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나갈 때면 새삼 느끼는 게 있다. ‘한국에는 참 싸고 좋은 옷이 많구나.’ 그런데 한국의 싸고 질 좋은 옷들이 해외에선 막상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 스토레츠를 만든 재이 김보용 대표의 문제 의식은 여기서 시작됐다. ‘내가 그 일을 해야겠다로 발전한 그의 아이디어는 동대문표 의류와 자체 제작한 패션 상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여성 의류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면서 실행됐다.


 재이의 온라인 여성 의류 쇼핑몰 '스토레츠'는 최신 유행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 빠른 상품 회전율,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 유럽, 중동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했다. 올리비아 홀트, 제이미 정 등 할리우드 스타나 유명 패션 블로거들이 스토레츠 제품을 입은 사진을 올리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1-2년새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스토레츠가 한국의 스타트업 243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왜 한국엔 ZARA 같은 브랜드가 없을까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지만 그는 대학 재학 중에도 전공에서 주로 다루던 국내외 정치 이슈나 정치 이론보다는 사업에 더 관심이 많았다. 특히 옷이나 패션 쪽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재미를 들였다고 한다. 사실 취미생활 수준이었을 수 있는데, 이걸 좀 격하게 한 것 같다. “대학 재학 중에 동대문에서 양말을 사다가 인터넷에서 판매하기도 했는데 엄청 잘 팔렸어요. 그것 때문에 옥션 파워셀러가 되기도 했죠.”


 하여간 인터넷 쇼핑몰에서 다양한 의류 상품을 이것저것 팔면서 의류 판매에 대한 을 익혔고, 결국 전공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택한 김보용. 2000년대 중반 훌쩍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영국 유학 중에도 한국에서 하던 습관대로 한국 쇼핑몰 등에서 옷을 사입었다고 한다. “지마켓이나 동대문표 옷을 주로 입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 사서 입다가 가져간 것도 있고, 해외에서도 한국 쇼핑몰에서 주문해다가 입었던 것도 있구요.”

 그런데 그냥 편하게 그의 취향대로 사 입은 옷에 대해 현지 외국인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런 옷을 어디서 났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냥 동대문표 옷인데도 말이죠. 그만큼 예쁘고,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의 반응이었어요. 그럴 때마다 한국 패션 의류의 경쟁력을 실감했어요. 그런데 왜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대중화된 브랜드가 없을까이런 생각도 자연스럽게 하게 됐죠.”


 그는 영국 백화점에서 인턴을 하기도 하고 현지 패션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곳에서 틈틈이 경험을 쌓았다. “영국의 브라운스라고 하는 패션 브랜드에서 인터넷 사업부 인턴을 했어요. 해외에서 통하고 글로벌 소비자들을 겨냥한 온라인샵의 초기 상태를 경험해 본 셈이 됐죠.”


 이런 경험을 하면서 그가 자신이 생각했던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한국의 패션 상품들, 특히 롱테일이라고 불릴 수 있는 그런 수많은 브랜드들이 좀 더 큰 시장에 나가지 못한 이유는 기업화를 하지 못했기 때문아닐까.


 “기업화가 안 된 곳이 많았어요. 패션사업을 글로벌하게 더 키우려는 그런 시도가 적었던 거죠. 하지만 누군가 제대로 시도를 한다면 충분히 해 볼만한 일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목표를 쇼핑몰 창업으로 두고 귀국한 그는 우선 의류 업계의 공급망을 제대로 알기 위해 벤더 업체에 취직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를 구매하는 업체에도 취직하기도 했다. 패션 상품의 주문부터 제작, 유통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어느 정도 배웠다고 생각한 그는 2011년 인터넷쇼핑몰 스토레츠를 열었다. 동대문 시장에서 물건을 떼 와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사막 한 가운데 옷 가게를 낸 것 같았다


기업화에 대한 고민은 했지만, 그 역시 그쪽에 경험은 없었다. 일단 당면 과제는 인터넷에서 한국의 경쟁력있는 동대문표 의류 상품을 좋은 가격에,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는 것.

