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의 부활을 보며

게임이야기 2008. 12. 5. 17:15 Posted by wonkis
테트리스가 부활했다.지난 10월말 NHN의 한게임을 통해 공개시범서비스에 들어간 이후 이 게임은 보드게임 순위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전체 게임 순위에서도 20위 내에 들어가는 깜짝 놀랄 만한 성적이다.

지난 2006년 2월 한게임이 서비스를 중단한 이후 2년 8개월여만에 다시 등장했지만 여전히 엄청난 파워를 지닌 게임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NHN이 테트리스를 다시 부활시킨 것은 전략적인 선택으로 풀이된다.상대적으로 높은 로열티를 요구하는 이 게임을 NHN이 중단시켰다가 다시 개편해 선보인 것은 한게임의 장점을 강화하는 한편 반지의 제왕,몬스터헌터 온라인 등 대작의 부진으로 인해 침체에 빠질지도 모를 게임사업부의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고스톱,포커류 등 사행성 게임의 비중이 높은 한게임의 약점을 테트리스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 같다.

NHN의 이런 생각은 맞아 떨어진 것 같다.테트리스의 실적이 그것을 보여준다.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우리 국내 게임 산업에서 빅3(NHN,엔씨소프트,넥슨)가 서로 넘지 못하는 장르의 벽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 같다.

1999년 김범수 사장과 함께 한게임을 공동 창업했고 최근까지 NHN USA 대표를 지낸 남궁훈 창업자는 벌써 지난 2006년 나와 만났을 때 이런 얘기를 했었다.(내가 책 '네이버,성공신화의 비밀'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NHN은 보드게임에서,엔씨소프트는 MMORPG에서,넥슨은 캐주얼게임에서 확실히 비교우위를 갖고 있죠.하지만 그것이 또 게임산업의 그늘이 되기도 합니다.NHN은 보드게임을 제외하곤 다른 장르에서 별로 재미를 못 보고 있고,엔씨는 반대로 캐주얼이나 웹보드는 할 때마다 실패했죠,넥슨도 마찬가지구요.
게임사 입장에선 유저층이 제한된다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휴대폰으로 치면 어떤 회사는 40대용 폰만 잘 만들고 어떤 회사는 20대용 폰만 잘 만드는 것 같다고나 할까..다양한 분야의 장르에서 성공 경험을 가져야 그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게임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지금으로선 쉬워 보이지 않네요."

그래서 그에게 이유를 물었었다.왜 그런지?

"글쎄요..인력의 한계도 분명히 있는 것 같고,조직 내부의 자신감 문제도 있는 것 같고.노하우가 축적이 안된 부분도 있구요.제가 개발팀에서 가져온 게임을 봐도 그래요.보드게임을 가져오면 판단이 딱 옵니다.아 이건 되겠구나,이건 좀 아니겠다.그런데 다른 장르는 좀 그렇지가 않아요.될 것 같기도 하고,아닌 것 같기도 하고.믿고 물어볼 만한 곳도 사실 마땅치 않고."

한게임이라는 사이트가 가진 고정 이미지가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사람들이 한게임이 들어올 때 갖는 기대감이 MMORPG에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그것이 퍼블리싱 사업에 역으로 작용한다는 것.즉 충성도 높은 유저들이 원하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과가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물론 가장 큰 이유는 기본적으로 콘텐츠의 문제일 것이다.유저와 각 게임사별 장르의 고착화는 엔씨와 넥슨에도 비슷하다.

