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갖고 있는 의문이 있었다. 왜 병원마다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가격이 다를까. 왜 내시경 진료 가격이 다를까. 금니 씌우는 가격은 또 왜 이리 천차만별일까. 어떻게 병원에 따라 심하면 서너배씩 차이가 날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가격 차이가 엄청나게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알게된 뒤에는 다른 의문이 생겼다. 왜 이런 정보를 사전에 비교해볼 수는 없는걸까. 세상의 모든 지식이 있다는 네이버에는 왜 정말 필요한 이런 것은 없을까. 이런 의문을 풀어줄 서비스가 언젠가 나오지 않을까. 

 아니나다를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갖고 사업을 시작한 에이디벤처스 창업가들이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우선은 병원 정보를 제공하고 할인쿠폰을 띄워주는 게 전부인 것 같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이들은 진료가에 대한 정보와 비교, 병·의원의 위치와 특징에 대한 정보 등 겉에 보이는 것보다 몇 발 더 나간 목표를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복잡하고 불편하고 번거롭고 마음을 부담스럽게 하기 짝이 없는 의료 정보와 관련된 갖가지 어려움들을 이들이 해결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의료 정보 분야는 아주 중요한데도 정작 내팽개쳐져 있기 때문이다. 아니, 어딘가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이용하기 너무 힘들거나 알지도 못한다. 그게 문제다. 의료는 중요하다. 그리고 많은 비용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너무 많은 것들이 불투명하다. 이들은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에이디벤처스 이희용(왼쪽), 황진욱 대표> 

◆다른 길을 걸어온 동갑내기 창업자

에이디벤처스는 대표가 두 사람이다. 대외적인 활동을 주로 하는 황진욱 대표와 안 살림을 맡은 이희용 대표. 

 황 대표는 외대 상대 99학번으로 졸업후 군복무를 마친 뒤 GS리테일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 7월3일. 그 뒤로 그는 주로 유통·커머스 업계에서 경력을 쌓아나갔다. 롯데쇼핑, 티켓몬스터를 거쳐 그루폰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전통적인 유통업계와 첨단 소셜커머스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했다. 이 기간이 정확히 7년이다. 

 첫 눈에 보기에도 우직한 스타일인 황 대표는 회사는 달랐지만 비슷한 업종에서 착실하게 내공을 다져나갔다. 주로 마케팅과 전략기획을 담당하던 그는 자신의 주전공이었던 마케팅 분야에서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사업 경험은 없었던 그가 당차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희용이라는 마음이 통하는 동지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

 한경대 웹정보공학과(99학번)를 졸업한 이희용 대표는 당초 직업군인의 길을 택했다. 그가 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은 물론 경제적인 이유와 함께 자신을 단련하는 기회가 되리란 생각, 어차피 군복무를 해야하는 필요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육군 헬기부대 항공작전사령부에서 근무하던 그는 중사가 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군에 진득하게 붙어 있는 것보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그런데 막상 나가려고 하니 제가 할 수 있는게 없더라구요. 사회 경험도 없구요. 돈을 벌려면  영업에서 시작해야 된다는 얘길 듣고는 영업을 가장 확실하게 배울 수 있는 분야가 어딘지 찾았죠.”

 그가 발견한 것은 보험회사. 보험업계에서 영업을 가장 터프하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안 그는 군대를 나와 무작정 보험회사에 들어갔다. “영업전문 교육 프로그램이 있더군요. 그런 프로그램도 듣고 실제로 영업도 하면서 익혔죠.” 그가 보험영업만 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의 표현대로 하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사회를 배웠다. 전투력이 강하고 도전정신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아주 어릴 때부터 사업의 꿈을 키워온 사람도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꾸준히 자신의 사업을 하면서 일가를 이룰 만한 배짱과 투지, 배우는 자세 등 좋은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 같다. 

 다른 길을 걸어온 듯하던 두 사람은 그루폰에서 만났다. 그루폰에서 1년여간 함께 일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차이점을 확인하는 동시에 함께 일할 때 시너지가 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마치 똑같은 성격의 부부보다 전혀 다른 남녀가 만나 더 잘 산다는 속설처럼, 우직하게 전략을 세우는 황 대표와 과감한 실행력이 돋보이는 이 대표의 결합이다. 

◆그루폰에서 발견한 기회

그루폰에서 일하면서 황 대표는 광고 업무 때문에 병원들과 자주 접촉하게 됐다. 그런데 황 대표는 병원들이 광고를 매우 비효율적으로 집행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병원들이 광고를 하는 것은 당연히 진료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거쟎아요. 그런데 막상 사람들은 병원 정보를 찾기 힘들고, 병원들을 고객을 찾기 힘든 상황이 계속됩니다. 이 정보 불일치 가운데 기회가 있을 거라고 봤어요.”

 벤처인들 모임에서 우연히 만났다가 그루폰에서 일하면서 업무상 다시 만나게 된 앱디스코 정수환 대표는 이 아이디어를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그가 즉시 일부 자본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2012년 6월 에이디벤처스가 설립됐다. 이미 두 차례의 창업 경험을 가진 이 대표의 창업 노하우에 광고와 마케팅에서 내공을 축적한 황 대표, 거기에 앱디스코의 자본력이 결합되면서 에이디벤처스가 설립됐다. 소비자들은 병원 정보를 쉽게 찾아보고, 병원은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광고를 할 수 있는 모바일 병원 정보 및 쿠폰제공 서비스 메디라떼(Medilatte) 서비스는 이렇게 시작됐다.

 메디라떼 서비스는 병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진료를 받으면 일정 부분 리워드를 받는 형식의 서비스로 출발했다. 광고를 보면 커피(라떼) 한 잔 값을 벌 수 있는 앱디스코의 애드라떼 서비스처럼 의료 정보를 보면 커피 값을 뽑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가까운 위치에 있는 병원을 맞춤형 검색을 통해 찾은 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메디라떼 회원임을 제시하면 진료비의 5%~20%가 포인트로 적립된다. 모든 진료에 대해 포인트가 쌓이는 것은 아니고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만 포인트가 적립된다. 

 병원 정보는 특별히 종류를 가리지 않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정보는 대체로 정해져있다. 치과,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등이다. 아무래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항목이 맞고 필수적으로 가야 하는 소아과, 내과, 외과 등의 병원 정보는 평소에 사람들이 숙지하고 있는 편이기 때문. 

 10%만 포인트가 쌓여도 엄청난 금액이 될 수 있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안과 같은 경우 진료비가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만원짜리 성형수술을 했다고 하면 20만포인트가 쌓인다. 이걸 현금처럼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인데, 메디라떼에 너무 부담이 아닐까. 그리고 메디라떼는 어디서 돈을 벌까. 포인트가 누적되도 메디라떼엔 부담이 없다. 포인트는 고스란히 병원들이 부담한다. 사실 당연하다. 여기에 덧붙여 메디라떼는 병원 광고에 대한 수수료도 받게 된다. 포인트는 전부 고객들에게 돌려주고 에이디벤처스는 수수료도 돈을 버는 구조란 게 황 대표의 설명. 

 아직 변변한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고 있음에도 이런 장점이 알려지면서 다운로드 건수는 80만건을 돌파했다. 회원수는 60만명을 넘어섰다. 

◆건강정보 최강자 된다

에이디벤처스가 메디라떼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뭘까. 전국의 병원이 이 앱과 웹 서비스에 등록되고 소비자들이 메디라떼를 통해 병원을 방문하게 되면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에이디벤처스가 추구하는 것은 병원 쿠폰서비스나 병원추천 서비스 정도가 아니다. 

 에이디벤처스가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가늠하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최근 에이디벤처스는 한솔헬스케어를 인수했다. 한솔헬스케어는 한솔 계열사로 비타민MD라는 건강정보포털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 벤처회사가 대기업 계열사를 인수한 것만으로도 주목받을만 했지만 에이디벤처스의 의도가 보이는 M&A였다.     

 비타민MD는 건강정보포털업계 5위를 달리는 서비스. 업계 1위인 헬스조선에 비해선 일일 방문자 수가 절반 정도이지만 메디라떼와 결합하면 순식간에 업계 1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게 에이디벤처스의 전략적 판단이었다. 물론 소비자 편익 면에서 생각하면 단순 통합에 머무르지 않을 것은 확실해보인다.

 현재 메디라떼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된 전국 5만8000여곳의 병원 정보를 제공한다. 이 중 메디라떼를 통해 각종 할인쿠폰 등을 서비스하는 병원은 약 500개. 할인 혜택을 주고 병원과 연계하는 것 못지 않게 에이디벤처스가 중시하는 것은 각 병원의 상세한 진료 관련 정보와 건강정보. 물론 웬만한 정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들어가서 찾으면 찾을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찾기 너무 어렵게 돼 있다. 물론 네이버에서도 찾을 수 없다. 

 에이디벤처스는 메디라떼와 비타민MD의 결합으로 국내 최대, 최고의 건강정보포털이 되겠다는 것. 쉽게 말해 네이버도 못찾아주는 병원별 진료비 비교도 메디라떼에서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보를 하나씩 쌓아가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겐 시간문제처럼 느껴진다.

 에이디벤처스는 라떼스타일과 뷰티라떼라는 앱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라떼스타일은 패션 관련 추천앱이고 뷰티라떼는 화장품 관련 앱이다. 라떼스타일의 경우 사람들이 ‘Like’를 클릭하는 것을 분석해 좋아할만한 스타일을 추천해주는 서비스. 구매, 결제, 배송까지 모두 가능해 편리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메디라떼가 주력이 되면서 대부분의 리소스가 메디라떼에 투입이 되고 있다. 현재 에이디벤처스로서는 리소스의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와 함께 명칭 문제도 숙제로 남아 있다. 초반 앱디스코와의 협력 관계때문에 의료 정보에는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 라떼라는 이름을 서비스 곳곳에 붙였는데 의료와 라떼는 솔직히 잘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의료라는 심각한 영역을 너무 가볍게 느껴지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신뢰의 문제와 연관된다. 뷰티라떼와 라떼스타일은 이미 많은 앱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현재 에이디벤처스에 가장 중요한 것은 메디라떼와 비타민MD의 시너지. 황 대표는 “내년 1분기 중 두 서비스의 통합을 완성할 것”이라며 “헬스조선을 뛰어넘어 건강정보업계를 재편하겠다”고 말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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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배우고 익힌다는 것은 꼭 교과서에 나오는 숫자와 공식을 익힌다는 것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누구도 그것을 알지만 알게모르게 ‘교육을 받는다’고 할 때는 항상 ‘어떤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하고 익히는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나 역시 자칫 오해하고 있던 교육의 중요한 포인트를 새삼 다시 깨달았다. 학교에서, 교실에서 아이들은 지식만 습득하는 게 아니다. 여럿이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 지켜야할 예절을 지키고, 관계를 맺어가는 것을 알게 되고, 때로는 참기도 하고, 용기를 내기도 하는 등 그 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이 교육이다. 사실 그런 점에서 보면 살아가는 전 과정을 교육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평생  배워야 한다는 말도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교육과 IT의 접목, 또는 교육 관련 편리한 다양한 온라인서비스는 그런데 지식과 관련된 것에만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학생들과 교사들의 생활과 상호작용에는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닐까. 사실은 그게 읽고 쓰고 계산하는 법을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브레이브팝스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시작됐다.