처음엔 개인사업자로 시작했다. 기존에 인터넷 쇼핑몰 파워 셀러 경험을 하면서 익히 해 본 일이었다. 그런데 옷을 팔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쇼핑몰을 열면 사람들이 찾아와 옷을 살 것 같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마치 사막 한가운데 매장을 낸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스토레츠는 결국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의류 상품을 판매하는 게 주된 업이었고, 1차적인 관문은 좋은 상품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었고 이를 잘 알리는 것이었다. 해외 소비자들이 찾는 상품이 많이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 사이트는 활성화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좋은 상품의 확보 못지 않게 해외 소비자들의 눈높에 맞춘 UI나 결제 시스템, 편리한 구매 방식 등이 선결돼야 했다.


 좋은 상품을 확보하는 문제는 자신있었다고 했다. 알리는 것도 하면 되지하는 의식이 있었다. 그런데 결제 문제는 처음부터 이 회사를 난관에 빠뜨렸다.

해외에 있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옷을 팔아야 했는데 당시 한국의 결제 시스템 문제로 외국인이 한국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는 것 자체가 어려웠어요. 결제가 안되는 경우도 허다했고 액티브엑스 등 복잡한 프로그램을 강요해서 구매를 포기하는 사례도 많았죠. 정말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말도 못할 만큼 고생을 했습니다.”


 그의 말을 듣다보면 2013년 한국에서 (대통령의 발언 등으로도 물론 화제가 됐지만) 논란이 됐던 액티브엑스 문제가 떠올랐다. 해외에서 물건을 사려고 해도 결제가 안되는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 대한 논란이었다.


 다행히 결제 문제가 조금씩 해결됐다. 결제문제가 개선되면서 해외 소비자들에 대한 마케팅도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사업이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역시 법인화를 하면서부터였다. 본엔젤스 등 외부 투자자들의 조언을 듣고 협업을 하면서 사업이 크게 팽창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키운다


 “2015년에 들어와서 법인으로 전환했어요. 사업을 시작하고 4년이나 지나서야 그렇게 한거죠. 법인으로 전환하고 본엔젤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뒤 본격적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판매량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동대문표 옷이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이었다. 하지만 법인화를 전후해 상품의 구성이 다양해졌다. 스토레츠가 지향하는 것은 개성 강한 브랜드’. 한국의 자라(ZARA) 수준에 그치지 않겠다는 게 김보용 대표의 포부다. 즉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와 명품 스타일을 대중화시켜 빠른 시간 내에 상품을 선보이고 회전율을 높인 SPA 브랜드, 딱 그 중간 지점을 겨냥했다.


 “명품 브랜드는 고가라 부담스럽고, SPA 브랜드는 뭐랄까. 너무 유행만 좇는 스타일인 것 같아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가 어렵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고 독특하면서도 예쁜 스타일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결국은 동대문표 옷 만으로는 안된다. 직접 디자인한 옷의 비중을 늘리면서 스토레츠를 자체 브랜드로 키우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


 올들어 지난해 상반기 대비 스토레츠 방문자 수는 5.5배 늘었고, 페이지뷰는 718%나 증가했다. 매출은 540% 증가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실적이 더 좋다. 김 대표는 2분기엔 작년 2분기에 비해 매출이 60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대응하면서 자라나 H&M과 같은 기존의 SPA 브랜드보다 훨씬 더 개성 강한 소비자들을 충족할 수 있는 디자인에 승부를 걸고 있다. 좋은 옷을 싸게 만들어내는 동대문의 효율성과 김 대표의 감성이 만나 현재까지는 반응이 좋다. 김 대표는 처음엔 한국의 자라가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전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우수한 패션을 알리는 대표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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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브랜드 남자 구두는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다 비슷한 디자인일까. 그렇다고 아주 개성있는 것을 찾으면, 너무 과해서 평소 일하러 갈 때 신을 수가 없을 정도다. 나의 경우는 구두에 대해서만 가끔 그런 생각을 했지만 패션에 관심이 많거나 그 쪽에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더 갈증이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 이름이 붙은 패션 의류나 잡화는 너무 비싸거나 개성이 너무 과하고, 그냥 대중 브랜드 제품은 너무 평범하거나 비슷비슷하고.


 그런데 이런 불만이나 불편함은 패션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도 다른 사이드의 고민일 따름이지 마찬가지로 한다. 옷을 디자인해도 대량 오더가 아니면 어디 공장에 맡기기도 힘들고, 만들어도 손님을 찾아서 판매하기도 힘들고. 그러다보면 항상 비슷비슷한 상품들만 나와 있게 된다.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느끼고 있는 이런 갈증을 해소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브라켓디바이는 이렇게 시작됐다.


