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었다.그래서 더 감동이 있었다.지난달 말 미국 출장을 가서 클라이너퍼킨스를 방문해 맷 머피 클라이너퍼킨스 파트너를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스타트업을 만나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묻습니까" 라고

 이 질문에 대해 그는 "창업가의 스토리를 듣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답했다.항상 창업가의 스토리,왜 창업을 했는지에 대한 배경,창업 멤버들의 가치관 등이 수익 모델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취재를 해 온 나에게는 참으로 용기와 위로를 주는 발언이었다.맷 머피와의 만남은 1시간 가량 진행됐다.실리콘밸리 멘로파크 샌드힐로드에 있는 클라이너퍼킨스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던 이야기를 정리했다.


“지난 40여년간의 투자 역사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수익모델보다 창업자의 스토리를 더 중시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클라이너퍼킨스 코필드앤바이어스(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의 모바일 분야 투자펀드 아이펀드(iFund) 대표를 맡고 있는 맷 머피 (Matt Murphy) 파트너는 “벤처 투자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시에 1972년 설립된 클라이너퍼킨스는 지난 39년 동안 475개 회사에 투자한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이다.특히 1990년대 벤처 열풍 시기에 스타트업 기업이었던 세계 최대 전자책회사 아마존닷컴,하드웨어업체 선마이크로시스템,세계 최대 게임업체 EA,인터넷업체 아메리카온라인(AOL),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 등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역대 대통령이 실리콘밸리를 방문할 때마다 반드시 찾는다는 벤처투자자 존 도어(John Doerr)를 비롯해,선마이크로시스템의 공동창업자 빌 조이(Bill Joy),앨 고어(Al Gore) 전부통령,콜린 파월(Colin Powell) 전 미 국무부 장관 등이 이 회사의 벤처캐피털리스트 또는 벤처 투자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클라이너퍼킨스는 2005년 이후 페이스북,트위터,그루폰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또 다시 큰 수익을 올려 뉴욕타임즈,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으로부터 “역시 돈 되는 사업을 가장 먼저 알아보는 벤처캐피털”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맷 머피 파트너는 “창업자의 스토리를 들으면 그 회사의 미래를 알 수 있게 된다”며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혁신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스타트업의 창업이 줄을 잇고 있어 투자하기엔 최적의 시기”라고 말했다.그를 만나 클라이너퍼킨스의 투자 철학과 실리콘밸리의 창업 동향 등에 대해 들었다.


▶사람에 투자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창업자를 만나면 우선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인생의 가치관은 무엇인지를 듣는다.질문을 많이 하는 것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그리고 창업 멤버들이 창업자의 가치관과 경험을 공유하는지,어떤 비전을 품고 있는지도 확인한다.이런 것이 바로 우리가 확인하고 싶은 창업자의 스토리이고 사람에 투자한다는 말의 뜻이다.”

▶왜 그런 것을 먼저 보나
“사업은 생명체와 같다.긴 과정을 거친다.우리가 어릴 때 가졌던 꿈 그대로 살기 어려운 것처럼 처음 시작할 때의 사업 아이템 그대로 끝까지 유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예측 못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그때 중요한 것은 그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창업자와 창업멤버들의 가치관,성장 환경과 교육,비전 이런 것들이 그들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두번 실패한 사람이 와도 투자하는가
“물론이다.실패한 경험은 결코 감점 요인이 되지 않는다.그것을 통해 많이 배웠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스티브 잡스도 여러번 실패했다.실패를 겪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실패한 스토리도 물론 들어봐야 한다.하지만 그 이후 창업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알아야 한다.”

