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인 지난 2012년 10월 만났던 북잼은 당시 ‘소장하고 싶은 전자책’을 모토로 했었다. 그 뒤로 1년이 지났다. 조한열 북잼 대표는 자신이 세웠던 그 원칙대로 높은 수준의 퀄러티를 보장하는 그런 책을 전자책으로 계속해서 냈다. 단행본만 내는데 그치지 않고 삼성경제연구소 세리북스와 제휴해 연구보고서를 책으로 묶은 것들도 전자책으로 출간하고 있다.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다. 이처럼 그는 꾸준히 시도했지만, 시장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폭발적인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기 요원한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진출은 계속됐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북잼도 생존을 위해선 살 길을 모색해야 했다.

<북잼 사무실에서 만난 조한열 대표(왼쪽)와 이명우 매니저>

◆북잼의 약점

본래 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회사가 갖고 있는 약점을 말하는 것은 누구나 꺼리기 마련이다. 이것을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대비책이 있거나, 이미 약점을 극복한 경우다. 지난 1년여 시간 동안 북잼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설명하면서 조 대표는 북잼의 약점을 스스로 말했다. “북잼의 약점은 자기 이름으로 낸 콘텐츠가 없다는 겁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책을 냈으면서 이건 무슨 소리일까.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북잼은 기존 출판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출판사의 특정 종이책을 전자책 앱으로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축적해왔어요. 북잼이 개발한 것은 맞지만, 콘텐츠의 원 저작권은 출판사가 갖고 있고, 소비자들도 해당 책에 대해 기존 출판사의 이미지를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는 거죠.”

 즉 쉽게 말해 자체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다. 개별앱으로 전자책을 계속 냈기 때문에 가지는 한계다. 이런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묶어서 보여주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모래알처럼 흩어져있긴 하지만 그대신 그만큼 많은 콘텐츠들이 각기 다양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전자책을 구매하는대로 저장하는 것은 소장의 기쁨과 독서의 편리함 측면에선 장점이지만 메모리 용량을 걱정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전자책이라는 분야는 콘텐츠 확장이 빠르게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자체 브랜드가 없다는 약점은 반드시 시정될 필요가 있다. B2B로만 사업을 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플랫폼으로 도약한다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콘텐츠를 반드시 하나의 앱에 다 묶어서 보여줄 필요는 없다. 대신 어디서든 불러와서 볼 수 있으면 된다. 그래서 북잼은 클라우드 방식을 이용, 전자책을 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일부 콘텐츠에 대해선 이 방식을 시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가칭 북잼앱(클라우드 서재앱)은 다음달 11월에 출시될 예정이다. 현재 시험적으로 적용하는 서비스보다 적용 범위가 훨씬 확대된다. 

 북잼앱을 다운로드받으면 개별앱으로 구매했던 전자책을 북잼앱에서 모두 불러와 볼 수 있다. 클라우드 방식이기 때문에 저장 용량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한번 구매하면 어떤 기기에서든 전자책을 볼 수 있다. 북잼이 만든 전자책을 구매한 사람에게 확실한 혜택을 주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새로운 분야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북잼은 기존의 종이책을 디지털화하는 사업에 초점을 맞춰왔다. ‘소장하고 싶은 전자책’이라는 모토도 거기서 나왔다. 하지만 기존 종이책의 전자책화 사업은 한계가 너무나 많다는 게 조한열 대표의 생각. 이런 생각은 사실 전자책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에겐 뼈아픈 일이지만, 그래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노력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 대표는 성장을 위해선 종이책의 전자책화에만 의존해선 안된다고 보고 소셜출판과 1인 출판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기존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만드는 분야는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아요. 계속 성장해야 하는 벤처기업이 여기에만 의존할 수는 없죠. 하지만 소셜출판과 1인출판 쪽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아직 초기 단계이고, 이 분야의 절대 강자도 없구요.”

◆대규모 투자 유치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크다면 크다고 할 수 있는 변화를 겪으면서 북잼은 재도약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사업을 확대하면 그만큼 돈도 더 필요하다. 그래서 투자 유치에 나섰고, 성과도 있었다. 제법 큰 규모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하면서 플랫폼화와 소셜출판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것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책은 정말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콘텐츠는 일단 숫자가 확보되야 하는데 책이라는 분야는 저작권자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어서 절대적으로 우월한 콘텐츠 확보가 쉽지 않다. 콘텐츠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도 어렵다. 저작권자 개개인들의 이해관계도 틀린데 사업을 위해선 이들과 일일이 만나 대화를 나눠야 한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싸게, 아니 아직도 공짜 콘텐츠를 바라고 있다. 이런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한다.

 “가끔은 왜 이 분야에 들어와서 이 고생을 할까 생각할 것 같은데요?”

 이런 질문에도 그는 웃으며 말했다. “저라고 왜 그런 생각을 안하겠어요. 그래도 차근차근 하면서 길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어렵긴 하죠. 그런데 일하는 게 좋더라구요.”

 옆에 같이 있던 이명우 매니저가 거들었다. “조 대표는 지독한 일벌레에요. 하루종일, 일년 내내 일 밖에 몰라요. 아마 그래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조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소장하고 싶은 전자책에서 이젠 서점 위의 서점을 지향하고 있어요. 서점에서 볼 수 없는 그런 책들도 있는, 모바일 서점이 되는 거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얼마쯤 자신도 있고, 방법도 보여요. 올 연말께 BEP (Break Even Point)찍고, 내년엔 진짜 보여줘야죠.”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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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캡숑의 권도혁 대표는 진정 매우 특이한 기업가다. 그의 특이함을 최대한 간결하고 명료하게 표현하기 위해 말을 하나 만들어봤다. ‘기획 창업가’? 또는 ‘스타트업 디벨로퍼’?

