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한 KTH 사장께서 퇴임하시기 전 만났을 때 나온 얘깁니다.

“참 돈을 헛되이 썼습니다”
송영한 KTH 사장이 장탄식을 했다.2004년 KTH가 파란을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직후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최근 서울 보라매공원 앞에 있는 KTH 본사를 방문했다가 송영한 KTH 사장을 만났다.그 직전에 전화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던지라 간만에 인사도 할 겸 해서 찾아가게 됐다.
 내가 많은 질문을 하지는 않았음에도 송 사장은 과거와 현재를 버무려 가며 술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그는 KTH가 2004년 하반기 파란을 출범시키면서 마케팅비용과 각종 개발비 등으로 수백억원을 썼다는 점을 상기했다.대대적인 TV 광고 등을 벌였음을 일반인들도 기억할 정도다.‘인터넷 세상에 파란을 일으키겠다’는 게 당시 파란닷컴의 모토였다.송 사장은 그 부분에 대해 아쉬워하는 거였다.

 “너무 인터넷 비즈니스를 몰랐습니다.알고 집행했더라면 그렇게 많은 돈을 쓸 필요도 없었고 적절한 곳에 배분해서 사용했을텐데 말입니다”
 그가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인터넷비즈니스를 너무 몰랐다는 것,특히 인터넷산업에서 경험이 있는 인력들을 초기에 빨리 확보하지 못해서 시행착오가 길어졌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이다.인터넷에서 어떤 사업이 성공하고 어떤 마케팅 방식이 통하는지에 대해 본인도 몰랐고 그의 직원들도 제대로 된 길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의 말처럼 많은 돈이 투입됐지만 사실 파란을 둘러싼 환경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파란은 인터넷에서 ‘파란’을 전혀 일으키지 못했다.네이버 다음 싸이월드의 3강과 1중의 야후는 여전히 파란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며 앞에 있었다.파란은 심지어 올해 들어서 잠깐이지만 엠파스에 5위를 내주는 수모까지 겪었다.

 가장 큰 문제는 선두 4개 회사들이 나름대로 자신들의 색깔에 맞는 인터넷 비즈니스를 선보이는 동안 파란에 걸맞는 서비스를 전혀 선보이지 못했다는 점이다.파란의 그동안의 실패 원인은 여기에 있다.이름만 파란으로 내세웠을 뿐 파란을 일으킬만한 서비스가 없었고,콘텐츠가 뒷받침되지 못했다.실적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최근 4개년동안 단 한 차례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다.2003년 39억원의 영업손실,2004년엔 무려 226억원,2005년과 작년엔 각각 70억원과 4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올 1분기에도 16억원의 적자를 냈으니 여전히 상황은 좋지 않다.KTH가 지금 버티는 것은 오로지 대기업인 KT의 자회사이기 때문인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파란이 진정으로 처한 가장 큰 어려움은 벌써 ‘잊혀져가고 있다는 점’이다.어디서나 그렇겠지만 인터넷산업에서 잊혀져간다는 것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송 사장도 이것을 알고 있다.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그래도 최근 선보인 푸딩이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이 역시 아직까지 대박의 조짐까지는 보이지 않는다.송 사장의 고민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3년 가까이 헤메고 나니깐 이제 저도 그렇고 직원들도 그렇고 좀 감을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그런데 뭘 좀 알게 되니깐 이제 돈이 없네요.돈 없이 인터넷 산업에서 생존하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습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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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 썼던 <최휘영 NHN 사장과의 대화>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일본 시장에서의 검색 서비스 안착 여부는 아마 향후 NHN의 10년을 좌우할 만큼 가장 중요한 일임이 틀림없다.이에 대해 최휘영 사장이 가지는 기대감은 어느 정도일까?

