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르다 고가의 전자제품이나 유아용품을 사려고 마음먹었을 때. 최저가를 검색해본 적이 있었다. 아니, 상품 정보를 찾다가 자연스럽게 최저가 정보에 눈길이 간 자신을 봤다고나 할까. 이왕이면 같은 상품이라면 누구라도 싸게 사고 싶을테니까.

그런데 막상 상당히(!) 싼 가격이 눈에 띄길래 해당 사이트를 들어갔다가 대단히 실망을 한 경우가 있었다. 최저가라고 했지만 사실 기본적인 옵션조차 없는 깡통 제품이어서 필수적인 옵션을 더할 경우 가격이 확 뛰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경우엔 공식 수입사에서 수입한 제품인줄 알았는데 병행수입품인 경우도 있었고, 동일한 제품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버전이 한 단계 낮은 제품인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살짝 속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결국엔 믿을 만한 사이트나 과거 구매 경험이 있는 사이트에서 구매를 하는 식으로 마무리를 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품번이라는 스타트업은 인터넷에서 정확한 최저가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회사다. 믿을 수 있는 최저가 정보를 제공하자. 이런 목적을 갖고 출발한 품번의 박영호 대표를 만났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길을 찾다

품번이 무슨 뜻일까.

품목 번호의 약자에요.” 박영호 대표의 대답이다.

그러지 않을까 예상은 했었지만, 정말 그렇구나.” 순간 그런 생각이. 왜 회사 이름이 품번일까. 박 대표는 어쩌다 창업을 하게 됐을까. 이것을 알기 위해선 이번에도 역시 약간 시계를 뒤로 돌려야 한다.

동국대 경영학부 07학번인 박 대표는 취직준비를 하던 중 친구들하고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처럼 창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처음엔 그저 사이트나 하나 만들어볼까 하고 시작했던 일이었다. “원래 취직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친구들하고 음식점, 카페 이런 정보를 찾다가 불편한 게 많다는 걸 알게 돼서 관련 정보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하나 만들어볼까했죠.”

그래서 지금 거기라는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가려고 하는 식당이 지금 자리가 있는지, 예약은 가능한지, 언제 오픈하는지 등등. 친구 세 명이 모여 홍대앞, 신촌, 이대 지역의 노래방, 음식점, 약국 등 각종 업소 정보를 취합했다. “거리를 직접 다니면서 3000개나 되는 간판을 일일이 사진을 찍었어요.”

간판 사진을 찍은 이유는 실제 영업을 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가장 좋기 때문이다. 네이버 검색만 하더라도 약간의 시차가 존재한다. 간판을 내리더라도 네이버 검색 정보에는 상당기간 남아있기도 한다. 1000개나 되는 정보를 DB화 했다고 한다. 이 작업을 하려고 친구 셋이서 닷새동안 밤을 세워서 작업을 했다.

지역을 강남쪽으로도 넓혔다. 강남에는 업소가 더욱 많았기 때문에 일은 점점 더 불어났다. 그냥 업소나 음식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예약을 대신 해주는 일도 했다. 몸으로 뛰어야 하는 일이었다. 어떤 음식점의 경우 예약을 받지 않는데 고객의 요청 때문에 직접 식당 앞에서 가서 줄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특히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실시할 때는 추운 겨울날 고객의 요청으로 몇 시간이고 식당 앞에서 기다리다가 자리를 잡기도 했다.

제가 생각했던 그런 창업이 아니었어요.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고 기존 서비스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선 시작하긴 했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몸이 상할 것 같아 이 비즈니스를 접은 박영호는 새로운 분야에 눈을 돌렸다.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쇼핑에서 길을 찾은 것이다.

최저가를 검색하다가 잘못된 정보를 얻은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정말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쇼핑을 하면서 최저가를 찾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이걸 제대로 할 수 있으면 고객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거죠.”

이번엔 그는 이런 생각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렸다. 응답이 왔다. 중소기업청에서 하는 스마트벤처창업학교 지원금을 받는데 성공했다. 씨엔티테크의 전화성 대표로부터 사업 전반에 대한 멘토링도 받고 있다.