 그는 지금껏 울트라캡숑을 포함해 창업을 두 번 했는데 모두 개발자 중심의 팀에 합류해 사업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혼자 움직이고, 좋은 개발자를 찾아 팀에 들어간 뒤 적극적으로 이 팀을 독려해 서비스를 출시하고 자신은 영업과 인재영입, 자금조달 등에 주력해왔다.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이런 비슷한 패턴이었다는 것은 자신만의 창업 스타일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세대 경제학과 94학번 출신인 권 대표는 본인이 엔지니어가 아니어서 그런지 개발자를 더욱 중시하고 개발팀에 힘을 실어주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울트라캡숑이 지난해 핵심 개발자 이탈을 겪었을 때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거란 생각을 했었다. 오랜만에 만난 권도혁 대표를 보면서, 아주 힘든 시기를 겪었고, 그럼에도 살아남았고, 그래서 신발끈을 고쳐매고 다시 뛸 준비가 끝났다는 인상을 받았다. 좀 더 성숙해진 모습이라고 한다면 너무 진부한 표현일까.

◆생각지 못한 변수의 연속

내가 한국의 스타트업 일흔두번째 이야기로 그를 소개한 것은 지난해(2012년) 2월초였다. 

당시 울트라캡숑이 선보였던 서비스는 대학생들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래스메이트(Klassmate). 약 1만여명의 사용자를 갖고 있었고, 미국 10개 대학과 한국의 몇몇 대학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서비스 확대를 준비하고 있던 2월, 카카오에서 사람이 찾아왔고 카카오는 울트라캡숑에 20억원을 전격 투자했다. 카카오가 아직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리기 전의 일이었다. 카카오로서도 매우 중요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투자를 받고 나서 울트라캡숑은 클래스메이트의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자금이 넉넉해지고 뭔가 보이는 상황에서 당연한 결정. 

일부 대학에서만 서비스하던 클래스메이트의 영역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해외에서도 서비스를 대폭 넓혔다. 이를 위해 각 대학별로 커뮤니티를 이끌어갈 대학생들을 모아 워크샵을 가지기도 했다. 당시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학생 350만명 중에서 절반이 쓰도록 하는게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생각대로 열심히 확장을 시도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안됐다. 왜 그랬을까.

 “일단 방학이 되니까 학생들이 쭉 빠지더라구요. 쓰는 학생 수가 많아지면 어느 정도 해소될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학생들 대부분 자신들의 학교에 대한 자긍심이 높지도 않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에 별로 관심도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취업난에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릴수록 학교 일에 관심을 가질 턱이 없다. 클래스메이트는 강의를 평가하고 학교 정보를 공유하고, 친구들과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등등 이런 것에 특화된 서비스였다. 즉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자신이 다니는 학교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서비스가 난관에 부닥친 가운데 5월에 접어들자 권 대표는 다음 서비스 준비에 착수했다고 한다. 

 “제가 울트라캡숑을 창업하면서 세 가지 키워드를 생각했습니다. 글로벌, 모바일, 그리고 대학생. 그런데 이런 상황에 처하면서 대학생에 대한 시각을 달리해보자 이렇게 됐죠.”

 그렇다. 대학생이 항상 학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관점의 문제일 뿐이다.

◆위기와 극복

 클래스메이트 서비스의 취약점은 방학이 되면 사용자가 줄고, 학교에 따라 사용자 편차가 대단히 크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당초 강의 평가로 시작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정작 이성을 만나거나 새로 친구를 사귀는 데 더 관심을 보였다는 점. “아예 학생들이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에 집중하면 어떨까하고 생각을 바꾸게 됐어요.”

 모바일과 글로벌이라는 화두는 그대로 두고 대학생이라는 키워드에 약간의 수정이 가해졌다. 그러면서 4개의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다이어터, 너말고니친구, 미팅학개론, 마티니가 그것이다. 다이어터는 다이어트라는 동일한 목표, 또는 동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만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 미팅학개론은 대학생들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클래스메이트의 미팅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일종의 소셜데이팅 서비스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마티니는 세계 각지의 주요 도시에 있는 싱글 남녀들을 위한 그룹미팅 서비스. 

 이 중 가장 특이한 게 너말고니친구, 일명 ‘너말니친’이다. 쉽게 말하면 일반인 이상형 16강 스타일의 미팅 앱. 배틀 형식으로 두 명 중 내 이상형에 보다 가까운 사람을 선택하다보면 결승까지 가게 된다. 결승에서 최종적으로 나의 이상형을 선택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대화를 신청한 뒤 상대방이 대화를 수락하면 대화가 가능하다. 모드가 앱친 모드와 친친 모드가 있어서 앱친 모드를 선택하면 개인적으로 모르는 사람이지만 앱을 다운로드 받은 사람들 중에서 나의 이상형을 찾을 수도 있고 친친 모드는 내 친구 중에서 찾을 수 있게 한 방식이다.

 재기발랄한 이 서비스는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아는 사람들끼리 배틀을 하면서 놀 수도 있다. 5초 안에 고르도록 긴장감을 불어넣어 사실상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미 22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고 10대와 20대가 왕성하게 쓰고 있다. 하지만 30대 이상도 전체 사용자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혹시 원조교제로 악용되는 등 부작용의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그래서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 대화를 하거나 연결하는데 제한을 두고 있다.

◆새로운 출발, 울트라캡숑 2.0

이 앱의 개발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있다. “앱을 대학생 인턴이 개발했어요.” 물론 앱 자체의 아이디어는 권 대표에게서 나온 것 같다. “몇년 전에 TV프로그램 놀러와의 이상형 월드컵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는데 그때 황룡 사이러스 대표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눈 적이 있거든요. 그게 문득 생각나서 회사가 할 일 리스트를 만들면서, 30개나 되는 리스트 중에 그걸 하나 끼워넣었죠. 막상 저는 잊고 있었는데, 대학생 인턴이 자기가 이걸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하더라구요. 시험삼아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그러라고 했는데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사실 예상 못했죠.”