<브레이브팝스컴퍼니 창업멤버들. 맨 왼쪽부터 이용민 이사, 이성민 이사, 이충희 대표, 손승현 이사, 조영오 이사.>

◆가장 중요한 건 팀

스타트업 창업가 중에는 정말 엘리트들이 많은데, 이번에 소개하는 브레이브팝스의 창업팀 역시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들이 모이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이충희 대표는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전기공학부 학사와 석사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기술경영경제정책협동과정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공부를 오래 하고 처음 취업한 회사는 NHN. NHN에서도 그는 온라인경제연구소라는 특이한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다.  NHN 분사 이후 NHN비즈니스플랫폼으로 적을 옮긴 이 대표. 비즈니스 모델 연구 및 상품기획 일을 하다가 아블라컴퍼니를 거쳐 티켓몬스터에서 일하게 됐다. 그런데 NHN에 있다가 아블라로 간 그의 동기가 의미심장하다. 이 시점부터 창업을 염두에 뒀기 때문.

 그 무렵 그는 둘째 아이가 생겼다. “아이에게 나중에 어떤 인생을 살라고 말할까. 아마 ‘자신에 대한 신념을 갖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라’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아니 그렇게 말하고 싶죠. 그런데, 그런 말을 하려면 나부터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고보니 내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던데요. 하하”

 그 전에도 창업을 생각 안 해 본 것은 아니었지만 항상 팀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그. “팀 없이 혼자 창업하는 것은 무모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창업하는 것은 더욱 무모하다고 생각해왔죠. 언젠가 내가 하고 싶은 분야에서 내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렇게 생각하다가 ‘창업을 하는 사람들 근처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 그 세계의 분위기도 익히고 창업이 무엇인지도 알고 싶어졌던거죠.”

 아블라 재직 기간은 6개월에 불과했지만 그에겐 창업 세계를 보는 좋은 시간이 됐던 것 같다. 그가 티몬에 오게 된 것은 그의 고등학교 친구인 손승현 때문.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NHN에 입사한 손승현은 NHN에서 9년 가까이 일을 한 뒤 티몬으로 가서 자신의 옛 전우들을 죄다 불러모았다. SK컴즈와 NHN에서 일한 이성민, NHN에서 콘텐츠서비스 개발을 했던 조영오, 대만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티맥스소프트, NHN 등에서 일한 이용민 등이 그들이다. 

 티몬에서 이들 5명이 모여서 한 일은 티몬의 멤버십인 ‘티몬플러스’를 만드는 것.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처럼 짜릿하고 재미있었다고 한다. 물론 서로 간에 손발이 맞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그때 같이 야근하고 동고동락하면서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됐죠. 그러면서 팀웍이 형성된 것 같아요.”

 티몬플러스 일이 끝나고 이들은 다시 뿔뿔이 흩어졌다. 티몬 내에 같이 있긴 했지만 서로 다른 부서로 옮기게 된 것이다. 그런데 한번 마음이 맞은 이들은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하면서도 자주 만나서 함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물론 마음이 맞는다고 다들 사업을 하는 건 아니다. 이들이 사업을 실제로 시작하게 된 데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용감한 아빠들의 첫 도전

 “서로 아이디어를 계속 주고받으면서 만나서 얘기를 했어요. 올해 들어와 사업 아이템은 거의 결정이 됐죠. 한 사람을 빼고는 다 자녀가 있다보니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기획하게 됐어요.” 

 아이템은 일찌감치 정했지만 집안의 허락을 받는게 가장 큰 일. “아이템에도 의견일치를 봤고, 서로를 알기에 팀에 대해서도 만족스러웠어요. 그렇지만 다들 가장이었기 때문에 그냥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는 없었어요. 아내에게 말해서 허락을 받아내는 것. 그게 가장 큰 일이더군요. 하하”

 봄에 기획해 여름에서야 확정됐다. 2013년 9월 이들은 브레이브팝스컴퍼니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용감한(Brave) 아빠들(Pops) 이라는 뜻이다. 아내에게 허락을 받느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한참 소개한 뒤에 용감한 아빠들이라는 회사명을 거론하는 게 왠지 어색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용감한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아빠들이 모여서 사업을 하기로 했다는 것 자체로.

 하여간 이들이 의기투합한 아이템은  ‘학교 안의 생활’에 관한 것. 물론 그냥 단순한 관계지향적인 서비스는 아니다. 뭘 하려는 걸까. 

 “학교 안에서는 정말 많은 일들이 이뤄져요. 그런데 대부분의 교육 프로그램은 지식 학습의 부분만 강조하고 있죠. 흔히 말하는 이러닝이라는 것도 그래요. 교과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협동이나 배려, 소셜교육, 인성과 관련된 부분, 이런 거는 다루지를 않아요. 하지만 교육은 그게 다가 아니거든요. ”

 이 대표는 학교 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교육 중 하나는 생활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초등교육의 기본은 읽기와 쓰기, 그리고 수학이겠지만 그의 이런 말에 딱히 반박하고 싶지는 않았다. 교육 과정에서 뿐 아니라 살아가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일 테니까. 

◆행복한 교실 만들기, Class123

브레이브팝스컴퍼니가 만든 ‘클래스123(Class123)’은 앱과 웹 서비스 모두 제공된다. 아직 알파버전이지만 필요한 내용은 다 들어있다는 설명. 

 1차적으로 이 서비스는 각 학급 선생님들을 겨냥하고 있다. 선생님들이 1차적인 고객이다. 선생님들이 이것으로 무엇을 할까. 이 대표를 만났을 때 그가 클래스123을 보여줬다. 첫 눈에 보기엔 학급관리 서비스같았다. 선생님이 아이들의 하루 행동을 관리하고 생활 및 인성 교육을 하는 데 활용한다. 아이들의 하루하루가 어땠는지, 한달 생활은 어땠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칭찬과 꾸중을 할 수도 있고 아이의 변화 과정을 체크할 수도 있다. 

 물론 선생님만 쓰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확대된다. 특히 부모의 경우 아이의 행동교육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부모에게는 확실히 유용할 것 같다. 부모들은 아이의 학교 생활을 알고 싶어 하지만 성적표나 가끔 있는 선생님과의 상담 만으로는 이를 파악하기 힘들다. 아이가 무엇을 잘 하는지, 남들 또는 또래들과 있을 때는 어떻게 생활하는지, 선생님과는 어떤 관계인지를 알고 싶지만 간접적인 정보만 얻을 수밖에 없다. Class123은 확실히 이런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 그런데 아이에겐? 잘 모르겠다. 아이에겐 어떤 도움이 될 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것 같다. 

 생활교육과 사회성 교육, 관리 등이 부모와 선생님간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선생님의 학생 관리 툴에 의해 어느 정도 가능할지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이미 숱하게 있는 알림장 대체 서비스의 확장판 정도가 되지 않으려면 이런 부분은 서비스를 통해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Class123은 아직 알파버전의 시범서비스 단계이며 소수의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점검하고 있다. 내년 2월초 공개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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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뭐랄까. 기발하다고 할까. 매거진TV 장대석 대표를 보면서 나는 한편으론 세상엔 이렇게 아이디어를 얻는 사람도 있구나,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헤어샵(미용실)에 가서 몇 시간 동안 앉아서 머리를 손질하는 여성들에게 맞춤형 광고와 콘텐츠를 보여준다는 발상.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들으면 왠지 예전에 비슷한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가 다른 점은 바로 실행에 옮겼다는 것. 그것도 제법 사회 생활을 해서 몸이 무거워졌을 거란 선입견이 들 무렵에 말이다. 

◆15년 경력 홍보·광고맨의 대변신

장 대표는 홍보와 광고쪽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충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광고기획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0년부터는 드림커뮤니케이션즈라는 홍보 및 IR대행사에서 전략기획팀장과 PR팀장을 맡았다. 이어 에듀토피아중앙교육에서 홍보팀장을 역임했고 코리아나화장품 홍보팀장을 거쳐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라는 홍보대행사에서 홍보 및 광고 업무를 했다.  

 PR과 광고 쪽 일을 오랫동안 하면서 그가 배운 것, 그에게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시대의 트렌드를 읽고, 소비자를 만나는 방법을 고민해왔다는 것. 하지만 그는 창업에 대한 꿈을 계속 갖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직접 기획해서 만든 일을 갖고 내 힘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고등학교때부터 해 왔어요. 본의아니게 직장 생활을 생각보다 오래했지만 한번도 그 생각을 놓은 적이 없었죠.”

 그렇게 생각해 왔기에 15년간의 직장 생활 중에도 그는 창업을 염두에 두고 나름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 경영 관련 서적을 들여다보고 여러가지 사업 아이템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그가 처음 생각한 것은 ‘주말 여행지를 추천해주는 서비스’. “아이들이 어릴 때 주말에 집에만 있으면 힘들쟎아요. 그래서 여행을 어디로 갈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인터넷에서 찾으면 쉽게 나올 것 같은데,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그게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아주 일찌감치 준비해놓지 않으면 닥치면 막상 갈 데가 없어요. 이런 고민을 나만 하는게 아닐거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죠.”

 맞는 말이다. 나 역시 주말 여행지를 놓고 거의 매주 고민을 하고 여러 후보지를 떠올려보지만 딱 떨어지는 곳이 나올 때는 많지 않다. 주말에 어디를 놀러가면 좋을지, 여러가지 옵션을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해 준다...그럴 듯하다. 최소한 나에겐 아주 필요한 서비스같다. 

 확신이 든 그는 회사를 나와 창업을 했다. 2010년이었다. 사업을 위해 모아둔 돈을 썼다. 초기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공공기관에서 주는 상도 받았다. 2011년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런데 점점 그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일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콘텐츠가 중요한 일이쟎아요. 그런데 사업을 처음 해서 콘텐츠를 어떻게 확보해야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당시에 여행 관련 콘텐츠를 전부 돈을 주고 사 왔어요. 이게 정보를 확실히 얻는 방법이긴 하지만 정보가 사이트에 갇히는 거거든요. 그럴 필요가 없었죠. 그냥 링크를 걸어서 외부와 연결이 되게 했어야 됐는데..”