어느 날 보니 창업을 하고 있었다!

브라켓디바이 창업자 김다정 대표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창업을 생각해본다던가, 자신이 기업을 세운다던가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정신을 차렵니 이미 창업을 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어쩌다가 그는 이 길로 들어서게 된 걸까.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04학번인 김다정 대표는 졸업하고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 L사에 취직했다. 본래 패션이나 옷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약간은 막연하게) 의상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그 회사에 들어갔다. 처음엔 인턴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회사 생활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인턴 시작부터 크게 어긋났다. 그는 옷에 관심이 있었지만 회사는 유통회사였고 그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느 날 회사에서 선배가 물어보더라구요. 너는 패션에 관심이 있어서 왔니, 아니면 유통 쪽에서 일하고 싶어서 왔니? 옷이 좋아서 들어왔다고 했더니, 그러면 이런 데서 일하지 말고 옷을 사는 사람이 되라고 하더군요. 하하


 그래서 그는 유통회사를 나와 진로를 바꾸게 된다. 삼성전자에 입사를 했다. 이번에도 의류쪽은 아니었다. 사실 의류나 패션 쪽에 명확한 진로 의식이 없을 때였어요. 옷을 파는 것과 사서 입는 것을 좋아하는 것의 차이가 뭔지만 어렴풋하게 알게 된 거죠.


 그가 삼성전자에 입사했을 때는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어렵던 시절이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었다. “단말기 쪽으로 갔으면 좀 재미를 붙였을 지도 몰라요. 그런데 전 통신 장비, 통신 기술? 이런 분야에서 일을 했거든요. 2년 반 정도 있었는데 별 재미가 없더라구요.”


 그는 다시 학업으로 돌아갔다. 서울대에 가서 MBA를 마치고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다. 네모파트너즈라는 국내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했다. 국내 로컬 컨설팅업체로서의 한계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래도 일은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결국 자신의 관심사를 떨쳐내지 못했다. 그것과 완전히 무관한 삶을 계속 산다는 게 그에겐 힘든 일이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의류 생산과 유통에 대한 불만, 불편. 이런 것을 누군가는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뭔가 기회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일을 하고 싶으면 창업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길 들었어요. 하지만 바로 창업을 하기엔 전 큰 회사에서만 일해봐서 스타트업이 뭔지 너무 몰랐죠.”


초보 창업자가 구성한 막강 멤버들

그래서 그는 지인의 권유로 스타트업 리니어블에 입사했다. 그에겐 처음 경험하는 스타트업의 세계였다. 리니어블은 미아방지용 팔찌를 만드는 회사다.


 “회사를 설립한다는 거, 창업가가 된다는 거, 사실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스타트업의 문화도 잘 몰랐구요. 그런데 가서 일하면서 스타트업의 창업가, 벤처기업 문화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거죠. 특히 문석민 대표를 보면서 대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뭐랄까.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대표라면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 리니어블 대표와 함께 일하면서 보니 기존 직장생활에서 봤던 직장인들과는 다른 사람이었어요.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자세. 전 그런 사람을 별로 못 봤거든요. 저도 그런 사람으로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 이렇게 김다정 대표는 창업을 결심하고 그 세계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가 가장 필요한 건 사람이었다. 창업을 하면서 사람 모으는 게 가장 힘들다면 힘들 수도 있는 일이다. 마음이 맞고, 실력이 있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 다행히 그에겐 절친이 한 명 있었다.


 서을선 마케터는 김다정 대표의 친구다. 8년간 교사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런데 거기서 한 일이 대박이다. 의류공장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돌아왔더니 김다정 대표가 창업을 하겠다고 덤비고 있었다. 1순위 협력자가 될 수밖에.


 다음으로는 네모파트너즈에서 전략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김다정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장찬미. 장찬미 마케터는 호주 유학시절 동대문에서 옷을 사다 현지 마켓에서 옷을 팔기도 했던 경험이 있다. 김다정 대표는 무엇이든 다 팔 수 있는 능력자라고 소개했다.


 김다정 대표가 주저없이 브라켓디바이의 핵심멤버라고 소개하는 정안나 MD. 김 대표는 그녀를 자신이 종종 다니던 의류상에서 처음 봤다. 내심 영입순위 1순위로 꼽고 있었는데 정안나 MD는 그새 동대문에서 도매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사업을 접고 진로를 고심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녀도 기꺼이 합류했다. 개발자의 경우 일찌감치 합류가 결정된 멤버가 있었으나 결혼 문제로 합류를 뒤로 미뤘다. 하지만 외부에서 개발 업무를 하기로 했다.


