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장이나 산업에 굉장한 불합리성이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그 분야를 바꿀 경험이나 노하우, 또는 아이디어가 자신에게 충분히 있다고 판단될 때,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물론 여기까지 도달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이런 단계에 왔다면 그 다음은 용기와 결단력의 문제다. 그리고 실행력과 행운이 따라줘야 할 것이다.

파킹스퀘어의 김태성 대표는 창업을 목적으로 달려온 사람은 아니다. 자신의 적성을 찾다 알수 없는 운명의 힘에 이끌리듯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그래도 일을 하는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방법을 고민했기에 누구 못지 않게 창업 동기가 강력하다. 그가 생각한 주차혁신은 어떻게 현실화될까.

◆창업을 위한 배움들

세종대 호텔경영학과 00학번인 김태성 대표는 대학 졸업을 앞둔 2006년 12월 한화개발에 입사했다. 여기서 3년반 동안 근무한 그가 종사한 분야는 부동산 관련 업무. 호텔과 리조트를 신규개발하는 한편, 프라자호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건설, 부동산 등의 분야에서 일하던 그가 주차장과 직접 관련된 일을 하게 된 것은 2010년 윌슨파킹이라는 외국계 업체에 근무하면서부터다. 윌슨파킹은 주차장 운영 및 개발 전문업체. 주차장 개발, 운영, 관리, 마케팅, 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회사다. 그는 여기서 주차장 운영 및 개발 팀장을 맡았다. 

 “전국 주요 건물의 주차장에 대해 알아보면서 주차장이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현금이 정말 많이 오가는게 주차장이더군요. ”

 생각해보면 낯선 곳을 방문했을때, 특히 대형 빌딩에 주차를 했을 때 현금으로 주차비를 계산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건물 주차장에 매일 얼마만큼의 현금이 오고갈지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규모가 꽤 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김 대표에 따르면 300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건물의 경우 월 주차장 수입만 약 6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건물들이 무수히 많으니 주차장 관리를 하는 게 돈이 될 것은 당연한 이치. 김 대표가 몸 담았던 윌슨파킹이나 GS파크24와 같은 회사들은 이런 대형 빌딩들과 계약을 맺고 주차장 관리를 대행해준다. 예를 들어 1년에 5억원 이런 식으로 계약을 맺고 주차장 운영과 수입을 관리하는 것이다. 1년치 계약을 5억원에 했는데 5억원 이상 수입이 들어오면 그 차액만큼은 고스란히 수입으로 가져갈 수 있다. 

 수입을 많이 내려면, 주차장의 모든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남는 공간을 최소화하고 가장 적절한 가격에 주차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주차장 관리업체들의 서비스 실태를 보면서 김태성 대표의 머리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파킹스퀘어 창업멤버들. 일부 멤버들은 외부에 있어 함께하지 못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태성 대표>

◆두 차례에 걸친 시행착오

그에게 떠오른 것은 주차장 관리가 너무나 비효율적이라는 것. 주차장 관리업체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주차장의 빈 공간을 찾는 수요와 이에 맞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공급 간에 괴리가 심하기 때문이었다. 즉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한쪽에서는 주차장이 텅텅 비어 고민을 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헤매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런 현실을 보면서 ‘주차장이 계속 이렇게 비효율적인 상태로 남아있진 않을 것이다. 언젠가 주차장은 반드시 바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젠가 바뀐다면, 그 바꾸는 일을 자신이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왜? 뭘 바꾸면 되는지 알고 있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도 알고, 아이디어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차장의 남는 공간 판매, 즉 수요와 공급을 맞춰주는 것에 대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정리해 ‘주차정보 제공방법 및 장치에 관한 특허’를 신청했다. 올 2월이었다. 이는 모바일주차 솔루션을 마케팅하는 것에 대한 특허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처음에 생각한 방법은 심플했다. 우선 앱의 컨셉트는 이렇다. 앱을 실행하면 지도가 뜬다. 지도에는 위치를 기반으로 주차 가능 건물 목록이 나온다. 물론 주차 가능 대수와 가격 등의 상세 정보도 제공된다. 나에게 맞는 건물을 택해 결제를 하면 된다. 결제는 물론 신용카드로 한다. 

 자, 이걸 기술적으로 구현하면 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처음 뜻을 함께했던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주차장을 공유경제 개념으로 봤다. 별 차이가 아닐 수 있지만 김태성 대표는 주차장은 결코 공유경제 차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주차장은 상용 자산을 사서 세일즈를 하는 것이지 공유경제의 개념을 도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결국 서비스의 개념을 놓고 올 2월까지 옥신각신하다 팀이 깨졌다.