 서비스를 당장 접지는 않았지만 돌파구가 별로 보이질 않았다. 돈은 많이 썼는데 돈이 들어올 길은 별로 없었다.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그는 일감을 찾았다. 홍보대행도 알음알음 했다. 어느덧 2012년이 됐다.

◆최대한 빨리 만들어주세요

2012년초 장 대표는 COSTEL이라는 주방용 홈TV를 만드는 업체를 방문하게 됐다. 홍보대행 의뢰가 들어와서였다. 회사를 찾아갔더니 제품을 보여주겠다며 그를 안내했다. 주방용TV가 가득 있는 방에 들어선 순간, 그의 머리 속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화장품 홍보 일을 하면서 미용실을 자주 갈 기회가 있었는데, 미용실에서 장시간 머리손질을 받는 여성들 앞에 디스플레이를 설치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주저없이 COSTEL에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홍보대행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기획을 하고 콘텐츠를 댈 테니 COSTEL에서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것. COSTEL에 나쁠 게 없는 제안이었다. “코스텔에 딱 한가지만 요청했어요. 빨리 만들어달라구요.”

 왜 그랬을까. 당시 상황이 그렇게 급했나?

 “그냥. 내가 이런 생각을 했으니 누군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시장이란 게 선점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물건은 빨리 나왔다. 2012년 4월에 사업을 기획해 그해 9월부터는 미용실에 설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그는 설치를 중단해야 했다. 왜? “처음엔 사진과 텍스트 위주의 서비스를 했어요. 설치 후 반응을 보니 사진을 잘 보질 않더라구요. 사람들이 집중하는 건, 역시 동영상이에요.”

 동영상을 재생하기 위해선 기기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이미지는 도저히 안된다고 판단한 그는 빨리 결단을 내리고 설치를 중단했다. 10월부터 그 다음해 1월까지 업그레이드 작업을 했다. 기기 뿐 아니라 콘텐츠 확보도 필요했다. 케이블TV업체, 엔터테인먼트, 뮤직비디오 업체, 애니메이션 제작사 등과 계약을 체결했다. 

 광고 및 패션 관련 동영상을 스트리밍방식으로 하기엔 힘들다고 판단한 그는 동영상 다운로드후 재생 방식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이 방식을 택한 것은 옳았다. 하지만 문제는 업데이트. “한밤중에 전원만 켜 놓고 가도 자동 업데이트가 될 텐데 미용실은 모두 전원을 꺼놓고 가는 거에요. 나중에 조사를 해보니 절반도 제대로 다운로드를 안하더군요.”

 1시간짜리 콘텐츠를 다운로드하는데 27분이 소요됐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게 걸림돌이 되겠다고 본 그는 또 디바이스를 업그레이드했다. 그랬더니 1시간짜리 콘텐츠를 4분이면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됐다. 업데이트에는 15초면 충분했다. 인프라와 콘텐츠가 준비됐으니 이제 널리널리 확산만 하면 된다. 장 대표는 매거진TV를 조금씩 확장시켜나갔다.

◆여성들을 위한 디지털매거진

장 대표가 이 사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 이유는 고객의 집중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여성이 파마를 하거나 커트를 한다는 것은 정해진 시간 동안 무조건 앉아서 화면을 봐야 하는 특수한 상황. 타깃도 20대에서 40대 연령대의 여성. 상황과 고객층이 확실하다. 미디어간의 경쟁은 누가 소비자들의 시간을 얼마나 더 많이 가져가느냐의 싸움. 그는 절묘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일단 시간을 확실히 가져왔다. 무조건 일정 시간 볼 수 밖에 없는 유리한 시장을 선택한 셈. 

 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확장을 시작해 현재 서울과 수도권 800개 미용실에 8000여개의 매거진TV가 깔렸다. 생각보다는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빠른 속도의 확장보다는 서비스의 안정화와 고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확장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실 그리 적은 수도 아니다. 8000대의 매거진TV를 보는 이용객의 수는 매일 30만명. 웬만한 매체를 가볍게 뛰어넘는 수준. 

 미용실이라고 다 매거진TV를 설치하는 것도 아니다. 비교적 까다롭게 기준을 정했다. “쉽게 말하면 남성 헤어컷 2만원 이상을 받는 매장이 타깃입니다. 그 정도 가격을 받는 매장을 방문하는, 저희는 이것을 상위 20% 여성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지역도 처음엔 가렸다. 강남, 서초, 송파, 명동, 신촌, 분당, 일산 등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 중심이다. 박승철헤어, 박준뷰티랩, 이철헤어커커, 리안헤어, 권홍헤어, 제오헤어 등 프랜차이즈점이 대부분. 좌석, 흔히 말하는 경대 수가 10개를 넘는 곳들이다. 물론 10개는 넘지 않더라도 손님 수가 많거나 프리미엄급 매장이면 설치 대상이 된다. 

 그는 이것을 단순 매체로 접근하지 않았다. 네트워크가 될 수 있다는 것. 헤어샵과 매거진TV를 연결하는 거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겁니다. 그러면 이게 플랫폼이 될 수 있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할 게 많아져요. 그냥 광고만 틀어주고 동영상이나 보여주는 게 다가 아니라 물건도 팔 수 있고 멤버십도 운영하고, 다양한 부대 사업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첫번째 단계로 그는 쇼핑몰을 시작한다. 다음달부터다. 여성전용 쇼핑몰 2040W.com이 그것. 헤어샵에서 머리를 하다가 광고 상품을 본 고객이 물건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 또는 헤어샵에 주문을 하고 나중에 받아볼 수도 있다. 제휴카드를 만들어서 포인트를 누적하게 해서 헤어샵에서 할인이나 제품 구매시 포인트 활용 등 다양한 방법도 가능하다. “매장마다 우수 고객이 50여명씩은 있거든요. 전국 1000개 매장으로 하면 5만명이죠.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VVIP 매거진을 만들 수도 있어요. 이렇게 되면 5만개 부수를 찍어내는 잡지를 발행하는 셈이죠.”

 그는 유통 비즈니스 또는 MRO 비즈니스와의 연계도 고려중이다. “헤어샵에는 각종 헤어용품이나 부대상품을 공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매거진TV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이런 것도 연계해서 할 수 있어요.” 성형외과, 피부과 등 전국 주요 병원들에 특화된 상품을 만드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은 이것 말고도 차고 넘친다. 쓸 자리가 부족할 정도다. 오프라인에서 시작됐지만 온라인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그가 추구하는 동영상 네트워크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벌써 나는 그의 다음 계획이 궁금해지고 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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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공교롭게, 음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창업팀을 많이 만나게 된다. 한국 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하고, 한류의 중심에 음악이 있고, 뭐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다. 

 음악은 사실 우리 삶의 일부분이고, 삶의 모든 부분에 녹아들어가 있다. 생각해보면 살아가면서 하루쯤 동영상을 안보거나, 책을 안보는 날은 있을지 몰라도 음악을 전혀 듣지 않고 지나가기는 불가능하다. 어디 멀리 여행을 떠나도 어디선가 우리는 음악과 마주친다. 혼자서 노래 한곡만 불러도 기분이 달라진다. 노래를 같이 부르면 친구가 되기도 한다. 음악은 참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음악을 소재로 창업을 하는 팀도 무척이나 많다. 이번엔 함께 노래부르기를 컨셉으로 내세운 회사다.

<마이앤비 멤버들. 왼쪽부터 문경준 CTO, 양성민 대표, 장보영 팀장, 김상연 팀장>

◆밴드에서 만난 동지들

마이앤비 창업자 양성민 대표, 문경준 CTO, 김상연 팀장의 공통점은 연세대학교 그룹사운드 ‘소나기’의 멤버들이었다는 점. 이 정도면 단순 취미를 넘어 뼛속깊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여간 주변에 가끔 보이는 소나기 출신들의 음악 사랑은 대단한 지극정성이었다. 이들 역시 그렇다.

 양 대표는 컴퓨터과학과 06학번, 문 CTO는 토목공학과 05학번, 김 팀장은 경제학과 07학번이다. 사이좋게 학번도 하나씩 차이가 난다. 이들이 물론 무슨 목적성을 갖고 모인 것은 아니다. 다만 대학 때, 그 소중한 시절에 함께 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공통의 취미를 갖고 함께 지내면서 이들은 여러가지를 모의(?)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음악만 같이 한 게 아니었다.

 처음엔 토익 시험문제 대비 문제풀이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생각했었다. 공부를 꽤나 잘했을 게 분명한 학생들 답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진 수능 성적, 대학에 들어가고 나선 학점, 여앞두곤 영어 성적 걱정을 해야 하는 이 시대의 대학생들에게 나름의 솔루션을 제공해주고 싶었던 것. 그런데 영어 문제 추천 서비스라는게 DB를 균질화하는 게 쉽지 않은 문제였다. 계속 공부를 하고 머리를 싸매고 있어야 하는 것도 어려운 점. 

 이들은 다른 아이템을 찾았다. 이 와중에도 음악 활동은 계속했다. 학교 공부를 언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계속 자신들의 미래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결국 나중에 뭔가 하기 마련이다. 두번째 아이템에서도 그들의 생각은 학교와 학생들에 머물렀다. “학교 로고와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 가방 이런 거를 맞춤형으로 만드는 사업을 구상했어요.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디자인의 셔츠를 입고, 가방을 갖고 다니는 학생들이 디자인에 대한 불만이 많았거든요. 물론 저희도 그랬구요.” 나 역시 대학에 다닐 때 그랬다.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좋은 생각이다.

 즉 이들은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을 해서-물론 학교 로고 등이 들어가야 한다. 위치나 크기 색깔 등을 바꿀 수 있다는 거다-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는데, 얼마 안 가 접었다. “이게 문제가 있더라구요. 돈이 너무 안되요. 사업을 지속하려면 돈이 좀 되야 하는데 시장이 너무 작았어요. 언젠가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한번 해보고 싶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했죠.”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하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들의 생각은 확장됐다. 학교와 학생들의 범주를 벗어나게 된 것.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려고 계획하고 회사 이름도 지었다. 문경준의 이니셜 M, 양성민의 이니셜 Y를 따서 회사 이름은 마이앤비(MY&B)라고 붙였다. B가 이니셜인 또 다른 멤버가 있었는데 그는 지금 함께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에 대한 설명은 생략.