테트리스의 부활이 NHN이 전략적으로 잘 한 결정이라는데는 이의가 없지만,그로 인해 들여다보이는 NHN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는 점 역시 그 못지 않게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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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씨소프트가 결국 ‘타뷸라라사’의 서비스를 2009년 2월 28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지난 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 15개월여만에 종료되는 셈이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엔씨소프트 ‘타뷸라라사’ 팀은 지난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11월 론칭한 이 게임은 여타 다중접속온라인게임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요소를 갖고 있었다”면서도 “불행히도 이 게임이 기대한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개발팀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우리가 원했던 이용자 수를 모으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2009년 2월 28일을 기해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함을 공지하면서 2009년 1월 10일부터 종료 전까지 ’타뷸라라사‘ 서버를 무료로 개방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타뷸라 라사의 시한부적인 서비스 일정은 일찌감치 예견돼 왔다.개발자인 리차드 게리엇이 최근 엔씨소프트를 떠날것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아버지 없는 게임'이 된 '타뷸라 라사'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엔씨오스틴 직원들에 따르면 그는 이미 엔씨소프트에 영입될 초창기부터 게임 개발 보다는 우주 여행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실제로 최근 우주 여행이 실현되자 “우주로 나가는 일생의 꿈을 이루었고 그 경험이 새로운 관심사에 나를 더욱 매진하게 했다”며 “이를 위해 나는 엔씨소프트를 떠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어쨋든 리차드 게리엇은 게임업계에선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자 독특한 기인임에는 분명한 듯 하다.그에 대한 냉정한 역사적 평가는 별개로 하더라도 말이다.

'타뷸라 라사' 서비스 종료 예정 소식을 듣고 문득 내 블로그에 댓글을 남겨주신 한 블로거의 글을 생각나서 다시 찾아봤다.개발,퍼블리싱,운영 등 게임 산업의 흐름 변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의 명확한 지적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 사실 리차드 게리엇, 존 카맥, 피터 몰리뉴, 시드마이어같은 유명 제작자들이 게임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시대는 지나간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시절과 제작의 과정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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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체험 게임

게임이야기 2008. 11. 19. 21:23 Posted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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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체험 게임이 나왔다.대한항공과 한솔교육 자회사인 한솔디케이는 20일부터 교육게임 사이트 퍼니또(www.funitto.com)에서 승무원 체험게임 '나라라 비행소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실제 대한항공 객실 서비스 절차와 매뉴얼에 따라 개발된 이 게임은 객실 승무원이 돼 기내에서 고객에게 기내식과 음료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외국에서,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많이 시도되고 있는 시리어스 게임(Serious Game)의 일종이 아닌가 싶다.올해 초 열렸던 시리어스 게임 컨퍼런스 내용을 반추해보면-이론가들에 따라 다르겠지만-게임의 발전 단계상 게임 전문업체들이 아닌 일반 회사들이 게임사업에 뛰어들면서 게임 산업에 새로운 혁신이 시작된다고 한다.

이번에 공개된 '나라라 비행소녀'는 게임에 도가 튼 사람들에겐 시시해보이는 그래픽과 그닥 정교하지 않은 툴,시나리오 등으로 이뤄져 있지만 게임산업의 발전사 측면에서 보면 무시하긴 힘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물론 흔히 말하는 에듀테인먼트로 접근하면 아마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통상 게임도 즐기고 교육 효과도 있다는 에듀테인먼트지만 대부분 재미도 없고 배울 것도 없는 경우가 더 많다.재미가 없으면 별로 배울 생각이 안들기 때문이다.)

시리어스 게임은 한국에서는 아주 초창기 단계인 것 같다.이미 상당히 보편화된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을 비롯해 자동차 운전 게임,헬기 조종 훈련 게임,또는 다양한 분야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등이 교육 시장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먹히는 순간이 아마 시리어스 게임으로 인한 산업 혁신이 본격화되는 시점이 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라라 비행소녀'는-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겠지만-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를 흥미롭게 지켜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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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가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저점대비 꽤 많이 오르는 것을 보면서 역시 주식시장은 꿈을 먹고 사는 곳이란 말을 실감했다.주가 상승의 이유가 최근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아이온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기에 그렇다.

아이온은 여러가지 면에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한 게임이다.나 역시 게임 담당 기자가 아닌 게임을 즐기는 한 개인으로서 아이온이 개발단계에 있을 때부터 여러차례 게임을 접할 기회가 있었고 그때마다 많은 기대감을 가져왔다.이번에 공개된 아이온은 그런 기대감을 크게 저버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시장의 반응도 좋다.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지난 11일 공개 시범 서비스 첫날 아이온의 동시접속자수는 15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온라인 게임 중 공개 첫 날 동시접속자수가 10만명을 넘어선 것은 아이온이 처음이라고 한다.급기야 지난 주말에는 2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이온에 대한 기대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도 그 기대감은 아이온을 공개하기 전까지 가져야지 아이온이 공개된 이후엔 철저히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일단 기대를 크게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에는 만족하면서도 앞으로 아이온이 실적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철저하게 따져봐야한다는 것이다.