<브라켓디바이 창업멤버들. 앞줄 오른쪽이 김다정 대표. 이후 시계 반대 방향으로 정안나MD, 서을선 마케터, 장찬미 마케터.>


 이들은 절실했다. 모두에게 최소한 하나 이상씩의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올해초 팀을 구성하고 빠르게 움직여서 지난달 사이트를 오픈하고, 628일 드디어 이들의 첫 제품을 와디즈를 통해 공개했다. 제품이 있기 때문에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려고 한 것이다.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Backer/8916

첫 제품은 착한 여름 스카프다.


디자이너와 소비자 만나는 오픈플랫폼 꿈

브라켓디바이가 하려는 건 뭘까. 첫 상품이 착한 스카프인 이유는 뭘까.


 브라켓디바이의 의도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디자이너의 다양하고 개성있는 디자인의 의류나 잡화 등을 상품화해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고객을 만날 수 있으니 좋고,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질 좋은 상품을 만날 수 있다.


 지금까지 이게 안되고 있는 이유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이 디자인한 제품을 상품화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멋진 옷을 디자인해도 브랜드가 없으면 옷가게에서 팔기 힘들다. 최소한 일정 수준 이상의 주문이 들어온다는 전제가 돼야 옷을 공장에 맡겨서 만들어낸다. 일정 수량이 안 나올 것 같으면 생산 비용이 확 올라간다. 그래서 희귀한 디자인의 옷은 가격이 비싸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그 옷을 잘 선택하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차별적 디자인의 제품을 거의 원가 수준에 판매함으로써 기존 유통업체들이 가져갔던 마진을 소비자와 디자이너에게 돌려주자! 이걸 하려고 하는 게 브라켓디바이다.

이번에 와디즈를 통해 올려놓은 착한 여름 스카프의 경우 가격이 12500원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마진 없이 원가에 부가세, 카드 수수료 정도만 붙은 가격. SPA 제품 가격이 2만원대 후반 정도 되는 걸 감안하면 확실히 싸긴 싸다.


 이처럼 브라켓디바이는 처음엔 디자이너들을 선별, 상품 디자인을 올려놓게 한 다음 소비자들이 이걸 보고 구매 의향을 표시하면 주문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소량 주문이 들어가도 브라켓은 할 수 있다. 다른 상품 여럿과 함께 의류 공장에 주문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량을 만들어줄 수 있어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오픈플랫폼 만드는 게 꿈이란다.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올려놓고 소비자들이 선택하고, 수량이 몇 매 이상 되면 공장에 주문해서 만드는 그런 시스템 말이다

 

 “가격이나 평가 등도 수요자와 공급자들이 다 알아서 하는 오픈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요. 디자이너들은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면서 자신의 옷을 좋아해주는 소비자를 만나고, 소비자들은 독특하고 개성있고 쓸모 있는 다양한 옷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꿉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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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고 거침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열정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꿈과 비전을 설명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푹 빠져들었다. 그는 확실히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 같았다. 될 때까지 계속 해 보는 것. 이루고 싶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것. 그가 사는 세상은 이런 세상이었다. 짧은 시간이나마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왜 알토스벤처스가 이 회사에 투자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에이프릴의 서경미 대표다.

한국은 너무 좁다. 내 무대는 세계

그의 전공은 호텔경영학. 학교는 미국 라스베가스에 있는 네바다주립대를 나왔다. 2001년 미국으로 건너가 학교에 진학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한 전공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한다. 대학 졸업에서 큰 의미를 찾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졸업을 한 것은 그 나름대로 부모에 대한 효도의 일환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미국 학교로 간 이유를 물었다. “그때 어린 마음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한국은 너무 좁은 나라라고. 한국 사람들은 왜 미국에서도 코리아타운에 몰려 살까. 더 넓은 세계를 향해서 움직이고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 보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으로 미국에 가서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을 찾아 다녔던 학생 서경미. 미국 여성들, 특히 흑인 여성들을 위한 네일아트가 사업이 될 것 같았다고 한다. 뭔가가 보이면 즉각 시작하는 것이 서경미 대표의 특징이다. 즉시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네일아트 아이템을 들여와 미국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갖고 있는 돈 2만 달러를 몽땅 투자했다고 한다. 네일아트 관련 아이템은 날개돋힌 듯이 팔렸다. 불과 6개월 만에 현지 업체에 70만 달러를 받고 회사를 매각했다. 사업을 좀 더 하면 더 회사를 키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당시엔 학교를 다녀야 하는 문제도 있었고 현실적으로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그때 그 사업에서 제 운은 거기까지였던 거죠. 그 뒤 그 회사는 더 많이 성장해서 지금도 잘 되고 있어요.”