 결국 자신들이 진짜 좋아하고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는 게 이들의 결론. 그래서 음악으로 돌아왔다. 문경준, 양성민 두 사람은 음악 사업에 대해 토론을 하던 중 노래방에서 의견 일치에 도달했다. 대중들이 좋아하고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려면 노래방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물론 그냥 노래방은 재미가 덜하다. 그리고 이미 나와 있는 서비스들이 꽤 있다.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모바일은 당연하고, 소셜 기능이 들어가야 한다. 여기에 개인화된 노래 서비스가 가능하면 더욱 좋다. 고민하던 중 올 5월 연세대학교 창업지원단 창업사업화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그 덕에 사무실도 얻을 수 있었다. 우수한 디자이너를 찾던 이들에게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장보영씨가 합류하면서 개발 작업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몇 달 간의 시행착오와 개발 과정을 거쳐 드디어 지난 10월 마지막날 콜라보 노래방이 출시됐다. 콜라보는 ‘합작’ 또는 ‘협업’을 뜻하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의 약자다. 출시되자마자 10대 여중·여고생, 20대 남녀 대학생 등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초기엔 10대부터 30대까지가 추 타깃이다. 최근 주말에는 하루 동안 300곡이 콜라보 노래방에서 불려지면서 재밌다는 입소문도 퍼지기 시작했다.

 마이앤비가 개발한 콜라보 노래방은 기존의 스마트폰 노래방 앱들과 유사해보인다. 앱을 설치하고 노래를 선택하면 반주가 재생되고 가사가 표시된다. 반주를 들으면서 노래를 부르면 녹음이 되고, 녹음이 완료된 곡은 업로드해서 다른 사람들이 들어볼 수도 있고 댓글을 달 수도 있다. 

◆함께 노래하며 친구 사귄다-콜라보노래방

하지만 콜라보 노래방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남들이 불러 놓은 노래에 자신이 부른 부분을 덧붙일 수 있는 ‘콜라보’ 기능이 있다. 물론 모든 곡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이돌 그룹 등 그룹들이 부르는 노래나 혼성 듀엣 곡 등을 콜라보 기능을 이용해 부를 수 있다. 

 랩에 자신없는 사람, 고음불가인 사람, 혼성 파트너 없이 혼자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파트만 골라서 노래를 부른 뒤 이를 녹음해 올려놓으면 앱을 이용하는 다른 사용자들이 나머지 부분을 불러서 곡을 완성한다. 

예를 들어 아이유-슬옹의 ‘잔소리’라는 곡을 선택하면 ‘슬옹’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파란부분은 어둡고  ‘아이유’라고 표시되어 있는 빨간 부분은 밝게 되어 있다. 밑에 가사가 표시되어 있는 부분 역시빨간 부분은 밝고 파란부분은 어둡게 되어 있다. 

곡의 가사를 미리 나눠놓고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아이유 파트를 부를지 슬옹 파트를 부를지 정할 수 있다. 거꾸로 ‘잔소리’라는 노래를 선택할 때, 아이유 파트가 녹음된 곡들을 들어 보고 그 가운데 한 두 곡에 자신만의 슬옹 파트를 덧붙일 수도 있다. 물론 ‘콜라보’를 하고 싶지 않은 사용자들은 혼자서 노래를 다 완성시킬 수도 있다.

 유명 가수가 부른 음악 중 자신의 목소리를 일부만 삽입시키면 어떨까. 재미있을 것 같은데, 현재는 구현이 되질 않는다. 콜라보 노래방은 음원을 외부에서 구입해서 사용자들에게 제공한다. 일부만 사용자의 목소리를 삽입하기 위해선 음원의 재편집이 필요한데, 저작권자들과 다시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원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마이앤비는 수익모델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처음 이 팀을 만났을 때 콜라보 노래방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계하거나 데이팅 서비스와의 연계 또는 노래 선물하기 기능 추가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유저들끼리 경재을 하게 유도하는 시스템도 앱의 활성화 정도에 따라 쓸만한 수익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들은 며칠 만에 수익 모델을 개발했다.(내가 앞서 제안한 내용들도 어느 정도 반영했다는 내멋대로의 상상도 해본다) 스타트업인 이들은 일단 하나씩 해 보기로 했다. 내년 초부터 스타와 노래부르기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첫번째 타자로 염두에 두는 이는 ‘들었다 놨다’를 부른 ‘데이브레이크’. 즉 보컬인 이원석씨가 남자 파트를 부른 곡을 올려놓으면 다른 유저들이 여성파트를 불러서 결합하는 방식. 잘 되면 한 주에 하나씩 기획을 할 수도 있다. 스타와 같이 부르기 프로그램에는 유료로 과금을 해서 해당 가수나 저작권자와 수익을 나눌 수 있으니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계산.

 “앱의 핵심 기능이 노래부르기 및 콜라보인데요, 여기에 기본적으로 과금 기능을 넣지는 않으려구요.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녹음하고 서로 즐기는 것은 아무 부담없이 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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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이번엔 제조업체다. 게다가 물건만 만드는 제조업체가 아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나선 회사가 주인공이다. 쉽지 않은 도전을 하고 있다. 시장이 얼마나 될 지 모른다. 하지만 창업자의 경력과 비전이 회사의 나아가는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확실한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회사. 제이디사운드의 김희찬 대표를 만났다.

◆음악으로 행복을 주고픈 꿈

만나자마자 그는 가방을 주섬주섬 뒤지더니 왠 기계(?)를 꺼내들었다. 생김새는 그렇게 생기지 않았지만 분명 휴대용 오디오다. 휴대용이라고는 하지만 제법 크다. 그런데 그냥 음악을 재생하는 장치는 아니다. 음악 재생기라고 한다면 MP3플레이어나 스마트폰이 오히려 편리할 것 같다. 이것을 어디에 쓰려는 것일까. 제품에 얽힌 사연과 함께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본래 저는 인하대학교 토목공학과를 나왔습니다. 전공에 특별히 취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건축가의 길을 갈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저는 왠지 음악이 좋았어요. 처음 들어간 회사의 영향이 컸죠. ”

 물론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된 데는 우연인 듯, 필연이 된 사연이 있었다. 대학때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그는 토목공학을 계속 공부하겠다고 생각하고 국비유학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가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터널 발파’. 그런데 국비유학은 결과적으로 뜻대로 잘 되질 않았다. 

 그리고 그가 입사한 곳이 일본 종합상사인 가가의 한국 브랜치. 일본에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팠던 그였지만 그가 처음부터 일본 회사에 입사하려고 작정을 한 것은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일본 회사에 주로 합격을 하더군요. 가가에 입사해서 처음 맡게 된 분야가 오디오 분야였습니다. ”

 이 대목에서 토목공학 전공과 오디오와의 뜬금없어 보이는 스토리가 연결이 된다. 가가에서 5년 일한 뒤 그는 파인아크라는 일본 회사의 한국 지사장이 됐다. 여기서 그가 한 일도 오디오 프로세서와 관련된 일이었다. “파인아크는 AP 설계회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오디오 쪽 담당이었죠. ”

 파인아크에서 그는 지금의 사업을 기획했다. 애초엔 파인아크 차원에서 진행하려고 했다. 그가 생각한 건 뭐였을까. 오디오쪽 일을 하다보니 음악을 쉽게 편곡하고 작사작곡할 수 있는 그런 플랫폼에 관심이 생겼어요. DJ들이 음악 틀어줄 때 보면 기존의 곡을 즉석에서 재미있게 편곡하고 그러쟎아요. 그걸 할 수 있는 장치들을 전문가들이 많이 쓰는데 일반적으로 누구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즉, 그는 소리의 힘에 반한 것이다.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느끼게 하고 싶다는 꿈이다. 그런데 파인아크에서 하려는 계획은 차질을 빚었다. 태생적으로 반도체 회사인 파인아크가 음악에 대한 문화적 측면까지 고려해야 하는 사업을 하기엔 적절치 않았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그는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믿었지만 기획안을 만들어 여러 회사에 제안을 해도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국내 모 전자회사와 사업 협력을 위한 논의를 하다가 중단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내가 혼자서라도 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결국 그는 2010년 파인아크를 나와 회사를 차렸다.  

◆바닥에서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시작하기 전인 2010년말,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지원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과 사무 공간 등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것이 그의 사업 진행에 크게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자신이 생각한 비즈니스가 외부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 가장 기뻤다고 한다. 2011년 그는 제이디사운드(JD Sound)를 설립했다.

 왜 회사 이름이 제이디사운드일까? 무슨 뜻이 담겨 있을 것 같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두 기업인의 영문 이니셜을 땄습니다. 제이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디는 할아버지 성함에서 왔습니다. 무일푼에서 시작했지만 회사를 성장시키고 존경을 받은 기업인들처럼 저도 그렇게 되고 싶었거든요. 저 역시 아무것도 없이 바닥에서 사업을 시작하지만 세계적인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외국계 기업 지사장자리까지 마다하고 나와 사업을 벌였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본질이 제조업이라는 게 힘든 점이었다. 일단 국내에서는 제조업이라고 하면 투자회사들이나 정부 기관에서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관심을 받기가 어려웠다. 제품 제작 과정도 난관 투성이였다.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음악 재생 및 편곡기기를 손에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줄이기 위해선 하드웨어 기술도 필요했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이 더 중요했다. 오디오 AP를 비롯, 반도체 관련 분야 일을 해왔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훌륭한 인재들이 합류하면서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가 일했던 파인아크에서 직원들이 나오면서 이들을 흡수, 일본 지사를 설립하는데 핵심 인재로 채용했고 국내의 개발진도 보강할 수 있었다. 파인아크를 그만두기 전에 1년여 기간 동안 시장을 미리 조사한 것도 도움이 됐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문이 한 가지 생겼다. 음악을 재생하고 편곡하고 DJ처럼 음악을 다루면서 즐기는 것이라면 스마트폰에서 앱을 통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선 충분히 제대로된 기능을 낼 수가 없어요. 스마트폰은 음악을 제대로 구현하기엔 적합한 기기가 아닙니다. 앱을 통해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이도 저도 아니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죠.”

 비록 크기는 작지만, 그는 진짜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일반인도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가 꺼내놓은 제품을 갖고 싸이가 부른 ‘뜨거운 안녕’을 틀어봤다. 여기까지는 일반 Mp3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다. 스피커와 연결해 크게 틀어놓고 DJ들이 하듯 디스플레이의 원반 표시를 마치 레코드판을 돌리듯 돌려가면서 여러가지 효과를 내 봤다. 다른 곡을 틀어놓고 두 가지 곡을 믹싱도 해 봤다. 전혀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졌다. 빠르기와 효과음을 조절하는 재미가 있었다.

 재미는 있다. 그런데 이걸 사람들이 계속 하려고 할까. 미국에서는 가능할 것 같다. 파티 문화가 있고, 한쪽에서 누군가 음악을 틀어놓고 DJ처럼 재밌게 진행을 해 준다면 모두가 즐거워질 것이다. 한국에서는 좀 어렵지 않을까. 그 역시 알고 있었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말도 닫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믿고 살고 있습니다. 안된다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DJ가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이디사운드는 다르다. 이런 회사가 될 겁니다.”