아이온이 엔씨소프트 실적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아울러 한국,또는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해 보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답하기 위해선 몇가지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보고 그것에 답을 하면서 찾아봐야 할 것 같다.그래서 질문 리스트를 작성해 봤다.

1.경쟁 게임의 존재-블리자드 WOW 확장판과의 경쟁 구도는?
2.오픈베타에서 호조를 보였다가 상용화에서 실패한 다른 게임들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3.카니발라이제이션의 가능성은?(즉 기존 리니지 1,2 이용자들을 잠식할 것인가)
4.새로운 이용자의 창출이냐,기존 게이머들의 흡수냐-게임 시장 전체에서.
5.해외 진출 및 상용화 시기는?
 
18일 블리자드 WOW 확장판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이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해선 여러곳에서 의견이 분분하다.유저들이 일시에 와우에 몰리면서 아이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와 게임 붐을 일으키면서 동반 상승하리란 낙관적인 기대로 크게 나뉜다.일단 두 게임의 유저층이나 유저 성향이 일부 다른 측면이 있더라도 지금처럼 20만명을 넘는 아이온의 동시접속자수 기세는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경쟁이 격화되는 것 역시 자명하다.하지만 그것이 바로 아이온에 부정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와우에 대한 게이머들의 평가에 따라선 호재가 될 수도 있고 그야말로 경쟁하면서 새로운 붐을 일으킬수도 있기 때문이다.

2번 질문은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제기하는 우려다.나 역시 과거 NHN의 아크로드를 비롯해 썬,그라나도에스파다,제라 등 숱한 유사 사례(처음 공개시 인기 끌었다가 상용화 즈음해 몰락해 버린 게임들)를 알고 있다.이 우려는 지금으로선 판단하기 힘들다.게임이 상용화에 즈음해 몰락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기 때문에(오픈 초기 운영의 실패,에러,밸런싱 문제,콘텐츠 부족 등등) 지금 잘 된다고 해서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물론 현재까지 아이온의 심리적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아이온의 카니발라이제이션 가능성은 무시하기 힘들다.아이온에 아무리 많은 게이머가 유입되고 그 중 상당수가 기존 리니지1,2 유저이거나 다른 MMORPG 유저라면 아이온 매출 상승에도 불구하고 엔씨소프트 매출 증가나 한국 게임산업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일부에선 리니지 유저의 아이온 이동이 현실화되면 엔씨 전체 매출이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아이온의 유저당 매출이 (정액제임을 가정하면) 최근 MMORPG 트렌드상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하지만 이것은 지나치게 많은 가정을 걸고 있어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우선 다양한 부가 서비스 매출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에서 또 제기할 수 있는 것은 리니지 시리즈의 공존이다.리니지와 리니지2는 같은 장르의 게임이지만 성공적으로 공존하고 있다.서로 다른 유저의 입맛을 공략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게임 자체의 발전으로 유저들이 이를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결국 아이온의 카니발라이제이션 효과 여부도 이것을 유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려있는데 현재 유저들이 보여주는 폭발적인 반응을 고려할 때 그 효과가 상당히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아이온이 과연 새로운 유저층을 형성할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물론 낙관하고 있다.엔씨소프트에선 "과거 게임을 하다가 실망하고 떠났던 유저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자체 분석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사실이라면,아주 새로운 유저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시장에 충분히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규모다.새로운 유저층의 규모가 얼마나 될 것인가인데,아직은 그리 낙관만 하기는 힘들다.경제 불황기에 게이머 숫자가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전반적인 경기 불황이 미치는 영향 등도 고려해야 한다.이와 관련해 이재호 엔씨소프트 부사장은 "최소한 부정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PC방과의 관계 등 다른 요소도 작용한다.게임 시간도 중요하다.상용화 이후엔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긴 유저가 많을 수록 좋은 법인데,이런 긴 시간의 게임을 감당할 유저가 얼마나 되느냐도 관건이다.이런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유저 창출은 오픈베타때만의 반짝 효과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5번,해외 진출 및 해외 상용화 시기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이미 한국 시장보다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은 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고 엔씨는 앞으로 점점 국내 매출보다 해외 매출이 많은 구조로 갈 것이다.한국 온라인게임 역시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 성장성에 의해 평가받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그렇다면 아이온이 얼마나 해외 시장에 통하느냐가 관건인데 이것은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이야기가 상당히 길어졌지만,종합해보면 해외 대작과의 경쟁은 결코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을 수 있으며,오픈베타에서 상용화 전환시 몰락가능성이나 카니발라이제이션 효과는 중립적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새로운 유저층의 형성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문제는 규모에 있을 것이며 결국은 해외 진출의 성과가 아이온과 엔씨소프트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엔씨소프트의 실적은 조금씩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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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 매출액과 이익 역시 감소추세다.가장 큰 이유는 2004년 이후 엔씨소프트가 신작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고,거꾸로 말하면 더 잃을 것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아이온에 대한 지금의 반응은 엔씨소프트에 대해 조심스런 낙관론을 펼치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궁금한 것은 그 규모다.하지만 올해 말까지 엔씨소프트 실적의 트렌드가 갑자기 변화되길 기대하기는 힘들고,마케팅 비용 등 비용은 더 증가할 테니 오히려 실적 악화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해외 진출이 가시화되고 유저 이동이 좀 더 분명해 지는 내년 봄쯤에는 아이온에 대한 객관적인 성적표가 가시화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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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부부경영 본격 개시!