<품번 창업멤버들. 오른쪽 끝이 박영호 대표>

최저가 개인화서비스

박영호 대표는 올초 품번을 설립하고 지난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름처럼 그야말로 제품번호, 즉 시리얼 넘버로 최저가를 알려주는 것이다. 제품의 시리얼 넘버는 고유한 번호이기 때문에 이 글의 서두에서 지적했던 오류가 나오지는 않는다. 즉 소비자들은 같은 제품인 줄 알지만 미세한 옵션 항목에서 차이가 있는, 그런 착오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각의 고유한 제품 번호에 따른 최저가를 크롤링 방식으로 찾아내 제공해준다. 이를 위해선 개발자가 필수다. 카이스트 전산학과 출신의 권순형이 CTO(최고기술책임자)가 됐고, 숭실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양희찬과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출신의 김애영이 개발자로 합류했다. 사실상 창업자 4명 전원이 개발이 가능한 인재들이다.

최저가 정보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 박 대표는 세 단계를 구상했다. 우선 네이버지식쇼핑의 정보를 크롤링하는 것. 2차로 다나와, 에누리, 티몬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의 정보를 크롤링하는 것. 마지막으로 옥션 지마켓 등 기존 대형 쇼핑사이트의 정보를 크롤링하는 것이다. 현재는 우선 1단계를 시작했지만 향후 확장을 통해 세 단계를 거치면 어떤 사이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정확한 최저가 정보가 완성된다는 게 그의 설명.

품번은 이런 최저가 정보를 푸시 방식으로 알려주고 있다. 미리 가격대와 선호하는 브랜드, 상품군 등을 설정해 놓으면 최저가 정보를 개개인에게 푸시 방식으로 알려준다. 최저가 알림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이 그가 최근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

사실 최저가라는 것도 파다보면 끝이 없는 분야에요.”

“?”

어떤 카드를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중요시하는 할인 방식에 따라, 쇼핑 성향에 따라 각자의 최저가가 다 달라질 수 있거든요.”

맞는 말이다. 그래서 최저가에 대한 오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래서 박 대표는 개인에 따라 최적화된 최저가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최저가의 끝판왕 서비스를 꿈꾸는 것이다.

수익모델은? 물론 당연하게도 쇼핑으로 연결되고 구매를 하면 수수료 등을 받을 수 있는 구조는 나올 것이다. 그 외에도 최저가 정보,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 등을 DB화해 이를 통해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는 방안도 고심중이라고 한다. “타겟팅한 광고도 가능할 거에요. 그러면 소비자들에게는 광고가 아니라 좋은 상품정보가 될 수 있죠. 최저가 정보를 정교하게 구축하면 스팸이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정보가 가능하거든요. 사람들이 모두 애타게 찾고 있지만 잘 해결되지 않았던, 최저가 정보 문제를 해결해보겠습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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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자동차를 구매하고 난 뒤 자동차와 관련해 (운행을 뺀다면)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물론 주유다. 그 다음으로는? 아마 세차일 것이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 어떤 이들은 주유 못지 않게 잦은 빈도로 차를 씻고 닦을 수도 있다.

이처럼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만 세차는 뜻밖에 부수적인 서비스 정도로 여겨진다. 주유소에서 하는 기계식 세차, 정비소에 비싼 정비를 맡겼을 때 해 주는 손세차 등은 모두 근본적으로 세차를 끼워팔기 내지 덤으로 얹어주는 서비스 정도로 처리하고 있다. 부수적인 서비스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세차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 이가 팀와이퍼의 문현구 대표와 창업멤버들이다. 세차가 그저 차를 닦는 행위가 아니라 거대한 자동차 관련 시장에 진입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이들은 생각했다. 그들의 이런 생각이 얼마나 적중할까. 어찌됐든, 이들은 이미 이런 생각을 어느새 현실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뛰어든 엔지니어

동국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인공지능으로 석사 과정을 마친 문현구는 LG유플러스에서 사회 생활을 했다. 20031월에 입사해서 20157월까지 일을 했으니 12년하고도 6개월이 넘게 직장 생활을 한 셈이다.