▶스타트업의 가치 평가는 어떻게 하는가
“가치를 판단하는 것보다 어떤 회사에 투자할 지를 결정하는 것이 더 어렵다.가치 평가는 그 뒤의 일이다.물론 아직 상장하지 않은 회사의 적정 가치를 판단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우선 창업 팀과 아이디어,그들이 기반한 시장,지속 가능성 등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기존에 비슷한 사업을 하는 회사가 있는 경우 좋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이럴땐 기존 회사를 뛰어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시장성이 입증되지 않은 최첨단 기술인 경우 어떻게 하나.
“사람들의 기존 생각을 바꿀 만큼 혁신적인 부분이 있는지,아울러 이것을 시장화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증강현실(AR)이 대표적인 사례다.분명히 새로운 기술이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사업적으로는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증강현실은 투자 타이밍의 문제다.어떤 경우엔 타이밍 문제가 아니라 사업성 자체가 성립이 안될 수도 있다.그것을 판단하는 것이 벤처캐피털의 역량이다.”

▶특별히 관심을 갖는 사업이 있나
“크게 결제 분야와 커머스,커뮤니케이션,그리고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을 갖고 있다.정보를 소비하는 패턴의 변화와 이것을 주도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다.하지만 시장은 계속 변화하고 특히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요즘 투자한 기업들의 투자 수익 회수 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게 실리콘밸리의 주요 화두다.그만큼 시장이 예측하기 어렵게 변한다는 뜻이다.내 관심사를 앞세우는 것보다는 이런 변화와 이것을 관통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트렌드는 무엇인가
“향후 5년간 IT(정보기술) 분야의 스타트업은 소셜(Social)과 지역(Location),모바일(Mobile)을 뜻하는 ‘솔로모(SOLOMO)’가 지배할 것이다.기존 기업들 중에도 이런 변화에 적응해가는 기업이 더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장담컨대 페이스북은 2년 뒤에 가장 큰 모바일 회사가 될 것이다.이미 구글과 페이스북 접속자의 절반 이상이 모바일에 접속하고 있다.모바일이 기업의 미래를 바꿔놓을 것이다.”

▶산업발전에서 벤처캐피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스포츠에서 마이클 조던 같은 선수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창업을 해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인물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하지만 스티브 잡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창업을 해서 IT분야에서 성공한 CEO가 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젊은이들이 GM(제너럴모터스)에 입사해 자신을 계속 채찍질해 높은 자리에 가느 것보다 스타트업을 해서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 미국에서는 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벤처캐피털은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즉 젊은이들이 창업을 하도록 이끌고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도록 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정부의 역할이 있다면.
“한국의 경우 국가가 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안다.벤처 활성화를 위한 국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혁신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 시스템이다.사람들에게 더 많은 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성과 그런 교육을 받는 목표를 명확하게 알게끔 하는 것이 첫번째다.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부의 창출이라는 측면 뿐 아니라 자아 실현과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불편한 것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도록 해야 한다.젊은이들이 현 단계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도전할 기회가 있다면 상당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젊은이들의 이런 동기부여가 축적될 때 혁신적인 문화가 만들어진다.”

▶한국 벤처에도 투자한 경험이 있나
“한국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아이폰 앱 다운로드를 많이 하는 나라다.그만큼 한국 내에서도 아이폰 관련 앱 개발사가 많은 것으로 안다.하지만 아직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창업가들의 사례를 많이 만나지 못했다.실리콘밸리는 아니지만 뉴욕에서 한국인 정세주 사장이 창업한 워크스마트랩스가 클라이너퍼킨스가 투자한 유일한 한국 스타트업이다.한국의 벤처기업인들이 실리콘밸리 진출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고 들었다.많은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by wonkis at Menlo Park in Silicon 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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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때마다 화두를 던져주는 사람이 있다.그 화두는 꼭 취재의 화두만은 아니다.10년 먼저 태어나 세상을 살아본 선배로서,성공한 한 인간으로서 던지는 인생에 대한 화두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벤처들을 만나고 겪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해본 벤처인으로서 창업에 대한 화두이기도 하다.유독 나에게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대표라면 벤처인이나 이 업계에 있는 이들에게 여러가지 화두를 던질 수 있을 듯 하다.작년 이맘때 문 대표는 ‘혹독한 금융위기의 시절에도 창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들이 있다’며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희망섞인 전망을 했었다.올해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문 대표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2010년이 갈 길을 재촉하는,추위가 한결 누그러진 어느 날 문 대표를 만나러 청담동 사무실을 찾아갔다.