 음악가들이나 애호가들에겐 매우 유용한 도구인 것은 분명하다. 그는 이 사업을 하면서 이 기기가 아니라면 만날수도 없었을 게 분명한 세계적인 유명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음악가도 많이 만났다. 스티비 원더는 제이디사운드의 제품을 써 보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기능을 더 넣어달라고 주문하기까지 했다. 

 중동 시장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동이 폐쇄적이고 외부 활동이 적다보니 오히려 집 안에서 하는 파티가 발달해 있어요. 그래서 이런 기기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박태환이 써서 유명세를 탔던 몬스터 헤드폰의 제조사와 제휴를 맺은 게 최근의 가장 큰 호재. 브랜드를 사용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제이디사운드가 만든 제품이 몬스터 브랜드를 달고 나가 팔리는 것이다. ‘ODM(주문자개발생산)과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에 그는 “ODM과는 다릅니다. ODM은 수량 등을 주문을 받아 만들어서 납품하는 거지만 몬스터와의 제휴는 우리가 몬스터 브랜드를 쓸 뿐 수량이나 가격 등 모든 면에서 직접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다른 회사와의 제휴도 가능하구요.” 

 제이디사운드가 만든 것은 일종의 휴대용 뮤직스테이션이다. 나 역시 어렸을 때 아버지가 거실에 갖다 놓았던 전축에서 레코드가 돌아가면서 나오는 음악소리에 심취했던 적이 있었다. 이런 저런 음악을 조합해 멋대로 흥얼거리기도 했다. 요즘엔 오히려 이런 낭만이나 멋이 없는 것 같다. 제이디사운드는 이런 ‘음악이 가득찬 거실,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일상’을 복원해낼 수 있을까.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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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 진출이 크게 늘었다고 하지만 직장맘들의 현실은 고달프기만 하다. 통계청 통계를 봐도 20대 미혼 여성의 취업률은 높지만 출산을 한 뒤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굳이 통계를 들먹이지 않아도 주위에서 매우 흔하게 보는 장면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을 찾는 이들이 너무 많다. 직장에선 직장인의 역할을 해야 하고 집에서는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학교나 유치원 기록부에 엄마 아빠 이름과 전화번호를 다 남겨도 아빠에게 전화를 거는 교사는 거의 없다. 일단 무조건 엄마를 찾는다. 일을 하다 말고 수시로 걸려오는 아이, 남편, 학교 전화에 뛰어나가는 사람들이 엄마들이다. 

 이런 현실을 목격하고 실제로 겪으면서 엄마들을 위한 직장, 여성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 싶다고 작정한 여성이 남편의 창업을 보고 용기를 얻어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여성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당차게 이야기하는 이 여성은 설보미 대표. 회사 이름은 우아한 언니들. 이번엔 언니들의 도전기다.

◆남편과의 약속

‘우아한 언니들’이라는 회사명을 듣는 순간 당연히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우아한 형제들. 눈치 챘겠지만, 우아한 형제들의 창업자인 김봉진 대표와 우아한 언니들의 창업자 설보미 대표는 부부다. 

 중앙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웹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설보미 대표. 김봉진 대표와 만나 결혼을 하고 2004년 첫 아이 출산을 앞둔 시점에 회사를 그만뒀다. 당시 삼성전자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했지만 몇 년의 공백기가 있어 출산 직후 회사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았다. 스스로도 웹디자인 쪽 일을 하기엔 감이 떨어졌다고 판단했지만 그냥 주부로 살아가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다고 판단한 설 대표. 

 남편과 대화를 하던 중 핸드메이드 가구와 관련된 사업을 같이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둘이서 거의 1년 가까이 전국 방방곡곡의 이름난 핸드메이드 가구를 찾아 다녔고 결국 가구점을 열었다. 2008년까지 온라인 판매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매장을 열고 가구를 팔았다. 두 사람에겐 이게 첫 사업인 셈. 그런데 보기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2년이 채 안돼 사업을 접었다.

 그래도 나중에 창업을 할 때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요? 나의 질문.

 “맞습니다. 얼굴이 두꺼워졌죠. 하하” 설 대표의 대답이다.

 어쨌든 일을 해야겠다고 판단한 설 대표는 2009년 이모션이라는 회사에 들어가서 PM 업무를 했다. 중간에 둘째를 출산하느라 휴직을 한 적도 있지만 2012년초까지 회사를 계속 다녔다. 남편이 2010년 우아한 형제들을 창업하면서 그녀는 ‘반드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제가 2012년초까지 집에 돈을 제대로 못 갖고 왔어요. 아내가 제 대신 집안 경제를 떠받친 거죠.” 설 대표를 만날 때 함께 자리한 김봉진 대표가 옆에서 아내의 말을 거들었다. 

 하지만 설 대표 역시 남편 못지 않게 사업을 하고픈 열망이 강했다. 비록 첫 도전은 실패했지만 말이다. “저보다 사업가 기질은 더 많은 것 같아요.” 이번에도 김 대표의 설명이다. 둘이 동시에 창업을 하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이들은 남편이 먼저 사업을 시작했고, 아내는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이 남편이 차린 회사에 나가 일을 도와주고 배웠다. 그리고 그때 남편에게 다짐을 했다고 한다. “우아한 형제들 자리 잡으면 나도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일 할꺼에요.”

 그리고 설 대표는 2012년 초, 이모션을 나왔다. 약속대로 우아한 형제들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여성을 위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

회사를 나왔지만 바로 창업을 하진 않았다. 아직 사업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어떤 일을 할 지 고민하고 공부를 했다고 한다. 파트너를 찾는 것도 문제였다. 다행히 이모션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지유경 실장과 뜻이 통했다. 두 사람은 ‘엄마들이 다니기 좋은 회사를 만들자, 아이 키우면서 일하는데 눈치 안봐도 되는 회사를 우리가 만들어보자, 엄마들을 위한 서비스로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2013년 2월, 두 사람은 팀을 결성하고 본격적인 창업에 나섰다. 설 대표의 두 번째 도전이다.

 왜 이름을 ‘우아한 언니들’로 했을까.

 “음..남편 덕도 좀 보자 싶었죠. 우아한 형제들은 이름도 좀 알려졌고 독특한 이름때문에 관심도 받았고 그랬거든요. 저희 회사 이름을 들으면 딱 느낌이 오죠? 뭔가 관련이 있을 것 같지 않나요?”

 맞는 말이다. 그런 측면에선 확실히 효과를 볼 것 같다. 우아한 언니들의 창립 이념은 엄마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 엄마들은 무엇을 원할까. 설 대표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경험과 고민들을 서비스에 담으려고 했다.

 “처음엔 엄마들의 카페같은 것을 생각했어요. 특히 요즘 젊은 엄마들은 사진을 올려놓고 공유하고 친구들의 근황이나 사진 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부분에 특화된 서비스는 없는 것 같더라구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가 있지만 친구들이 너무 많죠. 나와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섞여 있어서 불편할 수도 있구요.”

 이렇게 해서 ‘수다마마’가 최근 출시됐다. 사진을 올리는 기능에 초점이 맞추져 있고 사진을 편집하는 것도 가능하며 여러 장을 한꺼번에 올릴 수도 있다. 그리고, 21세부터 50세까지의 여성들만 가입이 가능하다. 남성이거나, 여성이라도 너무 어리거나 50세를 넘으면 가입할 수 없다. 왜 나이 제한을 뒀을까. 여기엔 아주 세심한(?) 비밀이 있다.

◆엄마들의 비밀 놀이터

“시어머니가 들어오면 할 얘기를 제대로 못 하쟎아요. 그래서 연령 제한을 뒀죠. 처음엔 17세부터 50세까지였는데 미혼모들을 배려해야한다는 제안이 있어서 그랬어요. 그런데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성인 기준인 한국 나이 21세를 출발점으로 했어요.”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나 역시 딸 둘을 키우고 있는 여성 직장인이 페이스북을 즐겨 이용하다가 갑자기 그만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에게 이유를 물으니 ‘어느날 시어머니가 페북에 댓글을 달았는데 시어머니가 계속 페북을 보고 있다는 걸 알게되니 페북 활동을 더 이상 할 수가 없더라’는 답을 들었다. 개인별로 편차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친정 어머니같이 편하진 않으리라. 아니, 사실 또래들의 대화는 친정어머니에게 보여주기 껄끄러운 것들도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수다마마는 ‘엄마들의 비밀 놀이터’라는 수식어를 달고 세상에 나왔다. 휴대폰 인증 단계에서 여성임을 확인하기 때문에, 여성이 아니면 가입이 안된다. 물론, 남편이나 아들 등 다른 사람 명의로 된 휴대폰을 쓰는 경우 우아한 언니들에 연락을 해서 가입하면 된다. 

 수다마마에서는 자동으로 친구가 되는 경우는 없다. 친구신청을 해서 서로 맺어져야 친구가 되고 그래야 타임라인에 콘텐츠가 뜬다. 서로 얘기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얘기하게하겠다는 것. 

 일상만 공유하는 건 아니다. 마마캐스트라는 콘텐츠 저작 및 유통 코너도 있다. 특정 주제를 정해놓고 글을 꾸준히 써서 발행을 할 수도 있다. 수다마마는 콘텐츠 발행을 통한 수익모델도 고려하고 있다. 마마캐스트가 활성화되면 광고도 가능하다.

 “며칠 운영해보니 여성들이 아이나 가족 얘기만 하는 게 아니더라구요.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런 공간이 필요했다는 뜻이겠죠. 사실 육아에 관련된 정보나 소통 창구는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저희는 여성들 본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겠다는 뜻으로 기획됐습니다. ”

 21세에서 50세의 여성들은 가정에서는 의사결정권자이자, 돈을 쓰는 사람들이다. 자녀뿐 아니라 자기자신, 남친이나 남편 등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이 큰 사람들. 이 사람들을 어떻게 모아 재미난 사업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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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중국인이 국내 면세점에서 구매한 총 액수가 처음으로 한국인을 넘어섰다고 한다. 한국의 면세점에서 한국 사람보다 중국 사람이 더 많은 상품을 구매했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 관광객, 이른바 요우커의 급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이들의 구매력이 이제는 내국인 여행객들을 능가할 정도가 됐다는 것.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구매력은 더욱 늘어나지 않을까. 

 이처럼 국내로 몰리는 중국인들의 움직임에 일찌감치 주목, ‘중국인을 위한 여행포털’을 만든 한국인이 있다. 장재영 짜이서울 대표다. 한국 사람이고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는 모든 것을 철저하게 중국 관광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려고 애쓰는 것 같다. 일단 이 회사는 전 직원 중 3분의 1 이상이 중국인이다! 그리고 전 직원이, 너무나 당연한 듯 보일 수도 있지만 모두 중국어를 할 줄 안다!

◆Global 전에 Asian이 되자!