 처음에 앱이 나온 직후엔 좀 난감했던 게 사실. 나름 기술 기업을 자처하고 있던 울트라캡숑에서 어찌보면 아주 유치찬란(?)한 이런 서비스를 어떻게 알릴까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용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사람들이 열렬하게 사용하면서 분위기도 달라졌다. 

 “‘너말니친’은 울트라캡숑이란 회사와 나 자신에게 일대 전환점이 됐다.” 권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서비스가 떠서 전환점이 됐다는 게 아니다. 어깨에 힘을 빼는 계기가 된 거에요. 사실 힘을 너무 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그걸 안거죠. 강의평가, 네트워킹, 정보교환 등 심각한 문제의식과 목표를 갖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적인 완성도 높이기에 골몰했어요. 그런데 사실 재미가 중요하거든요. 그걸 알게 된 거죠. 어깨에 힘을 빼니깐 서비스가 훨씬 재밌어졌어요.”

 진지함이 누그러지면서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고 오픈 마인드(Open Mind)가 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 이 서비스를 하면서 서울대 컴공과 남자들 중심의 회사 분위기도 변하기 시작했다. 여직원들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좀 더 복합적이고 다양한 것들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너말니친이 재미만 있는 서비스는 아니다. 매일 150만번씩 평가가 이뤄지고 지금까지 누적 7500만번의 평가가 이뤄지다 보니 사람들이 어떤 얼굴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나오게 됐다. “좀 더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그런 얼굴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가능하겠더라구요. 이런 것도 일종의 빅데이터죠.”

 대화하려면 유료로 100원을 내야한다. 자신의 사진이 사람들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도록 16강 경쟁에 나갈 수 있는 이른바 출전권은 2000원을 주면 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유료화 모델이 있어서 기본적인 운영비 정도는 뽑고 있는 상황. 연말께는 BEP에 도달하는 게 목표.

 대만 서비스도 최근 시작했다. 아직은 비공개시범서비스 단계고 8월중 공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대만 서비스명도 재밌다. 외모협회(外貌協會). 중화권에서는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울트라캡숑 시작하면서 5년을 생각했습니다. 큐박스 5년했고, 울트라캡숑 5년 하면 저도 사업을 총 10년을 하게 되는 셈이지요. 10년 정도 하면 뭘 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금씩 뭐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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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연락이 온다는 것은 대체로 좋은 징조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특히 그런 것 같다. 뭔가 할 얘기가 있다는 것은 새롭게 뭔가를 시작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유저스토리랩 정윤호 대표와의 오랜만의 만남은 그래서 더 기대가 됐다. 그에 대해 기록한 지는 어느새 2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지난 2010년 11월3일 한국의 스타트업 스물 네번째 이야기(http://limwonki.com/397)로 정윤호 대표의 창업 스토리를 남겼었다. 당시 그는 창업 후 2년이 지난 시점이었고, 그 후 2년 6개월의 시간이 흘렀으니 정 대표는 이제 창업 5년차에 접어들었다. 창업 5년차가 된 그가 심기일전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것이 이번 이야기의 주제다. 그 과정에 우여곡절이 없을 리 없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는 창업을 한 자신과 회사의 정체성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의 아이디어는 좀 더 구체화됐고, 출시된 서비스는 좀 더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있었다.

◆나는 왜 창업을 했을까

그는 항상 소셜네트워크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온라인에서 인간관계의 확장이라는 그의 주된 관심사를 미디어를 통해 풀어내려는 것을 계속 시도해왔다. 처음에 프렌드피드 방식의 SNS를 고안했고, 텀블러와 같은 블로그를 기획했다가 트윗믹스, 유저스토리북 등으로 이어지는 시도를 한 것도 다 그의 관심사가 서비스화된 결과물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은 ‘많은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원하는 무언가’는 아니었다. SNS와 온라인미디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플 때 찾을 만한 그런 서비스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사용자 기반이 넓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줄기차게 시도하면서 좀 더 대중들에게 다가갔다는 점. 유저스토리북이 출시되던 시점부터 그와 그가 세운 회사는 대중들과의 접점을 찾은 것 같았다.

 하지만 접점을 찾았다고 다 잘되란 법은 없다.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래도 회사가 조금씩 성장하고, 직원들 수도 늘어나고, 한번도 월급을 밀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트래픽에 비해 제법 수익이 났던데다 실력있는 기획자와 개발자들을 기반으로 외주 업무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회사의 본질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랜만에 만난 그의 첫 마디는 이거였다. “내가 왜 창업을 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동안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작년초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회사를 운영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창업을 하고 4년차에 접어들었는데 별로 변한 게 없었거든요. 그러다보니 직원들에게 대표로서 뭔가 비전을 제시해주기 힘들어졌어요. 저 자신도 점점 확신이 약해졌죠. 나는 왜 창업을 했을까.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당시 그가 사람들과 만나 외치던 말이 있었다. ‘Undead!’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외침이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죽지않고 살아있는게, 한편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미있게 살아야할텐데. 하루하루 사는 건 힘들지 않지만 어떤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 동안 직원은 점점 늘어나 15명이 됐다. 그래도 살아있다는 것은 중요했다. 전환점이 필요한 그에게, 살아있었기에 기회가 찾아왔다.