그가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것은 2010년께 LG유플러스에서 최연소팀장이 되면서다. 그 덕에 중앙 일간지에 보도가 될 정도였다. 당시 그는 회사 내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었다. 통신 회사가 통신망 서비스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는게 그의 주장이었다. 마침 당시 탈통신을 외치고 있던 이상철 부회장의 뜻과 맞았다. 누구보다 빨리 팀장이 된 그는 LG유플러스의 최초의 SNS 서비스인 와글의 기획총괄을 맡았다.

결과적으로 이 서비스는 성공을 하지 못했지만 그는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큰 조직 내에서 서비스를 개발할 때 생기는 문제들, 소비자의 수요를 조사하는 방법 등 다양한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통신분야 업무만 할 때는 알지 못했던 IT업계의 새로운 인물들을 다양하게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Connected Car 분야에서도 일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커넥티드 카란 기본적으로 자동차에 통신기능을 달아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사 입장에서야 자동차가 됐던 뭐가 됐던 통신기능에만 주력하면 되겠지만 그는 자동차 자체에도 관심이 많았다. 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았던 SNS와 자동차라는 그가 가진 두 경력의 접점이 생기는 시점이다.

문제의식은 어느날 문득 생겼다. 2014년 세차를 하러 손세차장을 찾았다가 셀프세차의 문제점과 어려움을 처음 느끼게 된 그는 관련 시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셀프 세차를 하려면 가능한 곳을 찾아야 하고, 가서 힘들게 세차를 해야 하고 번거로운 일이 많쟎아요. 처음에 이걸 편하게 하는 방법이 뭐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딜리버리(Delivery)를 생각했어요. 셀프 세차족보다는 손세차 시장 전체를 보면 뭔가 될 것 같았죠.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니 그걸 이미 했던 사람이 있더라구요.”

그는 이 분야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확신이 들지 않았다. 회사를 나와 새로 시작할 만한 가능성과 가치가 있을까. 그가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선 몇가지 확인 작업이 필요했다.

三顧草廬

자기보다 앞서서 이것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는 무작정 그 사람을 찾아 나섰다. 이승윤이라는 사람은 서초구의 한 자동차 정비업소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세 번을 찾아갔죠.”

세 번이라는 숫자만큼이나 그가 이승윤 이사를 만나 함께 창업을 하는 과정은 유비가 제갈량을 삼고초려했다는 삼국지의 일화와 유사하다. 처음에 찾아갔을 때 이승윤 이사는 정비업소에 없었다. 문 대표는 엉뚱한(?) 사람을 붙들고 얘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 딜리버리 세차, 이런 거 하시죠.”

약간 시큰둥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데요.”

고객들의 평가가 어떤가요. 만족해하나요

뭐 그거 한번 한 사람은 계속 그 서비스를 받으려고 해요.”

시큰둥한 반응은 좀 뜻밖이었지만 대답의 내용은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거 되는 서비스구나. 일단 첫 만남은 썰렁하게 이 정도로 끝내고 그는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왔다.

며칠 뒤. 문 대표는 다시 그 정비소를 찾았다. 그리고 그때 만났던 나이 지긋한 실장님을 찾았다. 문 대표는 당시만 해도 그 실장이 딜리버리 세차 서비스를 총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회사를 나갔다는 얘길 듣게 된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아니 어떻게 그새 사라졌을까.”

혹시나 해서 딜리버리 세차 서비스를 누가 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그 정비업소 사장이 한다는 거였다. 한쪽 구석에서 사장이라기보다는 젊은 정비공처럼 보이는 왠 청년이 뛰어나오며 자신이 사장이란다.