◆2000년과 2010년의 차이는?
 올해 벤처 창업 열기에 대해 문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통계를 보면 올해 벤처 창업 숫자가 최근 몇년간 가장 많은 것으로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숫자는 숫자일 뿐입니다.”(하하)

 어쨋든 숫자상으로 올해는 2000년 이후 IT분야의 창업이 가장 많은 한 해였다.그러면 2000년과 2010년의 차이는 뭘까.한국과 미국에서 이 시기의 차이점은 무엇일까.한국과 미국의 차이점은 무엇일까.문 대표는 나와 만나기 전 트위터에서 누군가의 질문을 받고 이런 문제를 고민해 봤다고 한다.내가 물어보고 싶었던 바로 그 질문이다.

 “올해 미국에서는 소셜이라는 영역에서 버블적 양상마저 나타났습니다.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그런게 안보이는 걸까요.한국은 아직 회복이 안된 것인가,아니면 버블에서 자유로운 것인가.유독 한국 시장만 차분하고 이성적인가? 웹 2.0 화두는 뜨다 말았고 소셜 화두는 제대로 아직 실행조차 못되고 있습니다.한국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왜 일까요?”

 질문을 던지러 왔다가 질문을 받게 됐다.
 “그래도 올해 한국에서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습니다.한 박자 늦긴 했지만요.”
 “맞습니다.개별 스타트업들의 각개약진,고군분투는 정말 눈물겨울 정도입니다.그런데 거기에서 힘이 느껴지지 않습니다.정돈되서 보이는 게 없습니다.생태계를 이끌어갈 흐름이 보이질 않습니다.”

◆한국엔 아직 벤처생태계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의 화두는 생태계구나.그의 말을 들으면서 직감했다.
 “한국의 벤처 산업에서는 생태계가 붕괴됐습니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예 형성되지도 않았다고 봐야 합니다.아카데미+기업+금융시스템+법률+회계+언론...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발전을 위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이런 실리콘밸리식 조합이 한국에서는 나타나질 못했습니다.”

 맞는 말이다.하나의 신생 기업이 시작할 때 법률,회계,금융 등 각 부분에서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그런 움직임이 한국에서는 없다.
 “언론의 모습만 봐도 사실 알 수 있습니다.벤처나 스타트업 담당 기자의 숫자나 그들의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성 등의 현실이 어떻습니까.환경이 조금만 달라져도 관련 취재 부서가 없어지는 일이 다반사입니다.언론은 한 사회의 거울이니 그것만 봐도 미뤄 짐작할 수 있죠”

 그의 이런 지적에도 사실 할 말이 별로 없었다.
 “한국에서는 벤처생태계가 만들어지다가 말았습니다.2000대 초반 버블붕괴 때문이었죠.정부가 주도해서 이렇게까지 벤처를 지원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도 별로 찾아보기 힘들죠.그나마 그것때문에 벤처 생태계가 만들어질 뻔 했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생태계는 관 주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미국에서보다 한국에서의 벤처 버블은 혹독했습니다.2000년 버블의 가장 뼈 아픈 점은 젊은이들에게서 꿈을 빼앗았다는 점일 겁니다.그 뒤로 직업의 안정성이 젊은이들이 졸업을 할 때 최고의 가치가 됐습니다.이 사회에서 도전 정신이 사라진 거죠.”

 한국에서 벤처생태계가 결국 만들어지지 못한 이유는 뭘까.답을 내긴 어렵다.그는 이에 대해 “생태계는 결코 관 주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세계 어디를 봐도 산업의 생태계를 관 주도로 만든 곳은 없습니다.한국도 2000년에 이미 이 경험을 했습니다.정부가 그렇게 지원을 했지만 생태계는 형성되지 않았죠.”