학생 신분으로선 짧은 시간에 상당히 많은 돈을 번 서 대표. ‘하게 회사를 정리했지만 얌전하게 학교에서 학업에만 몰두할 리 만무했다. 학업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그는 틈틈이 사업을 병행하면서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거점은 미국에 두고 있었지만 그는 사업 기회가 세계 시장에 있다고 생각했다

중국, 브라질, 한국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사업 기회를 찾았다. 주로 패션, 주얼리 쪽을 했단다. 어렵게 생각하질 않고 일을 벌였다. 라스베가스에 오는 사람들이 도박을 하러 오기 때문에 행운을 중시한다는 걸 간파하고 행운의 네잎 클로버를 크리스탈에 넣어서 간단한 소품, 액세서리로 만들어서 판매했다. 매장을 30개나 늘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 할수록 그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는 한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하기엔 제약이 너무나 많았다.

무엇보다 그는 결국 한국을 기반으로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국 시장에서 도매업 경험은 있었지만 한국을 기반으로 하기엔 경험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플랫폼을 중심으로 패선 및 주얼리 사업을 하려고 했지만 한국의 핵심 상권인 동대문 업자들이 좀처럼 문을 열지 않는 것도 그로 하여금 미국을 떠나게 하는 계기가 됐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하는 것이다. 그는 결국 한국에 들어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장사되는 일이라면 지구 끝까지 간다

전 세계에서 의류 도매와 생산 모두가 되는 곳이 어딘지 아세요?”

서경미 대표의 느닷없는 질문. 글쎄. 내가 알 턱이 없다.

한국, 중국, 미국, 브라질, 인도 이렇게 다섯 개 나라가 전붑니다.”

그 정도 밖에 없나요?”
그게 다에요. 다른 나라들은 도매업은 하지만 생산을 못하거나 생산만 하고 도매 능력이 안되거나 그런 형편입니다. 그런데 이 중 인도를 제외한 4개 국가에 한국인 네트워크가 광범위하게 구축돼 있어요.”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유독 한국인 네트워크가 구축된 것이?”

한국이 예전에 어려웠던 시절에 외국에 이민을 가서 주로 세탁소를 차리거나 봉제업 분야의 일에 종사를 했어요. 이 사람들이 결국은 세탁소로 부를 축적하고 봉제업에서 성공해 현지 공장을 세우고 이러면서 의류 분야의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 거죠.”

서 대표 덕분에 역사 공부까지 했다. 그가 유독 중국과 미국, 브라질을 오가면서 사업을 벌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동대문을 잡으면 되겠다.’

이게 서 대표의 생각이었다. 전 세계 주요 거점에 한국인 네트워크가 있다면 그 네트워크의 핵심은 동대문이 될 것이다. 그런데 서 대표는 동대문 경험이 없었다. 견고한 이들의 네트워크를 뚫고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았다. 동대문에 들어가서 B2B 사업을 해야겠구나. 그의 결론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쉬지 않고 일을 벌여오셨나요?”

쉴 새 없이 생각하고 일을 벌이고, 계속 새로운 시장을 찾아가는 그의 모습이 신기해 물었다.

너무 재밌어요.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거에요. 돈을 얼마를 벌어야겠다. 이런 목표를 정한 적은 없었어요. 그냥 사업 기회를 찾아서 물건을 팔고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는 게 너무 재밌었죠.”

그의 아버지는 사업가라고 한다. 역시. 그 피가 어디 가질 않는다.