고려대 경영학과 04학번인 장재영 대표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대학시절부터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해 보는 것. 특히 해외에서. 군대를 제대하고 2007년 인도에서 현대차 납품업체에서 인턴 생활을 한 것이 출발범이 됐다. 약 한달 동안의 인도 인턴 생활 뒤에 한국에 들어와 아서디리틀(Arthur D. Little)이라는 유명 컨설팅업체에서 4개월 동안 인턴을 경험했다. 

 그에게 창업을 동기를 부여하게 된 계기는 두 차례의 교환학생 경험에서 비롯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6개월간 교환학생으로 갔고 바로 이어서 중국 인민대에 6개월 동안 교환학생으로 가게 된 대학생 장재영. “1년 동안 완전히 다른 두 나라에서 대학생으로 지냈는데요, 네덜란드도 좋았지만 중국이 저에게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그리고 중국과 한국의 교류에서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중국에서도 그는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교환학생으로 있으면 SK차이나에서 3개월 동안 인턴을 한 것. 그리고 그때 그는 ‘Global이 되기 전에 우선 Asian이 되자’고 결심했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인생에 대 전환점이 있다면 여기 중국에서 보냈던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대형 컨설팅업체나 대기업에서 잠깐이나마 지내보면서 내가 좀 더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구요. 그러면서 자연스럽에 창업에 대한 꿈을 갖게 됐어요. 사실 그 전부터 창업을 계속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중국과 창업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만나 짜이서울이 탄생했다. 짜이서울의 짜이는 한자로 있을 재(在)를 중국어 발음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짜이서울 웹사이트>

◆급증하는 중국 관광객의 기회

고려대 기업가 동아리 FES에서 활동하면서 그는 프로젝트 일환으로 학교 상점대상의 할인쿠폰 북을 만들었다. 상점별로 5만원씩 받고 쿠폰북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는 방식. 100개 업소만 가입해도 500만원. 제작비 빼고 40% 가량이 남는 장사였다고 한다. 

 중국과 연관된 창업 아이템에 대한 고민 중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인 관광객 대상 쿠폰북’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로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가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프레인에서 근무하고 있던 이경준씨를 만나게 된다. 

 이경준, 장재영 두 명의 공동대표로 출발한 짜이서울.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 자본금이 필요했던 장재영 대표는 고대 앞에서 자신이 살던 집 전세금을 빼서 이 중 일부를 자본금으로 돌렸다. 집이 없어 이경준 대표와 함께 살았다. 전세금으로 사무실 보증금을 얻고 필요한 집기를 사는데 또 일부를 사용했다. “사실 이 때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지 않고 전세금을 뺐거든요. 나중에 엄청 혼났죠. 지금은 다 갚았고 사업하는 것에 대해 격려도 해주시지만 그때는 정말 걱정이 많았죠.”

 두 사람은 쿠폰북을 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여행 관련 카페에서 사람을 찾아 3명의 중국인과 1명의 한국인 등 4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첫번째 확대 전략은 쿠폰북을 잡지 형태로 만드는 것. 짜이서울을 한국 관광에 관심을 갖는, 또는 잠재적인 중국인 한국방문객을 위한 종합정보매거진으로 키우는 것이었다. 

 “제가 현장에서 볼 때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는 목적은 대개 2가지 입니다. 쇼핑 아니면 미용이죠. 이런 수요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된 서비스를 연결해주면 이들을 위한 유용한 창구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우선 중국인 관광객들의 수요와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조사했다. 이른바 요우커들의 불만 사항은 자신들이 진짜 원하는 서비스가 막상 한국 여행시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 이를 단계별로 보면, 우선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토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부터 불만족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우선 요우커들 특성을 고려한 여행정보가 부족하다. 호텔에 한정된 숙박시설도 불만족의 이유 중 하나. 중국의 부자들만 한국에 오란 법은 없다. 우리도 과거를 생각해보면 유럽 여행 등을 갈 때 싼 민박집이나 유스호스텔같은 곳에 묵지 않았나. 중국인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여행 정보에는 고급 호텔에 대한 내용만 가득하다. 한국 여행과 관련된 경험을 사전·사후에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부족한 것도 이들의 불만 사항 중 하나.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하기로 한 장 대표는 우선 잡지를 통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원하는 정보를 실었다. 3만부를 찍어내 중국과 한국의 주요 배포처에 배포했다. 좀 더 정확한 수요 파악과 현지인들의 니즈를 알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과 관련된 각종 마케팅 대행이나 홍보 및 행사 대행 관련 업무도 닥치는대로 했다. 그러면서 DB가 쌓여갔고 경험도 축적됐다. 본래부터 매거진사업이 주된 목적이 아니었던 이들은 2기 사업에 착수했다.

◆중국인들을 위한 종합 여행포털

2기 사업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종합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것. 우선 올 5월에 웹사이트를 오픈했다. 기존 활동이 매거진, 홍보 및 행사 대행 등 주로 오프라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5월부터는 웹사이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웹사이트는 기존 잡지의 정보 뿐 아니라 저렴한 숙소, 게스트하우스 예약 및 결제까지 가능하다. 중국 웨이보를 통해 중국 현지인들에게 한국 여행시 짜이서울을 애용할 것으로 알리고 있다. 현재 웨이보의 짜이서울 팬 수는 106만명. 중국의 한국 관련 웨이보 중 최대다.(연애인 등 제외)

 올 7월에는 중소기업청에서 하는 상하이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중국에 직접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됐다.  “대회 우승하면서 중국 상하이에 있는 사무실을 1년간 쓸 수 있게 됐어요. 중국에 있는 고객들을 직접 현지에서 접촉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습니다.”

 올들어 10월 중국에서 여유법이 실시된 것도 짜이서울에는 호재. 중국 정부가 저가여행상품을 금지하고 쇼핑옵션을 금지하면서 개별여행객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여행객들은 대부분 20대에서 40대의 여성 여행객들입니다. 이들은 단체로 오는 관광객들에 비해 현지에 대한 정보를 보다 꼼꼼하게 체크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기를 원해서 짜이서울이 제공하는 정보와 잘 맞죠.”

 이들을 겨냥해 짜이서울은 가이드매칭서비스도 제공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가이드를 소개해주는 일이고, 일종의 고객서비스로 제공하기 때문에 별도의 수수료나 대가 등을 받지 않고 한다고 한다. 

 사업이 확대되면서 2명이서 시작한 직원 수는 서른명으로 불었다. 특이한 점은 30명 중 25명이 여직원이라는 것. 여직원이 많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에겐 좋은 정보가 되지 않을까. 현재는 웹사이트 위주이지만 내년초에는 모바일 서비스도 오픈할 계획.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283만명. 한국관광공사는 이 숫자가 올해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2017년에는 937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가장 친한 한국 방문 친구가 되고 싶다는 짜이서울. 중국을 겨냥한 경쟁사나 경쟁 서비스가 앞으로 더욱 거세게 밀어닥칠텐데,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선 집중이 필요해보인다.

 “내년부터는 지금 하고 있는 각종 행사나 마케팅 대행 등은 점차 줄여나갈 계획입니다. 올들어 프라이머 등으로부터 3억원의 투자도 받아 자금도 확보했어요. 이제 IT 기반의 여행포털로 도약해야죠. 올 연말에는 짜이부산도 오픈할 계획입니다.”

by wonkis

<짜이서울 직원들 단체사진. 뒷줄 오른쪽 끝이 장재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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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창업가의 가치관과 인격, 자라온 환경과 그가 품은 꿈과 비전으로부터 결코 떨어져 나갈 수 없다. 스타트업은 특히 그렇다. 창업 초기 단계일수록 창업가 본인과 거의 동일시되다시피하곤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장황하게 인터뷰를 하고 기업가에 대해 써 나갈 이유가 별로 없다.)

 최근 만난 스타트업 중에서는 플리토야말로 한 개인의 성장과정에서 싹튼 꿈과 비전이 창업으로 연결돼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만 하다. 저마다의 독특한 경험과 지식으로 무장한 스타트업 업계이지만 플리토 이정수 대표의 경우 필적할 만한 대상을 찾기 힘들 정도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중동에서 자란 소년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쿠웨이트에서 태어났다. 해외 주재원으로 일했던 아버지 덕분에 온 가족이 쿠웨이트를 비롯, 중동 지역에서 오래 살았다고 한다. 물론 쿠웨이트는 속지주의가 아니라 속인주의라 그는 엄연히 ‘한국인’이다. 쿠웨이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학교에 다닐 무렵, 사우디아라비아로 왔다. 그가 한국으로 들어온 것은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 ‘중동’이라는 흔치 않은 환경에서 다양한 외국인들과 오랫동안 생활하며 지내온 그는 이 곳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그가 직접 자신이 받은 영향을 말하진 않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와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낯선 사람과의 관계에 겁을 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데 주저함이 없으며 수많은 규제와 장애물을 뛰어넘는데 필요한 배짱과 용기를 자연스럽게 습득하지 않았을까. 단지 그의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어림짐작한 게 아니라 그와 함께 며칠을 보내며 든 생각이었다. 

 우연찮게도 나는 그와 함께 이스라엘을 방문하게 됐고 약 열흘의 이스라엘 방문 기간 중 마지막 나흘간의 일정을 함께 보내게 됐다. 어디에서든 금방 사람을 사귀고,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고, 사람들을 모으는 재주가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본분을 잊지 않았다. 기업의 CEO로서 회사 제품을 알리고 유용성을 넌즈시 알렸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고려대에 입학한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SK텔레콤에 입사했다. 이 대표는 2009년 9월 SK텔레콤에서 두드림이라는 사내벤처를 통해 언어의 장벽을 없애는 플리토 서비스의 기본 기획을 처음 선보였다. 그대로 계속 SK텔레콤의 사내 벤처가 예정대로 잘 됐으면 그의 운명은 어찌 됐을까. SK텔레콤에 계속 남아있었을지, 아니면 SK텔레콤의 투자를 받아 독립했을지 알 수 없는 일. 이런 가정을 하는 이유는 사내 벤처가 도중에 중단됐기 때문. 그래도 그에겐 소득이 있었다. 함께 창업을 하게 되는 김진구, 강동헌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SK텔레콤에서 SK플래닛이 분할되면서 그는 SK플래닛으로 적을 옮겼다.

