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할 회사나 투자할 회사를 찾아다니다가 그럴 만한 회사가 별로 없어서 아예 내가 그럴 만한 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한 사람이 있다면? 우선 세상의 변화를 볼 줄 알고 목표 의식이 뚜렷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무엇보다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특히 멀쩡하게 잘 다니던 대기업에서 뛰쳐나온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한명제 아이트로스 대표가 딱 이런 유형이다.대기업에 다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창업을 결심하고,과감하게 가족까지 엮어서 위치기반 서비스에서 대박을 노리는 한 대표를 만나러 서초동 사무실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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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커머스를 고민하다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나온 한 대표는 2001년 쌍용정보통신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2002년 KT로 옮겨 기획조정실,망관리본부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6년 12월부터 신사업추진본부 고객가치혁신센터에서 일을 하게 된다.그리고 그 뒤에는 벤처업체를 발굴해 투자하는 업무를 하게 됐다.

 지난해초 한 대표는 KT에서 근무하던 중 한 소셜커머스 업체를 찾아가 투자를 시도했다.하지만 투자가 무산되고 이후 몇몇 소셜커머스 업체들을 만나면서 소셜커머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소셜커머스가 왜 이렇게 짧은 시간에 떴을까?”
 그는 하루에 딱 하나의 우수 업소만을 집중 홍보하는 것이 소셜커머스 모델의 성공 이유라고 생각했다.“사용자에게 너무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택권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전략이 먹힌 거죠.사람들은 살지 말지 딱 그것만 결정하면 된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그래서 저희도 사람들의 선택권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으로 사업의 방향을 잡았습니다.이 분야에선 선택할 수 있는게 너무 많으면 오히려 그냥 묻혀버리기 쉽습니다.”

 그는 이런 컨셉으로 이를 위치 기반 모바일 광고에 적용하면 대박 아이템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고 한다.그래서 원래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찾아 투자를 하려 했으나 그럴만한 마땅한 업체를 끝내 찾지 못했다.그래서 그는 직접 창업을 했다.

◆위치기반 모바일 할인쿠폰 ‘라이브스팟’
 오는 2월 18일 아이폰을 통해 출시될 예정인 앱 ‘라이브스팟(LIVESPOT)’은 쉽게 말하면 지역별 할인 쿠폰을 알려주는 서비스다.메뉴판닷컴 등 기존 쿠폰 정보와 다른 점은 선택을 제한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라이브스팟이 소수의 업체만을 선별해 보여준다는 것이다.이를테면 라이브스팟은 처음에 강남역,홍대앞,신사동 가로수길 등 3개 지역의 할인 정보만 제공한다.3개 지역 중 한 곳에 갈 때 라이브스팟을 실행하면 라이브스팟이 엄선한 10여개의 업소 정보가 뜬다.주점,식당 등 업종은 다양하지만 업종별로 1-2개로 매장 정보는 제한한다.“그 지역의 모든 것을 다 알려주는 것은 소비자들을 피곤하게만 하는 일”이라는게 한 대표의 생각이다.

 ‘업소들은 라이브스팟을 통해 사실상의 모바일 위치 기반 광고를 하고 소비자들은 라이브스팟을 통해 믿을 만한 업소를 소개받는다.’이게 라이브스팟이 원하는 바다.대신 대략 일주일 단위로 지역별로 뜨는 추천업소 리스트는 변경될 예정이다.

 현재로선 관건이 서비스 권역이 얼마나 빠르게 확장되느냐다.그리고 소비자들과 업주들이 얼마나 이런 방식의 서비스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느냐다.“할인률만 높이면서 서비스 질이 나빠지고 재방문률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기존 소셜커머스와 달리 할인률은 좀 낮지만 상호간의 신뢰 구축과 이를 통한 재방문률을 높이는게 라이브스팟의 지향점입니다”

 아이트로스의 출범에는 한 대표의 이런 생각에 적극 동조하고 소셜커머스의 새 장을 열어보겠다는 포부를 보인 창업멤버들이 있기에 가능했다.참모를 맡은 외국계 홍보 전문회사 출신의 사업본부 손선미 이사가 대표적이다.한 대표의 친누이이자 아모레퍼시픽 컨설턴트였던 한진희 부장은 영업 총괄이다.홍보는 5년간 월간지 기자로 일했던 이은숙 팀장이 담당하고 한 대표의 사촌여동생 박희진 과장과 라이프플래너 출신의 이미나 과장이 영업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그리고 앱 개발을 맡은 유준상 대리와 디자이너 임수연 팀장 등 8명이 아이트로스의 창업 멤버다.

 한눈에 봐도 특징이 인터넷이나 모바일 비즈니스쪽에 계속 몸담았던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다.치열한 영업과 광고 유치전에 적합한 인재 구성으로도 보여진다.그렇다면 아이트로스가 하려는 사업 모델과는 잘 맞는 편이다.

◆3월중 중국 진출 추진
 아이트로스는 우선 올해 안에 서비스 지역을 최대한 확장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다.한 대표는 “연말까지 서울과 수도권 지방을 중심으로 20개 권역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역은 내년에는 전국 주요 도시의 40개 이상으로 확대된다.시장 상황을 더 본 후에 결정하겠지만 올 연말께 오픈플랫폼 형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업소 주인들이 직접 자신들의 상품 및 할인 정보를 올리고 고객들과 만난다.자신들이 직접 관리하면서 평가를 받는 방식이다.아이트로스는 플랫폼만 제공해준다.

 올 상반기 중에는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 최초로 해외로 진출하는 것도 가시화될 전망이다.중국과 일본이 1차적인 타깃이다.직접 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현지 사정에 밝은 현지 업체와 협력해 하는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권역을 중심으로 믿을 만한 좋은 업소를 소개해주는 이런 시스템은 해외에서도 별로 없기 때문에 해외 진출해도 충분히 통할 것으로 생각합니다.중국에 진출할 경우 영업과 운영은 현지 업체에서 하고 우리는 로열티를 받는 정도로 해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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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트로스 창업 멤버 8명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맨 오른쪽이 한명제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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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미 매출 1조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산되는 미국의 징가에 비하면 참으로 보잘것 없는 숫자다.하지만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셜게임의 가능성을 알려주는 숫자이기에 그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해 봤다.한국에서 매출 100억원짜리 소셜게임업체가 나올 수 있을까.현재로선 올해 그 달성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그리고 그 가능성이 가장 높은 회사로 선데이토즈를 꼽는다.

◆선데이토즈,5개 중 3개가 회원 50만명 넘어
 선데이토즈를 주저하지 않고 꼽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우선 선데이토즈는 국내 소셜게임업체 중 가장 먼저 가입자수 300만명 고지를 돌파했다.단일 게임으로 100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업체도 현재로선 선데이토즈가 유일하다.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선데이토즈의 높은 성공률에 있다.

 선데이토즈는 2009년 9월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 앱스토어에 애니 사천성을 출시하면서 소셜 게임 시장에 뛰어들었다.그 전에는 페이스북용 게임을 만들기도 했지만 2009년 가을 이후 확실하게 국내 포털 앱스토어 시장을 공략하면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지난해 윷놀이까지 선데이토즈는 5개의 게임을 선보였다.그리고 그 중 애니 사천성,애니팡,아쿠아스토리,윷놀이 등 4개는 회원 30만명을 넘었다.애니팡을 제외한 나머지 3개는 5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모았다.5개중 4개를 성공한 회사다.복수의 소셜게임을 만든 회사 중에는 가장 성공률이 높다.사용자들의 만족도도 모두 7점 이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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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2000-3000만원씩 결제
 선데이토즈의 대표작인 아쿠아스토리는 어항에 물고기를 키우는 게임이다.이 게임은 지난해 4월 선보였고 여름부터 상용화됐다.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상승세를 타다가 지난해말 가입자수 100만명을 처음으로 돌파했다.올해 들어서도 한달여만에 회원수가 12만명가량 늘어났다.이 대표는 “지난해말 가입자수가 급증할 당시 돌고래만 하루에 1500만원어치씩 팔리곤 했다”고 전했다.