게임이야기 2008. 11. 4. 10:04 Posted by wonkis


윤송이 박사가 엔시소프트 김택진 사장과 결혼한다는 보도가 나왔던 지난 여름,소식을 접하고 게임업계의 몇몇 지인들과 대화를 하면서 누군가 이런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윤 박사가 그냥 집에서 살림할 리는 없고,새로 창업할 것 같지도 않고,엔씨소프트 부사장 정도로 가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그때 우연한 그 멘트 하나를 진작에 써 놓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예상대로 윤 박사가 엔씨소프트 부사장으로 4일 전격 선임됐기 떄문이다.

그런데 당시 그 대화 자리에서 '윤 박사가 엔씨소프트 부사장으로 간다면' 이라는 가정하에 그런 상황이 엔씨소프트에 긍정적일지,부정적일지 하는 논의도 이뤄졌었다.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부정적일 것이란 의견이 좀 더 강했다.

왜 그럴까? 김택진 사장으로서는 자신의 가장 확실한 우군이자 천재로 통할정도로 명석한 아내를 회사 부사장으로 영입함으로써 경영권과 지배구조 모두 강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무엇보다 윤 박사의 아이디어와 참신한 기획력이 회사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 분명하다.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는 주로 엔씨소프트 내부의 상황을 좀 더 아는 사람들이었다.오히려 엔씨소프트 내부의 갈등이 더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엔씨소프트는 내부의 갈등 조정 실패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회사인데 이번 영입으로 개발자와 경영진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지나친 우려인지 모른다.윤송이 박사가 전략기획이라는 측면에서 제대로 역할을 해 준다면 차세대 게임 분야 뿐 아니라 인터넷 비즈니스를 좀 더 폭넓은 관점에서 보고 엔씨소프트를 게임회사 틀에서 벗어나게 해 줄지도 모른다.어쨋든 순전히 이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이날 엔씨소프트 주가는 대폭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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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다 PC게임이 먼저 발명됐다면?

게임이야기 2008. 10. 31. 23:13 Posted by wonkis
만약 미디어의 역사에 작은 변화가 있어서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에 컴퓨터 게임이 먼저 개발됐다면 어찌 됐을까? 만일 그랬다면 갑자기 낯선 책들이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게 됐을 때 사람들은 책이라는 미디어에 저항적으로 반응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상을 한 사람이 있다.재밌지 않은가? 미국 작가 스티븐 존슨이 그의 저서 'Everything bad is good for you'에서 책이 갑자기 등장했을 때 사람들 또는 여론의 반응을 상상해봤다.