 시련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우수한 기술개발진을 구하기 위해 여러 커뮤니티나 지인 등을 통해 수소문을 하고 다니다 주차장에 관심을 갖는 앱 개발팀을 알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도 자신들이 직접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외주를 맡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 여기에 지분을 나눠 갖는 문제 갖고 잡음이 생겨 결국 5월에 개발자들이 사라지는 사태가 왔다. 그 사이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마음은 초조해졌다.

 김 대표는 창업자가 엔지니어가 아닌 경우 겪을 수 있는 전형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신뢰할 수 있는 동업자이자 기술력이 있는 CTO감을 찾는 것. 짧은 기간이었지만 강렬한 시행착오를 경험한 셈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 온전히 목적의식만 갖고 일을 하는게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아는 사람을 통해 함께 일한 사람을 찾아보기로 생각을 바꿨죠.” 생각을 바꾸고 다른 관점으로 주위를 보면 답이 보일 때가 있다. 다행히 학교 동기를 통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뇌공학 박사 과정에 있었던 이준혁 CTO를 만나게 됐다. 뜻이 맞는 CTO가 들어오고 난 뒤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IT기술로 주차를 혁신한다

김태성 대표를 만났을 때 그가 제일 처음에 한 말은 ‘IT기술로 주차를 혁신하겠다’는 것. 어떻게 하겠다는 뜻일까.

 “세 단계로 주차 혁신을 이룰 수 있습니다. 우선 편리한 앱을 만들어 사용자들의 경험을 바꿀 겁니다. 소프트웨어로 혁신을 하는 거죠. 두 번째는 기계 분야의 혁신입니다. 이는 지금의 비효율적인 주차 시스템을 바꾸는 혁신이 될 겁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주차장의 낡은 기계들을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바꾸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주차 정보화 사업이 있습니다. 주차에 대한 빅 데이터를 수집, 전국 어디에서나, 언제든지, 누구나 편리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주차할 수 있는, 주차에 대한 고민을 끝내는 그런 정보화 단계까지 나갈 생각입니다.”

 상당히 거창해 보이지만, 일단 중요한 것은 시작이다. 어찌됐든 이런 단계적인 포부와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은 높이 살만하다. 그는 나름대로 단계별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었다. 건물의 주차 공간에 차량 디텐터를 설치, 정확한 자리 예약 뿐 아니라 주차장과 관련된 각종 통계를 만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똑똑한 주차습관’이라는 부제가 붙은 앱, 파크히어(Park Here)는 8월에 나왔다. 비공개시범서비스(베타서비스)가 시작됐고 9월 27일께 공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주차공간이 남는 건물의 주차 관리 업체나 건물주, 주차관리자 등은 정보를 올려놓고, 사용자들이 앱에 접속해 자신이 방문할 지역 근처 건물의 주차장 빈 공간을 찾는 방식. 

 나중에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수요와 공급이 모두 많아지겠지만 처음에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소비자들이 자신이 가는 지역에서 좀 떨어진 건물 주차 공간 정보밖에 제공받지 못할 수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이 그 곳에 주차를 하려고 할까? 

 좋은 가격에 예약가능 시스템을 적용하면 조금 더 걷더라도 파크히어를 사용할 거란 게 김태성 대표의 생각. “통상 사람들이 주차하고 걸어가는 최대 거리는 300m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서비스 출시에 앞서 홍대에서 이벤트를 하면서 실험을 했는데 좋은 가격에 예측가능성한 서비스가 제공되면 최대 1㎞까지도 걸을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직 해결할 문제들은 많이 남아있다. 오프라인의 주차장 시스템이 비효율적인 것은 맞지만, 이것이 온라인화로 인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까. 디지털화로 인해 오히려 불편한 점이 많아지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 배워야 하면서 진입장벽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이것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 대비 새롭게 창출되는 가치가 얼마나 의미 있느냐의 문제도 있다. 또 디지털화했을 때 정작 주차장 관리인들로 인해 서비스의 질이 좌우된다면 사업의 리스크가 너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김태성 대표 역시 이런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점검을 하고 있다. “어쩌면 주차 서비스는 각 건물 주차장에 있는 관리인이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이분들에 대한 대우부터 교육과 사후관리까지 많은 과제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제가 이 일에 가장 맞는 사람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호텔비즈니스와 주차장 영업 및 기획, 부동산개발까지 해 봤으니까요. 주차장은 꼭 돈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건물주들은 입주사나 주차 손님들의 불만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이런 마음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 주차를 혁신하는 기본은 갖추고 있는 셈 아닐까요.”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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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든 한 가지 목표만을 생각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살 경우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궁금하다. 막연하지만, 이렇게 살 수 있다면 분명 어떤 성취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 소개하는 엠버스 주시현 대표는 젊은 나이임에도 매사에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임해온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해서 성공에 이른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현실세계의 냉혹함이지만,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일찌감치 창업을 생각하고 준비해 온 그의 살아온 궤적과 준비 과정을 지켜보는 게 상당한 의미가 있을 듯하다.