◆통곡의 벽에서 창업을 결의하다

SK플래닛에서 그가 맡은 업무는 벤처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일. 이게 단순히 우연이었을까. 사내 벤처 제도를 활용해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꿈을 갖고 있던 그가 벤처기업을 만나 투자를 결정하는 일을 맡은 것이다. 어쩌면 스타트업을 다른 시각, 즉 외부 투자자의 시각에서 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훈련을 할 기회였을지 모른다. 당시 그는 SK플래닛에 있으면서 Quixey에 투자하는 실무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투자할 회사를 국내에서만 찾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해외 출장 기회도 많았다. 그러던 그에게 운명적이라고 할 시간이 찾아왔다. “2011년 10월 이스라엘 출장을 갔었어요. 텔아비브에 갔다가 예루살렘에도 들렀죠. 그때 통곡의 벽(Western Wall)에 갔을 때 쪽지에 이렇게 썼죠. ‘플리토! 꿈을 이루자’ 마음 속으로 다음에 이스라엘에 올 때는 벤처기업 플리토의 대표로 오겠다고 다짐했어요.”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서 창업을 결의한 그. 1년이 채 지나기 전 2012년 9월 플리토를 설립하고 2013년 10월 정확히 2년 만에 그가 말한 대로 예루살렘 통곡의 벽 앞에 다시 섰다. “감개무량하죠.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기분입니다. 딱 2년 만에 그때 한 약속을 지킨 셈이니까요.” 

 플리토(flitto)는 ‘훨훨 날다’란 뜻을 가진 영어단어 ‘플리터’(flitter)에서 따온 이름이다. 통곡의 벽 앞에서 그가 창업을 결의할 때 꿈을 이루자라고 다짐했듯, 플리토에는 세상을 향해 훨훨 날고 싶은 이정수 대표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보여진다.

 그가 플리토를 생각하게 된 것은 오래전부터다. 어쩌면 중동의 사막에서 생활할 때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에 제한이 생기고, 자신의 일을 하는데 힘들어하고, 좋아하는 것을 보고 듣고 즐기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이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기업가 정신이다. 플리토에는 언어의 벽을 넘어서고 싶은 그의 꿈이 반영됐다.

 시작부터 플리토는 해외의 관심을 받았다. 설립 직후 DSC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영국 테크크런치 인큐베이팅팀에 선정돼 영국 런던에서 네트워킹과 인큐베이팅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언어의 장벽을 없애고 싶은 꿈, 플리토

‘Taking Down the Language Barriers with Crowdsourcing Translation’ 플리토가 내세운 모토.

플리토의 개념은 매우 간단하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해주는 서비스. 번역이나 통역을 해주는 서비스는 많은데, 기존의 다른 서비스들과 차이점은 뭘까.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람이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기존 구글 등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번역 서비스들은 이른바 기계식 번역 방식이다. 즉 컴퓨터가 번역을 한다. 미리 제작된 번역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번역이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번역이 빠르지만, 문맥이 맞지 않는 이상한 번역이 나오기 십상. 아직 컴퓨터가 대화가 이뤄지는 상황과 대화를 하는 사람들의 의도를 반영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다. 플리토는 이것을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번역을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플리토 앱을 다운받아 실행하면 트위터 등 내가 가입한 SNS에서 자신이 관심갖는 정보나 대화를 번역할 수 있습니다. 번역의 주체는 플리토 사용자. 현재 15개 언어로 번역이 되지만 수백만명에 달하는 플리토의 사용자들은 전 세계에 퍼져 있기 때문에 사실상 세계 모든 언어에 대한 번역으로의 확장이 가능해질 겁니다.” 이정수 대표의 설명이다.

 가수 싸이를 좋아하는 인도네시아 여성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여성은 싸이가 트위터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항상 알고 싶지만 싸이가 한국어로 올릴 때는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기계식 번역기에 돌리는 방법도 있지만 어감이 잘 전달이 안된다. 플리토를 이용하면 플리토 이용자 중 영어와 한국어가 모두 되는 사람이 싸이가 올린 한국어 트윗을 영어로 번역해준다.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시간이 짧아진다. 어떤 경우라도 3분 이내에 해결된다는 게 이정수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해 보면 1분 안팎에 왠만한 번역이 다 된다.(짧은 대화 문장에 한해)

 그럼 이 사람들은 왜 그렇게 열심히 번역을 해 줄까. 번역을 하면 당연히 대가를 받게 된다. 포인트 형태로 대가가 주어진다. 포인트가 누적되면 사이버 상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고 게임 등 디지털콘텐츠에 사용할 수도 있다.

 플리토는 현재 일종의 소셜 번역 플랫폼이지만, 단순 번역기에 머무르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다. 사람들간에 모임이 일어나고 관계가 형성되기 때무이다. 이용자가 늘어나면 각종 콘텐츠를 번역하거나 거래하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콘텐츠의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이 될 가능성도 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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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빨간 색 싫어합니다.”

녹색 조끼에 녹색 모자를 쓴 두 남자가 불쑥 나타나 던진 첫 마디는 이거였다. 한 회사의 대표라기보다는 어디 배달 나가는 사람들 같은 모양새. 그리고 실제로 그들은 배달을 나가는 중이었다! 철가방이 아닌, 요상한 공구 가방 같은 것을 들고 배달을 나가는 두 남자. 게다가 별로 비슷하게 생긴 것 같지도 않은데 형제란다. 도대체 이들의 정체는 뭘까. 빨간 색을 싫어하는 이유는 뭘까. ‘만땅’이라는 독특한 서비스를 들고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는 마이쿤의 최혁재 대표, 최혁준 부대표를 만났다.


◆용감한 형제의 과감한 시도

그들이 직접 자신들이 형제임을 밝히지 않으면 아마도 그 누구라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리라. 그만큼 형제는 판이하게 달랐다. 생김새와 분위기 만큼이나 걸어온 길도 딴판이었다. 

 형인 최혁재 마이쿤 대표는 공대를 나와 LG전자에서 근무를 했다. 아이스테이션에서 PMP를 만드는 일도 했다. LG전자에서 그는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래저래 개발 경력만 9년에 달하는 엔지니어다. 

 이에 비해 동생인 최혁준 부대표는 장대한 체격에 체육을 전공으로 했고 영업 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아왔다. 그가 일해온 곳은 대창이라는 황동봉제조업체. 동생은 적극적이고 돌파력이 있는 스타일이라면, 형은 신중하고 꼼꼼하며 사려깊은 스타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사이가 매우 좋았던 게 분명하다. 지금도 그래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같이 창업을 한다는 게 아무리 형제지간이라도 쉬운 일은 아닐 터. 이번이 첫 창업 시도도 아니었다. 이미 전에 두 차례에 걸쳐 창업을 기획하고 실행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뭔가 준비가 미진하다는 생각, 창업 아이템이 확실하지 않다는 우려, 여건의 미성숙 등 여러 이유로 창업 직전에 작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먼저 창업 아이템을 생각한 사람은 형인 최혁재 대표. LG전자에서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소프트웨어 테스트를 위해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사용하다시피 했다. 여러 테스트폰도 사용했고 그의 주변엔 항상 스마트폰이 ‘충전중’이었다.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걸 실감했죠. 바로바로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를 바꿔주면 얼마나 편할까 이런 생각도 했구요. 저처럼 테스트폰을 많이 쓰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스마트폰 이용이 많은 사람이면 누구든 그럴 것 같았습니다.”

 아이디어는 형이 먼저 냈지만, 실행은 동생이 더 빨랐다. 배터리 공유 개념의 서비스 컨셉을 들고 나오자, 앞선 두 번의 창업 시도와는 달리 동생이 아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다. 배수진을 친 동생을 보고 형도 회사를 나와 두 사람은 ‘마이쿤’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모바일(Mobile)에 ‘재계의 거물’을 뜻하는 타이쿤(Tycoon)을 합친 말이다.

◆3분 충전 OK

창업은 했지만 두 사람은 마땅히 있을 사무실도 없었다. 마이쿤이 선보인 ‘만땅’ 서비스는 만땅으로 채운 휴대폰 배터리를 배터리가 다 돼 쩔쩔매는 사람에게 배달해주는 것. 적은 인원으로 시작해 전국 어디나 배달을 할 수는 없어 일단 홍대 앞을 거점으로 삼았다. 유동 인구가 많고 밤 늦게까지, 아니 새벽 시간에도 거리에 사람이 넘쳐나는 곳이다. 당연히 이런 곳에는 스마트폰 배터리 교체나 충전을 필요로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를 배달해주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물론 처음엔 이걸 알려야 했다. 형제는 그냥 길거리에 직접 나서서 홍보를 했다. 전단지를 나눠주고, 깃발을 들고 거리에서 소리도 질렀다. 이 형제다운 방식이다. 

 마이쿤이 내세운 슬로건은 ‘3분 충전 OK’. 처음엔 이게 아니었다. 처음엔 ‘배터리 공유’ 컨셉이었다. 그리고 사실 이게 정확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질 못했다. 직관적으로 무슨 말인지 모르면 관심을 안갖게 된다. 그래서 3분 충전 OK로 바꿨다. 서비스의 본질과는 다른 내용이지만 대중들은 금방 알아들었다. 소비자들이 쉽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사람들이 배터리 충전을 요청하는 시간은 주로 밤 시간대. 특히 자정을 넘어선 경우가 많았다. 형제가 배터리를 교체해주는 방식은 이렇다. 전화를 받는다. 고객의 휴대폰 기종을 확인하고 풀 충전된 배터리가 가득 담긴 가방(?)을 들고 간다. 현장에서 고객의 휴대폰 배터리가 A급인지 확인한다. 이 배터리를 받고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를 건네준다. 

 이 고객에게서 받은 배터리는 충전한 뒤 다른 고객이 쓰게 된다. 이러면서 배터리가 계속 순환돼 사용되는 방식이다. 홍대앞 대학생이 쓰던 배터리를 그날 밤 신사동 회사원이 쓰게 될 수도 있다. 배터리의 이동 경로가 추적된다면 내 배터리가 어디로 갔는지 알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하여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어딘가 거점이 필요하다. 밤새 대기하면서 계속 충전을 해야 하기 때문인데, 형제들은 처음에 거점이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부동산중개사무소, 속칭 복덕방을 다녔다. 복덕방 주인 아저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밤새 사무실을 빌렸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감사한 일이죠. 아무것도 없이 정체도 모호한 저희들에게 사무실을 빌려주셨으니까요.”