둘은 금새 말이 통했다. 문 대표는 딜리버리 세차의 필요성과 이를 IT 솔루션으로 편리하게 구현하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이승윤은 이미 해 본 경험과 소비자의 니즈를 확실하게 알고 있었고 세차장 네트워크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험을 통해 IT 기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두 번째 만남에서 확신을 갖게 된 그는 세 번째로 이승윤을 찾아가 식사를 같이 하면서 그가 하려는 사업의 모델을 설명했다고 한다. “왠만한 VC 앞에서 발표하는 것보다 더 많이 준비하고 가서 긴장하면서 한 것 같아요.”

이승윤이 합류하면서 그는 이 사업으로 새출발을 하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물론 이 사업에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지만, 대기업에서 앞으로 그가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할 지에 대해 확신과 비전을 발견하지 못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된 것 같다. 20153월이었다. 그리고 이때쯤 창업멤버들이 잇따라 합류하게 된다.

<팀와이퍼 창업멤버 및 직원들. 가운데가 문현구 대표. 왼쪽부터 이새봄, 이철림, 문현구, 임석영, 이승윤>

완벽한 팀

SK플래닛, SK커뮤니케이션즈, 소프트맥스 등에서 게임과 각종 기능성 앱 히트작을 개발한 경력이 있는 한원식이 CTO(최고기술책임자), 엔씨소프트와 포스코ICT 등의 경력을 지닌 임석영 전 마이후 창업자(대표)CSO(최고전략책임자)로 합류했다.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만나 사업을 같이 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LG유플러스에서 와글 사업을 하면서 같은 SNS 업계에서 일한다는 인연이 이들을 모이게 했고 결국 공동창업으로 이어졌다.

이분들이 없었어도 어떻게든 창업을 하긴 했겠죠. 하지만 아마 제대로 시도도 못해보고 좌초되지 않았을까싶습니다. 개발과 기획, 전략과 업계 네트워크 및 세차 사업 노하우까지 골고루 갖춘 그야말로 최적화된 팀을 만들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행운인 것 같아요.”(문현구 대표)

이들은 우선 기존 손세차의 어려움과 불편함을 해소하는게 초점을 맞췄다. 손세차의 어려움은 우선 따로 특별히 시간을 내야 한다는 점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차를 가지고 갔다가 갖고 다시 나와야 한다는 것도 불편한 요소. 세 번째로 셀프 손세차의 경우 가격은 저렴하지만 힘이 들고, 세차장에 맡기는 손세차는 힘은 들지 않지만 가격이 제법 비싸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어려움은 딜리버리 세차에 IT를 접목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즉 세차를 원하는 손님에게 주문을 받아 담당자가 가서 차를 받아 몰고 온 뒤 세차장에서 세차를 해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과거 이승윤 이사가 혼자서 이 서비스를 할 때 어려웠던 점은, 충분한 세차장을 확보하지 못했고 인력이 부족했기에 고객들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부분이 제일 컸다. 고객들은 수시로 연락이 오지만 이를 컨트롤하지 못한 것이다. 고객들의 수요와 세차 현황, 과정 등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정리해줄 수 있는 IT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세 번째 문제의 경우 완벽한 해결은 어렵다. 셀프 손세차에 비해 확실히 힘은 들지 않지만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다. 물론 그래도 세차장에 맡기는 것보다는 더욱 편하다. 차를 알아서 가지러 오고 갖다 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승윤 이사가 없었다면 사업 초기부터 난관에 부닥쳤을 거라는 게 문 대표의 말이다. 이 사업의 핵심이 곧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세차장을 확보하는 것과 차를 이동시키는 탁송이다. 두 가지 모두에서 이승윤 이사는 경험을 갖고 있다.

세차는 시작일 뿐

팀와이퍼의 딜리버리 세차 서비스는 최근 서울 서초구를 중심으로 우선 시작했다. 서초구에 세차장 네트워크를 우선 확보했기 때문이다.