 선데이토즈는 이 밖에도 애니 사천성,윷놀이 등 막강한 소셜게임 라인업을 갖고 있다.이들 게임에서 하루 이뤄지는 결제는 2000만원 내외.등락이 있지만 이 추세로만 가도 연 70억 매출은 거뜬하다.
 거기에 최근 시작한 정글스토리 역시 하루에 1만명씩 회원이 늘어나면서 순항하고 있다.정글스토리는 아직 시범서비스 중이지만 이미 서비스가 시작되자마자 네이트 앱스토어 1위 게임에 올랐었다.

 선데이토즈는 올 상반기 중 정글스토리의 후속작을 선보일 계획이다.하반기에도 소셜게임으로는 제법 큰 규모의 신작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이를 준비중이다.

◆모바일,해외 시장에도 진출
 선데이토즈는 300만명의 회원을 모두 네이트에서만 모았다.네이버 소셜앱스에는 비교적 최근에 진입했다.모바일 애플이케이션(앱)으로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벤처캐피털들이 선데이토즈의 지금까지 성적보다 향후 성장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이유다.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코오롱인베스트먼트는 작년 연말 선데이토즈에 각각 15억원씩 투자했다.선데이토즈는 투자받은 30억원으로 모바일 및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특히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의 연계를 확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시장에 선데이토즈만 있는 것은 아니다.네이트 앱스토어에는 선데이토즈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성장하는 소셜게임업체들이 있다.고슴도치플러스,Rekoo,피버스튜디오,noknok 등이 대표적이다.고슴도치플러스는 해피타운(41만명),해피아이돌(38만명),해피가든(35만명) 등 해피시리즈를 앞세워 230만여명의 유저를 확보했다.출시작도 9개로 가장 많다.Rekoo는 작품수는 많지 않지만 모두 알짜배기들이다.햇빛목장(94만명),동물낙원(44만명),햇빛깊은바다(21만명) 등 유저수가 160만여명에 달한다.피버스튜디오는 132만여명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틀린그림찾기는 37만여명,에브리타운은 21만여명,판타지디펜스는 28만여명 등이다.

 물론 이런 회원수들은 중복된 숫자가 많다.한 유저가 2개 이상의 게임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내에서 소셜게임업체들의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다.작년 초만 해도 거의 매출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하루에 1000만원 이상 결제가 이뤄지는 게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피버스튜디오의 경우 최근 에브리타운 단일 게임에서 일 최고 매출 2500만원이란 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국내는 소셜게임 플랫폼 정책이 미흡해 해외에 비해 1~2년 정도 시장이 늦게 형성됐지만 전 세계 시장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스마트폰의 보급 등으로 소셜게임을 유무선으로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선데이토즈의 급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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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생각을 해 보자.‘사람들이 앞으로도 소개팅만큼은 오프라인에서 자기가 아는 사람에게 소개를 받아 하게 될까.반드시 영원 무궁히 그런 형태로만 유지될까.’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날 만났던 이노무브 장효곤 대표의 생각하는 스타일대로 한번 가정해봤다.변화의 방향은 잘 모르겠지만 계속 같은 방식이 유지될 것 같지는 않았다.그건 분명하다.그렇다면 그 변화에 기회가 있을 거다.예를 들어 온라인에서 누군가가 충분한 DB를 갖고 소개를 해 주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박희은 이음소시어스 대표는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었다.그래서 그는 지난해 5월 온라인에서 젊은 남녀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 이음을 차렸다.
<박희은 대표가 이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꼬날>

◆매일 한 명의 인연을 선물한다
 ‘안드로메다에서 내려온 이음신이 매력적인 지구 피플에게 매일 한 명의 인연을 선물해 준다’
 이음소시어스의 캐치프레이즈다.독특하고 톡톡 튄다.가입하면 매일 한 사람씩 소개받을 수 있다.소개의 주체는 ‘이음신’.물론 이음신을 앞세운 회사의 매칭프로그램이 이 일을 해낸다.

 대상은 20대∼30대 남녀.오프라인에서 사람을 소개받기 어려운 사람들이나 자신이 원하는,또는 자신에게 맞는 짝을 찾기 힘들어하는 사람,바쁜 젊은 사회인들,학생들이 주된 대상이다.
 온라인에서 데이트를 주선한다니.. 뭔가 음침한 구석이 있을 거라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이음은 그런 우려를 사이트 첫 화면부터,그리고 이음신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날려버린다.
 “20~30대 한국의 젊은 층에 온라인 소셜데이팅이라는 없던 문화를 만들내고 있습니다.이 일을 하면서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이상 위험하고 퇴폐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소셜미디어 시대에 맞는 ‘쿨한’ 생활패턴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그런데 현재까지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고객들이 정말 쿨하게 이용해주고 계십니다.”박희은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말 정식 오픈한 이음의 회원은 1월초 현재 7만명.여성 회원 3만4000여명,남성 회원 3만6000명이다.남성이 많다보니 남성은 대기자만 5000명이 넘는다.이음의 개념은 간단하다.회원 가입을 하면 매일 정오에 각 회원별로 1명씩 이음신이 사람을 소개해준다.물론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이다.24시간 내에 OK를 할 지 결정을 해야 한다.OK를 하려면 권리를 사야 한다.1회 OK권은 3300원,14일치는 5900원,30일치는 8900원이다.30일치를 구입하면 최대 서른명을 소개받고 서른번을 OK할 수 있다.

 이때 상대방도 나를 OK하면 두 사람에게 각자의 신상 정보와 연락처가 공개된다.그 다음은 둘이 알아서 할 일이다.둘이서 만나든 사귀든 물건을 팔든 말이다.여성 회원이 적기 때문에 여성들은 돌아가면서 ‘럭키 데이’에 당첨될 수 있다.그 날은 1명이 아닌 남성 2명을 소개받는 것이다.예전에 소개받았던 이음이 다시 그리워지면 쿠폰을 사면 된다.이음엔 재밌는 장치들이 제법 많이 마련돼 있다.

◆일회성 만남 사이트와 결혼정보업체 사이
 이음은 채팅 사이트 등을 통한 일회성 만남과 아주 심각한 결혼정보회사, 딱 그 사이의 서비스다.일회성 만남은 싫고 아직은 정색을 하고 결혼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자기 짝을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평소에 주변 친구들을 통해 소개팅을 많이 하는 젊은이라고 하더라도 다양한 사람을 소개받을 수 있다면,그것도 아주 저렴한 금액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why not?

 “미국의 경우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가 1조5000억원에 이를 만큼 큰 시장인데도 한국은 아직 이러한 서비스가 없습니다.국내 결혼정보 시장과 채팅시장은 크지만 소개팅 시장은 형성되지 않아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박 대표의 이런 말은 그의 창업 동기를 아주 간단하게 설명해준다.이걸 간단하게 도식화해보면 다음과 같다.

◆젊은 창업자와 노련한 주주들
 이음 창업자인 박희은 대표는 86년생.26살이다.서울대 언론정보학과 06학번.거기다 동안 스타일이라 그냥 보면 아직 대학 초년생같아 보인다.(물론 이제는 20대의 나이 분간을 잘 못하는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어쨋든, 젊다.

 회사에 들어가면 회사 사무실이 아니라 무슨 동아리방에 온 것 같다.아기자기하게 벽을 장식한 이음 캐릭터와 아무리 봐도 회사원으로 안보이는 젊은 직원들의 모습 때문이다.이 회사는 평균 나이도 만으로 25살에 불과하다.일찌기 이렇게 젊은 직원들로만 구성된 회사를 만난 적이 있었던가.

 박 대표는 어떻게 이런 젊은 나이에 창업을 할 수 있었을까.졸업직전 원래 박 대표가 처음 취직한 곳은 엔씨소프트였다.일은 재미있었지만 자기 일을 해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그래서 박 대표는 엔씨소프트에 다니기 전부터 대학 시절부터 고벤처라고 하는 벤처인들의 모임에 자주 나갔다.거기서 고영하 대표와 김도연 전 피플2 사장을 만났다.그들의 조언과 자금 지원으로 이음이 탄생했다.