"책은 만성적으로 감각을 저하시킨다.오랜 전통을 가진 컴퓨터 게임은 아이들을 각종 동영상과 인상 깊은 음악들로 가득 찬 생동감 넘치는 3차원의 세계로 이끌어가고 복잡한 근육 운동을 하면서 일련의 과정을 통과하게끔 한다.책은 단순히 종이 한쪽 면에 낱말들이 가지런히 나열돼 있는 것에 불과하다.컴퓨터게임은 뇌의 감지 능력과 역동적인 기능 전체를 요구하는 반면에 책만 읽는 뇌는 아주 일부만 활동하게될 것이다.게다가 책은 서글프게도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컴퓨터 게임은 아주 오래 전부터 젊은이들로 하여금 그들의 친구들과 더불어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하고 탐색하도록 유도해 왔다.그러나 책은 그들을 주위의 다른 세계로부터 고립시켜 조용한 장소에 가두도록 강요한다.최근 새로 생겨나 독서를 촉진시킨다는 이른바 '도서관'을 보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여느때 같으면 활발하고 생기있게 서로 어울려야 될 어린아이들이 말없이 무감각하게 독서 속에 파묻히고 말테니 말이다."

나는 그의 이런 상상을 보면서 손뼉을 치며 웃었다.상당한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얼마나 기발한가..그의 의견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긴 힘들다고 하더라도,그의 상상력은 분명한 한 가지 통찰력을 제공해준다.

지금의 온라인게임이 보여주고 있는 현상은 아주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이다.온라인게임에 대해 보통 사람들이 바라보면서 걱정하고 있는 현상은 앞으로 그것이 주류 미디어로서 성장하면서 생길 수많은 파생 산업과 막대한 파급력의 아주 초창기 시행착오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온라인게임은 단순히 콘솔류나 한국에서 주류처럼 인식되는 MMORPG의 괴물때려잡기식 놀음에서 언젠가 완전히 벗어나게 될 것이다.온라인에서 사람이 만나고 가상 공간에서 사회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온라인게임이라는 틀은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되고 결국엔 오프라인의 삶과 구별이 희미해지는 순간에 이를 것이라고 본다.

터무니없다고 치부하기 전에 인쇄술보다 PC게임이 먼저 발명됐다면 책에 대해 또는 독서라는 행위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충격으로 받아들였을까 나름대로 상상해보는 것이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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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와 리차드 게리엇

게임이야기 2008. 10. 16. 16:22 Posted by wonkis

'울티마'시리즈 개발로 유명한 리차드 게리엇을 처음 만난 것은 2005년 5월 미국 LA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E3였다.그 뒤로도 몇 차례 게리엇을 만났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크게 인상이 깊지 않았다.

당시 그는 '타뷸라 라사'를 들고 나와서 개발된 부분까지 시연을 했다.물론 시연 화면으로 볼 때는 그래픽이나 캐릭터의 움직임 등 모두 훌륭해 보였다.하지만 그게 다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엔 게임을 하는 걸 좋아하기만 하지 게임산업이나 유명인에게 더욱 문외한이었던 나는 그가 그렇게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인지도 몰랐다.나중에 동료 기자가 귀뜸해 줬다.
"야 저 사람이 그 유명한 리차드 게리엇이야"
"뭐가 유명한데?"
"울티마 온라인. 모르냐? 그거 이 바닥에선 거의 전설이라고"

근데 그 순간 나처럼 온지 얼마 안된 기자가 불쑥 말했다."근데 그런 사람이 내놓은 게임이 뭐 저래?" 기자들이 순간 쿡쿡하고 웃었다.동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온지 얼마 안된 문외한들의 에피소드지만 그때 인상때문이었는지 나는 게리엇에 대해 계속 의문을 갖고 있었다.저 사람은 정말 그 천재적 실력을 언제쯤 발휘하게 될까.