서비스명은 와이퍼. 말 그대로 닦아주는 서비스다.(철자는 약간 다르다. 서비스명 와이퍼의 스펠링은 Yper.) 앱을 실행하고 세차 시간을 선택한 뒤 세차서비스를 지정하면 카매니저가 고객이 있는 장소로 와서 차를 받아간다. 차 상태를 미리 휴대폰으로 다 찍어서 분쟁의 소지를 없애고, 세차가 끝나면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차를 가져다 준다. 물론 아직까지는 서초구에서만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지역 내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조만간 강남, 송파, 분당, 판교 등지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셀프 세차를 하면서 불편을 겪어봤거나, 차를 세차장에 맡기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이 기본 타깃 고객이다. 불편함은 줄이면서도 차를 세차장에 직접 갖고 가 맡기는 것과 가격 차이를 없애 경쟁력을 높였다. 하지만 이들만이 타깃은 아니다. 기계식 세차를 하는 사람들, 차를 맡기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타깃이 될 수 있다.

차를 맡기는 걸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저희는 모든 과정을 고객이 모니터링 할 수 있고 차량을 어떻게 운송하는지 전 과정을 고객이 지켜볼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맡길 수 있습니다.”

팀와이퍼는 세차에 최종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 세차는 하나의 단초가 될 뿐. “자동차 관련 서비스 중에 사실 주유를 제외한다면 꾸준히 오는 고정적인 손님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세차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어요. 정비분야는 한번에 큰 돈이 들 수 있지만 꾸준히 오는 손님을 잡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반면 세차는 단골을 다수 확보할 수 있죠.”

즉 팀와이퍼는 세차를 자동차 관련 서비스의 출발점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 같다. 수입차 딜러와 계약을 체결하면 신차를 구매하는 고객을 위한 세차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한두번 이용해 본 고객이 맘에 들어한다면 장기적인 단골 손님이 될 수도 있다. 자동차 수리 및 정비나 보험 관련한 창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정말 이런 큰 그림이 세차라는 사소한(?) 단초에서 시작될 수 있을까. 그들의 세차 서비스는 이미 시작됐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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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현 스테이즈(Stayes) 대표를 아는 사람들(특히 대학 친구들과 후배들)은 그를 갓병현이라고 불렀다. 오타가 아니다. 이름 앞에 성() 대신 갓(God)을 붙여서 이렇게 부른다. 물론 엄청나게 과장됐거나 또래문화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담겨 있겠지만 뭔가 대단히 잘하고 능력이 출중하다는 뜻 아닐까.

사실 이런 식의 별명이 공개되는 것이 자칫 선입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또 그가 자신의 분야에 대한 실력을 어느 정도 쌓았는지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볼 때 하여간 도전정신 하나는 출중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뭐든 할 수 있는 그 또래를 생각할 때 그의 이런 점이 별명과 연결되지 않았을까 싶다.

중국에서 시작한 첫 번째 사업

그는 중국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그것도 학생 때. 중국에는 왜 갔고, 중국에서 왜 하필 사업을 시작했을까.

고대 영문학과 06학번으로 입학한 학생 이병현은 처음엔 넓은 세상, 다른 세상을 보고픈 마음에 해외 연수를 가기로 마음먹게 된다. 그는 우선 2010년 영국으로 갔다. 그리고 이어서 중국에 가서 또 1년을 보냈다. 2년씩이나 해외에서 보내다니.

무엇을 하고 살아야할까.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뭐 이런 생각을 사실 많이 했어요. 영국에서 이런 고민을 할 때만 해도 그냥 고민 차원에서 머물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중국에 가서 뭔가 좀 달라졌죠.”
그각 중국에 갔을 때는 2011. 당시엔 한국에서도 이미 창업붐이 일고 있던 시절이지만, 중국 역시 그에 못지 않았다. “창업을 하고 인생이 바뀐 사람들을 보니까, 도저히 한국에 돌아가서 그냥 취직할 생각이 들지 않더라구요.”

그는 중국에서 바로 창업을 했다. 쉽게 말하자면, 일종의 중국판 배달의 민족과 같은 일이었다. 중국어에 능통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선 한인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한다. 웹사이트는 외주로 제작해서 만들고, 배달을 해주는 음식점들과 한인들을 연결해주는 일이었다.