어쨌든 기회를 찾아 세계를 누비던 서 대표는 한국에 들어와 동대문에서 정착했다. 의류 도매업자로 일을 시작해 도매 매장 5, 소매 매장 1개를 열었다. 중국 광저우에도 매장을 여는 등 꾸준히 확장을 해 나갔다. 3년간 동대문을 팠다. 동대문을 알았다 판단한 그는 드디어 2012년 에이프릴을 설립했다. 진짜 해보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동대문의 의류와 패션을 전 세계를 상대로 판매하는 것이다. 개인사업자로 일해온 그에겐 법인은 처음이기도 했다.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개인 사업자로 일하는 것과 법인을 차리는 게 엄청난 차이가 있네요.”

속칭 장사만 하다가 법인을 차리고 나서 당황했다고 한다. 조직 관리도 해야 하고, 사람도 잘 뽑아야 하고, 신경 쓸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아 사업이 혼자서 하는 게 아니었구나. 이런 생각이 처음 들었어요.”

그의 구상은 처음부터 명확하고 심플했다. 동대문의 의류 패션 매장의 상품들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 예전에도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해봤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우선 플랫폼이 되야 했기 때문에 사이트 구성이 훨씬 더 치밀하고 완성도가 높아야 했다. 그런데 이건 그가 잘 하는 분야가 아니었다. 할 수 없이 외주에 맡겼는데 여기서 탈이 났다.

제가 원하는 수준의 사이트가 나오질 않더라구요.”

사실은 수준이 문제가 아니었다. 오류도 많았고, 필요한 기능 자체가 제대로 작동이 안됐다. 안되겠다 싶어 사람을 뽑았다. 솜씨 좋은 개발자라고 해서 영입해서 일을 맡겼는데, 이게 웬걸. 이번에는 사람이 배신을 했다.

그냥 믿고 다 맡겼는데, 뽑아 놓은 개발자가 어느날 사이트는 공중분해시켜놓고, 사이트 개발 과정에 얻은 핵심 콘텐츠와 코드 등을 다 들고 사라져버렸어요.”

계속 눈을 반짝이며 얘기하던 이 순간에만 그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 역시 대표가 잘못한 일인 걸. 그리고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꼈단다. 좋은 파트너가 있어야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걸 말이다.“지나고 보니 모든 게 다 인사 사고였네요. 사람 잘못 뽑은 제 탓이죠. 그래도 사람을 믿어야 한다는 제 소신은 변함이 없습니다.”

<에이프릴 서경미 대표(가운데)와 직원들. 아래에 놓인 비닐봉투에는 동대문 의류 시장에서 촬영을 위해 가져온 옷들이 담겨 있다. 사진-에이프릴>

결국 2012년에 법인 설립하고 사이트를 세 번이나 뒤엎었다. 그리고 네 번째 만든 사이트가 링크샵이다. 링크샵을 만들면서 서 대표는 멤버를 대폭 보강했다. 우선 다음커뮤니케이션 출신의 전문가를 영입했다. 올해초 합류해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는 추연진 이사다. 웅진에서 M&A 업무를 하던 오영지 이사도 합류해 회계, 재무, 조직관리 등을 맡고 있다.

알리바바 잡는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차근차근 일은 진행되고 있다. 동대문 상권을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자 네트워크를 연결해 한국의 에프릴이 전 세계에 인터넷 판매하는 그림이다. 멤버를 보강해 제대로 된 사이트를 오픈했고 11월에는 알토스벤처스로부터 투자도 잘 받았다.

동대문 상권에서 팔리는 제품의 규모가 얼마나 될까. 2만 개나 되는 동대문 상인들의 판매 규모는 연간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물론 이 곳에서는 대부분의 매출이 현금으로 발생하는데다 상당수 물량이 외국인 관광객 등 해외로 판매되기 때문에 정확한 시장 규모는 아무도 모른다.

하여간 시장 규모는 충분히 된다. 그의 목표는 동대문이 곧 링크샵이 되는 것. 링크샵에 입점한 동대문 매장은 전 세계를 상대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사이트내 개별적인 홈페이지나 고객 관리 등도 가능해진다. 6월에 오픈했는데 1100개가 입점해 있다. 에이프릴은 내년까지 3000개 매장 입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6월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뒤 거래액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6월 거래액 대비 9월 거래액은 5배에 달한다.

동대문 시장이 이대로 있다간 중국에 먹힐 것 같아요. 중국이 예전에는 하청공장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생산, 도매, 디자인 등 생산과 판매의 전 과정을 다 하고 있거든요.”