◆우연처럼 찾아온 기회

정 대표는 젊은창업가 모임에 나가고 있었다. 거기서 알게 된 사람이 그를 와이디온라인 신상철 대표에게 소개시켜줬다. 와이디온라인은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회사를 매각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사업을 계속하는 쪽을 택했다. “다시 한번, 제대로 해 보자고 김봉간 부사장하고 다짐을 했어요. 마침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던 와이디온라인이 회사에 투자를 했고, 지분 7%를 보유하는 것으로 투자를 마무리했어요. 투자가 이뤄지면서 사무실도 청담동에 있는 와이디온라인 쪽으로 아예 옮겼죠.”

 와이디온라인의 투자는 그에게 큰 전환점이 된 것 같다. 투자를 받고 자금도 수혈되고, 사업에 대한 의욕과 의미를 어느정도 다시 회복한 그는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에게 옛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예전 태터앤미디어에 있을 때 김창원 노정석 두 대표가 옷깃이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어요. 그걸 맡아서 실무를 했던 사람이 지금 유저스토리랩의 김봉간 부사장이었죠.”

 “정 대표도 관여했었나요?”

 “아뇨 전 다른 팀에 있었어요. 옆에서 보기만 한 셈이죠.”

 당시 그가 직접 하진 않았지만 이 서비스는 그가 구현하고자 했던 관계의 확장이라는 컨셉트와 맞아 떨어졌다. 그 당시 한창 진행됐던 이 서비스는 태터앤컴퍼니가 구글에 M&A 되면서 중단됐었다. 여기에 생각이 미친 정 대표는 노정석 대표와 김창원 대표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중단됐던 그 프로젝트를 이어 다시 사업화하는 것에 대해 승낙을 받았다.

 “언뜻 보니 정 대표의 분위기나 스타일과 아주 잘 어울리는 서비스 같은데요?”

 “저는 나름대로 아주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사실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더군요. 매우 대단히 정윤호다운 서비스를 만들었다면서 말이죠. 하하”

◆옷깃으로 새출발

자 그럼 옷깃은 대체 무슨 서비스일까. 그는 왜 이 서비스에 꽂히게 된 걸까.

“아주 친한 사람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그의 말대로 떠올려봤다. 

“그 사람이랑 왜 친하게 됐나요?”

글쎄 잘 모르겠다. 여러가지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사실 사람들이 친해지는 건 아주 우연한 계기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맞는 말이다. 그런 것 같다. 심지어 결혼도 정말 우연과도 같은 만남이 발전해 이뤄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사람들은 아주 한정된 기회 속에 살고 있지만 그 기회조차도 매우 한정된, 자신의 생활습관이나 라이프스타일 등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기회를 만들려면, 아니 찾으려면 자신의 생활 속에서 발견해야 한다는 게 정 대표의 결론이었다.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해야 삶이 풍족해지는 것 같아요. 점점 외로워지는 현대사회에선 더욱 그렇죠. 그런데 친해지는 그 누군가는 뭔가 대단한 인연으로 만나는 것만은 꼭 아니에요. 아주 우연한 기회에 만나고 친해지죠. 옷깃은 그런 우연한 듯 보이지만 내가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나와 비슷한 공간 속에서 자주 마주치는 , 하지만 서로 존재를 모르는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해주는 그런 서비스에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라는 말 그대로다. 스친다는 것은 비슷한 장소에 비슷한 시간대에 존재하기에 가능하다. 내가 어떤 커피숍을 자주 간다면, 특별히 좋아하는 영화관이 있다면, 아니면 집 앞의 공원에서 자주 산책한다면 그 장소엔 분명 나처럼 종종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레미제라블에서 마리우스가 꼬제뜨를 만난 것도 파리 뤽상부르 공원이었다!) 

유저스토리랩이 5월 중순 출시한 앱 ‘옷깃’(Otgit)을 다운로드받으면 이런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내가 자주 가는 장소에 누가 또 자주 오는지. 그 사람은 어떤 외모를 하고 있고, 어떤 관심이 있는 정도를 간략하게 알 수 있다. 

 앱을 실행시키고, 탭을 하면 자신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이 앱에서는 이를 “옷깃하기” 라고 부른다.옷깃을 하면, 그 공간에 다른 사람이 남긴 옷깃 중 나와 자주 스쳤던 인연, 성별, 나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인연을 소개해준다. 이용자는 앱 내에서 사용되는 아이템인 하트를 1개씩 사용해서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호감을 표시할 수 있다. 서로 하트를 보내 호감을 표시했다면 채팅창이 열려 대화를 할 수 있다. 하트는 매일 5개씩 충전되고 앱 내 스토어를 통해 구매할 수도 있다.

 정 대표답게 재밌는 설정이 하나 추가됐다. 하트를 보낼 때 상대방은 정확히 누가 보냈는지 모른다. 5명의 무작위 대상이 함께 제시된다. 내가 고백을 할 때 이들에게 섞여서 간다. 상대방은 그 중 누군가 한 명이 보냈다고 생각하고 답변을 보내는데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면 대화를 할 수 있다. 

 내가 오랜만에 정 대표를 만났을 때는 5월28일,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옷깃이 출시된 지는 정확히 2주가 지난 시점. 그 시점에 다운로드 수가 벌써 50만에 육박하고 있었다. “창업하고 서비스를 계속 내놨지만 이렇게 초반 사용자들 반응이 좋은 경우는 처음이에요.”

 내가 볼 때 이런 반응은 분명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어디서나 호기심을 느끼고 사용해보고픈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사용의 장벽이 낮고, 반복적으로 쓸 유인이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칭 서비스가 갖는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어려움들 또한 존재한다. 그런 어려움은 초반의 6개월 동안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5년차 창업가로서 경험과 노하우가 헛되지 않았다면, 실력을 보여줄 때가 됐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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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만에 다시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이태호 위스캔 대표의 표정은 밝았다. 그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위스캔이 최근 새롭게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보낸 자료때문이었다. 아주 흥미로운 서비스를 그는 선보였고 그 자료를 보면서 이 대표를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났다. 2011년 9월 회사 앞으로 찾아온 그를 만났을 때 그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었지만, 약간은 힘겨워 보인다는 느낌도 받았다. 대기업을 다니다 첫 창업을 한 불안감이 아직 남아서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심지가 굳어보였고, 묵묵히 자신이 믿는 바를 실현해나갈 것이라 생각했었다. 한국의 스타트업 쉰다섯번째로 남겼던 그에 대한 예전 기록을 보니 당시 나의 그런 생각과 느낌들이 글에도 남아 있는 것 같다. 