2006년 11월 텍사스 오스틴에서도 그를 직접 만났다.그때도 그는 게임에 대해 설명했다.그런데 그때 나는 두가지 재밌는 점을 발견했다.첫째는 그가 설명하면서 보여준 게임이 1년 전에 봤을 때랑 다른 점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었다.두번째는 엔씨 오스틴 직원들의 태도였다.직원들은 게리엇에 대해 물어보면 그가 개발중인 게임이나 게임에 대한 열정,그의 번득이는 게임 아이디어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집이 굉장히 호화롭고 비싸며,항상 우주인이 되고 싶은 꿈에 가득차 있다고.그런 점에서 아주 특이한 사람이라고....그에 대해 말할 때 게임 얘기가 나오면 항상 과거의 이야기만 나왔다.울티마,울티마,울티마,,,그런데 지금은?

내가 받은 느낌은 이거였다.
"실력보다 명성이 앞서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그랬을까..지난해 타뷸라 라사가 참패를 면치 못했을 때 전혀 놀랍지 않았다.
난 게으른 천재는 없다고 믿는 편이다.천재가 평소 생활엔 게으를지 몰라도 자기 본업을 할 때는 엄청나게 부지런하고 일반인이 따라올 수 없는 근면성과 성실함을 발휘한다고 알고 있다.리차드 게리엇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엔씨소프트와 게리엇은 최근 결국 결별했다.휴직상태라고는 하지만 그는 우주인이 돼서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곳곳에 자신의 사진만 남겨놓은 채 떠났다.

엔씨소프트는 리차드 게리엇과 로버트 게리엇 형제로 인해 분명 막대한 유형,무형의 이익을 얻었을 것이다.미국 시장에서 초창기 정착하는데 이들의 명성과 실력,인맥 등이 가져다준 소득이 많았을 것이다.그들이 없었다면 엔씨소프트가 미국에서 이처럼 정착하기 힘들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가 과연 한국 온라인게임산업에 얼마나 득이 됐는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한국 게임의 맏형인 엔씨가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그를 통해 만든 타뷸라라사가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그와 엔씨소프트,나아가 한국 온라인게임은 밑천이 다 드러났다는 평가를 현지에서 받게 됐다.엔씨소프트 역시 미국에 정착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말로 위안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2001년부터 그가 타뷸라라사를 개발한다고 쏟아부은 수백억원의 돈이 가져온 기회비용은 단순히 비용만 갖고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고 그것때문에 비난받아선 안돼지만 그가 대외적으로 보여준 자세가 너무나 아쉽다.

 그가 7년간의 엔씨소프트 생활 중에 남겨 놓은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그가 남겨놓은 것이 실패한 게임 타뷸라라사 뿐이라면 말이다.명성보다 중요한 것은 실력과 성실함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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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oft의 NC는 Never ending Change?

게임이야기 2008. 5. 27. 22:59 Posted by wonkis

(블로거가 간다! 엔씨소프트편 2번째 글입니다.)

엔씨소프트를 영어로 쓰면 NC Soft인데,여기서 NC가 무엇의 약자냐를 두고 예전부터 여러가지 설이 있었다.

내가 들은 얘기들을 풀어보자면 11년전에 김택진 사장이 현대전자 직원들과 함꼐 회사를 차릴 떄는 NC가 New Company의 약자를 뜻했다고 한다.새로운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들고 싶은 그의 열망이 담긴 것이겠지만,듣기에 따라선 좀 유치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뒤에 다른 예를 들겠지만 사실 기업의 이름 약칭이 이 정도면 그닥 유치한 것도 아니다.정말 황당한 사례들도 많다.)

이게 좀 유치하다고 생각했는지 훗날 김택진 사장이 여기에 의미를 부여했다.NC Soft의 NC는 Next Cinema의 약자라고..그럴듯 하다.언제나 온라인게임이 영화처럼,또는 영화가 보여준 경지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호언하는 그이기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엔씨소프트가 미국에 진출했을 때 미국인으로만 기업이 이뤄진데다 초기 아레나넷을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기에 현지에선 미국 기업인 줄 아는 경우가 많았다.그때 김택진 사장이 농담처럼 한 말이 "NC를 미국 사람들은 North Carolina의 약자인줄 안다"고 말했었다.그만큼 현지에서 잘 정착했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김택진 사장은 최근 여기에 의미 부여를 한가지 더 했다.블로거가 간다 엔씨소프트 편에서 블로거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사장은 "최근 NC는 Never ending Change를 뜻하기도 한다"고 자랑했다.항상 변화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모습을 그가 표현한 것이다.엔씨소프트가 정말 변하고 있는가에 대한 논쟁은 차치하고 하나의 회사 이름을 갖고 여러가지로 의미 부여를 참 잘도 한다 싶은 생각이 든다.