 한동안 부동산중개업소 사무실을 빌려쓰던 이들은 자신들의 사무실을 구해 자리를 잡았다. 아울러 배터리 교환과 교체 거점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한다. 한없이 배달을 늘려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배달을 기다리기 보다는 어디든 근처 교체 장소에 가서 배터리를 교체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교체장소로는 이통사의 휴대폰 매장이나 액세서리 판매장 등이 선정됐다. 벌써 40여개에 달하는 교체지점이 만들어졌다. 매장과 계약을 체결하고 직원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한 뒤 배터리 교체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배터리를 교체해주는 방식이다. 강남, 건대, 홍대 인근에서는 배달을 직접 하는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700개의 배터리를 동시에 충전하고 있는 마이쿤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최혁재 대표>

◆전국에 5000개 이상 교체지점 만들겠다

이 서비스를 보면 누구나 하게 되는 생각이 있다. “배터리 기술이 갈수록 진화하는데, 배터리 교체 서비스는 언젠가는 무용지물이 되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배터리 기술보다 네트워크 진화와 사람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더 빠르게,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 ‘언젠가’가 언젠가 오기는 하겠지만 아주 빠른 시일 내 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또 하나의 의문점은 편의점이나 시내 곳곳에 있는 급속 충전소와의 경쟁 문제다. 현재 배터리가 급하게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쓰는 방식이 급속충전을 하는 것. 편의점이나 지하철 역에 드문드문 설치돼 있다. 이런 편리한 것들이 있는데 사람들이 마이쿤의 만땅 서비스를 쓰려고 할까. 그런데 최 대표는 급속 충전소를 쓰면 스마트폰에 해가 된다고 말한다. “급속충전기는 과다한 용량의 전기를 투입하는 방식입니다. 음식으로 치면 짧은 시간에 과식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지나치게 과식을 하고 이를 반복하면 위장을 망치듯이 급속 충전은 결국 배터리 뿐 아니라 휴대폰 자체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알기에 마이쿤은 급속충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정품 충전기만 쓴다고 한다. 실제로 회사에 가보니 수백개의 정품 충전기를 통해 배터리 충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마이쿤은 최근 만땅 앱도 출시했다. 이 앱은 서울 시내 배터리 교체지점을 알려주고 불필요하게 작동되고 있는 앱을 정리해준다. 자연히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 아니, 사람들이 배터리를 빨리 닳게 하는게 마이쿤에게 좋지 않을까? 최 대표는 “사람들이 휴대폰의 배터리를 낭비하는 패턴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키는 것도 마이쿤같은 회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배터리 교체지점이 현재는 서울시내 수십곳에 불과하지만 이를 단시간내 5000곳까지 늘리는 게 단기 목표다. 이 정도로 늘리기 위해선 휴대폰 매장 뿐 아니라 커피숍 등과도 제휴를 맺어야 한다. “담배처럼 구하기 쉽고, 짜장면처럼 어디나 배달되는 그런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서울과 수도권에 국한돼 있지만 앞으로 전국으로 서비스를 해야죠.”

 이 서비스는 당연히 공짜가 아니다. 배터리 배달을 원할 경우 지역 등에 따라 요금이 2500원부터 5000원까지 다양하다. 교체지점에 가서 배터리를 교체만 할 경우 2000원 안팎이면 된다. 처음엔 배달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교체지점을 늘려가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얘기를 하다보니 이들이 빨간색을 왜 싫어하는지 의문이 풀렸다. 항상 배터리가 충전돼 있는 만땅의 상태, 즉 녹색이 마이쿤의 상징 컬러다. 그래서 배터리가 방전된 빨간색이 싫다는 거다. 

 현재는 주로 B2C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B2B도 추진하고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 “통신사나 제조사와 제휴를 맺을 수도 있어요. 고객에게는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회사들로부터 돈을 받을 수도 있죠.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내놓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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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문자를 보낼 때 말투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상대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직장 상사나 부모님께 문자를 보낼 때와 친구나 동생에게 문자를 보낼 때 말투는 물론 내용이 다른 것도 당연하다. 애인과 대화를 나눌 때는 물론이다. 문자만 그런 게 아니다. 상대방에 따라 당연히 대화나 행동이 달라진다. 

 스캐터랩은 오고가는 문자 대화 속에 담긴 감정을 분석해내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그냥 재미있게, 가볍게 즐길만한 서비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회사의 대표는 아주 진지하다. 소소한 일상생활상의 고민 해결 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거대한 데이터를 구축, 컨설팅 보고서를 만들어 다양한 관계에 대한 피드백과 조언을 하고 싶다는 것.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다.

◆음악청년의 창업 도전

대학시절 그는 음악청년이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다만 사업을 시작한 후 바빠서 미처 예전만큼 활동을 못할 뿐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03학번인 김종윤 대표는 밴드활동도 하고, 자신이 만든 음악웹진도 운영하는 등 음악에 푹 빠져서 살아왔다. 그가 운영한 음악웹진 이름은 ‘스캐터브레인’. 지금 회사 이름 스캐터랩도 여기서 유래가 됐다. ‘scatter’는 ‘뿌리다’는 뜻을 갖고 있다. 자신의 생각이나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을 세상에 뿌리고 확산시키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밴드활동을 하면서 그는 외교부에서 인턴 생활도 했다. 외교부의 대외적인 행사와 관련된 홈페이지 관리, 온라인 홍보 등의 일을 했다고 한다. 낮엔 인턴, 밤엔 공연을 하는 생활이 계속됐다. 체력도 좋다. 그가 활동한 밴드의 이름은 매드라마(MAD LLAMA). 라마는 동물 이름이다. 왜 이런 이름으로 했을까. 좀 쌩뚱맞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더니 김종윤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라마가 좋아요. 뭔가 세상을 초월한 포스가 있는 동물이에요.”  그의 말을 듣고 문득 에버랜드에서 봤던 라마의 모습을 떠올려봤다. 글쎄. 그러고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취향도 특이하다.

 그는 음악이 좋았고 음악을 계속 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런데 대학에서 들었던 수업 하나가 그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경영학과에 입학했지만 사회학을 복수전공으로 했어요. 사회학 수업이 재밌더라구요. 사회학 강의를 더 열심히 들은 것 같아요.”

 대학 4학년때 들은 사회학 수업은 팀을 짜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게 과제물이었다. 그때 그는 문자와 감정의 상관관계에 대한 프로젝트를 했다고 한다. 아무 주제나 해도 됐을텐데, 왜 하필 이런 어려운 주제를 했을까. “여자친구와 문자를 주고받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특정 감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문자에는 분명히 감정이 담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죠. 여기까지는 당연한 건데, 이걸 문자나 글에 대한 의미분석을 통해 파악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 거죠.”

 일단 다양한 감정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수집할 필요가 있었다. 당시 과제물을 할 때는 설문조사 방식으로 사람들의 문자메시지를 수집했다.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상황에 따라 어떤 문자를 보내는지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데이터수집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끄럽지 않은 서비스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에게는 친한 친구 2명이 있다. 중산고등학교 동기동창들이다. 셋은 2011년 8월 스캐터랩을 창업했다. 때마침 정부의 예비기술창업자 프로그램에 선정돼 7000만원의 지원금도 받게 됐다. 이 자금은 이들의 시드머니가 됐다. 

 그가 생각한 서비스의 특징은 개발을 외주로 맡길 수 없다는 점. 서비스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축하느냐, 얼마나 기술력이 뒷받침되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핵심을 외부에 맡길 수는 없다. 친구들이 개발을 맡았다. 2012년 3월에 서비스를 오픈했다. 서비스명은 텍스트앳(TEXTAT). 

 베타서비스 개념으로 시작했는데 어느날 어떤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가면서 갑자기 하루 방문자 수가 급증했다. 동시접속자 수가 평소에 20명에서 30명 수준이었는데 이날은 2000명을 넘어섰다. 하루 방문자 수도 평소의 100배에 가까운 7만명에 달했다. 감당이 안 됐다.

 “갑자기 방문자 수가 늘어나니깐 우리 힘으로 감당할 수가 없더라구요. 이래선 안되겠다 싶었어요. 우리 서비스가 데이터를 많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인데 앞으로 이런 일을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봤죠.”

 그런데 개발자를 구하는 것이 이들에게 너무나도 큰 과제였다.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베테랑급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스타트업에 올까? 우선 이런 의문이 든다. 게다가 실력이 있는 개발자야 있겠지만 서로 신뢰하고 뜻이 맞으면서 창업과 개발이라는 힘든 과정을 함께 할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가 오늘날 서비스를 출시하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분명 답을 찾았기 때문. 그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사무실 근처에 다음커뮤니케이션 출신 프로그래머 두 분이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걸 알게 됐어요. 처음엔 조언을 구하려고 찾아갔었죠. 대용량 데이터 처리하는 것에 대해 조언을 구하려고 했는데요. 서로 말도 잘 통하고 마음도 맞는 것 같았죠. 그래서 아예 팀을 합치기로 했어요. ”

 여러가지로 다 갖춰졌는데 만족할 만한 서비스가 나오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부끄럽지 않게 서비스할 수 있는, 그런 품질을 갖추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군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개발을 할 수록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이 계속 등장했어요.”

 무엇보다 유사한 사례가 없어서 참고할 게 없다는 게 이들을 가장 괴롭게 했다. “답이 있을까. 이걸 생각하면 힘들었어요. 견딜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계속 됐죠. 아마 친구들이라서 같이 의지하면서 일을 계속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세상에 없던 감정분석 서비스

텍스트앳은 문자나 대화 메시지의 내용을 통해 보낸 사람의 감정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다. 주로 연애중인 남녀 사이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지만 꼭 그런 경우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여러가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간에 오고가는 수많은 메시지에 숨어있는 감정을 찾아내는 것은 유희로서도 훌륭하다. 분석을 통해 나에게 중요한 어떤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꽤나 유용한 일일 것이다. 재미도 있고, 새로운 시도라는 뜻에서 김 대표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세상에 없던 감정분석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물론 특정 느낌을 검색하거나 문장 속의 뉘앙스, 감정 등을 분석하는 서비스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텍스트앳은 방대한 DB를 구축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

 현재로선 이게 얼마나 정확할 것인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일단 초기단계에서는 사용자들이 재미있어하고 반응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그리고 알고리즘이 보다 정교하게 되면 결과가 점점 유의미해질 수 있다. 스캐터랩은 이미 대화 DB를 6억건이나 구축했다고 한다. 

 이미 유료 모델도 만들었다. 텍스트앳 앱을 다운받고 대화 메시지를 통해 감정을 분석하는 것은 무료다. 하지만 상담을 받으려면 아이템을 구매해야 한다. “상담분석 서비스를 7월말에 출시했는데요, 처음에 단순 상담을 해 줄 때에 비해 분석 서비스가 나온 뒤 매출이 2배로 늘었어요.”

 현재 회원은 40만명에 달한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창업을 한 김종윤 대표. 그런데 그는 오히려 창업을 하려고 마음먹고 했으면 지금보다 더 힘들었을 것 같단다. “사실 친구들하고 처음 시작할 때 그냥 ‘재밌는 거 한번 만들어보자’ 이런 생각을 하고 회사를 차렸어요. 창업을 같이 하자는 개념이 아니었죠.”

 음악청년이었던 그는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음악을 창작하고 공연을 하는 것과 비슷한 희열을 느낀다고도 했다. “밴드를 하면서 자작곡도 쓰고, 앨범도 내고 그랬어요. 누군가 나의 창작물을 돈을 내고 사는 것에 희열을 느꼈죠. 그런데 창업도 마찬가지더라구요. 힘들지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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