서 대표의 구상은 동대문 상권을 살린다는 대의명분도 있다. 동대문 시장은 전 세계에서 밤을 꼴딱 새가며 영업을 하는 거의 유일한 곳이라고 한다. 내수가 부진하고 대부분 중국 등 해외 바이어들이나 관광객들의 구매력에 의해 돌아가는 곳이다. 링크샵은 낮에 잠깐 쉬고 밤새도록 영업을 하는 이곳 매장으로부터 옷을 받아가서 하루종일 촬영을 돌린다. 이렇게 촬영을 한 옷 등 패션제품들을 링크샵에 올려놓고 매장들이 영업을 하기 전 저녁 시간에 다시 돌려준다. 링크샵만이 가진, 업체들과 상생할 수 있는 장점이다.

동대문 시장의 패션 제품들이 모든 시장에서 다 통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동남아에서는 잘 통하지만, 미국에서는 잘 안통한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제품은 따로 있다. 반면 유럽 관광객들에게는 반응이 좋다. 그래서 에이프릴은 한국의 동대문 시장, 미국의 자바 시장, 그리고 중국의 상인들로 셀러(판매자) 네트워크를 확대하면서 전 세계 고객들의 다양한 수요를 맞춰간다는 계획이다. 패션에서 시작해 주얼리, 기프트 등 아이템도 확장한다.

암요 알리바바 잡아야죠. 이왕 시작했는데, 세계적인 회사 되야죠. 패션하고 주얼리는 저희가 잘 알아요. 알리바바 잡아야죠. 할 수 있어요.”

서 대표는 알리바바 잡아야죠를 계속 되뇌었다. 주문처럼. 나오는 길에도 그 말이 계속 귀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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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한 사람에 대한 이미지나 그 사람의 인간관계, 나아가 삶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옷이 날개’라고 흔히 말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말을 들으면 ‘별 볼 일 없는 사람도 좋은 옷을 입으면 그럴듯해 보인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 옷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강하늘 와이디어(Ydea) 대표는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옷을 입는 것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남자였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옷을 입으면 되는지 잘 모르고 매일이 괴롭고 판단하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하나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어했다. 옷 잘 입는 전 세계의 프로 또는 아마추어 코디들이 옷을 잘 못 입거나 어떤 옷을 입으면 되는지 몰라 헤매는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그런 세상을 그는 그리고 있다.

◆개발자는 꼭 내부에 둬야겠다

상명대 경영학과 03학번인 강하늘 대표에게 와이디어는 그의 첫 창업은 아니다. 대학에 입학한 뒤로 계속 창업에 관심을 갖고 있던 그. 창업에 생각이 있어 그 쪽 분야를 기웃거렸지만 대학에서 배우는 경영은 주로 대기업 경영과 관련된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직접 사업을 해봐야 알겠다고 생각하고 2008년 크라우드소싱사이트를 운영하게 된다. 인터넷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전용 프로그램이 필요했는데 당시 그는 외부업체에 개발을 외주를 맡겼다고 한다. “사실 처음 일을 하면서 쉽게 생각한 측면이 있었어요. 외주 개발에 맡기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외부 업체에 고정비로 개발비용이 꼬박꼬박 나가는데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는 문제가 생기더라구요. 그러다보니 비용만 들어가고 제 뜻대로 되는 게 없었죠.”

 이런 경험을 겪으면서 강 대표는 나중에 창업하면 개발자는 꼭 내부에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당시 경험을 6개월에 불과했지만 중요한 교훈을 얻은 셈. 여러가지 창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던 그에게 중요한 것은 함께 사업을 할 만한 개발자를 찾는 일. 실력도 있어야했지만, 무엇보다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했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 의기 투합만으로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그런데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예전에 연희동에서 살 때 동네에서 같이 잘 알고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창업 생각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주인공은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과 출신의 이유석.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지만 서로의 뜻을 확인했고, 힘을 합쳐 창업을 하기로 한다. 두 사람은 2010년 7월 우선 개인사업자로 와이디어를 창업했다. 때마침 서울시 2030 청년창업프로젝트에도 선정됐다. 

 와이디어란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이디어(Idea)란 단어에서 앞에 I 대신 Y를 넣은 겁니다. Y가 두 팔을 하늘로 벌리고 선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두 팔을 벌린 것처럼 세상의 많은 아이디어와 관점들을 수용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일념을 사명에 담은 겁니다.”