◆창업만 생각한 학창시절

2년만에 민사고를 졸업하고 2004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에 입학한 주시현. 그야말로 ‘엄마친구아들(엄친아)’의 포스가 느껴지는 그는 이걸로도 부족했는지, 수재들이 모인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그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 군대를, 그것도 일반 사병 현역으로 가 만기제대했다는 점. 통상 이공계 진학생들이 엔지니어로 병역특례를 받는다는 것에 비춰 의외의 모습이다. 카이스트에 진학한 것이나, 전산학과를 택한 것이나, 군대를 현역으로 간 것이 모두 창업때문이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는 “사실 해외에 나가 창업을 하고픈 생각에 군대를 빨리 갖다오자고 생각했어요. 군대를 해결해야 해외에 나가는 게 자유로울 테고, 병역특례는 경험은 쌓을 수 있지만 기간이 길쟎아요. 병역을 빨리 마치고 해외로 가자고 생각한거죠.”

 제대하고 2010년 코스모스졸업을 한 그는 유학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하다 외국계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 입사를 했다. 해외로 바로 나가느냐, 경험을 쌓고 해외로 가느냐의 기로에서 경험을 우선 쌓는 길을 택한 것이다. 창업을 생각했을 때 학위를 더 딸 필요가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때도 그의 생각의 중심은 창업 준비에 있었다고 한다. “경험은 없는 상태에서 회사의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는 훈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컨설팅회사에 갔죠.”

 그런데 1년2개월여만에 그는 회사를 나왔다. 왜? 컨설턴트가 하는 일은 그가 생각한 것과 좀 달랐다. 무엇보다 창업과는 큰 연관성이 없어 보였다. 창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한 것. “사업은 결정하고 행동에 옮기는 게 중요하쟎아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수정하면서 성장하는 거구요. 그런데 컨설팅이란 일은 그렇지 않더군요. 컨설팅은 모든 정보를 모아서 시행착오 없이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사업을 하면서 충분한 시간과 충분한 정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컨설팅 회사를 그만둔 그에게 때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카이스트 선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타일세즈(Stylesays)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것이었다. 선배 일도 돕고 일도 배울 겸 그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2011년 9월이었다.

◆시행착오 속에 길을 찾다

스타일세즈 입사가 주시현 대표에게 좋은 기회였던 이유는 본래 해외 창업을 꿈꿨던 그가 미국에서의 창업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처음에 그는 스타일세즈에서 경험을 쌓고 미국에서 창업을 하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는 2012년 4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주시현 대표가 당초 해외에서 창업을 하려고 했던 것은 한국 시장이 작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어차피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려면 해외에서 하는게 낫겠다고 판단해서였다. 그런데 외국에서의 경험을 통해 그는 그가 모르던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고 한다. “서비스 회사는 고객을 잘 알아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고,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그래야 하는데 미국에 나가보니 미국 고객들의 마음을 잘 모르겠더라구요. 문화적인 차이도 분명히 있었구요. 고객의 마음을 알고 고객과 만날 수 있는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자는 결론에 이르렀죠.” 한없이 작게만 느껴졌던 한국 시장이었지만 카카오톡 등 모바일 서비스 활성화에 힘입어 급성장하는 모습도 그에게 자극을 줬을 것으로 생각된다.

 2012년 봄 한국에 들어온 그에겐 함께 창업을 할 동료도, 뚜렷한 사업 아이디어도 없었다. 그런 그에게 카이스트 2년 후배이자 기숙사에서 방을 같이 썼던 산업디자인학과 김태은이 떠올랐다. 두 사람은 한번도 창업에 대해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었지만 주 대표는 김태은의 실력을 알고 그의 성격이 자신과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와 또 한 명을 설득, 2012년 6월 엠버스(Mverse)를 창업했다. 모바일(mobile)의 M과 유니버스(universe)의 verse를 딴 조어다. 모바일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을 담은 것 같다.  

 주시현 대표가 서비스 개발을 맡고, 다른 2명의 창업자가 각각 디자인과 비즈니스를 맡기로 했다. 이들은 모바일 커머스로 자신들의 사업 영역을 정했다. “모바일 커머스 분야가 기술적인 측면에서 정말 소비자들에게 큰 가치를 줄 수 있고 혁신의 여지가 많은데 그런 부분의 발전이 거의 없다는 걸 알게됐어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봤죠.”