다시 만난 그에게는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변한 것은 힘겨워하던 모습이 사라졌고 좀 더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는 것. 변하지 않은 것은 강인한 신념과 굳은 심지가 여전하다는 것. 눈부시게 아름다운 봄의 어느날, 간만에 만난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이 이처럼 빨리 흘러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3가지 착오

“위스캔은 잘 안됐어요. 결과적으로는.”

처음 봤을 때 그는 ‘인식이 검색의 미래다’는 화두를 갖고 명함 인식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다. 이듬해인 2012년초 그가 구상했던 서비스는 출시됐다. 당시 그 서비스가 출시됐다는 소식은 들었고, 페이스북 타임라인 등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서비스는 결과적으로 잘 안됐다고 한다.

“20만 다운로드 정도 기록했죠. 지금도 물론 서비스를 계속 하고 있어요. 그런데 서비스가 나오고 두세달 정도 지나면서 ‘아, 이것만으로는 힘들겠구나’는 걸 깨닫게 됐죠. 그리고 제가 생각했던 가정들 중 최소한 세가지가 잘못됐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그 세가지가 뭔지 궁금했다. 그가 가장 먼저 절감한 것은 벤처기업, 아니 스타트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었다. “명함을 스캔해서 간편하게 바로바로 저장할 수 있는 게 위스캔의 장점인데, 사람들이 개인정보가 많이 담긴 명함을 벤처기업이 하는 그런 서비스에 올려놓기가 좀 그렇다는 반응을 보이더라구요. 물론 극히 일부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죠.”

 이런 반응은 그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제가 그 전에 KT를 다니다 왔쟎아요. 그런 대기업에 다닐 때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죠. 어떤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회사가 미덥지가 않아서 불안하다는 반응이 나왔던 적은 없었으니까요.”

 두번째는 무료라는 것도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사뭇 달랐다. 그가 당초 생각했던 것은 무료로 출시를 하면서 유료로 제공되는 왠만한 다른 명함인식 서비스 수준의 퀄러티를 보장하면 시장에서 반응이 있을 거라는 점이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무료라고 하니까 뭔가 하자가 있는 서비스가 아닐까, 개인 정보가 보호가 안되는 것 아닌가, 등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신뢰를 하지 않더군요. 그런 인식을 극복하는 게 어려운 문제였죠.”

 마지막 문제는 인식률. 그는 인식률에 자신이 있었지만 막상 서비스를 해 보니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왠만한 유료앱에 비해서도 확실히 인식률이 나쁘진 않았어요. 하지만 최고는 아니었죠.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려면 역시 서비스의 핵심 기능인 인식률에 있어서 좀 더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업이란, 처음 생각했던 가정들이 하나씩 무너지는 과정이라고 누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 역시 그랬다. 하지만 처음의 가정들이 하나씩 무너진다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아니, 어려움을 겪어도 그 이후의 과정은 각자 다르기 마련이다. 첫 시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그래서 그는 실망했지만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잘하는 분야’에서 찾아온 기회

2001년부터 2011년 5월까지 KTH와 KT에서 근무한 그가 경력을 쌓은 분야는 UC(Unified Communication) Works. 통합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분야는 서로 다른 통신 설비와 교환기로 인해 이종 설비간 커뮤니케이션 연결이 안되는 상황을 해결하는 솔루션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부재중 전화가 왔을 때 이 사실을 PC 모니터를 통해 알려준다던가, 전화를 당겨받는다든가, 전화 내역을 찾아볼 수 있다던가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그런데 어느날 지멘스에서 연락이 왔다. 그의 창업 전 주특기인 UC 분야에서 솔루션을 개발해달라는 거였다. 2012년 봄의 어느날이었다. 어차피 당시 위스캔만 갖고는 당장 돈이 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던 그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지멘스와의 일이 시작됐는데, 생각보다 이게 돈이 꽤 됐다. 거기에 자신이 장점이 있는 분야의 일을 했기 때문에 자신감도 있었다. 무엇보다, 하다보니 이게 그가 생각하고 있었던 인식 분야의 기술 개발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 사업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그가 시작한 것이 위노트(wenote)다. 위노트는 컨퍼런스나 기자간담회, 세미나, 회의장 등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일종의 문서 공유 서비스다. 그런데 문서 공유의 차원이 구글닥스 같은 곳에 올려놓고 누구나 들어가서 볼 수 있는 그런 차원이 아니다. 

 예를 들어 대강당 같은 곳에서 강연을 한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발표자가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대체로 관련 자료를 프린트아웃해서 나눠주는 방식을 쓰지만 종이를 많이 낭비하는데다 수요 예측도 어렵다. 위스캔이 개발한 위노트는 앱 하나만 다운로드 받으면 발표자가 위노트 앱에 관련 자료를 올려놓고 이 발표를 듣는 사람은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해당 자료를 같이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구글닥스 같은 것과 뭐가 다른가 하면 발표자가 이를 실시간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발표하면서 ppt 자료를 넘기면 다른 사람들의 스마트폰에 있는 자료도 같이 넘어간다. 문서를 인식해 이를 메시지화해 한꺼번에 여러대의 단말기에서 동일하게 작동하는 방식이다. 최소 수천대의 단말기에서 동일한 작동이 가능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 B2B 서비스로는 인기를 끌 것 같고, 이미 기업들의 반응이 좋은 상품이다.