 “‘아이를 망치려면 아이에게 돈을 쥐어주면 된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이런 말은 사실 기업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기업을 망치려면 정부가 기업에게 돈을 주면 됩니다.정부가 무턱대고 지원하면 공돈이 생겼다는 의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모럴해저드에 대한 댓가를 치룬 셈이죠.”
 벤처캐피탈(VC)이 돈 잘 버는 것을 보여줘야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금이 이 분야로 들어오게 마련이다.VC가 돈을 잘 벌려면 당연히 창업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투자할 만한 절대적인 대상이 없으면 이게 힘들어진다.결국 문제는 다시 창업하는 사람들이 없다.젊은이들의 도전 정신이 사라졌다는 문제로 귀결된다.

 “3000억원을 투자할 수 있는 투자회사가 있다고 칩시다.300개의 투자할 회사가 있으면 10억씩 투자해서 위험을 분산할 수 있습니다.소신투자도 할 수 있구요.하지만 투자할 회사가 3-4개 밖에 없다고 하면 한 회사당 투자 금액이 커집니다.그러면 리스크도 그만큼 커지죠.소극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이 회사가 돈을 벌 회사인지부터 따져볼 수 밖에 없습니다.이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진정한 소셜커머스는 대량생산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
 그렇다고 VC가 투자할 회사가 없다고 비관만 할 수는 없는 법.그래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인큐베이션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다.중단됐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도 다시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결국 운영의 문제였다는 점을 깨닫고 다시 기획을 하고 있다.
 좀 비관적인 이야기가 이어진 것 같다.하지만 문 대표나 나나 한국의 벤처 생태계,스타트업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올해 화두가 됐던 소셜커머스에 대해 여담 삼아 잠깐 물었다.
 “지금 한창 주가가 오르고 업체들이 몰리는 소셜커머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지금 국내의 소셜커머스 업체들이나 그루폰 방식은 소셜커머스라고 할 수 없습니다.그냥 공동 구매죠.거기엔 사실 별로 소셜적인 요소가 없습니다.”
 “그쵸.현재로선 이건 그냥 집단 구매에 의한 할인일 뿐이죠.소셜도 뭣도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럼 소셜커머스의 모습은 어떤 게 될까요?”

 “제 생각엔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량생산 이전으로 회귀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소셜커머스라고 생각합니다.개인화된 경험을 소셜네트워크를 통해서 실현하는 거죠.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에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요구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구매에 나서거나 비용을 부담하고 구매에서 협동을 하는 것이 오히려 소셜커머스에 가까울 겁니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사회적 자산화해야
 “2000년과 2010년 10년을 거치면서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뭔지 아십니까”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담이 전수되지 못하고 살아남은 기업들의 경험이 축적되지 못했다는 것 아닐까요”
 “제 생각엔 꼭 성공에 국한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성공이든 실패든 이를 사회적 자산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경험의 사회화,사회적 자산화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저는 이런 의문을 계속 갖고 있습니다.왜 한국에서는 성공한 기업인이 숨어 지내는가.”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수긍이 갔다.인터넷 벤처에서도 성공하신 분들은 예외없이 모두 숨어(?) 지내고 있다.이해진 NHN 의장이 그렇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그러하며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그렇다.이재웅 다음 창업자도 마찬가지고 네오위즈를 만든 나성균 창업자도 그러하다.

 이들이 꼭 문자적으로 은둔한다는 것이 아니다.만나기도 힘들고 이들의 구체적인 경험담을 듣기도 힘들다는 뜻이다.문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기자들만 이분들을 만나기 힘든 줄 알았는데) 업계 안에 있든 밖에 있든,투자자든 피투자자든 이들의 경험을 전수받을 수가 없다.결국 우리는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자산화하지 못하고 있다.물론 이들만의 탓은 아니다.이들이 숨어 지낼 수 밖에 없는 어떤 현실이 있을 것이다.언론의 과대 포장이나 사냥몰이식 취재도 한 몫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면에서 보면 김범수(NHN창업자),장병규(네오위즈 첫눈 창업자),권도균(이니시스 창업자) 등 벤처 1세대들이 엔젤투자를 진행하고 현장을 다니면서 후배들을 만나고 다니며 창업을 독려하고 직접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그는 “한국의 벤처 생태계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미국에서 성공한 벤처인들이 엔젤투자자로 변신해 후배들을 이끌어준 것처럼 한국에서도 그런 현상이 최초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분들이 엔젤투자한다고 스타트업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역시나 무수한 실패를 경험할 겁니다.하지만 그러면서 투자와 창업,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만들어집니다.벤처 생태계 형성은 거기서부터 시작될 겁니다.”