중국에서도 배달이 활성화돼있다 봐요?”

그럼요. 중국은 오히려 배달이 일상적이에요. 한국보다 더하다고 할 수도 있어요. 이를테면 이런 거에요. 5층짜리 건물에서 5층 고시원 같은 곳에 사는 학생이 1층에 있는 편의점에 전화해서 담배 하나 주문하면 그걸 갔다 주는 식. 특별히 뭐 이걸 대단한 배달서비스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당연히 갖다 줘야 하는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온갖 물품을 다 배달하고 사람들이 그것에 아주 익숙해져있어요. 배달에 대한 기대도 높고요.”

그의 말을 듣고 보면, 한국이 딱히 배달 분야에 있어서 독특한 문화를 가진 곳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 것 같다. 심지어 학교 밖 식당에서는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음식을 만들어서 가져다주기도 했다고 한다.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한인만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한계가 있었다.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아쉬움을 안은 채 그는 귀국길에 올랐다. 2012년이었다. 그의 영국과 중국을 거친 2년의 해외 생활도 끝났다.

<스테이즈 창업멤버들과 직원들. 뒷줄 가운데가 이병현 대표. 그 왼쪽 옆이 조철 이사.>

급증하는 외국인에서 발견한 기회

귀국해서도 창업에 대한 그의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이젠 좀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중국에서 낯선 문화와 언어로 고생을 했지만 한국에서는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는 인사이더스(Insiders)라는 학회에 들어갔다.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학생들 중 창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함께 하는 실전창업학회였다. 여기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기획을 해 본 그는 2012년 하반기에 비저너리스(Visionaries)라는 팀을 만들었다. “리워드앱을 만들어서 데모데이에 발표도 해 보고, 여러 가지 아이템을 정말 다양하게 만들어봤어요.”

뚜렷하게 실적이 나오는 건 없었다. 그러다 문득 그는 2년 동안 한국을 비웠다가 돌아오니 풍경이 좀 달라졌다는 점에 생각이 미쳤다. 뭘까. 외국인이 많이 늘어난 게 그동안의 변화였다. 지하철에도, 백화점에도, 길거리에도 예전보다 외국인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 같았다. 특히 중국인이 많았다. 학교에서도 중국인 학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사람들은 한국에 오면 어떤 생활을 할까. 우선 숙박이 가장 문제겠지. 어디서 어떻게 숙식을 해결할까. 이게 그가 처음 생각한 문제였다. “숙박 시장을 한번 알아봤어요. 그런데 단기 숙박이나 장기렌트, 2가지 옵션밖에 없더라구요.”

대체로 맞는 말이다. 단기, 즉 한 달 이내로 머무는 사람은 모텔이나 호텔을 이용하고 1년 이상 거주하는 사람은 월세나 전세로 아예 집을 마련하게 된다. “그런데 2,3개월 머무르는 사람은 숙박시설을 구하기 쉽지 않아요. 보증금없는 고시원 같은 곳을 구할 수도 있지만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으면 너무 허름하고 시설이 좋지 않은 곳에서 지내야하죠. 외국인들이 상당히 불편해하는 것 같았어요.”

그의 이런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고려대에서 미디어를 전공한 중국인 조철씨 역시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구할 곳을 찾지 못해 고시원에서 거주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그는 한국에 3개월 어학연수를 하러 들어왔기 때문에 기간이 애매했다.

학교에서 만난 이병현과 조철은 이 분야에서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44월 처음 아이디어를 구상해 그해 10월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머물 곳을 제공해준다는 뜻에서 회사 이름과 서비스명을 스테이즈(Stayes)로 지었다.