 위노트의 장점은 다른 문서 공유 서비스들과 달리 문서 인식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는 것. 그는 이를 직접 시연을 해서 증명했다. 대여섯명 수준이 아니라 수천명이 동시에 접속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차별화된 장점. 이 두 가지 차별점이 가능한 것은 위스캔이 계속해서 문서 인식에 대한 기술을 개발해온 데다 대표이사와 창업진이 UC 솔루션에 특화돼 있기 때문. 즉 두 가지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위스캔은 제가 하고 싶었고, 좋아하는 것의 시도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냈죠. 제가 잘 할 수 있는 UC 솔루션을 만들다가 좋아하는 것과의 접점을 찾아냈습니다. 그게 위노트였죠. 뭔가 한 단계 진화하지 않았나요?(웃음) 다음엔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새로운 위스캔 6월중 출시

뜻하지 않은 기회로 인해 작년에 위스캔은 상당한 매출과 이익을 냈다. 사실상 회사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는 첫 해에 이미 수익을 낸 셈이다. 물론 그가 원래 하려고 했던 인식 서비스 그 자체에서 수익이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 이런 상황에서 이태호 대표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매출과 이익이 났고, 그로 인해 성장하고 있으니 계속 새로 시작된 업무에 주력을 해야 할까.

 그가 내린 결론은 ‘아니오’다. 그는 결코 위스캔을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지금 하고 있는 위노트 사업과 UC 분야의 솔루션 개발도 그에겐 궁극적으로 위스캔으로 가는 하나의 중요한 관문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 진화되고 제대로된 위스캔을 만들기 위한 훈련의 과정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는 새로운 버전의 위스캔을 다음달 중 출시할 계획이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될 위스캔은 물론 버전만 바뀐 것이 아니다. 지난해 그가 겪었던 시행착오에 대한 답이 고스란히 담길 가능성이 크다. 그럼 이번엔 유료로 출시될까. 이에 대해서도 그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서비스를 무료로 출시한다는 것은 우리의 철학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서비스를 하나하나 팔아 소비자에게 돈을 조금씩 받아 매출을 낼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새로 나오는 위스캔 역시 무료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언젠가 인식 분야에서 큰 시장이 나올 것이라는 게 그의 신념. 세상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거다. 그런 그에겐 지금 약간의 돈을 버는 것보다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5000만원 자본금으로 시작한 위스캔은 창업 후 2년이 지났지만 한번도 투자를 받지 않았다. 이태호 대표 본인이 중간에 증자를 더 했을 뿐이고, 작년부터는 이미 이익이 나는 체제로 바뀌었다. “현재로선 투자를 받을 계획은 없습니다.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미래를 향해, 더 열심히 제품을 만들어야죠. 인식은 분명 검색의 미래가 될 것이고, 검색을 대체할 겁니다. 그 시대가 왔을때 위스캔이 가장 준비가 된 회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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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여름, 모바일 소셜게임 ‘애니팡’이 대박을 쳤을 때 많은 이들이 이렇게 예측했다. 

“3개월이면 수명이 다할 것.”

이 예측은 현재 보기좋게 빗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30일 출시돼 9월과 10월,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이 게임은 이후 각종 지표가 꺾이면서 예측에 부합(?)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하향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바닥을 찍고 다시 반등한 이 게임은 지난달 중순에는 일일 이용자 1위에 다시 올라서는 기염을 토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애니팡을 모방해 나왔던 수많은 팡류 게임들이 줄줄이 몰락하고 잠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모바일 게임들이 서서히 잊혀지는 가운데도 애니팡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뭘까. 사용자수는 많다지만 애니팡이 여전히 매출에서도 실적이 괜챦을까. 애니팡2는 과연 나올까. 선데이토즈는 어떤 비전을 갖고 있을까. 

 한국의 스타트업 시즌2 첫 주인공으로 선데이토즈, 그리고 이 회사의 이정웅 대표를 꼽은 것은 이처럼 풍성한 스토리 못지 않게 여전히 이 회사와 게임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에 대해선 한국의 스타트업 시즌1의 비교적 초창기 시절인 지난 2010년 8월31일, 열여덟번째 이야기로 다룬 바 있다. 이후 지난해 9월 그의 창업스토리를 다시 한번 정리했었다. 이번 글은 선데이토즈에 대한 세번째 글. 애니팡 이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애니팡, 여전히 막강한 실적

애니팡은 지금 어느 정도의 실적이 나올까. 아마 이걸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이정웅 대표는 “지금도 애니팡 매출이 전성기때의 절반 가량은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그 정도 실적이 나오고 있다니. 

 애니팡은 출시되고 두달여 만에 다운로드 2000만건을 돌파했지만 그 시점부터 경쟁작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애니팡의 매출 증가율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기업들도 비슷한 게임들을 쏟아냈고, 온라인에서 경쟁력을 가졌던 강력한 게임들이 모바일 버전으로 바뀌어 나오거나 실력파 엔지니어들이 만든 모바일 게임들이 줄줄이 출시됐다. 

 한편에선 애니팡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과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 한편에선 시기하는 마음들도 있을 터였다. 즉 ‘저게 얼마나 갈까’하는 의문을 제기할 때의 마음 밑바닥엔 그런 심리도 있었을 것이다. 열광하는 이들은 물론 더욱 많았다. 애니팡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갔다. 애니팡이 얼마나 돈을 벌고 있나에 대한 업계의 호기심도 커졌다. 그리고 이때부터 이정웅 대표의 고민이 시작됐다. 