 

▶문규학 대표는...문규학 소프트뱅크코리아,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1988년 고려대를 졸업한 뒤 삼보컴퓨터에서 인력개발팀,회장실,전략기획팀 등에서 일했다.1990년대 초반 당시 삼보컴퓨터가 무선호출기(삐삐0 사업권을 획득, 나래이동통신을 설립할 때 태스크포스팀에서 실무를 맡기도 했다.
 이후 문 대표는 1996년 미국 유학 길에 올라 필라델피아에 있는 드렉셀(Drexel) 대학에서 MBA 마케팅 과정을 전공하던 중 일본 소프트뱅크가 벤처투자를 위해 해외에 설립한 첫 번째 창업투자회사인 미국 소프트뱅크 테크놀로지 벤처스(SBTV)에 입사하게 된다.
 1998년 귀국한 문 대표는 소프트뱅크미디어 대표 겸 소프트뱅크벤처스 부사장을 맡았으며 2002년부터 소프트뱅크코리아ㆍ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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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2.0 Expo를 기대하며

San Francisco&Berkeley 2009. 3. 28. 15:16 Posted by wonkis
작년과 재작년에 그렇게 가고 싶었는데,출장 일정을 잡지 못해 올 수 없었던 web 2.0 Expo를 올해는 드디어 갈 수 있게 됐다.지리적인 잇점 덕분이다.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가 열렸던 샌프란시스코의 Moscone Center에서 3월31일-4월3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이번 Web 2.0 Expo는 일찌감치 알고 미리 신청한 덕분에 금방 승인을 받았다.

미국의 EXPO가 다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Web 2.0 Expo는 온라인으로 등록할 때 각자 프로필을 올려놓고 그 프로필을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수 있게 해 놓았다.내가 만약에 모르는 사람이지만 어떤 분야의 경력이나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쉽게 그 사람을 찾을 수 있게 한 것이다.나 같은 경우도 한국에서 온 기자라는 여러가지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0명이 넘는 실리콘밸리의 기업인이 내가 올려놓은 프로필을 보고 컨퍼런스 장에서 한번 만나 인사하자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내가 이 정도이니 아마 기업인이나 투자자들이 얼마나 많은 요청을 받고 계획을 잡을지 상상이 간다. 각자의 경력과 관심 분야를 다 공개해놓고 만나고 싶으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게 한 시스템이다. 나로선 이런 시스템은 처음 보는데, 아주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회를 거듭하면서 (이런 Expo의 성격상 어쩔 수 없이) 집중도나 영양가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심지어 요즘에는 웹 2.0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새로운 만남의 기회들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참으로 재밌는 시도가 될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혹시 한국에서 이번 Expo에 참석하시거나 참석하시진 않더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은 이메일이나 블로그 댓글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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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를 아내와 함께 방문했다.본사에서 일하시는 한 PM께서 우리를 초대하고 그날 2시간 넘는 시간을 할애해 안내해줬다.

버클리에서 구글 본사까지는 40분 정도 걸렸는데 처음엔 멋도 모르고 제일 큰 건물쪽으로 들어가다가 Security guard에게 제지를 당했다."저리로 가서 주차하시오"

40동 앞으로 가니 방문객이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우리를 맞이하러 나온 PM께서 우리를 보자마자 하시는 말씀.  "구글의 자랑거리인 식사를 하러 가셔야죠.그런데 좋은 시절 지난 다음에 오셨네요.메뉴가 대폭 간소화됐어요."