◆연말께 두번째 서비스 출시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모바일 커머스는 아직 초창기라 1위 사업자라고 할 만한 존재가 없다는 점. 모바일 커머스에서는 1등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꿈이 있고 목표가 있어야 사업을 끌어갈 수 있고, 뜻 있는 젊은이들을 모을 수가 있다.

 주 대표에게 엠버스는 사실 첫 창업이 아니다. 그는 2006년초에 학교 선배들과 창업을 같이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엔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것을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었지만 자금 부족, 경험 부족 등으로 중간에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군에 입대했다. 2012년 창업할 때 주 대표의 모습은 그때와 사뭇 달라져 있었다. 6년 전에는 선배들의 창업에 합류하는 형태였지만 이번엔 자신이 주도해 후배들과 함께 일을 시작했다. 

 ‘모바일에서 제일 편리하게 이용하는 커머스 플레이스 만들어보자’ 이게 이들의 목표였다.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케이큐브벤처스에서 1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2012년말 이들의 첫 작품, ‘MNOP Designs’를 출시했다. 이름이 어렵다. 주 대표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어려운 이름을 지었나? “생각을 너무 많이 했어요. 이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지었어야 했는데..”

 이 서비스는 디자이너들이 상품을 올리고 사용자들이 이를 구매할 수 있게 한 것. 모바일에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쇼핑 중에서 디자인과 관련된 상품을 선택한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사용자들이 어떤 물건이든 편하게 살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우선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하니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진만 보고도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그런 vertical 영역을 하나 잡은 거에요.”

 출시하고 7개월여만에 150명의 디자이너들이 올리는 상품 5000여개가 축적됐다. 4만여명이 다운로드해 서비스를 이용했다.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소비자들이 편하게 쇼핑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게 목적이었는데, 막상 서비스를 시작해보니 기술적인 혁신보다 제대로된 상품을 제때 공급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 돼 버렸다. 이로 인해 정작 중요한 부분의 변화는 이루기 힘들다는 걸 알게됐다.

 주 대표는 요즘 본질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본래 서비스를 시작할 때 목표는 ‘‘좋은 제품을 편리하게 구매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제품 공급을 하느라 리소스의 상당수를 투입하는 상황이 된 것. 결국 커머스의 요체는 좋은 상품이고 이에 대한 정보라는 것을 서비스를 하면서 알게 된 그는 연말을 목표로 새로운 서비스 준비에 나섰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끔 유도하면서 모바일에서만 제공되는 그런 특징을 가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뭐가 나올까. 아직 초창기인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서 기존 웹 기반 커머스가 보여주지 못한 것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까. 소비자들의 구매 경험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그의 목표는 아직 진행형이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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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만에 다시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이태호 위스캔 대표의 표정은 밝았다. 그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위스캔이 최근 새롭게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보낸 자료때문이었다. 아주 흥미로운 서비스를 그는 선보였고 그 자료를 보면서 이 대표를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났다. 2011년 9월 회사 앞으로 찾아온 그를 만났을 때 그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었지만, 약간은 힘겨워 보인다는 느낌도 받았다. 대기업을 다니다 첫 창업을 한 불안감이 아직 남아서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심지가 굳어보였고, 묵묵히 자신이 믿는 바를 실현해나갈 것이라 생각했었다. 한국의 스타트업 쉰다섯번째로 남겼던 그에 대한 예전 기록을 보니 당시 나의 그런 생각과 느낌들이 글에도 남아 있는 것 같다. 

다시 만난 그에게는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변한 것은 힘겨워하던 모습이 사라졌고 좀 더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는 것. 변하지 않은 것은 강인한 신념과 굳은 심지가 여전하다는 것. 눈부시게 아름다운 봄의 어느날, 간만에 만난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이 이처럼 빨리 흘러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3가지 착오

“위스캔은 잘 안됐어요. 결과적으로는.”

처음 봤을 때 그는 ‘인식이 검색의 미래다’는 화두를 갖고 명함 인식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다. 이듬해인 2012년초 그가 구상했던 서비스는 출시됐다. 당시 그 서비스가 출시됐다는 소식은 들었고, 페이스북 타임라인 등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서비스는 결과적으로 잘 안됐다고 한다.