부연하자면 기업체들 약자 중에는 자못 황당한 경우가 많다.게임업체중에는 CCR이 대표적인데,CCR이 무엇의 약자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놀랍게도 고구려의 약자라고 한다.순간 풋 하고 웃음이 터지는 사람들이 좀 있을 것 같다.KRG소프트란 회사의 경우 KRG가 꾸러기의 약자라고 한다.

그런걸 보면 Next Human Network라고 좀 억지스럽게 붙인 듯한 NHN은 비교적 수긍할 만한 사례인 것 같다.다른 업계이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황당한 약자는 KT&G다.보통 Korea Tobacco and Ginseng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KT&G는 KOREA Tomorrow and Global의 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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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창립 11주년을 맞은 엔씨소프트의 현재 모습에 대해 김택진 사장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밖에서 보면 엔씨소프트는 문제 투성이다.2004년 이후 매출은 정체 상태를 지속하고 있으며 해외 법인,특히 미국은 실적이 들쑥날쑥하고 안정적이지 못하고 가장 유망한 시장이라는 중국에서는 사실상 철수하기도 했다.

 인력의 비효율성 등 계속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침묵하고 있다.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리지만 엔씨소프트는 오히려 계속해서 인력을 늘려가고 있다.엔씨의 지금 모습에 대해 김택진 사장이 내리는 진단은 뭘까?

 '블로거가 간다'  5탄은 엔씨소프트였다.나로서는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회사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인데다가 김택진 사장이 직접 나와 설명을 한다고 해서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기대를 하고 이 날을 맞았다.21일 저녁 7시 서울 강남 역삼동에 있는 엔씨소프트 신사옥에서 김택진 사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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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내가 준비해 간 질문은 대략 30여개.하지만 다른 블로거들도 있고,나 혼자 일방적으로 할 수는 없기에 참고 또 참아야 했다.우선 내가 궁금했던 것은 엔씨의 현재에 대한 진단이었다.

 김택진 사장의 첫 대답은 이랬다.“엔씨소프트가 내부적으로 사실 여전히 활기차고 밝고 긍정적입니다.” 처음에 어떻게 답변을 할 지 숨고르기를 좀 하던 김택진 사장은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기반을 잡고 성공하는데는 우연이라는 것이 많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엔씨가 창업할 때 정말 많은 벤처기업들이 있었습니다.그 중에는 엔씨소프트보다 훨씬 유망한 회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사라졌습니다.그러면 엔씨는 왜 살아남았는가? 이런 질문을 해 봅니다.결코 그들보다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운이 많이 작용했습니다.

 문제는 거기 있습니다.사실 우리는 게임을 만드는 게 좋았습니다.그래서 그냥 열심히 게임 개발만 열심히 한 겁니다.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회사가 커졌습니다.우리는 준비가 안 됐는데...내부적으로는 이런 상황을 점차 인식하면서 심각해졌죠.우리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겁니다.게임 개발만 하다가..이제는 게임 회사가 돼야 되는 상황이 온 겁니다.

 게임 개발할 때는 그냥 리니지2때도 3D로도 게임이 되는 것을 보여주자 이런 생각만 했었습니다.그러다보니 된 거지 엔씨라는 회사 자체는 준비가 안 됐습니다.

 회사가 규모가 커지면 필요한 인재가 많아지고 그런데 준비는 내부적으로 안돼고 그러면서 떠나는 사람도 많아지고 힘든 성장통을 겪었습니다.