 “애니팡의 뒤를 잇는 뭔가 거대한, 그런 후속작을 만들어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한 거죠. 그런데 결국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애니팡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죠. 도전모드를 새로 만드는 등 애니팡의 재미와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했어요. 그런데 그게 효과가 있었을까요. 결과적으로는 잘 됐죠. ”

 그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애니팡이 뜰 때 그를 만나 지금 뭘 해야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그의 대답은 나중의 그의 설명과 비슷했다. “우선 애니팡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죠. 아직 추가할 기능이나 손 볼 곳이 많아요.” 물론 여기엔 소수의 인력으로 이것 저것 벌려놓기엔 준비가 안 돼 있었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과거 경험을 통해 터득한 그만의 대처법이 있었던 것 같다. 

◆성공 비결은 ‘하트’

이정웅 대표가 창업을 한 뒤 대박에 대한 기대와 희열을 크게 느꼈던 때는 2012년이 아니라 2010년이었다. 그때 네이트 앱스토어에 출시한 애니팡, 애니사천성, 아쿠아스토리 등 소셜게임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처음으로 ‘대박이 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기대는 무참하게 무산됐다. 당시엔 시장 자체가 그리 큰 의미가 없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제대로 형성되질 않았다. 수백만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았는데도 별로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하면서 그는 리스크를 관리하고, 차기작을 만들고,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시도를 했다.

 그가 처음에 한 것은 회사의 전략을 다시 짜는 것이었다. 소셜게임이라는 회사의 주력 사업은 변함이 없지만 웹이 아닌 모바일로 승부를 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전혀 생소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이미 친숙한, 싸이월드 앱스토어에서 성과를 냈던 간단한 게임들을 모바일로 재창조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기존에 게임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데 경쟁력이 있는 선데이토즈로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야했다. 그리고 때마침 사람들은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대거 옮겨가고 있었다. 반면 기존 게임업체들은 바뀐 환경에 빨리 적응하지 못했다. 바뀐 모바일이라는 환경에서 처음으로 대중적인 플랫폼 카카오톡 게임하기가 오픈할 때 애니팡은 첫 게임으로 등장, 단숨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렸다.

 모든 걸 다 행운으로 본다면 설명하기 쉬우리라. 애니팡은 운이 좋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선데이토즈가 겪은 시행착오와 그 와중에 올바른 선택을 내린 과정을 보면 꼭 그렇게만 보기는 힘들 듯하다.

 하여간 이 모든 행운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없었다면 애니팡을 국민 게임으로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하트죠.”

 이정웅 대표는 애니팡 성공 비결로 주저없이 하트 시스템을 꼽는다. 이 시스템은 그가 싸이월드 앱스토어에서 아쿠아스토리, 애니팡, 사천성 등 소셜게임을 서비스하면서 터득한 소셜게임 시너지 효과 모델의 연장선상에 있다. 즉 소셜게임은 두 가지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성장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사용자 네트워크, 또 다른 하나는 게임들간의 네트워크다. 하트는 사용자 네트워크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다. 웹이나 모바일에서 연결된 사람들간에 서로 자랑하고 방문해서 관심을 표명하고픈 욕구를 자극해 게임의 사용자 기반을 넓히는 방식이다. 하트라는 장치는 독창적인 분야지만 이 시스템 자체는 그가 창안해낸 것은 아니고 징가 등 수많은 해외 소셜게임 업체들이 이미 보여줬던 부분이다. 

 여기에 선데이토즈가 추가한 것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 “사람들을 게임에 어떻게 초대할 것인가를 놓고 계속 회의를 했어요. 다이아몬드를 보내자, 금을 보내자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반드시 하트를, 그것도 빨간색으로 해야 한다고 고집했죠. 그냥 그래야 될 것 같았어요. 왠지 마음을 설레게 하지 않을까요. 빨간색 하트를 받는다면, 한번 들어가보지 않을까요.”

 고지를 통한 초대 시스템은 부작용도 있다. 사람들을 무척이나 귀찮게 한다는 것이다. 짜증섞인 민원을 유발할 수도 있다. 선데이토즈는 싸이월드 앱스토어에서 서비스할 때 이를 경험한 바 있다. 사람들의 짜증을 줄이면서도 초대 시스템을 유효하게 하는 것. 이것이 선데이토즈의 과제였다. 

◆애니팡은 문화다

하트 방식을 개선하는 것, 시스템을 안정화하면서도 재미 요소를 빠뜨리지 않고 업데이트하는 것. 이런 결정을 내리고 점검하는 데는 투자사인 소프트뱅크의 역할도 컸다는 게 이정웅 사장의 지적.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뒤로 매달 회사에서 이사회를 열었어요. 지금도 그래요.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사장님이 직접 오셔서 항상 함께 회의를 했죠. 문 사장님이 그러시더군요. ‘선데이토즈는 다른 것은 몰라도 회사가 잘 될때나 어려울 때나 아무일이 없을 때나 변함없이 이사회를 열었다. 정말 그 점은 높이 평가한다’ 고요” 

 소프트뱅크를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은 2010년 12월, 선데이토즈에 30억원을 투자했었다. 아직 선데이토즈가 눈에 보이는 실적을 내기 전이었다. 그만큼 당시엔 큰 돈이었다. 

 이 자금은 선데이토즈로 하여금 게임 한 우물을 팔 수 있게 해 줬다. 게임을 만들면서 자금이 부족해지면 다른 외주 업무를 통해 자금을 융통하는 선택을 하곤 한다. 선데이토즈는 이런 선택을 할 필요가 없었다.

 선데이토즈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엉뚱한 곳에서 시작됐다. 애니팡이 대박이 나면서부터다. “애니팡 유저는 사실 대부분 예전에 게임을 안 하던 사람들이에요. 이 사람들에게 애니팡은 단순히 게임이 아니죠. 이 분들 중에는 몇달이 지나도 계속 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친구들과 교제하고 대화의 소재가 되는 일종의 문화인 것 같아요.” 