“20만 다운로드 정도 기록했죠. 지금도 물론 서비스를 계속 하고 있어요. 그런데 서비스가 나오고 두세달 정도 지나면서 ‘아, 이것만으로는 힘들겠구나’는 걸 깨닫게 됐죠. 그리고 제가 생각했던 가정들 중 최소한 세가지가 잘못됐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그 세가지가 뭔지 궁금했다. 그가 가장 먼저 절감한 것은 벤처기업, 아니 스타트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었다. “명함을 스캔해서 간편하게 바로바로 저장할 수 있는 게 위스캔의 장점인데, 사람들이 개인정보가 많이 담긴 명함을 벤처기업이 하는 그런 서비스에 올려놓기가 좀 그렇다는 반응을 보이더라구요. 물론 극히 일부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죠.”

 이런 반응은 그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제가 그 전에 KT를 다니다 왔쟎아요. 그런 대기업에 다닐 때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죠. 어떤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회사가 미덥지가 않아서 불안하다는 반응이 나왔던 적은 없었으니까요.”

 두번째는 무료라는 것도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사뭇 달랐다. 그가 당초 생각했던 것은 무료로 출시를 하면서 유료로 제공되는 왠만한 다른 명함인식 서비스 수준의 퀄러티를 보장하면 시장에서 반응이 있을 거라는 점이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무료라고 하니까 뭔가 하자가 있는 서비스가 아닐까, 개인 정보가 보호가 안되는 것 아닌가, 등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신뢰를 하지 않더군요. 그런 인식을 극복하는 게 어려운 문제였죠.”

 마지막 문제는 인식률. 그는 인식률에 자신이 있었지만 막상 서비스를 해 보니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왠만한 유료앱에 비해서도 확실히 인식률이 나쁘진 않았어요. 하지만 최고는 아니었죠.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려면 역시 서비스의 핵심 기능인 인식률에 있어서 좀 더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업이란, 처음 생각했던 가정들이 하나씩 무너지는 과정이라고 누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 역시 그랬다. 하지만 처음의 가정들이 하나씩 무너진다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아니, 어려움을 겪어도 그 이후의 과정은 각자 다르기 마련이다. 첫 시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그래서 그는 실망했지만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잘하는 분야’에서 찾아온 기회

2001년부터 2011년 5월까지 KTH와 KT에서 근무한 그가 경력을 쌓은 분야는 UC(Unified Communication) Works. 통합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분야는 서로 다른 통신 설비와 교환기로 인해 이종 설비간 커뮤니케이션 연결이 안되는 상황을 해결하는 솔루션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부재중 전화가 왔을 때 이 사실을 PC 모니터를 통해 알려준다던가, 전화를 당겨받는다든가, 전화 내역을 찾아볼 수 있다던가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그런데 어느날 지멘스에서 연락이 왔다. 그의 창업 전 주특기인 UC 분야에서 솔루션을 개발해달라는 거였다. 2012년 봄의 어느날이었다. 어차피 당시 위스캔만 갖고는 당장 돈이 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던 그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지멘스와의 일이 시작됐는데, 생각보다 이게 돈이 꽤 됐다. 거기에 자신이 장점이 있는 분야의 일을 했기 때문에 자신감도 있었다. 무엇보다, 하다보니 이게 그가 생각하고 있었던 인식 분야의 기술 개발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 사업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그가 시작한 것이 위노트(wenote)다. 위노트는 컨퍼런스나 기자간담회, 세미나, 회의장 등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일종의 문서 공유 서비스다. 그런데 문서 공유의 차원이 구글닥스 같은 곳에 올려놓고 누구나 들어가서 볼 수 있는 그런 차원이 아니다. 

 예를 들어 대강당 같은 곳에서 강연을 한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발표자가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대체로 관련 자료를 프린트아웃해서 나눠주는 방식을 쓰지만 종이를 많이 낭비하는데다 수요 예측도 어렵다. 위스캔이 개발한 위노트는 앱 하나만 다운로드 받으면 발표자가 위노트 앱에 관련 자료를 올려놓고 이 발표를 듣는 사람은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해당 자료를 같이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구글닥스 같은 것과 뭐가 다른가 하면 발표자가 이를 실시간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발표하면서 ppt 자료를 넘기면 다른 사람들의 스마트폰에 있는 자료도 같이 넘어간다. 문서를 인식해 이를 메시지화해 한꺼번에 여러대의 단말기에서 동일하게 작동하는 방식이다. 최소 수천대의 단말기에서 동일한 작동이 가능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 B2B 서비스로는 인기를 끌 것 같고, 이미 기업들의 반응이 좋은 상품이다.