 좋은 회사는 무엇인가?이런 질문도 하면서 우리가 정체성을 찾으려 노력하던 시간도 있었습니다.그러면서 우왕좌왕하는 시절이 3-4년 된 것 같습니다.이제는 뭐랄까...우리 회사를 보면..자랑스럽다기 보다는 사랑스러운 회사가 된 것 같습니다.저는 요즘에 참 우리 회사가 사랑스럽습니다.”


(이날 간담회는 김택진 사장과 김범준 오픈마루스튜디오 실장,김형진 디렉터 등 주요 인물들이 나와 무척이나 흥미진진했습니다.오픈마루에 대한 엔씨의 생각,김택진 사장의 스토리 등을 나눠서 싣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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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이재호 부사장은 누구인가?

게임이야기 2008. 5. 19. 17:41 Posted by wonkis

엔씨소프트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이재호 부사장은 누구인가? 2005년 이후 엔씨소프트와 관련된 컨퍼런스콜을 들으면서 이재호 부사장이 누군지 정말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이 생기고 있다.공식 석상에서 그의 얼굴은 본 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최대한 객관적인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그의 발언을 듣다보면 걱정이 슬며시 들기도 한다..이거 이러다 이 사람 팬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는 매우 독특한 캐릭터의 CFO다.다른 CFO들과 구별되는 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랄까...‘솔직함’에 있다.그것도 아주 엄격한 순간에 빛을 발하는 솔직함이다.(물론 경우에 따라선 이런 솔직함이 그 기업의 홍보실이나 다른 임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 것 같기도 하다)

 컨퍼런스콜을 들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는 애널리스트의 날카로운(때로는 까칠한) 질문에 갑자기 긴장을 팍 놓는 것 같은 솔직한 답변을 해 분위기를 반전시키곤 한다.이번 엔씨소프트 실적 발표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질문:아이온이 실패하면 엔씨소프트가 얼마나 타격을 입을까요?
 답변:(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글쎄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한다면..정말 우리 회사는 갑갑하겠죠.어려움이 많겠죠..

 이런 답변을 들으면서 나는 혼자서 쿡쿡거리며 웃는다.어느날 어떤 애널리스트 한 분이랑 통화를 하는데 이분도 나랑 비슷한 느낌을 갖고 계셨다.“그 분이 그런 장점이 있어요.그쵸? 갑자기 마음을 탁 터놓는 듯한 답변을 해요.어쩔 땐 분위기가 확 바뀌기도 합니다 ”

 연초에 있었던 작년 실적과 관련된 컨퍼런스콜에서도 그의 답변은 여기가 컨퍼런스콜하는 거 맞나 싶게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한 애널리스트가 “주가는 자꾸 떨어지고 실적 전망은 불확실한데 주주 가치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이냐”라고 질문하자 이재호 부사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너무 우리만의 꿈을 쫓아 달려왔습니다.우리의 꿈에 너무 매진하느라 주주들을 배려하는 점에서 미처 생각치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라고 답변했다.답변의 방식이 참으로 특이하다.어찌보면 상당히 감상적이고,한편으로는 더 설득력있게 들릴 수도 있다.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하나의 문장으로 해결하고 넘어가는 것이다.어찌됐든 이런 답변은 최소한 일반적인 CFO가 답변하는 방식은 아니다.

 올해 실적을 예상하는 질문에서는 “목을 걸고 영업이익률을 지키겠다”고 답변해 화제가 되기도 했고,지난해 한 포럼에서는 “게임주는 더 이상 성장주가 아니라 평균적인 기업이며,향후 전망 또한 밝은 편이 아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재호 부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석사를 졸업하고 아더앤더슨 컨설턴트,UN Finance Officer를 거쳐 삼성증권 M&A팀장을 역임하고 2004년부터 엔씨소프트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경력만 보면 전형적인 금융/회계쪽 전공자의 모습이다.결국 경력으로 보건대 그의 독특한 발언은 경력에서 나온 부분보다는 그의 선천적인 측면이 강한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그의 발언을 주목해서 볼 것 같다.어느덧 그의 말 한마디에 관심이 갈 만큼 그의 발언은 특이하고,엔씨소프트의 미래,아울러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에 대해 가늠하게 할 만큼 중요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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