"아 그래요? 정말 아쉽네요..구글 식사가 어떤지 정말 제대로 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그분의 말씀과는 달리 식사는 굉장했다.세상에 둘도 없는 맛이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이겠지만 미국 레스토랑에서 사먹는 음식들의 수준을 생각할 때 분명 훌륭했다.아내가 식사 도중 불쑥 한마디 했다."이 정도가 간소화된 거면 예전엔 어느 정도였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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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식당이 위치한 구글 본사 40동 전경>


우리가 식사를 한 곳은 40동에 있는 Charlie's cafe(이름이 정확한지 모르겠다)라는 곳인데 주로 외부 손님들이 오면 식사하는 메인 식당이라고 한다.이날은 근래 보기 드물게 날이 좋아서 뜨거운 캘리포니아 햇살을 받으며 밖에서 식사를 하는데 긴팔 남방이 덥게 느껴질 정도였다.

*랍스터가 식단에서 사라졌다
메인 요리로 중식,일식,이탈리안,인도,미국식,스테이크 중에서 맘에 드는 것을 선택해서 먹으면 되고(물론 위장이 허락한다면 다 먹어도 된다) 뷔페 집에서 흔히 보는 그런 모양으로 디스플레이된 과일과 샐러드가 따로 차려져 있었다.멕시칸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은 바로 옆에 Andele라는 멕시칸 음식 전용 카페가 있었고 가벼운 음식을 즐길 수 있는 No name Cafe(이름을 공모했는데 이름을 결국 못 지어서 이런 이름이 됐다고 한다)도 바로 옆에 마련돼 있었다.

구글 식단이 간소화됐다는  것은 랍스터같은 만찬용 요리가 빠졌다는 것.토끼 뒷다리 같이 평소에는 먹어보기 힘든 요리들도 종종 나왔었는데,이제는 그런 요리를 거의 볼 수 없게 됐다고 했다.

하나에 10달러씩 하는 피지 워터도 경제 위기가 닥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사라진 대표적인 식품이라고 한다.그래도 아주 싸구려에 속하는 브랜드인 애로우헤드(보통 일반인들이 많이 먹는) 같은 물은 안 먹는다고 하니..

어쨋든 갑부 사장이 직원들을 위해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식단에 돈을 펑펑쓰던 그런 분위기는 지금 구글에서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정상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할지..어쨋든 나는 절정인 순간에 식사를 해보지 못해서 상당히 아쉽긴 했다.(식사는 물론 맛있었지만)

*직원들 살 안찌게 아이스크림도 직접 주문제작하고,점심시간에 직원들은 비치발리볼
식사를 하고 나서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그야말로 구글표 아이스크림이었다.아이스크림에 구글 마크가 큼지막하게 찍혀 있는..구글이 직원들 살 안찌게 하려고 설탕을 전혀 넣지 않고 만들도록 특별히 주문제작한 것이라고 한다.건강 챙긴다고 오트밀을 잔뜩 넣어서 그런지 상당히 뻑뻑했다.

식당 뒷쪽에는 당근,오렌지  등을 직접 갈아서 주스로 만들어주는 코너가 있었다.나는 유기농 당근 주스를 먹었는데,유기농인지는 믿거나 말거나.

식사를 하고 있는 야외 테이블 바로 옆에는 비치발리볼 코트가 있는데,짧은 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남녀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비치발리볼을 하고 있었다.(정말 한국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풍경)

*Introduce a girl to engineer's day!!
식사를 마치고 건물을 둘러보는데 41동이었던가..계단 한 쪽에 introduce a girl to engineer's day! 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엔지니어 데이를 앞두고 여자친구를 좀 데리고 오라는 홍보성 멘트인데,맨날 일에만 파뭍혀 있고 여자친구 사귈 생각을 안하는 엔지니어들을 풍자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그 건물 천장엔 스페이스 셔틀 모형이 걸려있었는데,저게 뭐냐고 물으니,창업자가 우주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것을 곳곳에 꾸며놨다고 한다.

*CEO를 제외하곤 아무도 단독 방을 쓸 수 없다.
아마 CEO인 에릭 슈미트 방이 42동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가까이 가보지는 못하고(외부인 출입을 금하고 있어서) 멀리서 보기만 했다.