 위노트의 장점은 다른 문서 공유 서비스들과 달리 문서 인식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는 것. 그는 이를 직접 시연을 해서 증명했다. 대여섯명 수준이 아니라 수천명이 동시에 접속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차별화된 장점. 이 두 가지 차별점이 가능한 것은 위스캔이 계속해서 문서 인식에 대한 기술을 개발해온 데다 대표이사와 창업진이 UC 솔루션에 특화돼 있기 때문. 즉 두 가지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위스캔은 제가 하고 싶었고, 좋아하는 것의 시도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냈죠. 제가 잘 할 수 있는 UC 솔루션을 만들다가 좋아하는 것과의 접점을 찾아냈습니다. 그게 위노트였죠. 뭔가 한 단계 진화하지 않았나요?(웃음) 다음엔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새로운 위스캔 6월중 출시

뜻하지 않은 기회로 인해 작년에 위스캔은 상당한 매출과 이익을 냈다. 사실상 회사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는 첫 해에 이미 수익을 낸 셈이다. 물론 그가 원래 하려고 했던 인식 서비스 그 자체에서 수익이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 이런 상황에서 이태호 대표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매출과 이익이 났고, 그로 인해 성장하고 있으니 계속 새로 시작된 업무에 주력을 해야 할까.

 그가 내린 결론은 ‘아니오’다. 그는 결코 위스캔을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지금 하고 있는 위노트 사업과 UC 분야의 솔루션 개발도 그에겐 궁극적으로 위스캔으로 가는 하나의 중요한 관문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 진화되고 제대로된 위스캔을 만들기 위한 훈련의 과정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는 새로운 버전의 위스캔을 다음달 중 출시할 계획이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될 위스캔은 물론 버전만 바뀐 것이 아니다. 지난해 그가 겪었던 시행착오에 대한 답이 고스란히 담길 가능성이 크다. 그럼 이번엔 유료로 출시될까. 이에 대해서도 그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서비스를 무료로 출시한다는 것은 우리의 철학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서비스를 하나하나 팔아 소비자에게 돈을 조금씩 받아 매출을 낼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새로 나오는 위스캔 역시 무료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언젠가 인식 분야에서 큰 시장이 나올 것이라는 게 그의 신념. 세상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거다. 그런 그에겐 지금 약간의 돈을 버는 것보다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5000만원 자본금으로 시작한 위스캔은 창업 후 2년이 지났지만 한번도 투자를 받지 않았다. 이태호 대표 본인이 중간에 증자를 더 했을 뿐이고, 작년부터는 이미 이익이 나는 체제로 바뀌었다. “현재로선 투자를 받을 계획은 없습니다.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미래를 향해, 더 열심히 제품을 만들어야죠. 인식은 분명 검색의 미래가 될 것이고, 검색을 대체할 겁니다. 그 시대가 왔을때 위스캔이 가장 준비가 된 회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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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한국의 벤처 붐 현상이 부럽습니다. 젊은이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을 뜻하니까요. 한국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 같지만 아예 젊은이들의 벤처 창업을 보기 힘든 일본에 비하면 훨씬 낫습니다. 뭔가가 있어야 그 중에 제대로 하는 사람도 있지 않겠습니까.”

에비하라 히데유키 사이버에이전트벤쳐즈(CyberAgentVentures)코리아 대표는 이렇게 운을 뗐다. “한국의 벤처 열풍이 놀랍고 부럽다”는 게 그의 첫마디 말이었다. 열정을 가진 한국 벤처들의 일본 시장 진출을 돕고 동시에 사이버에이전트가 아시아,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 한국이 교두보가 되고자 하는 바람도 피력했다. (만나자마자 즉시)그가 내민 사이버에이전트벤쳐즈 회사 소개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사이버에이전트벤쳐즈와 함께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세계로!’

 한국에서 좋은 회사들을 발굴, 투자해 성장시킨 뒤 한국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와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게 키우고 싶다는 뜻이다. 사이버에이전트벤쳐즈는 지난 10월 한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카카오에 투자해 성과가 좋았다. 그 뒤로 카카오를 통해 한국 벤처 상황을 파악하고 한국 진출 기회를 모색해온 것 같다. 

 한국 벤처 기업의 발굴이라는 미션을 갖고 입국한 에비하라 히데유키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2년 동안 컨설팅 업체에 입사해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다가 2005년 사이버에이전트벤쳐즈에 합류했다. 한국에 들어와 언론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와 사이버에이전트벤쳐즈가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교육과 오프라인-온라인 연계 사업. 교육은 주로 영유아를 위한 교육 콘텐츠 업체에 관심이 간다고 했고, 오프라인 비즈니스 중 온라인과 연계되거나 온라인화되고 있는 사업이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사이버에이전트는 현재 한국 벤처기업들의 잠재 성장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한국에서 경험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7년 동안 계속해서 벤처기업들을 찾아다니고 시장 조사를 하고 투자를 해 왔습니다. 제 경험상 일본에 비해 한국은 훨씬 역동적이고 성장 잠재력이 큽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한국의 벤처기업들은 위기의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시장이 바뀌는데 소외될 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있는 것 같고 이것이 기업을 강하게 해 줍니다. 반면 일본은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위기의식도 훨씬 덜하죠. 이것이 이들을 더욱 약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스타트업에 원화로 1사당 5억원에서 15억원 정도를 투자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세웠다고 한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이보다 더 많이 투자하거나 더 적은 금액을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는 한국에서 투자할 회사를 찾으면 사이버에이전트의 국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 적극적으로 도울 방침이다. 한국 벤처기업들의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고 있었다. 