당신의 편안한 하루를 케어해드립니다

스테이즈는 호텔이나 모텔을 이용하기엔 오랜 기간 체류하고, 그렇다고 월세나 전세를 구하기엔 기간이 짧은 그런 사람들을 최초 타깃으로 설정했다. 처음엔 관련 시장이 있나 확인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이들은 우선 방3개를 빌려 에어비앤비에 올렸다고 한다. 월 개념의 지불 방식을 도입했는데 보증금과 월세 수준을 비슷하게 맞췄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0만원. 이런 식이다. 보증금을 확 낮춘 대신 월세가 일반적인 렌트하우스에 비해 좀 비싸다. 대신 깨끗하고 편리한 환경을 구축하려고 했다.

처음엔 중국인 공동창업자인 조철 이사가 QQ메신저를 통해 중국 업체들, 커뮤니티 등과 접촉을 했다. 커뮤니티에 정보를 올렸는데 사람들이 제법 왔다. 사업이 된다고 판단한 이들은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스파크랩스 4기에 지원을 했다.

시작할 땐 회사 돈으로 방을 빌려 이를 다시 빌려주는 형태를 취했지만, 손님이 점점 늘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오피스텔이나, 레지던스 등을 보유하고 있는 집주인 중에서 집을 놀리고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이들과 함께 하면 유리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들과 계약을 맺고 숙박 손님을 꾸준히 모셔오면 되는 일이다.

미니멈 스테이 기간을 14일로 잡았어요. 1년 이상 장기 체류도 가능하죠. 처음엔 방 3개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몇백개 수준의 방을 확보했어요. 레지던스 24개와 제휴도 했구요. 지금은 손님의 90% 이상이 중국인이에요.”

장점은 회사 차원의 방 관리. 호텔 수준으로 방 관리를 해 주면서도 호텔에 장기체류하는 것보다 싸고, 무엇보다 자기집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구조 자체가 일반 집이기 때문. 한국에 처음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을 집으로 안내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스테이즈에 올라온 방 예시>

고객을 무조건 나가서 맞이할 것. 그리고 방까지 안내해주고 친절하게 설명할 것. 이게 스테이즈의 원칙이다.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첫경험을 좋게 가져가야 이들이 다시 오지 않겠냐는 것. 중국인인 조철 이사가 대다수인 중국인 고객을 응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손님이 늘면서 중국인 직원 채용을 늘려가고 있다.

일단 이들의 체류를 위한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스테이즈 역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업의 본질을 숙박서비스에서 외국인을 위한 데이케어서비스로 확대하겠다는 것. 청소나 세탁 등 이들이 한국에 중장기 체류하면서 아주 필요하지만 선뜻 맡기기 어렵거나 외국어, 낯선 문화로 인해 불편한 일들을 해결해줄 수 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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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살 때나 사업을 할 때, 사람들은 돈을 빌린다. 큰 돈을. 물론 자동차를 사거나 도박을 하거나, 투자를 할 때 돈을 빌리는 사람들도 있다. 살면서 항상 이렇게 큰 돈만 필요한 건 아니다. 수백만원이 부족해 돈을 융통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마다 사정은 다르고, 여러 가지 이유로 다양한 규모의 돈을 필요로 한다.

수요자는 이처럼 다양한데, 한국에서 대출 시장은 딱 2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사채를 제외한다면, 금융권과 비금융권이 전부다. 금융권에서도 은행에서는 시중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저축은행으로 가면 대출금리가 갑자기 20%로 치솟는다. 물론 비금융권(대부업체)에서는 비교도 안되는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사실 이 문제를 그리 골똘히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렌딧의 김성준 대표는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물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생각하고 조사를 한 결과 그는 새롭게 도전할 수 있게 됐다. 관심과 집중의 놀라운 힘이다.

올라웍스 출신 연쇄창업가

201110월의 어느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김성준 대표를 처음 봤다. 당시 그는 스타일세즈(Stylesays)라는 스타트업을 미국에서 갓 창업한 시점이었다.

