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2.21 기자의 미래 4
  2. 2008.07.25 중앙일보 뉴스 빼도 다음엔 별 손실없다.

기자의 미래

뉴미디어 세상 2008. 12. 21. 23:24 Posted by wonkis
얼마 전 한 후배가 대뜸 이런 말을 해 왔다.

"후배들에게 또는 기자가 되고 싶어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뉴미디어 시대의 기자상에 대해 얘기를 좀 해 줬으면 좋겠는데요"

진지한 모습인 것 같아서 사실 좀 난처했다.왜? 나도 모르니까.
그래서 일단은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미디어를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신 분이나 경험이 더 많은 고참 선배들에게 부탁하면 어떨까."

누가 나에게 공개적으로 물어본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기자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기자의 미래 모습을 어떨까.아니 몇년 후의 먼 미래 모습보다 눈 앞에 닥친 그림은 어떻게 될까.

일단 기자들이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는 끝난 것 같다.과거 꼭 언론을 통해,훈련된 기자들을 통해 중요 사실을 릴리스하던 관행들이 사라지고 있다.때로는 기자들보다 해당 분야를 훨씬 더 잘아는 전문가들이 직접 자신의 블로그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전달하기도 한다.

기자들의 현장 절대 우위도 끝났다.이미 숱한 동영상 사이트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사례가 반복되고 있지만 기자들보다 더 많은 일반인들이,현장에서 직접 생생하게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특종의 의미가 사라졌다.남보다 1분,1초 앞선 보도를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온라인으로 뉴스가 급속도로 전팟되는 요즘같은 시대에 특종의 효과는 1시간에 불과하다고 한다.실제 특종의 의미,또는 남들이 알아주는 시간은 채 10분도 안된다는 분석도 있다.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이를 알기 쉽게 풀어쓰는 기자들의 강점도 '전 국민의 블로그화' 시대엔 그리 두드러지는 장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곳곳에 숨어 글솜씨를 닦아온 수 많은 이들의 절묘한 비유와 풀어쓰기가 얼마나 놀랄만큼 재밌고 재치가 번뜩이는지 우리는 이미 인터넷에서 매일매일 확인하고 있다.

지금 상황이 이렇다면 기자의 미래는 없는 것인가? 기자는 그냥 점점 사라져가는 직업이 될 것인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등으로 유명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저널의 위기일진 몰라도 저널리즘의 위기는 아니다'라고 했는데,그가 이런 말을 한 뜻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시대가 변하는 만큼 기자상도 변해야 하고 이미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나는 종종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해 왔다.'현재 대한민국 언론의 위기임은 분명하지만-그것도 아주 오래됐지만-이런 환경이 기자들에게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기자들에겐 언론환경의 변화와 언론의 위기가 바로 기회다.'

전통적인 기자의 모습-특히 한국에서-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배정받은 출입처에 나가 관료들 또는 기업인들을 만나 취재하고 거기서 얻은 정보를 갖고 기사를 쓴 뒤 하루를 마감하는 생활이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지금처럼 수백개의 언론사(방송,신문,인터넷 등등)가 똑같은 현상을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전하는 것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즉 그냥 발생한 일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면 지금처럼 많은 언론사가 필요없다.무엇이 언제,어디서 발생했느냐보다 왜 발생했고 그래서 앞으론 어떻게 될 것이란 분석과 전망이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그리고 이것은 기자들에게 정보 수집 능력과 인맥보다 자체적인 분석 능력,즉 전문성을 더욱 요구하게 되는 것 같다.

기자들이 언론사에서만 일하는 시대도 점차 그 끝이 보이고 있다.지금도 많은 독립 언론,블로그 기자 등이 활약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영향력은 언론사에 비할 바가 아니다.하지만 지금의 진행 상황을 보건대 '기자=언론사에 소속된 사람'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게 될 것 같다.

기자들이 출입처에서 발생한 일을 갖고 정리하고 분석해서 발행하는 그런 업무 방식도 크게 변화될 것 같다.기자들의 업무에서 전통적인 기사 작성이 차지하는 부분은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그러면 이제 기자들은 뭘 하나.기자들이 직접 독자들과 만나고 소통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아닌가 싶다.독자와 괴리된 채 자신만의 특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수요자와 온오프라인에서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정보를 주고받고 계속 접속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즉 기자들 개개인의 자신들의 정보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미디어그룹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이다.오히려 소수에 집중돼 그들의 파워는 더 막강해질 수도 있다.미디어가 분절화될 수록 결정적인 순간엔 기존의 권위에 기대려는 심리도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대 미디어그룹의 의미가 변화될 수는 있다.이것은 시간이 더 한참 걸리는 일이겠지만 예를 들어 영향력 있는 미디어란 '우수한 정보 커뮤니티를 조직한 기자들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언론사'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로 인해 제한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자들 개개인의 능력은 한층 더 중요해 질 것 같다.다른 어떤 개인 미디어나 다른 기자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경험으로 축적된 정보 네트워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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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2006년 2월말 다음이 제주도 본사로 기자들을 초청했을 때 석종훈 대표가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한 말이다.그 자리에 다른 다음 직원은 없었고,이 말을 직접 들은 사람도 나를 제외하면 불과 3-4명 뿐이었을꺼다.