“미국에 있는 VC들로부터 소식을 듣고 있는데 한국 벤처들의 미국 진출이 최근 부쩍 활발하다고 들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은 많지만 일본 스타트업은 없습니다. 그런 점이 좀 답답했는데, 한국의 벤처기업들이 사이버에이전트와 함께 커나갈 여지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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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을 쫓아갔더니 미래가 보였다”

글로시박스 최홍준 대표는 일관된 길을 가지는 않았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근무를 했지만 미국에 건너가 장사를 경험하는가 하면 투자와 관련된 업무를 하기도 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그 역시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몰랐다. 하지만 그가 미래를 걱정할 때는 앞날이 보이지 않았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 대신 열정을 쫓았을 때 새로운 세상이, 미래가 열렸다. 편한 길을 마다하고 꿈을 쫓아, 열정을 쫓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글로시박스 최홍준 대표를 만났다.

◆어떻게 살아야할까

서울대 경제학과 95학번인 최 대표는 학교를 졸업하고 IBM에서 근무를 했다. 5년동안 그는 세일즈와 사업 개발 분야의 일을 했다. 명문대를 나와 좋은 회사에서 근무를 한 사람답게 그는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고민했다. 그래서 UCLA로 건너가 MBA(경영학석사)를 했다고 한다. 이때까지의 최홍준 대표는 항상 ‘다음 단계’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많은 수재들이 그렇듯, 그 역시 자신을 계속 단련하고 자신에게 투자해 실력을 점점 키워서 더 높은 자리로 가는 그런 목표를 세우고 앞을 향해 달려갔다. “계속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생각을 한거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아졌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했어요. 그랬더니 기왕이면 내가 가진 것으로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고 싶어지더라구요. 물론 돈도 벌어야겠죠. 하지만 좀 더 가치있게 살고 싶었어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는 MBA 과정 중에 LA(로스앤젤레스)에서 중고 옷을 판매하는 등 창업 예비 훈련을 나름대로 했다. 미국에 건너가 공부를 하는 당장의 목적은 물론 학위를 따는 것이었지만 그는 다른 동기들과 달리 직접 장사를 하는 것을 포함해 현지 기업에 들어가 일을 하면서 경험을 쌓고 견문을 넓히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라이트미디어라는 회사에서 광고 네트워크 관련 일을 하다가 야후에서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그는 야후 본사에서 일을 하는 기회도 얻었다. 

 학위를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온 그는 SK텔레콤에서 1년반 정도 투자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하지만 그가 대기업에서 느낀 것은 ‘자신에게 요구하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제가 저의 모든 능력을 다 발휘할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제 능력의 한계까지 일해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 로켓인터넷을 통해 창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화장품 정기 체험 서비스 1호

로켓인터넷은 한국의 패스트트랙아시아(FTA)와 유사한 벤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그는 로켓인터넷을 UCLA MBA 중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 독일에서 태동한 로켓인터넷은 인터넷·모바일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을 인큐베이팅하고 초기 투자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마치 매월 잡지를 구독하듯 화장품 최신 제품을 담은 ‘박스’를 정기적으로 받아 이를 써 본다는 개념의 ‘글로시박스’ 사업 아이디어를 로켓인터넷은 글로벌 서비스로 확산하고 싶어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한국, 브라질 등 5개국에서 비슷한 시기 일제히 서비스가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최홍준 대표가 이 사업을 맡아 시작하게 됐다. 사업 기획안을 만들고 2011년 3월 28일 법인을 설립했다. 5월에 첫 상품을 출시했다. 