 하지만 박 대표 자신이 끼가 없었다면 조언만으로 회사가 생기긴 힘들 터.그는 대학 시절 SKT와 LG가 주최하는 공모전에 나가서 모두 입상을 했다고 한다.그리고 그때 느꼈다.“아 내가 이런 것에 적성이 맞는구나”아이디어를 내서 그것을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고 그것이 졸업후 창업의 길을 가게 된 배경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이 젊은 이음소시어스의 약점(경험)을 보완해주는 것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주주 및 고문진이다.앞서 언급했던 김도연씨는 이음소시어스의 CSO를 맡고 있다.CEO보다 힘있는 CSO를 가진 회사들이 벤처엔 좀 있는데,이 회사도 그러려나? 모르겠다.일견하기에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은 박희은 대표가 다 하고 있는 것 같다.박희은 대표의 말을 빌면,창업 초기에 김도연 이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실제로 김 이사가 많이 개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영하 고벤처 회장이 주주이자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고 강인태 인터파크 상무,박소연 바른손 대표,김광렬 이온소프트 대표,정성은 위버마인드 대표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여성 회원들 확보가 관건.
 이음이 돈을 버는 것은 사람들이 OK권을 구매할 때다.결국 사람이 많이 들어오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OK권을 구매할 때 이음의 사이트도 번창하고 앞으로 발전가능성도 커진다.그러려면 사람들이 이음에 대해 생각할 때 믿을 수 있다거나,재밌다거나 아니면 최소한 이음을 통해 소개받는게 오프라인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현재 이음은 충분한 장점을 갖고 있다.비록 매번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이음 가입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많은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인재풀이 많으면 그만큼 다양한 기회들이 생길 수 있다.꼭 소개팅이 아니더라도 의외로 좋은 친구를 하나 만날 수도 있다.
“온라인 데이팅을 컨셉으로 했지만 이런 만남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이용자들이 많았습니다.예를 들어 이음에서 소개를 받고 어떤 남자를 만났는데 그 남자가 사귀기에는 적합치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동생의 과외선생님으로는 너무 좋을 것 같아 동생에게 연결시켜줬다는 여성분도 있었거든요.역시 애초의 목적과 달리 사용자들이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예측이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핵심은 여성 고객의 확보다.남성 고객은 줄을 서서 기다릴만큼 많다.박 대표도 “여성 고객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이음은 여성 고객 확보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그들을 위한 혜택을 마련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미지수다.시장 자체가 아주 많은 수의 대중을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니다.남성이든 여성이든 소개를 몇 번 받다가 자꾸 실망하게 되면 떠날 수도 있다.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으려면 소위 물관리를 해야 하는데,그러면 고객 수를 일정수 이상 늘리는 것이 힘들어진다.물론 이음도 이것을 알고 있다.현재 상황에선 무작정 회원을 늘리는 것이 답은 아니다.일단 올 상반기까지 이음은 현재 7만명인 회원수를 15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물관리는 안해도 태도관리는 한다
 한두명의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로 인해 사이트의 이미지가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이에 대해 박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물관리에 대해 물었더니 박 대표는 “물관리는 하지 않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그러면?
 “물관리는 하지 않지만 attitude 관리는 합니다.이음에 가입하려면 입국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너무 무성의한 대답을 적거나 이성을 만나고픈 뚜렷한 목적 의식이 없다고 생각되면 거부를 합니다.”예를 들어 입국 심사엔 성격,취미,외모,학교 등 다양한 것들을 적어야 한다.외모는 보통,성격은 무난,취미는 영화 등 너무 뻔하고 단답식,무성의하게 채워넣으면 거부당한다는 것이다.최대한 자기 자신을 자세하게 표현하고 이상형을 밝혀야 한다.사진도 그냥 증명 사진을 넣으면 거부 당할 확률이 높다.(아주 대단한 미남이 아니고서야 대충 찍은 증명사진을 보고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여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박 대표는 이음이 계속해서 회원이 늘어나는 그런 컨셉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그래서 이음이 준비하고 있는 다음 단계는 이음의 정착에 따른 회원간의 소셜쇼핑이나 결혼정보사업으로의 진출 등이다.이음 유저들간의 SNS 서비스도 기획중이다.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해 사업 영역도 넓히고 있다.

 이음은 내가 이제껏 취재하면서 그 진가를 유일하게 맛보지 못한 유일한 회사다.유부남은 가입할 수도 없고 어쨋든 가입해서도 안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그건 유부녀도 마찬가지다) 가입신청 내 봤자 입국 거절당한다.그래서 겉으로만,그의 말로만 판단할 수 밖에 없다.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해킹,관계의 악용 등 예상되는 다양한 어려움들을 이음이 극복해내고 새로운 소개팅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밝고 쾌활한 박 대표의 모습과 자세에서 긍정적인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이들이 현재로선 더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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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가을쯤이었던 것 같다.구글이 한국의 벤처기업 태터앤컴퍼니를 인수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게.당시 정치부 기자로 일하고 있었기에 이에 대한 기사를 쓰지는 않았지만,소식을 듣자마자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태터앤컴퍼니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노정석,김창원 사장이었다.그리고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곧 창업하러 나올텐데.이번엔 무엇을 가지고 창업을 할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그리고 실제로 노정석 구글PM(프로덕트매니저)는 결국 지난해 구글을 박차고 나와 자기 이름으로 회사를 차렸다.30대 중반에 벌써 네번째 창업이다.하지만 그가 구글을 나와 다시 창업을 하게 되는 과정은 결코 간단치는 않았다.때론 밖에서 보기엔 너무나 당연해보이는 일도 그 과정은 수많은 우여곡절과 그것이 아니었으면 이뤄지기 힘들었을 운명적인 만남 같은 것으로 점철되기 마련이다.강남역 인근에 사무실을 얻은 노정석 사장의 아블라컴퍼니를 1월초 어느날(아마 폭설이 내린 다음날쯤이었던 것 같다) 찾아갔다.

◆구글플렉스에서 창업을 결심하다
 내심 너무나 당연하기에 물어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노 사장을 만났을 때 창업 동기에 대해선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왜 창업했냐”는 질문은 그에게 무의미할 것 같았다.그래서 나는 “정확히 언제부터 구글을 나와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을 실행하기 시작했나”라고 묻고 싶었다.
 노 사장을 만나면 좋은 것이 그가 미리 알아서 답을 한다는 거다.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는 말했다.
 “구글플렉스(항상 언론에 사진이 나오는 그 유명한 구글식당 바로 앞의 파라솔이 줄지어 있는 그 곳)에서 식사를 하고 따사로운 캘리포니아 햇살을 받으며 음료수를 마시다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그 좋은 곳에 있으면서 왜 힘들게 창업할 생각을 해요?’라고 물을 만 하다.나는 생각만 했다.

 역시 그는 알아서 먼저 말을 했다.“이렇게 좋은 회사를 나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구글에 오니,그 좋은 구글 캠퍼스에 오니 더욱 그런 생각이 간절해지더라구요.”

 비하인드스토리랄 것까진 없겠지만 여기서 노 대표에게 창업의 의욕을 더욱 샘솟게 두 가지 일이 있었다.그가 아직 구글에 적을 두고 있던 지난해 3월 창업을 하겠다며 패기만만한 2명의 젊은이들이 아이디어를 들고 찾아왔다.노 대표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소셜커머스업체 티켓몬스터 창업을 준비중이었던 신현성 대표와 김동현 이사였다.그리고 그때 노 대표도 마음을 굳혔다.“나도 새롭게 도전하자”

 때 마침 파프리카랩 공동창업자였던 이창수씨와 함께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도 자극이 됐다.노 대표는 소셜게임업체 파프리카랩을 창업했다가 나와서 일본에 있던 이창수씨와 창업을 같이 했다.이창수씨는 CTO를 맡았다.“정말 열정적이고 뭔가를 해보고 싶어서 정말 난리난 사람이었는데,이런 사람이랑 창업 못하면 또 오랜세월 혼자고민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업에 뛰어든 1세대 해커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지만,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는 1996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포항공대 해킹 싸움’ 주동자다.KAIST 컴퓨팅 동아리 ‘쿠스(KUS)’ 회장으로서 싸움을 주도했다가 구치소에 수감됐다.다행히 벌금형으로 풀려났지만 이후 그는 전공을 전산학에서 경영공학으로 바꿨다.

