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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게임업계의 책임

게임이야기 2011. 5. 2. 08:18 Posted by wonkis

16세 이하 청소년들의 심야 시간 게임 이용 제한을 골자로 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른바 셧다운제)이 지난달 29일 통과됐다.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이 법이 시행되는 오는 11월부터 16세 미만 청소년들은 밤 12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된다.청소년들이 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문제를 게임 접속 자체를 물리적으로 차단해 방지하고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하겠다는 의도다.

 게임업계와 많은 언론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 법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규제를 위한 규제로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이코노미스트 등 외국 언론들이 지적하듯 최대 수출문화산업인 게임의 성장을 저해하는 입법인 동시에 애시당초 의도했던 청소년 보호라는 본래 의도는 별로 달성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업계는 업계대로,이용자는 이용자대로 벌써 이 법을 피해서 게임을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마련할 것이기 때문이다.정부와 시민단체로서는 게임 중독에 빠질뻔한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조치는 했다고 스스로 위로하는 것 말고는 큰 효과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앞서 언급한 이런 것들을 다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셧다운제가 통과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게임 산업의 취약점을 지적하려고 하는 글이다.한국 게임 산업은 아직 게임 산업 종사자들조차도 자신들이 몸담은 업계를 하나의 떳떳한 산업군으로 인식하는데 큰 한계를 드러냈다.특히 각 회사 사장들이 그렇다.업계의 목소리를 모아 힘있게 대응하는 어떤 시도도 이뤄지지 못했다.서로 딴 생각하느라 엇박자를 내는 모습만 보였다.게임산업의 긍정적인 면과 성장 가능성,게임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의 자녀들이 게임 회사에 취직해 새로운 꿈을 키워갈 수도 있다는 그런 면을 부각시키고 이해못하는 이들을 설득하는 작업 역시 핵심은 게임업계가 져야 할 몫이었다.그런 점에서 보면 셧다운제 통과에는 게임업계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사분오열 게임업계
 어떤 산업에서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만한 큰 일이 터지면 거기에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주로 업계를 대표할 만한 위치에 있는 시장 선도적인 업체의 사장이라던가,스타CEO라고 할만한 인물들이 여기에 해당된다.결과가 어떻게 되는가를 떠나서 이런 인물이나 업체의 존재,그리고 이들의 행동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정부 정책이나 여론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게임업계에서 이런 역할을 할 만한 회사는 아마 3곳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넥슨,NHN,엔씨소프트다.그런데 이 회사들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과거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가 제기됐을때도 그랬고 이번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왜 그럴까.

 세 회사는 모두 한 가지씩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약점들을 하나씩 갖고 있다.문제는 이들의 약점이 전혀 다른 범주에 있다는 것이다.NHN은 항상 사행성 관련된 논란이 나오면 그 중심에 선다.고스톱,포커류의 게임들이 한게임의 주력이기 때문이다.넥슨은 청소년 보호와 관련된 이슈가 제기되면 가장 민감해 한다.넥슨의 주력인 캐주얼게임들의 주 이용자들이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어린이,청소년들이기 때문이다.엔씨소프트는 게임 중독,또는 과몰입에 대한 이슈가 제기될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세 회사의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다.사행성 문제가 제기되면 NHN은 잔뜩 움츠러들지만 다른 회사는 거의 아무 상관이 없다.서로 공동으로 대응하는 등 협력이 어려운 게 어찌보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게임 중독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 엔씨소프트는 정신이 없지만 다른 회사들은 큰 관련이 없다.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다.업계 선두에 있는 회사들이 이렇듯 입장이 다르니 힙을 합하기 어려워진다.매출 기준으로 4위권 아래에 있는 회사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이런 3가지 이슈 중 한가지 문제 정도에만 국한된다.여기에 은둔을 지향하는 각 업체 오너들의 행보도 무관하다 할 수 없것이다.

◆양극화 현상 뚜렷..저마다 살 길 바빠
 이런 가운데 게임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게임산업협회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게임산업협회장은 모든 게임회사 사장이나 오너들이 가장 기피하는 자리 중 하나다.사분오열된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것이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맡으면 피곤한 일만 가득하다.업계의 현안이 쌓여 있어 협회장 일을 하다가는 자기 회사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일쑤다.과거의 사례들이 이를 보여준다.

 사실 지금 게임업계의 현안들은 업계가 공통의 의견을 내고 공동 대응을 해도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그만큼 사행성,청소년보호,과몰입(게임중독) 등의 문제는 문제 제기 자체에 대해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사안들이다.오죽하면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조차 ‘아들이 게임하는 것을 보면 걱정스럽다’는 말을 할 정도일까.김 사장 뿐 아니라 게임업계에서 종사하는 많은 이들 역시 자기 자식의 게임 과몰입이나 지나치게 늦은 시간까지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선 걱정을 하고 있다.다만 지금의 해결 방법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 뿐이다.

 최근 게임 산업에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도 게임업계의 공동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앞서 언급한 흔히 빅3로 일컫는 넥슨,NHN,엔씨소프트 3사와 네오위즈,CJ E&M 등 2개사까지 5개 회사는 국내 매출과 해외 시장의 개척에서 조화를 이루며 성장하고 있다.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회사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생존조차 어려운 현실이다.위메이드,액토즈소프트 등은 국내 기반이 취약한데 따라 실적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한빛소프트,엠게임,와이디온라인 등은 실적이 정체되거나 이익이 감소하고 있다.여전히 급성장하는 회사들과 국내에서의 생존이 급급한 회사가 입장이 같을 수가 없다.여기에 각 회사가 당면한 주요한 사회적인 이슈도 제각각이니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선두권에 있는 회사나 적자를 내고 있는 중소 규모 개발사나 게임협회 회비가 똑같다”며 “대형사들은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고 소형사들은 불만이 누적되고 있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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