구글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미국에서 자기 방을 단독으로 쓸 정도가 되면 굉장히,엄청 성공한 것이라고 한다) 구글은 유독 혼자 사무실을 쓰는 사람이 없다.창업자도 단독으로 사무실을 쓰지는 못하고 유일한 예외가 CEO인 에릭 슈미트라고 한다.그런데 CEO의 방 조차도 엄청 좁다고 하니..가까이 가서 보질 못해서 정확히 판단은 안 되지만 책상,의자 하나만 달랑 있는 방이라고 한다.

구글의 모든 직원들은 3-4명씩 방을 나눠서 같이 쓰고 있는데,직원들간 대화를 하라는 창업자의 의지라고 하는데,꼭 그런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창업자에게 차고를 빌려준 수잔 보이지스키
정확히 몇동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창업할 당시 차고를 빌려준 수잔 보이지스키 구글 제품담당 부사장의 커다란 사진이 벽에 걸려있었다.(아,생각해보니 사진이 아니라 스틸영상을 벽에 띄워놓은 것 같다)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당시 차고를 빌려준 인연으로 수잔 보이지스키 부사장의 여동생 앤 보이지스키를 소개받았는데, 두 사람은 지난 2007년에 결혼했다.앤 보이지스키가 땡 잡았다고 생각할 분도 있겠지만,그 역시 23앤미라는 실리콘밸리 바이오벤처의 CEO다.이래저래 대단한 부부다.

*구글 법칙의 예외,한국
수잔 사진 아래쪽에는 구글의 검색 쿼리가 발생하는 모습을 3D 지구본으로 보여주는 디스플레이가 있었다.(이 디스플레이는 LG전자에서 만든 거였다)

인터넷 활용이 거의 없는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 모든 곳에서 구글을 사용하는 검색 쿼리가 하늘로 치솟고 있었지만,그 중에서도 유난히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 곳이 한국이었다.(당연한 일이다.한국에서 구글의 검색 점유율 등을 고려한다면)
한때 한국만큼이나 저조했던 중국은 구글 점유율이 급상승하면서 이제는 검색 쿼리가 꽤 발생하고 있었다.터키고 한국과 유사하게 구글이 저조하다고 한다.
 
*Give the people control and we will use it
짧은 시간이지만 구글을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철저하게 직원들에게 자율을 적용했다는 것.많은 미국 기업들이 그렇지만 구글 역시 직원들을 평가할 때 이른바 '근태'(근무 태도) 항목이 없다.즉 근무를 성실하게 했느냐 안 했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몇시에 출근해서 몇시에 퇴근했는지,이런 것은 의미가 없다.(생각해보면 정말 출퇴근 시간을 체크한다는 것은 개인의 자율성이나 독립된 인간성을 아주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이날 사무실을 둘러보는 와중에도 곳곳에 있는 사무실 복도 소파엔 드러누워 자고 있는 직원들도 있는가 하면 상당수가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마치 수다를 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실제로 그럴 수도 있지만) 그걸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구글의 이런 조직 문화는 아주 의도된 것이다.직원들에게 충분히 자율성을 주고 그들이 스스로를 컨트롤하게 하고,구글은 이를 최대한 이용한다는 것이다.이는 구글이 자신의 사이트를 운영하는 점에서나 조직 운영에 있어서나 최소한 비슷한 것 같다.사실은 모든 것을 알고 통제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통제하려고 하지 않고 고객이나,직원들 모두에게 스스로 통제하고 발전하도록 강력한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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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스타트업 라이프

책 다시보기 2008. 12. 4. 22:31 Posted by wonkis
실리콘밸리 소년 CEO의 성공 창업 스토리.

에이콘 출판사에서 올 여름에 출간한 '마이 스타트업 라이프'는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적으로 창업한 벤 카스노카라는 한 소년 CEO의 스토리다.이 책이 손에 들어온 지 한참 됐지만 읽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읽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은 최근에 만난 오규석,임상범,호야지기와 같은 소년(?) CEO들의 영향이 컸다.

사실 처음엔 '실리콘밸리 소년 CEO의 성공 창업 스토리'라는 부제가 맘에 안들기도 했었다.소년 CEO가 창업을 잘 했을 것같긴 했지만 솔직히 그것을 얼마나 표현할 지에 대해선 그리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 내용은 그리 실망스럽지 않았다.어쨌든 젊은 나이에 집중적으로 짧은 시간이나마 강하게 고민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렸기에 그가 쓴 글들은 밑줄 그으면서 볼 만한 부분이 제법 있었다.