 해커로서 그의 실력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은 1998년.SK텔레콤이 특이한 조건으로 보안시스템을 발주했다.‘SK텔레콤 홈페이지 시스템을 뚫는 회사랑 계약하겠다’는 것.인젠 창업 초기인 당시 그는 단 하루 만에 SK텔레콤 홈페이지 시스템을 해킹해 사업을 따냈다.“해킹은 기술이 10%,인간 심리 이해가 90%입니다.시스템을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하나씩 해킹의 실마리가 풀리죠”
 그는 레이서로도 활동했다.2002년 아마추어 트렉레이스인 ‘타임트라이얼’에서 우승한 뒤 2003년엔 프로로 전향했다.자동차와 레이싱에 대한 그의 관심은 취미 수준이 아니다.

 노 대표는 2005년 말 태터앤컴퍼니를 창업했다.1997년 인젠,2002년 젠터스에 이어 세 번째 창업이다.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해커였고 지금도 그 분야에 상당한 안목이 있지만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해킹사건 그 이후 기술 창업으로 기업가의 꿈을 이루는 쪽으로 전환된 것 같다.물론 그의 입에서 들은 말은 아니다.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느낀 것이다.

◆네번째 창업,아블라컴퍼니
 잠시 과거로 돌아갔던 시계를 다시 현재로 돌려보자.해커이자 레이서였던 그는 기술 창업으로 승부를 봐 왔다.1997년 인젠 창업이후 태터앤커커컴퍼니까지 그의 이런 기조는 유지됐던 것 같다.

 그런데 아블라컴퍼니에 와서 그는 또 다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이미 인젠과 태터앤컴퍼니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일까.아니면 구글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일까.
 (어디까지나 내 느낌이지만) 노 대표는 창업 경력 10년이 넘어서면서 이제 ‘기술’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뭐 꼭 대단한 기술력을 내세우지 않아도 기술력은 이미 그가 창업하는 모든 회사의 기본이 되 있는 것이고 그는 이제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아니라 세상에 필요한 서비스를 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그런 창업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지난해 창업한 아블라(Ablar)컴퍼니는 스페인어 Hablar 에서 앞에 H 를 날린,Zappos 식 작명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회사다.스페인어 Hablar는 말하다,대화하다 이런 뜻을 갖고 있다.“좀더 많이 말하고 소통하게 해주는 회사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그러한 이름을 지었습니다.CTO 가 단 5분만에 신들린듯 작명한 이름입니다”

◆오프라인 사업자에게 제대로된 온라인 기반을 만들어주자
 노정석 대표 이야기를 하면서 태터앤컴퍼니(TNC)를 빠뜨릴 수 없다.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Consumer Internet Service를 시작한게 TNC가 처음이었습니다.‘Brand Yourself’라는 모토를 가지고 원래 가져야 할 콘텐츠파워를 원래 가진자에게 돌려주다라는 목표하나로 시작했었고 소기의 목적을 이뤘습니다.Tistory 는 명실상부한 대표 블로그 서비스로 성장했고 우리가 만들었던 혁신들은 몇년차이를 두고 포털들의 기본서비스가 됐습니다.우리는 그런 변화를 자극했습니다.그게 우리의 공헌이었고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이끌었던 신정규님과 나는 우리는 ’위대한 성공‘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가 말한 아블라컴퍼니의 사업 목표를 요약하면 이렇다.‘과거에 TNC 가 ’Brand yourself’ 라는 목표 아래에서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제대로 된 온라인 기반(홈페이지)을 주려고 했다면 아블라컴퍼니는 오프라인에 사업을 가지고 있으신 분들에게 제대로 된 온라인 기반을 만들어 드리고 싶은 것이 이번 사업 목표’

 노 대표는 이제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판단한 것 같다.과거 콘텐츠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툴을 만들었던 그가 이제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콘텐츠툴을 만들었다고나 할까.
 그는 아블라의 핵심 사업을 이렇게 간단하게 말했다.“자영업자 분들을 위한 페이스북을 만드는 겁니다”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이 위에서 직접적으로 판매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특별하게 복잡한 기능들 만들지 않고 업주분들이 필요하다고 딱 이야기하는 정도를 만들었다.단순한 홍보/판매만 있는게 아니라 제대로된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하고,그렇다고 커뮤니케이션만 있다기 보다는 조직화된 정보가 있고 관리가 있는 그런 홈페이지..

◆고객에게 어렵게 뭘 배우게 하면 나쁜 서비스다
 그는 왜 이런 문제의식을 갖게 됐을까.“전국에 58만개의 한식,중식,양식부터해서 카페,호프집이 있는데 한해 20만 가까운 숫자가 창업을 하고 또 이만큼의 숫자가 망한다고 합니다.30%의 가게들이 창업후 1년이내에 망하고 2년이내에 50%가 망하죠.사유의 50% 이상이 영업부진.”

 그는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서 많은 사장님들을 온오프라인에서 만나고 다녔다고 한다.그가 접촉했던 사장님들이 줄잡아 1000여명에 달한다.

 “많은 사장님들을 만나보니까 이 분들도 음식점의 핵심상품이라고 여겨지던 음식이외에 다른 차별점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이걸 ‘경험가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이게 더 중요한 시점이 되버린 거죠.다른 기념품을 만들어준다던가, 뭔가 기억을 남겨준다던가, 주방장이 만들어주는 투데이스페셜 뭐 이런 부가적인 것들이 더 중요해졌는데 여기서 가장 필요한게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것 같았습니다.하지만 카페,블로그 만들어도 잘 안되요.찾아가기가 쉽지 않거든요.쿠폰사이트는 가격적인 메리트는 있지만 그것이 지속적인 연결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트위터는 너무 커뮤니케이션만 있어서 쿠폰이나 이벤트 뭐 이런것들 가게가 가지고 있는 상품들에 기반해서 고객들에게 추가적으로 줄수 있는 그런 것들을 잘 못합니다.그래서 딱 이 중간있으면 되겠다 싶어서 업주분들에게 여쭈어 보니까 음 맘에 든다고 하더라구요.그래서 만들게 됐습니다.”

 서비스 이름은 테이블케이(Table K).2월에 서비스가 출시된다.그의 말처럼 아주 심플하다.업주들이 페이스북처럼 자신의 홈페이지를 테이블케이에 만들어놓고 고객과 소통하고 관리하는 것이다.고객들은 테이블케이를 통해서 전국 각지 업소의 이벤트,쿠폰,메뉴 등 정보를 자세하게 볼 수 있다.

 서비스 자체에 아주 특이한 점은 없다.“이용자에게 새로 뭘 어렵게 배우게 하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우리의 고객인 자영업자분들이 부담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지요.어찌 보면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뻔한 서비스이지만 뻔한걸 뻔하지 않게 할 수 있는 게 좋은 사업이라고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배웠습니다.”

<아블라컴퍼니 7명의 창업멤버들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B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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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업계에서 유일하게 ‘회장님’으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인터넷기업협회 허진호 회장이다.그는 왠지 회장님이라는 칭호가 더 어울린다.네오위즈인터넷 대표로 재직시에도 그냥 ‘회장님’이라 불렸다.2003년부터 인터넷기업협회장을 8년째 맡아 오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가 업계에서 가진 존재의 무게감때문이다.
<허진호 대표가 분당 사무실에서 크레이지피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꼬날>

 그런 그가 2010년 게임회사를 차렸다.이름도 특이하다.크레이지피쉬.2007년 네오위즈인터넷 대표를 맡게 된 뒤로 3년 가까이 창업과 거리가 있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그 기간에도 계속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어 여러가지를 구상했던 것 같다.그리고 그가 택한 것은 게임이라는,그의 창업 인생에서 처음으로 택한 장르였다.그는 왜 다시 창업을 했을까.

◆한국 인터넷벤처의 살아있는 역사
 허진호 대표의 창업스토리를 쓰려면 사실 한국에서 인터넷산업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그리고 그 과정을 들으면 그가 왜 회장님으로 불리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1990년 3월 24일.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SALab(시스템아키텍처 랩)에서 한국 인터넷의 대부 전길남 교수를 중심으로 역사적인 이벤트가 진행됐다.그때 국내 최초로 미국 하와이대학의 인터넷망과 국내의 56Kbps 전용회선을 연결하는 시도를 했다.그 전까지는 2400bps모뎀으로 국제 전화를 통해 인터넷 이메일을 이용하는 수준이었지만 전용회선이 개통되면서 이메일-뉴스그룹-고퍼-텔넷-FTP(파일전송프로토콜) 등 그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그 때의 주역들이 전길남 교수와 허진호 대표를 비롯한 당시 박사과정 학생들이었다.