◆옷 구매하다가 창업 결심

처음에 와이디어는 ‘캘린덕’이라는 사업으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개인사업자로 출발했어요. 자본금도 없었죠. 제대로된 서비스를 만드는 게 우선 중요했어요. 그래서 둘이서 서비스를 기획해 만들게 됐습니다.”

 캘린덕은 온라인에서 옷 할인 정보를 공유해주는 서비스다. 그가 이런 서비스를 하게 된 것은 자신의 옷 구매 경험때문. “여자친구를 사귀고 교제를 계속하려면 옷 차림에도 제법 신경이 쓰이쟎아요. 그런데 어디서 어떤 옷을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가 어렵더군요.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어요. 일단 제가 그런 서비스가 필요했구요. 그래서 창업을 했습니다.”

 인터넷에 있는 각종 패션 상품 할인 정보를 날짜별로 쉽게 알 수 있게 정리해서 달력에 표시해준다고 해서 이름이 캘린덕이었다. 할인 정보는 사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지만 막상 아쉬울 때, 급하게 필요할 땐 찾기 힘들기 마련. 특히 이런 정보를 많이 확보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을 것 같다. 그의 이런 생각처럼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찾았다. 지금도 이 서비스는 매달 1만5000명씩 쓰는 스테디서비스다. 하지만 그는 좀 더 대중적인, 보다 파급력이 큰 서비스를 하고 싶었다. 특히 보다 직접적인 구매행위와 연관이 되면서도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하고픈 마음이 있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그에게 조카의 인형놀이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날 조카가 놀고 있는 것을 봤는데, 종이 인형 놀이를 하고 있더군요. 인형놀이를 하듯이 사람들이 옷이나 패션 액세서리 사진을 자신의 이미지 위에 겹쳐 보면서 직접 코디를 해보면 재미도 있고, 실제 자신에게 맞는 옷을 사는데 더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거죠.”

 그는 조카의 인형놀이를 실제 옷 사진을 프린트해서 한번 해봤다. 인터넷에서 그림으로만 보던 옷을 출력해서 자신의 사진 등에 입혀보니 훨씬 실감이 났다. 처음에 그는 자신의 옷을 구매하거나 구매계획을 세우는 데 필요한 정보 수집용 등으로 활용할 생각이었지만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옷을 코디해주는 데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았다. 이렇게 해서 ‘코디북’이 탄생했다. 2011년 12월이었다.

◆소셜 패션 코디, 코디북

코디북은 얼핏 보면 개인 쇼핑몰의 집합 같다. 또는 많은 사람들의 패션 자랑터 같기도 하다. 앱을 실행해 들어가면 수많은 옷들의 조합이 올라와 있다. 패션의 페이스북이라고나 할까. 

 실제로 기능에서도 두 가지 측면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이 코디한 다양한 패션을 올려놓으면 이것을 보고 단순히 정보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실제 구매 활동으로 이어갈 수도 있다. 상품 정보 를 제공하는 곳과 연계가 돼 있기 때문에 즉시 구매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어떤 옷에 어떤 소품을 조합하면 잘 어울리는지 등은 쇼핑몰이나 의류업체 사이트 등에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상품 판매업체나 이해관계가 있는 이들이 올리는 정보보다 사람들은 일반 사용자들,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이 올린 정보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서비스의 장점은 사람들이 멋지게 잘 조합된 코디를 둘러보다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점. 옷이 단순히 하나씩 있는게 아니라 옷 좀 입는다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코디를 해 놨기 때문에 집에 있는 자신의 옷가지 하나를 연상하면서 둘러보다보면 ‘아 이렇게 입는 방법도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물론 재미도 느낄 수 있얼 것 같다.

 물론 이런 가능성들이 원활하게 작동되려면 사람들이 그만큼 모여 있어야 한다. 입소문도 타야 하고 여러 사람을 만족시킬만큼 다양한 코디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 현재 약 25만명의 회원이 이용하고 있고 35만개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코디 숫자. 50만개에 달하는 코디 수는 비교적 앱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보여진다. 강하늘 대표는 “현재 12개 쇼핑몰과 제휴를 맺었고 하루 1000여개씩 신규 코디가 올라오는 등 사용자들의 활발한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며 “유저들끼리 올린 보다 믿을 수 있는 정보공유를 통해 쇼핑에 대한 두가지 Dis, 불편(Discomfort)과 불신(distrust)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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