새삼스럽게 당시 대화가 생각나게 된 것은 요즘 다음이 여러가지 이유로 화제가 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되고 과거 취재 노트를 펼쳐보다 발견하게 된 것이다.(사실은 싱가포르에서 한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정말 뜬금없이,문득 생각났다.이유는 모른다)
 그의 이런 말은 2년이 넘은 올해 들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뉴스 공급이 중단되면서 현실화됐고,그의 예측 또한 맞아떨어진 것 같다.

석 사장은 그때 왜 그런 말을 한 것일까? 당시 배경을 좀 살펴보면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제주도 본사 이전에 대해 한편으로는 자랑을 하고 싶었고,또 한편으로는 라이코스 껀을 비롯해 계속되는 다음의 투자 및 사업 확대 실패에 대해 변명 또는 해명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 느낌상 두번째가 더 강했다.해명을 하려고 하다보니 예민해졌을 수도 있지만 석 사장은 저녁 식사를 하면서 미디어의 변화에 대해 많이 언급했던 것 같다.즉 미디어의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다음이 기존 올드미디어와 차별화되며 새로운 가치를 찾을 거라는 식의 대화가 이어졌다.

경향신문과 조선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미국에서 벤처를 창업해 봤던 석 사장은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 답게 미디어의 변화에 대해 확실히 새겨들을 만한 식견을 갖고 있었다.그는 미디어가 1.0에서 2.0으로 변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세상이 이미 열렸고 기존 미디어들이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나온 것이 중앙일보 뉴스 정도는 빼도 다음 트래픽엔 손실이 없다는 발언이었다.사례를 왜 중앙일보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요지는 소비자들은 이제 뉴스를 선택할 때 과거처럼 언론사의 신뢰도를 보고 선택하지 않는다는 거였다.인터넷으로 뉴스를 접하는 독자들은 단순히 뉴스를 소비하는 역할만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과거와 뉴스를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졌다는 거였다.

아마 그가 중앙일보와(또는 다양한 다른 많은 매체와) 뉴스 공급건으로 상당히 시달렸는지 모른다.하지만 표면적으로 내세운 것은 언론사 뉴스의 문제였다.즉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들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었다.물론 그가 그 사례로 중앙일보를 든 것은 아니었다.그냥 하나의 예였던 것 같다.

나름대로 하루하루 열심히 취재하면서 살아왔다고 자부했던 기자라고 할 지라도 뜨금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기분이 나쁘고 이런 것을 떠나서 언론사 선배였던 그의 지적을 겸허하게 생각하면 그의 지적은 정말 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사실 우리는 똑같은 주제,똑같은 제목,똑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수백,수천개 기사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하루를 낭비하고 있는가.)

즉 그렇게 비슷비슷한 뉴스로 넘쳐나는 현실에서는 언론사 몇 개 정도 공급이 중단되도 다음에 아무 영향이 없다는 거였다.사람들이 미디어를 통해 얻고,기대하는 것이 상당히 달라졌고,소비자들이 공급자가 되면서 정말 대단한 특종이 아닌한 뉴스에 대한 갈증이 많이 사라진 것도 사실인 것 같다.

 3개 신문사와 뉴스 공급을 해지한 뒤에도 다음의 트래픽은 별 영향이 없고 3개 언론사 사이트가 오히려 영향을 받는 것을 보면 그의 그런 자신감있는 발언은 상당히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계속 이렇게 가다간 언론사들이 먼저 안달이 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언론사와의 관계에서는 자신만만했던 다음이 이메일 파동으로 정신없는 것을 보면서,다음이 너무 이분법적인 사고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메일 파동에 다음이 대처하는 것을 보면,다음은 아직은 결코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미디어2.0 기업은 아닌 것 같다.오프라인의 제조업체와 그들의 대처방식이 다를게 뭐가 있나? 미디어 업체가 미디어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중앙일보 등 3사 언론사 뉴스를 빼도 다음에 전혀 지장이 없을 진 모르지만 보안이 한번 잘못되면,네티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면,개방된 인터넷 사회에서 숨기는데 초점을 맞추면 엄청난 폭풍이 몰아친다는 것을 다음이 이번엔 배웠을까.이번에 석 사장은 뭐라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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