 허 대표는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4년 하반기에 아이네트라는 회사를 설립해 국내 최초의 민간 ISP(인터넷 접속서비스)사업을 시작한다.국내 인터넷산업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IMF직후 아이네트를 PSI넷에 매각한 허 대표는 그 뒤 아이월드네트워킹이라는 회사를 창업했고 폰이라는 회사의 대표를 거쳐 2007년부터 네오위즈인터넷 대표를 맡았다.
 그는 한동안 창업을 하지 않았다.그러다 2008년부터 다시 창업의 의지가 싹트기 시작했다고 한다.뭐가 그를 움직였을까.

◆회장님이 소셜게임이 꽂히다
 2008년 가을, 허 대표는 소셜게임업체 징가의 마피아워라는 게임을 접하고 한동안 그것에 꽂혀서 살았다고 한다.“저는 게임을 그렇게 오랫동안 하질 않았는데 소셜게임은 몰두하게 되는 걸 알게 되고 놀랐습니다.소셜게임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그래서 2009년 봄부터 소셜게임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 그는 소셜게임을 네오위즈인터넷 내부에서 해 보려고 했다.자신이 대표로 있으니 그 안에서 조직을 가동해서 해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하지만 그 즈음부터 네오위즈인터넷 회사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그는 따로 회사를 설립해야겠다고 생각했다.마침 소셜게임을 해 보고 싶다는 후배가 찾아와서 허 대표는 2009년 소셜게임회사를 설립하면서 자신은 지분 투자만 하는 형식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소셜게임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처음엔 팜빌같은 게임을 만들려고 했어요.그런데 게임이 너무 무겁게 개발되는 것 같더라구요.야구를 주제로 만들려고 했던 게임도 잘 안됐습니다.소셜게임은 가볍게 빨리빨리 나와야 하는데 과거 온라인게임 만들던 멤버들로는 어려웠습니다.그래서 제가 직접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세번째 창업,크레이지피쉬
 허 대표는 결국 작년 4월 회사를 자신이 직접 경영하기로 하고 회사의 성격도 바꿨다.개발사가 아닌 퍼블리싱사로 전환한 것이다.그렇게 해서 세상에 알려진 회사가 크레이지피쉬.그로서는 세번째 창업인 셈이다.

 크레이지피쉬는 지난해 10월 소셜게임 ‘해피팜(Happy Farm)’을 ‘고고!농장’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국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페이스북 기반의 소셜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은 당시 이 게임이 처음이었다.

 해피팜은 중국의 소셜게임 전문 개발사 파이브 미닛(Five Minutes)이 2008년 11월 출시한 게임으로 농장게임의 효시로 꼽힌다.미국 및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일일 최대 사용자수 2300만명,월 최대 사용자 수 8000만명에 달했다.크레이지피쉬는 해피팜을 국내 사용자 정서에 맞게 현지화했다.

 허 대표는 올해 다양한 장르의 소셜 게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국내외를 막론하고 좋은 소셜게임을 유치해서 국내 사용자들을 위해 서비스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페이스북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맞고 게임을 설 전에 내놓을 계획이다.1월말에는 네이트 앱스토에도 소셜 게임을 런칭할 예정이다.3월말까지 네이트와 네이버 앱스토어에 2-3개의 게임을 선보이고,페이스북에는 3-4개 정도 내놓을 계획을 갖고 있다.

 왜 국내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할까? 아직은 시장이 너무 작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페이스북 유저가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올 연말에 1000만명은 된다는게 많은 전문 기관들의 예측입니다.저 역시 지금 증가하는 속도로 보면 충분히 그렇다고 보구요.페이스북 유저가 그 정도 증가하면 오히려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길수도 있습니다.일단 우리가 제일 잘 아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승부를 본 뒤 해외 진출은 그 뒤에 할 생각입니다.”

◆게이트키퍼의 시대는 끝났다
 그가 소셜게임을 하려는 이유는 뜻밖에도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거나 게임 비즈니스때문이 아니었다.그는 최종적으로 플랫폼을 노리고 있다고 했다.
 “징가가 소셜게임업체라고 하지만 결국 플랫폼 업체로 갈 겁니다.그냥 게임 콘텐츠만 만들어서 파는 게 아니라 그것을 플랫폼화해서 다양한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는 거죠.페이스북도 플랫폼업체입니다.징가보다 조금 더 넓은 범위라는 것만 다른 거죠.크레이지피쉬 역시 플랫폼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그래야 광고 및 유저 기반을 가지고 갈 수 있거든요.”

 어느덧 20년 가까이 인터넷산업에 몸담고 있는 그는 (1990년 인터넷 개통부터 시작하면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지금 시점이 쉽게 만나기 힘든 또 한번의 물결(Wave)이 오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지금 키워드는 모바일과 소셜입니다.누군가 여기에서 기회를 잡을 겁니다.우리는 이 물결에서 플랫폼을 하나 만들려고 하는 겁니다.”

 그는 모바일과 소셜이 새로운 물결이 되는 시대는 포털이 주도했던 시기와 전혀 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모바일과 소셜의 전초전을 보여주는 페이스북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이 회사는 결코 야후나 네이버 같은 게이트키퍼(Gate Keeper)가 아닙니다.그냥 장을 만들어놓고 누구나 와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만들죠.사람들도 연결해주고 놀게도 해 주고 서비스도 하게 합니다.이제 게이트키퍼의 시대는 끝났습니다.모바일과 소셜의 시대에는 이것이 좀 더 분명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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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뉴스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위키트리(www.wikitree.co.kr)는 소셜네트워크에서 이슈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뉴스를 만들어 다시 소셜네트워크에서 유통시킨다.국내에선 거의 유일하게 소셜네트워크에 기반한 미디어 사이트다.사용자들의 집단 지성으로 뉴스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나무를 자라게 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2009년 가을,위키트리를 운영하는 소셜뉴스가 출범했을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뜬구름잡는 소리로 여겼다.메타블로그나 오마이뉴스와 구별을 못 하는 이들도 많았다.하지만 그 뒤로 불과 1년여만에 위키트리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온라인매체 중 하나가 됐다.‘트위터에서 이슈가 발생하면 바로 위키트리에서 그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의식이 소셜네트워크에서 자리잡은 것이다.

 국내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위키트리의 방문자수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출범 1년여만에 위키트리는 하루 방문자수 10만명,기사수 3만건을 달성했다.네티즌들에 의해 대량 하루에 80여건의 뉴스가 만들어진 것이다.그리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기자에서 미디어 혁신가로
 공훈의 대표는 핀셋으로 활자를 뽑던 시절인 1990년 당시 광주일보에서 생활과학부 차장으로 근무하던 중 16비트 퍼스널컴퓨터를 이용한 간이 ‘컴퓨터 조판 시스템(CTS)’을 직접 개발했다.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문과출신이지만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익힐 정도로 컴퓨터를 열공한 그는 이때의 경험으로 신문 산업이 혁명적으로 변할 것을 직감했다.

 1995년부터 워싱턴특파원으로 일한 그는 1998년 캘리포니아주립대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정보통신대학원에 입학했다.2000년 정보관리시스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시간 미디어를 표방한 ‘머니투데이’의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어 머니투데이의 온라인 기획·운영을 총괄하는 자리에 갔다.

 그리고 2009년 아직 국내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 미국발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전에 그는 위키트리라는 소셜네트워크 기반형 미디어 사이트를 만들었다.머니투데이에서 그와 함께 일했던 박형기 편집국장이 그를 도왔다.공 대표는 기자이면서 직접 컴퓨터조판시스템을 만드는가 하면 국내 최초의 온라인뉴스시스템을 기획했고 이제는 소셜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뉴스사이트를 만들었다.이 정도면 그는 한국의 뉴스와 신문 변화의 한복판에 있던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1990년엔 컴퓨터가,2000년엔 인터넷이,2010년엔 소셜 네트워크가 뉴스 미디어의 판을 바꾸고 있습니다.그런데 이번 판은 10년 전,20년 전에 비해 충격의 강도가 다릅니다”

◆뉴스 소비자와 생산자의 구분이 사라진다
 그 충격의 강도가 얼마나 다르다는 걸까.그는 뉴스를 생산하는 이와 소비하는 이의 위치 자체가 의미 없어질 정도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공 대표가 이런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것은 2008년 촛불시위와 용산사건을 보면서다.그는 당시 그 사건이 한국 사회의 한 획을 그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기존 언론매체의 취재 영역이 좁다는 것도 실감했다.자신도 한때 기자였던 사람으로서 소수의 기자들이 현장에 가지도 않고 취재하는 시스템이 일반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그리고 그는 그때 지금의 위키트리의 사업 모델을 처음으로 구상했다.

