 북큐브에 전자책 단말기를 공급하는 넥스트파피루스에 따르면 북큐브가 당초 주문한 1만대의 B-815에 이어 최근 2000대를 추가로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큐브 관계자는 "지금 판매되는 속도로 볼 때 곧 물량이 달릴 것으로 예상돼 추가 생산이 피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대 이상 팔리는 전자책 단말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1만여대 갖고 무슨 돌풍이냐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매우 열악한 국내 전자책 단말기 시장을 고려할 때 유례없이 짧은 기간 동안 많이 팔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아이리버,인터파크,북큐브 등에서 다양한 전자책 단말기가 쏟아져나왔다.하지만 각사가 내놓은 단말기는 2000-5000여대 수준에서 판매가 되는 등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업계에서는 북큐브의 B-815가 출시되기 전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국산 전자책 단말기가 3만대가 채 안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외에서 이미 재작년부터 전자책 단말기가 주목받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에서는 아직도 시장이 초기 단계인 셈이다.국내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부진한 이유로는 턱없이 부족한 콘텐츠,상대적으로 비싼 단말기 가격 등이 꼽혀 왔다.

 북큐브가 이번에 선보인 B-815는 가격 측면의 요인을 제거했다.20만원대에서 40만원까지 형성돼 있는 기존 전자책 단말기와 달리 10만원대 중반으로 가격을 책정했다.실제 사용자들이 많이 쓰지 않는 와이파이 기능 등을 제거하고 크기를 줄이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한다.

 배순희 북큐브 대표는 "올 연말까지 3만대를 파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배 대표의 말이 현실화된다면 올 국내 전자책 단말기 시장은 북큐브가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B-815가 지금까지 나온 다른 단말기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팔리고 있지만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절대적으로 부족한 콘텐츠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아이패드,갤럭시탭 등 올 하반기 출시될 태블릿PC와의 경쟁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콘텐츠가 충분하게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태블릿PC 물량이 빠른 속도로 풀릴 경우 전자책 단말기 수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해묵은 이야기이지만 국내에서 전자책 단말기에서 볼 수 있는 e-book 콘텐츠는 소비자의 수요를 감당하기엔 너무 적은 숫자로 파악되고 있다.전자책을 서비스하고 있는 업체들이 확보하고 있는 것은 1만권-3만권 수준에 불과하다.그나마 최신작,베스트셀러 등은 아예 확보도 못한 상태다.해외 서적도 없고 국내 서적 역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은 전자책 목록에서 빠져 있다.작가들의 경우 종이책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전자책이 인세 측면에서 매력이 떨어지는 데다가 출판사들 역시 저작권 문제 등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교보문고 인터파크 북큐브 등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을 섭외해 콘텐츠를 늘리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속도가 매우 느려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북큐브의 경우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도 확보해 올 하반기 서비스하겠다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태블릿PC 시장도 변수다.삼성전자가 다음달 2일 독일 전기전자박람회 IFA에서 태블릿PC 갤럭시탭을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고 KT도 올레 패드(가칭)을 선보일 것으로 예정되는 등 국내외 업체들이 앞다퉈 올 하반기 태블릿PC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미국에서 아이패드가 판매를 시작한 이후에도 가격 인하 등으로 전자책 단말기 업체들이 대응하면서 판매량이 줄지는 않고 있다.하지만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리졸브마켓리서치의 아이패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패드 구매 후 앞으로 사지 않을 단말기로는 e북리더가 49%로 1위에 올랐다.미국과 달리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한국에서 태블릿PC가 쏟아져 나올 경우 어떤 영향이 올지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다.

 아이패드의 사례를 볼 때 아직까지는 태블릿PC가 들고다니면서 전자책을 보기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결국 전자책 단말기가 전자책을 보기에 최적화된 사이즈와 가격,충분한 콘텐츠로 대응할 수 있느냐에 달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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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전문업체 북큐브의 배순희 대표(트위터 @tulipbsh)는 한국의 '전자책 전도사'로 불릴 만한 인물이다.2008년까지 국내 최대 전자책업체였던 북토피아의 이사로 재직하면서 전자책의 초기 시장을 주도했었다.북토피아가 막 만들어지던 시점인 2000년에 북토피아로 입사해 전자책의 대중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다.2008년 북토피아가 대표이사 등 일부 임원의 횡령 등으로 어려움에 빠지자 직원들 6명과 함께 회사를 나와 북큐브라는 전자책전문업체를 설립했다.(비운의 전자책업체 북토피아의 스토리에 대해선 한번 따로 다룰 계획이다.)

배 대표로선 그녀가 꿈꿨지만 북토피아에서는 이루지 못했던 전자책 대중화의 꿈을 북큐브에서 자신이 직접 대표이사가 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이미 책 3만권을 확보했고 지난달 전자책 단말기 '북큐브'도 출시해 콘텐츠와 기기 모두를 갖추게 됐다.배순희 대표와 만나 전자책과 전자책 시장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전자책은 벌써 수년 전부터 시장이 열린다 열린다 하면서 안 열리고 있다.

 "읽을 만한 책이 부족하고 단말기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북큐브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3만권의 전자책을 바로 볼 수 있어서 극심한 콘텐츠 부족의 숨통은 틔웠다.연내에 전자책 콘텐츠를 4만5000여권까지 확대하고 단말기도 3만여대 팔 생각이다.기기와 콘텐츠가 풀리면 국내에서도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리라 기대한다."

-북큐브 단말기가 잘 빠진 것 같다.

 "그런 말을 듣는다.도서출판 푸른숲의 김혜경 대표는 북큐브 단말기에 대해 '낭만적이다'라는 표현을 썼다.단말기의 디자인에 있어서는 현재 나온 단말기 중 최고라고 자부한다.어떤 단말기보다 책을 보는 것에 최적화돼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전자책 사업을 오랫동안 했고 책을 알고 전자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단말기다."

  <배순희 대표와 회사 앞 커피숖에서 북큐브의 전자책 단말기를 보며 대화를 나눴다. 배 대표는 직접 단말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단말기 사용법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북큐브의 모델명은 B612다.소설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가 사는 소행성 B612와 같다.북큐브 단말기의 컨셉이 어린왕자인 것도 이 때문이다.>

-단말기가 상당히 가볍다.

 "무게가 245g밖에 안된다.한번 충전에 5만여 페이지의 책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효율성이 높다.다양한 색(인디핑크,갈색,베이지 등 5가지)의 케이스가 있는데 특히 인디핑크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나

 "현재 단말기는 북큐브 홈페이지(http://bookcube.com)에서 예약판매를 받고 있다.지마켓 등 인터넷쇼핑몰로 판매처를 확대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여전히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몇 년째 전자책 콘텐츠가 양적으로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이제 전자책 시장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서 오래지 않아 콘텐츠 공급이 확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을 통해 전자책을 보려는 사람들도 꽤 될 것 같은데

 "어떤 기기에서든 전자책을 볼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준비중이다.아이폰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기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준비하고 있다.다만 책을 보기에 최적화된 단말기가 중심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전자책을 바로 구매하는 시스템도 필요할 것 같다.

 "결제 시스템을 준비중이다.아파트나 도서관 등과 연계해 책을 대출해서 볼 수 있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이를테면 어떤 지역의 푸르지오 아파트에 사는 주민은 아파트 도서관에 있는 책을 무료로 빌려볼 수 있는 식이다."

-여러 사이트에서 구입한 전자책을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연내 전자책 기술 표준인 e펍을 지원해 어디서 구입한 전자책이든 볼 수 있게 할 생각이다.종이책의 레이아웃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이미지북 기능도 연내 업데이트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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