 글로시박스(Glossy Box)는 화장품 시장의 허점, 즉 여성들이 화장품을 쓰면서 느끼는 불편함에 착안했다. 일상 생활의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서비스로 출발한 것이다. 전 세계의 모든 여성들은 누구나 화장품에 관심이 많고 새 제품이 나오면 이를 써보고 싶어한다. 누구나 더 예뻐 보이고 싶어, 피부가 더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새 제품이 나오면 그 중 자기에게 더 적합한 제품이 있을지도 모를 일. 하지만 매월 쏟아지는 신제품 사이에서 정작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고르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사실 뭐가 나오는지도 잘 모른다)

 최 대표가 이 사업을 하면서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계기는 미용실에서 우연히 여성 잡지를 보면서부터다. 한 권의 여성 잡지에 300개가 넘는 화장품 브랜드가 있었고 이들이 500종이 넘는 화장품 신제품 광고를 하고 있었다. 광고를 하는 제품만 그 정도였다. ‘이렇게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나오는데,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자’ 이런 생각이 사업의 출발점이 됐다. 

 선택을 강요할 순 없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이 새 제품을 써 보고 그 중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하게 한다면 업체나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화장품 정기 체험 서비스라는 카테고리로 글로시박스는 국내에서 첫 선을 보였다. 글로시박스는 매월 여성 회원들에게 필요한 (화장품을 포함한)뷰티아이템 5가지를 큐레이팅, 핑크색 박스에 담아 보내준다. 소비자는 화장품을 하나하나 발견해야 하는 수고를 덜고 화장품 브랜드는 자사의 제품을 타게팅된 소비자의 손에 쥐어줄 수 있다. 그리고 글로시박스는 소비자들로부터 정기 서비스료를 받아 돈을 번다. 3자가 모두 이익이다.

◆하나를 성사하기 위해 아흔아홉번 거절을 당할 수 있다

글로시박스는 독일의 로켓인터넷으로부터 초기 1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맨땅에 헤딩하듯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통상적인 스타트업에서 비해선 비교적 수월하게 시작한 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창업 아이템도 분명하고 수익 모델도 확실히 갖췄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려웠다.

 “제품은 매달 쏟아져 나오지, 소비자와 업체에게 모두 이익이지, 비교적 쉽게 풀어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일단 화장품 업체들로부터 제대로된 물건을 조달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화장품 회사에 별다른 인맥이 있을리 없는 30대 남성이 무턱대고 화장품 회사를 찾아가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화장품을 공짜로 달라고 했으니 선뜻 신뢰하기 힘든 게 당연했을지 모른다. 한 두 곳은 실험삼아 해보자는 생각으로 계약을 하기 시작했지만 소비자들이 충분히 체험할 만한 물량을 확보하는데 3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소량이나마 화장품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5월에 제품이 나왔지만 500박스 밖에 만들 수 없었다. 일단 초기 물량은 그냥 공짜로 뿌렸다. 흔히 말하는 샘플 제품을 받지 않고 일주일 정도는 써 볼 수 있게 제대로된 용기에 담긴 제품을 받았다. 스킨, 메이크업, 바디 등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하되 이를 또 피부타입과 톤 등에 따라 구성했다. 화장품 회사는 이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중 구매로 전환하는 소비자를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는 그냥 선심성으로 주는 샘플 제품을 얻어 쓰는 차원이 아니라 매달 신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단 1만6500원을 내고 쓴다. 이 사용료가 고스란히 글로시박스의 수입이 된다. 

 하면서 사업 노하우가 터득이 됐다. “미백제품은 3월부터 판매가 많아집니다. 그래서 2월에 섭스크립션을 하는 게 좋죠. 써 보고 주문하게 되거든요. 겨울에는 보습제품을 많이 쓰니깐 가을부터 체험을 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여기서 더 세분해서 통계를 내고 사람들의 생활과 화장품 사용습관을 분석하는 일이 필요하죠. 어쩌면 그게 핵심 경쟁력일지도 모릅니다.”

 현재 매달 10여개 브랜드가 참여하고 있고 지금까지 120개 화장품 브랜드와 제휴를 맺었다. 제품 미니어처와 백화점 방문 안내장을 같이 보냈더니 방문율이 14%에 달하기도 했다. 통상 샘플 보냈을 때 방문율이 2%에 비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 매달 엄청난 신제품이 쏟아지기 때문에 제품 조달 걱정은 없다. 오히려 너무 홍보가 되서 회원이 급증하면 물량 조달이 안될까 그게 걱정이다. 함께 할 직원을 뽑는 것도 가장 어려운 작업 중 하나였다.

 “사람을 내보내는게 가장 힘든 일이더군요. 매달 물품을 맞춰야 하는 스트레스도 있죠. 하다보니 자기 가치관이 있고 그것을 실현해나가는 사람이 함께 벤처를 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때도 있지만 그래도 창업을 해서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를 성사시키기 위해 아흔아홉번 거절을 당하기도 하지만 내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알게 되고, 모자라는 것을 도움을 받아 채워가는 법도 터득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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