 2008년 가을 공 대표가 일반 시민들의 매체를 고민하고 있을 때 그를 광화문에서 만났다.공 대표는 이미 그때 뉴스 소비자와 생산자의 구분이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뉴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었다.

 그의 이런 모델은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앞세운 오마이뉴스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또는 블로그를 모아놓은 메타블로그 사이트와 무슨 차별점이 있을까.위키트리는 오픈 직후 메타블로그 사이트와 별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처음 위키트리를 접했을 때 차별점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비판은 곧 사라졌다.이슈의 수집과 뉴스 생산,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위키트리 사이트는 이런 과정의 집합물을 한데 모여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위키트리의 진정한 편집국은 전 소셜네트워크에 넓게 퍼져있다.

◆보고 듣고 뉴스하라
 공 대표는 이제 모든 시민들이 보고 듣고 자신이 접한 것을 실시간으로 이슈화하고 유통하는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한다.모든 사람들이 다 이슈를 만든다면 그 품질은 누가 보장하나.기자들이 만드는 콘텐츠보다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집단 지성에 대한 지나치게 낙관적인 견해 아닐까.

 그는 기업 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사용자,소셜미디어 모두에게 평판 리스크라는 제어 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그 같은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건 소셜 생태계 자정력의 원천이기도 합니다.만약 우리가 말도 안 되는 광고성 기사를 내보내면 평판이 나빠져서 순식간에 망할 수 있습니다.수익만을 기준으로 아무 것이나 내보낼 수 없는 이유죠.”

 그는 아이폰4 출시의 예를 들었다.아이폰4가 출시됐을 때 모든 언론이 최대 광고주인 삼성 눈치를 보면서 아이폰 비난 기사를 냈다.그러나 아이폰 사용 후기를 쓸 때 삼성 눈치 볼 필요 없는 소비자들이 비판적인 글을 블로그 등에 올리면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이런 내용이 퍼졌다.이런 사용 후기는 아이폰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기사나 광고의 평판은 결국은 ‘진정성’이 가릅니다.일단은 제품이 좋아야 하고 광고나 기사에도 과장이나 소비자를 현혹할 소지가 없어야 합니다.소셜 광고는 다짜고짜 ‘우리 상품 좋다’고 내밀면 백전백패입니다.그 상품을 만든 이유와 가치를 성실히 알려줘야 인정받는 거죠.이렇듯 사용자의 진정성이 그 사람 말을 받아들일지 말지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 소셜 네트워크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뉴스의 생산과 유통의 중요성에도 변화를 예상한다.“뉴스 콘텐츠든 광고든 핵심은, 과거엔 어떻게 생산하느냐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어떻게 흘려보내느냐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예전엔 기사를 잘 만들어 발행하면 끝이었지만 현재 소셜 미디어에서는 발행하는 순간부터가 시작입니다.기사가 나오면 피드백을 통해 또 다른 이슈를 확산시키거나 부정적 반응에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그 과정에서 기업이나 뉴스 제공자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소셜과 모바일의 최강자 되겠다
 위키트리는 소셜과 모바일이 대세가 되는 시대의 최강자가 되는 것을 꿈꾼다.인터넷 시대에 포털이 부상했다면 소셜과 모바일의 새로운 10년에는 소셜뉴스가 주역이 될 것이란 게 공 대표의 생각이다.
 “소셜 모바일은 소셜 네트워크가 모바일 기기와 합쳐진 환경을 말합니다.앞으로 스마트폰 1000만 대 시대가 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뉴스를 스마트폰으로 접할 텐데 그러면 소셜 모바일이 뉴스 유통의 주 환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셜과 모바일의 시대에 뉴스의 공급과 소비는 어떻게 달라질까.이를 어떻게 주도한다는 것일까.그의 대답은 이렇다.“이미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소셜과 모바일의 시대엔 언론과 독자 간의 구조가 바뀔 겁니다.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는 거죠.지금까지는 언론 매체에서 독점적으로 뉴스를 생산하고 소비자가 그것을 받아 보았지만 지금은 독자들이 스스로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에도 직접 개입하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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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아침 라디오연설을 통해 한국판 주커버그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올해 모바일 분야 1인 창조기업 지원책이 확대 시행되는 것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실제로 정부는 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로 지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1인 창조기업이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고 보고 작년부터 육성책을 시행해 왔다.올해에는 특히 모바일 분야에 중점을 두고 1인 창조기업의 왕성한 활동을 돕는 시책을 마련한다.모바일 앱 창작터가 늘어나고 글로벌 앱 지원센터가 가동되는 것이 단적인 예다.

 하지만 나는 이 대통령의 말씀을 들으면서 계속 답답했다.왜 시장은 진화하는데 정부는 옛날 생각 그대로인가?기업을 하는 사람들,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깨닫고 있는데 왜 정부의 높은 사람들은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선 육성책을 쓰면 된다’는 생각에만 빠져있는가.대통령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기업을 망치려면 기업에 돈을 주면 된다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얼마전 나와 만났을 때 이런 말을 했었다.“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아이를 망치려면 돈을 주면 된다고..기업도 마찬가지다.기업을 망치려면 기업에 돈을 자꾸 주면 된다.”

 그의 이런 말이 정부의 모든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정부가 벤처기업 발전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게 모두 허사라는 것을 뜻하는 것도 아닐 거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벤처 기업을 키워보겠다고, 정부가 나서서 육성해보겠다고 하는 것들이 오히려 기업과 벤처생태계를 망치는 일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담고 있다.

 과거 벤처 버블 시기를 돌이켜보면 정부의 과도한 정책은 오히려 독이 됐다.그로 인해 일정 성과가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이제 그로 인한 성과와 부작용을 구별하고 평가를 할만한 시기도 됐다.이제는 정부의 육성책이 나오면 가장 두려워하는게 기업인들이다.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인 전하진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역설적으로 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더 강한 기업이 나올 수 도 있다.정부가 직접 창업자금을 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행정 우려
 기업인들은 이런 것을 다 체득하고 이를 사업에 적용하고 있는데 MB 정부의 지원책은 과거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새다.가장 큰 문제점은 기업인들이 원하는 것에는 귀를 막고 ‘자 돈 주고 판도 깔아주고 지원해 줄 테니까 잘들 커봐’ 이런 식이라는 것이다.정작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해결해 주지 못한다.정부는 기업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뭔지 알고 있는가? 진지하게 조사를 해 본 적이 있나? 동대문 시장을 다니는 것처럼 스타트업 기업인들,중소기업인들,창업을 고민하는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해 본적이 있는가.그렇지 않고 육성책을 내놓는다면 그건 그냥 과시용 정책에 다름 아니다.정부의 성과 리스트에 한줄 올려놓기 위한.‘이 정부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이런 정책을 펼쳤다’고 자랑하기 위해서일 뿐이라는 생각만 들게 한다.

 내가 만나본 벤처인들의 바람은 의외로 소박했다.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바라는 벤처인들이나 정부가 무슨 큰 앱 창작터 같은 것을 만들어주길 바라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기껏 지원책이라봐야 공대생들의 군입대로 인한 산업인재 고갈을 막기 위해 병역특례를 좀 확대해줄 것을 바라는 정도? 였다. 그럼 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뭘까?

◆쓸데없는 규제 푸는 것에 중점둬야
 이러닝 업체로 등록하는데 사무실 평수를 따지고,게임 사업자로 등록하는 데 입주한 건물 주차장 지붕을 문제삼고,게시판에 민원을 접수하려고 하는데 전화로 사실 확인을 하고, 그러고도 접수하는데 2-3일씩 걸리고,인터넷 가입 하려면 아직도 모든 개인 정보를 다 넣어야 하고,게임을 키운다고 하고는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도 없고.. 등등..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다.얼마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주차장 지붕 때문에 게임 등록을 못 한 사람의 일화는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아닐까.