 “성공 가능성은 80% 정도로 봅니다” 최 사장의 말이다.
 “에이,이왕이면 말씀이라도 인심 좀 더 쓰시죠.99%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는데”
 “아닙니다.20%의 실패 가능성이 없으면 조직이 긴장을 하지 않습니다”
 “그럼 굉장히 높은 수치네요”
 “사실 이번에는 좀 다를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검색 엔진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들 있죠.보는 것만 믿고 아주 객관적이고 냉철하신 분들.이런 분들에게 우리가 만들고 기획하는 일본 검색 서비스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해 봤습니다.이 분들은 성공 가능성을 50∼60%라고 보고 있었습니다.사실 제가 80%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이런 분들의 50∼60% 평가를 받고 보니 훨씬 마음이 놓이더군요.이런 분들의 판단으로는 아주 높게 평가해준 거라고 봅니다.하하”

 현지에서 검색 엔진과 검색 모델을 갖고 일본 야후재팬과의 비교를 하면서 생긴 자신감이다.“검색 결과를 비교해 보면 자신감이 생깁니다.일본 유저들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만족할 만한 수준의 새로운 검색 결과를 보여줄 자신이 있습니다.”
 기술을 내가 당장 검증해볼 수는 없으니,일단 검색 수준은 NHN이 더 높을 수도 있다고 치자.하지만 검색 결과가 더 좋게 나온다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걸까?(사실 개인적으로는 결과가 더 좋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모르겠다.)

 이 부분은 최 사장도 인식하고 있었다.“가장 큰 걸림돌은 뭘까요?”나의 질문이다.
 이에 대해 최 사장이 답했다.
 “일본 사람들이 의외로 굉장히 보수적입니다.한번 좋다고 생각한 것은 쉽게 바꾸질 않아요.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 사람들과 참 많이 다르죠.한국은 변화도 빠르고 더 좋은 것에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하지만 일본은 달라요.사람들이 더 좋은 것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편하고 익숙하게 사용하던 것을 잘 바꾸지 않습니다.야후재팬의 점유율이 매우 높아 이를 어떻게 뚫을지 걱정이긴 합니다”
 하긴,일본에서는 신문도 아직 세로쓰기다.언론사들도 옛날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판형도 별로 바꾸질 않았다.수시로 바뀌는 한국 신문이나 방송들의 구성과는 많이 다르다.그의 말이 수긍이 갔다.

 그래도 그는 야후 재팬보다 월등히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알린다면 시장을 천천히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그리고 어찌됐든 내부적으로 이렇게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에 NHN수뇌부는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요즘에 최휘영 사장,이해진CSO(최고전략책임자),이준호CTO(최고기술책임자) 등 세 사람은 분당 NHN 사옥이 아닌 서울 시내나 공항에서 가까운 호텔 등에서 신속하게 미팅을 갖고 헤어진다고 한다.최 사장을 요즘 분당 사옥에서 갈수록 보기 힘든 것은 외부 미팅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듯 내부 미팅도 외부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해진CSO는 서울과 일본을 수시로 오가고 있고 이준호CTO도 많은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지만 3인 간의 회동을 위해 멀리 분당 사옥까지 가지 못하고 서울 시내에서 만나는 일이 잦은 것이다.

 이야기 끝에 여담 하나.최 사장은 최근 주가가 너무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마음이 오히려 불안했다고 한다.
 “그때 기세로는 금방 10조를 돌파할 것 같더라구요.그런데 그게 기업에게 결코 좋은 것이 없습니다.우리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주가만 빠르게 오르면 금방 내려갈 날이 온다는 거거든요.오히려 요즘에 주가가 좀 정체되면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주가가 너무 빠르게 오르면 조직 내부에서도 별로 좋을 게 없습니다.우리가 잘해서 오르는 거라면 상관없지만요.하지만 이제 주가가 다시 평가를 받을 순간이 오긴 올 겁니다.이런 식으로는 말구요”
 아마 그는 일본 시장에서의 검색 서비스 안착이 주가 상승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의 NHN이라는 기업에 대한 평가를 다시 바꿔놓을 중대 사안이 될 것이 분명하다.성공하든,실패하든 말이다.NHN의 일본 검색 시범 서비스는 연말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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