어디에든 비유할 수 있겠지만 이 젊은 CEO는 창업이라는 과정을 인생을 개척하고 삶을 살아가는 모습과 계속 오버랩하면서 글을 쓴 것 같다.(아니 그렇게 살아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 듯.)

"사람들은 한평생 누군가에게 먼저 허락을 구하도록 교육받는다.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일을 저지르고 나중에 용서받는 편을 택한다."

내가 무척 마음에 들어한 구절이다.

이 책에서 매력적인 부분은 군데군데 짙은 음영으로 따로 모아놓은 '아이디어 짜기' 코너다.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정말 아이디어를 짜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자기 열정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일은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일이다."
"새로운 경험을 찾아 떠날 때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끊임없는 자극과 도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나는 요즘 일상 생활에서 유난히 많이 느끼고 있는데,아마 나의 그런 생활이 그의 책을 더 깊이 와 닿게 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내 입장에선 저자가 어떤 분야에서 창업을 했는지,그가 어떤 아이템으로 대박을 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다만 그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하고 일상 생활의 작은 것에서 모티브를 발견했으며 어려움을 이기고 자신의 신념을 믿었다는 것이 중요했을 뿐이다.

기업가를 꿈꾸는 사람들이나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또는 나처럼 그런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는 이들에겐 추천할 만한 책이다.(주의! 아주 실용적이며 경험적인 책이라는 점을 명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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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32개의 통찰

책 다시보기 2008. 10. 28. 21:33 Posted by wonkis

제시카 리빙스턴이 쓰고 안철수연구소 김익환 부사장이 번역한 '세상을 바꾼 32개의 통찰'은 사실 작년에 나온 책이다.당시 회사로 책이 처음 왔을 때 '아니 무슨 책이 이렇게 두꺼워?'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paperback 스타일이지만 페이지가 무려 660쪽에 달하니 책이 무겁고 클 수밖에 없다.처음엔 엄두가 안 나서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다.(문학작품은 두꺼울수록 좋아하지만,이런 종류의 책이 두꺼운 것은 싫어하는 편이라 그렇기도 했다.)

두꺼운 책 치고는 책은 술술 넘어갔다.하지만 한글 제목을 잘 달았을 뿐이지,이 책에서 뭔가 거창한 통찰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이 책의 원제(Founders at work-stories of staret-ups early days)는 그저 초기 벤처창업자들의 스토리를 잔잔하게 들려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애플,구글(지메일),어도비,야후 등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진 이런 기업들의 초기 창업 모습을 듣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공할 수 있다.나는 약간 그런 기대감을 갖고 책을 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책은 그런 기대감을 충족시키진 못했다.이 책에 대한 느낌은 전반적으로 한글 제목이 주는 중압감을 책의 내용이 감당하지 못한 것 같았다.항상 인터뷰를 하는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경험상 이렇게 많은 인터뷰가 한꺼번에 실리면 사실 독자를 지치게 한다.32개가 아니라 12개,아니 단 2개의 통찰력에 대해 다루더라도 다양한 인터뷰가 기술 방식으로 접근했으면 보다 재밌게 읽히지 않았을까.사람은 많고 책의 분량은 한정돼 있으니,질문에 비해 의미있는 대답이 나오지 못한 부분도 많았다.그러다보니 책을 읽고나면 버릴 페이지가 너무 많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사실 인터뷰를 하면 그 중 절반 이상은 글로 옮기기 힘든 내용이기 마련이다.)

결론적으로 글쓴이가 너무 욕심을 부렸다.32명에 대한 인터뷰 자체는 훌륭했고 그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하지만 거창한 한글 제목과는 달리 그냥 그 사람들의 초창기 어려움(어찌 보면 뻔한)을 마치 앞에서 듣는 것처럼 들을 수 있다는 것(약간은 지루하게)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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