 벤처인들이,또는 창업을 내심 꿈꾸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이런 규제를 없애주는, 또는 완화해주는 것이다.그리고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고 시장의 힘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이 선행되야 할 것이다.

 내가 모든 벤처인들을 만난 것도 아니고 모든 사업하시는 분들을 아는 것도 아니다.하지만 나의 제한된 경험 속에서 비춰봐도 성공한 어떤 기업인도 정부 지원을 받아서 자리잡은 사람은 없었다.치열하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 열심히 달린 결과일 뿐이다.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정부 지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처구니 없는 규제 때문에 괴로워한다.한가하게 종이 쪽지나 내고 가라고 기업들을 오라가라 할때 그들의 경쟁력은 점점 떨어져간다.

 주커버그는 정부 지원을 받아서 성공하지 않았다.모바일 앱 장터에서 1등한 게 아니었다.주커버그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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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몬스터가 공격적인 사업 목표를 발표했다.10일 더플레이스 서울 광교점에서 열린 티켓몬스터 미디어데이 행사장에서 신현성 대표는 “지난해 2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올해는 20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고 밝혔다.티켓몬스터는 이날 신현성 대표와 김동현 이사가 데일리픽 이관우 대표와 함께 참석해 티켓몬스터의 올 사업 계획과 소셜커머스 시장에 대한 전망을 발표했다.
<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왼쪽)와 데일리픽 이관우 대표>

◆소셜커머스 시장 재편된다
 시작은 김동현 이사가 했다.티켓몬스터 창업 멤버인 김동현 이사는 티켓몬스터 창업 스토리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했다.그가 언급한 내용은 내가 지난 5월에 블로그에서 설명했던 것과 대동소이하다.그가 덧붙인 최근의 근황은 그루폰이 인수제의를 했는데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우리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고 김 이사는 말했다.

 이어서 등장한 신 대표는 소셜커머스에 대한 개념 설명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그는 “소셜커머스는 중소규모업체의 마케팅 채널”이라고 설명했다.소비자는 50% 이상의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하고 업체는 독보적인 노출 효과를 얻는다.

 신 대표는 “소셜커머스 시장은 곧 개편될 것”이라며 “도약기에서 이미 성숙기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신 대표는 이어 지난해의 성과와 올해 이룰 예상 실적을 비교했다.지난해 하루 평균 15개의 계약으로 2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면 올해는 하루평균 50개의 계약으로 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자신했다.지난해말 기준으로 150명이던 직원수는 올해말 500명으로 늘고 회원수는 6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방문자수 기준으로 사이트 순위는 70위에서 20위권 안으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 대표는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의 자료를 인용,시장 규모가 지난해 600억원에서 올해는 3000억원대에 이르고 내년에는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신현성 대표는 “2011년 소셜커머스는 선두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격적 사업 확대 기반 갖춰
 티켓몬스터는 작년 8월 3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던 미국의 인사이트 벤처 파트너스와 국내 스톤브릿지 캐피탈로부터 추가로 9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실탄을 확보한 티켓몬스터는 서비스 지역을 올해 약 50개 지역까지 확장해 위치기반서비스에 대한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서울과 수도권, 지방 주요 대도시를 넘어서 명실상부한 전국화 서비스가 실현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다. 

 신 대표는 “올해는 더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며 이는 데일리픽과의 시너지 및 지역 확장을 통해 이루겠다”고 설명했다.그는 올해의 또 다른 목표로 소셜커머스 시장의 올바른 컨셉을 정립하는 것도 내세웠다.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업계 1위인 티켓몬스터가 소셜커머스를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신 대표는 “데일리픽은 고객신뢰도와 디자인 및 콘텐츠에서 1위업체고 티몬은 상품영업력,지역확장 규모,브랜드 인지도,회원수 및 트래픽에서 1위업체였다”며 “두 회사의 합병으로 한국의 소셜커머스 시장을 리드할 기반을 갖췄다”고 자평했다.하지만 국내 업체 인수엔 더 이상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인수를 한다면 해외 업체를 인수,해외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말했다.

◆상품판매 후에도 7일 내에 환불 가능하게 하겠다
 티몬은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환불 정책도 바꿀 예정이다.공동구매 방식의 특성상 구매 후 24시간 이내에만 구매 취소가 가능했지만 구매 후 7일까지 구매 취소 기간을 연장하고 환불규정도 보다 명확하게 정립해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할 방침이다.신 대표는 이런 정책을 2월부터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신 대표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소셜커머스 업계는 해결할 문제가 많다는 주제를 꺼낸 것이다.그는 “수많은 업체가 난립하면서 상품 및 고객 관리가 부실해지고 그러면서 고객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업주는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부족하고 소셜네트워크 등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부재하기 때문에 진정한 소셜커머스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티켓몬스터에 들어오는 고객 중 0.5%만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부끄럽지만 이런 수치는 소셜커머스가 전혀 소셜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오프라인의 모든 서비를 온라인으로 옮기겠다
 나는 신 대표의 발표를 듣다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소셜커머스가 앞으로 계속 이런 공동 구매 형식에 머무를 것이라고 보는가? 아니면 모델 자체의 진화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나는 흔히 말하는 진정한 소셜커머스가 등장할 것에 대해 신 대표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그는 “지금의 소셜커머스가 단순 공동구매에 머무는 것은 진정 소셜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런 부분은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이지만 현재의 소셜커머스는 소셜과 커머스의 결합이 아니라 홍보와 커머스의 결합에 보다 가깝다”고 답했다.

 신 대표는 일단 카테고리를 다양화하고 하이퍼로컬로 대응하면서 이런 문제들을 조금씩 해결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아울러 티켓몬스터의 최종적인 목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프라인의 모든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 그것이 티켓몬스터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지난해 5월 처음 만났을 때 달랑 5명이서 신 대표 집에서 숙식하며 시작했던 이 회사는 이제 직원 150명,월 매출 100억원을 올리는 어엿한 기업으로 컸다.하지만 신 대표의 말처럼 업황은 불투명하고 고객의 불만은 늘어가고 있다.신 대표와 티켓몬스터가 할 일이 늘어간다는 뜻이다.그리고 티켓몬스터의 매출이 증가할수록 이들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도 높아질 것이다.“과연 공동 구매가 소셜커머스인가? 소셜커머스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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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타트업 리스트를 다시 올립니다. 특별히 제가 뺀 것은 없고 여러분들께서 자발적으로 올리신 최신 버전 업데이트입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신 분 있으시면 직접 올리시면 됩니다.주변에 추천할 만한 업체가 있으면 등록해 주셔도 좋겠습니다.올리실 때 이메일 주소 등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스타트업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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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때마다 화두를 던져주는 사람이 있다.그 화두는 꼭 취재의 화두만은 아니다.10년 먼저 태어나 세상을 살아본 선배로서,성공한 한 인간으로서 던지는 인생에 대한 화두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벤처들을 만나고 겪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해본 벤처인으로서 창업에 대한 화두이기도 하다.유독 나에게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대표라면 벤처인이나 이 업계에 있는 이들에게 여러가지 화두를 던질 수 있을 듯 하다.작년 이맘때 문 대표는 ‘혹독한 금융위기의 시절에도 창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들이 있다’며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희망섞인 전망을 했었다.올해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문 대표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2010년이 갈 길을 재촉하는,추위가 한결 누그러진 어느 날 문 대표를 만나러 청담동 사무실을 찾아갔다.

◆2000년과 2010년의 차이는?
 올해 벤처 창업 열기에 대해 문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통계를 보면 올해 벤처 창업 숫자가 최근 몇년간 가장 많은 것으로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숫자는 숫자일 뿐입니다.”(하하)

 어쨋든 숫자상으로 올해는 2000년 이후 IT분야의 창업이 가장 많은 한 해였다.그러면 2000년과 2010년의 차이는 뭘까.한국과 미국에서 이 시기의 차이점은 무엇일까.한국과 미국의 차이점은 무엇일까.문 대표는 나와 만나기 전 트위터에서 누군가의 질문을 받고 이런 문제를 고민해 봤다고 한다.내가 물어보고 싶었던 바로 그 질문이다.

 “올해 미국에서는 소셜이라는 영역에서 버블적 양상마저 나타났습니다.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그런게 안보이는 걸까요.한국은 아직 회복이 안된 것인가,아니면 버블에서 자유로운 것인가.유독 한국 시장만 차분하고 이성적인가? 웹 2.0 화두는 뜨다 말았고 소셜 화두는 제대로 아직 실행조차 못되고 있습니다.한국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왜 일까요?”