 그 사람들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회적으로도 그렇다. 작년에 쓴 글에서 애니팡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대중화된 게임이라고 표현했었는데 2500만명이 하는 게임이라면 기존 게임의 틀로는 설명이 되질 않는다. 하나의 문화현상이라고 봐야한다. 

 이런 문화현상을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걸까. 아니 여기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일까. 좋은 게임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겠다고 했던 그의 꿈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다시 찾아오기 힘든 문화현상을 만든 업체의 CEO로서 모바일 산업의 전도사격 역할을 자처할 것이냐, 아니면 착실하게 게임 업체로서 회사를 키우는데만 매진할 것이냐의 문제다. 

◆디즈니같은 회사를 만들고싶다

“100년 전통의 설렁탕 집이 될 것이냐,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가 될 것이냐의 고민이 있죠.”

회사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이렇게 운을 뗐다. 선데이토즈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부터의 고민이다. 특히 2012년 여름이 이런 고민의 시발점이 됐다. 

 100년 전통의 설렁탕집은 게임 하나를 파고들어 게임 시장에서 크게 성장하겠다는 뜻.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는 게임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 현재로선 그는 100년 전통의 설렁탕집에 더 쏠리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그와 대화를 나눌수록 그의 생각에 게임에만 국한돼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 시장이 워낙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고 선데이토즈의 기반이 되기에 현재는 전력을 다할 수 밖에 없다. 아직 벤처기업인 선데이토즈는 가장 효율적인 곳에 리소스를 투입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하지만 앞으론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장르에 얽매일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100년 전통의 설렁탕집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보여주든 최근 선데이토즈는 애니팡사천성을 출시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애니팡의 3분의1 수준이지만 비교대상이 너무 엄청나서 그럴 뿐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일 것 같다. 상반기 중 후속작도 나온다. 이 역시 선데이토즈가 내공을 닦아온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게임이 될 것 같다. 

 게임이나 게임 회사에 대해서 말할 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게임이 미치는 사회적인 해악때문이다. 게임은 많은 긍정적인 요소를 분명 갖고 있지만, ‘중독성’이라는 요소로 인해 항상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 마련이다.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게임업체로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중독성보다는 문화적인 측면이 부각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하나의 생활이 되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수준에 도달한 회사는 최소한 국내에서는 없었다. 

 아직 벤처기업인 선데이토즈가 과연 이런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자신할 수 없겠지만, 누구도 갖기 힘든 좋은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분명하다. 이정웅 대표의 고민을 한편으론 이해하면서도, 행복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실 이런 희대의 갖기 힘든 기회를 맞아 선데이토즈가 갈 방향성은 이미 답이 나와있는 것 아닐까.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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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금으로부터 3년전 한국의 스타트업 시리즈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던 스타트업 창업가들과 한자리에 모였습니다.3년전 저는 이들의 스토리를 1번, 2번, 3번 등 차례로 썼습니다. 돌이켜보니 당시 이들은 진정 스타트업이었고, 벤처인들끼리 하는 말로, '날벤처'였습니다.

그동안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여전히 견실하게 살아 왕성하게 사업을 하고 있고,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젊고 건강한 이들과 함께 'Undead!'를 외치며 기뻐했습니다. 수다의 영역에서는 어느 누구도 빠지는 이가 없기에, 엄청나게 큰 소리로 침튀겨가며 그동안의 일들을 얘기하며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창업 그 이후'의 이야기가 필요하겠구나."  한국의 스타트업 시리즈는 100회를 넘기며 나름 정착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코너에서는 '창업' 과 '창업가'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평범했던 직장인이 왜 창업을 길에 들어섰는지, 한차례 성공이나 실패를 겪었던 사람이 왜 다시 창업을 하는지, 어떻게 사람을 모았으며, 어떤 꿈을 품고, 어떻게 도전했는지가 주된 관심사였습니다.

3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제가 100회가 넘게 썼던 스타트업들도 여러가지 변화를 겪었습니다. 급격하게 성장해 수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한 경우도 있는가 하면, (소수이긴 하지만)어려움에 빠진 회사도 있습니다. 조금씩 성장하면서 도약의 준비를 하는 곳도 있고, 창업 멤버들에 변화를 겪으면서 회사가 완전히 달라진 곳도 있습니다. 그 새 실패를 겪었다가 다시 재기를 하는데 성공한 곳도 있고, 부진의 늪에서 아직 탈출하지 못한 곳도 있습니다.

성공과 실패, 또는 기업 경영의 일상을 겪고 있는 이들 스타트업과 창업가들이 창업 후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으면서 겪는 변화, 사느냐 죽느냐의 경쟁에서 고군분투했던 스토리, 절망의 나락에서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를 잡은 이야기 등 창업 이후에도 이야기 거리는 넘쳐 있습니다. 이제 이런 스토리에 대한 조망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업하는 순간 모든 승부가 끝나는게 아닐 뿐더러 창업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 꿈을 이루고, 인생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꾸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그 이후에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한국의 스타트업 시즌2'를 시작합니다. 주인공들은 제가 썼던 한국의 스타트업에 등장했던 창업가들의 창업 이후 이야기입니다. 실패와 성공을 번갈아 겪기도 하고, 성공을 거듭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들이 한 고민과 결단, 환경의 변화 등이 주된 내용이 될 겁니다. 왜 창업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넘어선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확고한 신념을 갖고 시작했던 이들이 직면했던 다양한 현실적인 어려움과 행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밤새 씨름한 이야기들이 담길 겁니다. 물론, 현재 하고 있는 '한국의 스타트업' 도 여전히 계속됩니다.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청춘들이 창업이라는 거친 세계에 뛰어들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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