 질문을 던지러 왔다가 질문을 받게 됐다.
 “그래도 올해 한국에서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습니다.한 박자 늦긴 했지만요.”
 “맞습니다.개별 스타트업들의 각개약진,고군분투는 정말 눈물겨울 정도입니다.그런데 거기에서 힘이 느껴지지 않습니다.정돈되서 보이는 게 없습니다.생태계를 이끌어갈 흐름이 보이질 않습니다.”

◆한국엔 아직 벤처생태계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의 화두는 생태계구나.그의 말을 들으면서 직감했다.
 “한국의 벤처 산업에서는 생태계가 붕괴됐습니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예 형성되지도 않았다고 봐야 합니다.아카데미+기업+금융시스템+법률+회계+언론...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발전을 위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이런 실리콘밸리식 조합이 한국에서는 나타나질 못했습니다.”

 맞는 말이다.하나의 신생 기업이 시작할 때 법률,회계,금융 등 각 부분에서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그런 움직임이 한국에서는 없다.
 “언론의 모습만 봐도 사실 알 수 있습니다.벤처나 스타트업 담당 기자의 숫자나 그들의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성 등의 현실이 어떻습니까.환경이 조금만 달라져도 관련 취재 부서가 없어지는 일이 다반사입니다.언론은 한 사회의 거울이니 그것만 봐도 미뤄 짐작할 수 있죠”

 그의 이런 지적에도 사실 할 말이 별로 없었다.
 “한국에서는 벤처생태계가 만들어지다가 말았습니다.2000대 초반 버블붕괴 때문이었죠.정부가 주도해서 이렇게까지 벤처를 지원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도 별로 찾아보기 힘들죠.그나마 그것때문에 벤처 생태계가 만들어질 뻔 했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생태계는 관 주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미국에서보다 한국에서의 벤처 버블은 혹독했습니다.2000년 버블의 가장 뼈 아픈 점은 젊은이들에게서 꿈을 빼앗았다는 점일 겁니다.그 뒤로 직업의 안정성이 젊은이들이 졸업을 할 때 최고의 가치가 됐습니다.이 사회에서 도전 정신이 사라진 거죠.”

 한국에서 벤처생태계가 결국 만들어지지 못한 이유는 뭘까.답을 내긴 어렵다.그는 이에 대해 “생태계는 결코 관 주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세계 어디를 봐도 산업의 생태계를 관 주도로 만든 곳은 없습니다.한국도 2000년에 이미 이 경험을 했습니다.정부가 그렇게 지원을 했지만 생태계는 형성되지 않았죠.”

 “‘아이를 망치려면 아이에게 돈을 쥐어주면 된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이런 말은 사실 기업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기업을 망치려면 정부가 기업에게 돈을 주면 됩니다.정부가 무턱대고 지원하면 공돈이 생겼다는 의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모럴해저드에 대한 댓가를 치룬 셈이죠.”
 벤처캐피탈(VC)이 돈 잘 버는 것을 보여줘야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금이 이 분야로 들어오게 마련이다.VC가 돈을 잘 벌려면 당연히 창업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투자할 만한 절대적인 대상이 없으면 이게 힘들어진다.결국 문제는 다시 창업하는 사람들이 없다.젊은이들의 도전 정신이 사라졌다는 문제로 귀결된다.

 “3000억원을 투자할 수 있는 투자회사가 있다고 칩시다.300개의 투자할 회사가 있으면 10억씩 투자해서 위험을 분산할 수 있습니다.소신투자도 할 수 있구요.하지만 투자할 회사가 3-4개 밖에 없다고 하면 한 회사당 투자 금액이 커집니다.그러면 리스크도 그만큼 커지죠.소극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이 회사가 돈을 벌 회사인지부터 따져볼 수 밖에 없습니다.이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진정한 소셜커머스는 대량생산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
 그렇다고 VC가 투자할 회사가 없다고 비관만 할 수는 없는 법.그래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인큐베이션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다.중단됐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도 다시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결국 운영의 문제였다는 점을 깨닫고 다시 기획을 하고 있다.
 좀 비관적인 이야기가 이어진 것 같다.하지만 문 대표나 나나 한국의 벤처 생태계,스타트업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올해 화두가 됐던 소셜커머스에 대해 여담 삼아 잠깐 물었다.
 “지금 한창 주가가 오르고 업체들이 몰리는 소셜커머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지금 국내의 소셜커머스 업체들이나 그루폰 방식은 소셜커머스라고 할 수 없습니다.그냥 공동 구매죠.거기엔 사실 별로 소셜적인 요소가 없습니다.”
 “그쵸.현재로선 이건 그냥 집단 구매에 의한 할인일 뿐이죠.소셜도 뭣도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럼 소셜커머스의 모습은 어떤 게 될까요?”

 “제 생각엔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량생산 이전으로 회귀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소셜커머스라고 생각합니다.개인화된 경험을 소셜네트워크를 통해서 실현하는 거죠.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에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요구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구매에 나서거나 비용을 부담하고 구매에서 협동을 하는 것이 오히려 소셜커머스에 가까울 겁니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사회적 자산화해야
 “2000년과 2010년 10년을 거치면서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뭔지 아십니까”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담이 전수되지 못하고 살아남은 기업들의 경험이 축적되지 못했다는 것 아닐까요”
 “제 생각엔 꼭 성공에 국한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성공이든 실패든 이를 사회적 자산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경험의 사회화,사회적 자산화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저는 이런 의문을 계속 갖고 있습니다.왜 한국에서는 성공한 기업인이 숨어 지내는가.”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수긍이 갔다.인터넷 벤처에서도 성공하신 분들은 예외없이 모두 숨어(?) 지내고 있다.이해진 NHN 의장이 그렇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그러하며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그렇다.이재웅 다음 창업자도 마찬가지고 네오위즈를 만든 나성균 창업자도 그러하다.

 이들이 꼭 문자적으로 은둔한다는 것이 아니다.만나기도 힘들고 이들의 구체적인 경험담을 듣기도 힘들다는 뜻이다.문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기자들만 이분들을 만나기 힘든 줄 알았는데) 업계 안에 있든 밖에 있든,투자자든 피투자자든 이들의 경험을 전수받을 수가 없다.결국 우리는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자산화하지 못하고 있다.물론 이들만의 탓은 아니다.이들이 숨어 지낼 수 밖에 없는 어떤 현실이 있을 것이다.언론의 과대 포장이나 사냥몰이식 취재도 한 몫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면에서 보면 김범수(NHN창업자),장병규(네오위즈 첫눈 창업자),권도균(이니시스 창업자) 등 벤처 1세대들이 엔젤투자를 진행하고 현장을 다니면서 후배들을 만나고 다니며 창업을 독려하고 직접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그는 “한국의 벤처 생태계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미국에서 성공한 벤처인들이 엔젤투자자로 변신해 후배들을 이끌어준 것처럼 한국에서도 그런 현상이 최초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분들이 엔젤투자한다고 스타트업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역시나 무수한 실패를 경험할 겁니다.하지만 그러면서 투자와 창업,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만들어집니다.벤처 생태계 형성은 거기서부터 시작될 겁니다.”

 

▶문규학 대표는...문규학 소프트뱅크코리아,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1988년 고려대를 졸업한 뒤 삼보컴퓨터에서 인력개발팀,회장실,전략기획팀 등에서 일했다.1990년대 초반 당시 삼보컴퓨터가 무선호출기(삐삐0 사업권을 획득, 나래이동통신을 설립할 때 태스크포스팀에서 실무를 맡기도 했다.
 이후 문 대표는 1996년 미국 유학 길에 올라 필라델피아에 있는 드렉셀(Drexel) 대학에서 MBA 마케팅 과정을 전공하던 중 일본 소프트뱅크가 벤처투자를 위해 해외에 설립한 첫 번째 창업투자회사인 미국 소프트뱅크 테크놀로지 벤처스(SBTV)에 입사하게 된다.
 1998년 귀국한 문 대표는 소프트뱅크미디어 대표 겸 소프트뱅크벤처스 부사장을 맡았으며 2002년부터 소프트뱅크코리아ㆍ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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