인텔에 매각된 유명 벤처기업 올라웍스 창업멤버였던 그는 카이스트(산업디자인) 재학중 선배들과 창업을 해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성공을 거둔 인물이었다. 재학중 창업을 했던 그는 퇴사를 한 뒤 복학해 졸업을 했고 스탠포드대학교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하지만 내가 그를 봤을 때는 이미 학교를 중퇴하고 다시 사업에 뛰어들었던 시점이었다.

당시 그는 상당히 조심스러워했다. 사업이 초창기였기 때문이었으리라. 보여줄 만한 서비스가 나오기 전에 언론에 노출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는 것 같았다. 4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 다시 그를 만났을 때 그때의 일이 화제가 됐다.

잘 안됐어요.”

왜 그랬을까요.”

처음엔 커뮤니티 기반으로 시작을 했죠. 나중엔 사용자를 모아서 커머스를 하겠다는 거였는데 사이즈가 너무 안나왔죠. 30만명 정도? 그 정도 커뮤니티 인원 갖고는 커머스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더라구요. 물류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도 어려웠구요. 2014년까지 이것저것 시도를 해 보면서 변화를 모색했어요. 그런데 의미있는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그 시점에서 고민이 되더라구요. 계속 피봇을 할 건지, 아니면 여기서 접을지.”

고민을 하던 그는 한국에 들어왔다. 자금이 없어 대출을 받으러 은행을 찾았던 그는 한국의 대출 시장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서 그는 기회가 있음을 알았다.

<렌딧 창업멤버. 왼쪽부터 김유구 이사, 김성준 대표, 박성용 이사.>

신용등급 3-7등급 위한 7%대 대출상품

은행에 갔더니 대출이 아예 안되더라구요. 한국을 떠난지 5년이 넘으면서 신용 정보가 없다는 거에요. 그건 이해가 됐죠. 그런데 그 다음 선택지가 없더군요. 저축은행을 가던가, 대부업체로 가야했어요. 저축은행을 갔더니 대출금리가 20%를 훌쩍 넘더군요. 대부업체는 물론 더하구요.”

그는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렇게 터무니없는 이자를 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미국 경험이 있는 그는 미국의 대출서비스 렌딩클럽(P2P 대출 서비스 세계 1위 업체)에 접속했다. 7%대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나왔다. 서류 수십장에 싸인을 해야 하는 한국의 은행 대출과도 확실하게 달랐다. 클릭 몇 번이면 7%대 금리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대출 시장이 이상하다고 판단했다. 4-5% 금리의 대출 시장과 20%대 금리의 대출 시장밖에 없을까.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 역시 똑같은 의문을 갖게 됐다. 대부업체의 폭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선 대부업체는 고비용 고위험 사업을 한다는 측면이 있다. 신용등급 8,9,10등급에게도 대부업체는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개인 파산 위험이 높다. 추심업자, 전문가 등을 고용해야 하고 돈을 떼일 위험도 높다. 그렇기 때문에 고금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거의 독점적인 사업을 영위한다는 이유도 있다. 굳이 저금리로 하지 않아도 장사가 된다는 뜻이다. “국내 대부업계를 보면 대부분 일본계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축적한 경험이 많고 전문가를 다수 보유한 일본계 업체들이 한국 20조원 신용대출 시장 중 5조원을 가져가고 있는 거죠.”

저축은행이 20%대 대출 상품을 고수하는 것은 운영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지점을 만들어 관리하는 비용이 들고 지점운영에 따른 인력이 소요된다. 비효율적인 것은 은행 등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수백개에 달하는 지점 운영, 부동산 비용, 인건비, 각종 상품 개발비 등이 든다. 대출을 받으려면 창구를 방문해 수십개의 서류에 싸인해야 하고 신용카드도 만들고 적금도 들어야 한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귀챦은 과정이 너무 많다.

그는 렌딩클럽과 같이 한국에서도 7%대 대출이 가능하다고 봤다. 은행권과 달리 이런 오프라인의 번잡함이 없다.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대부업체와도 차별화된다. 리스크가 높은 8,9,10 등급보다는 신용등급 3등급에서 7등급까지가 주된 타깃이다.

신용등급 평가 등 차별화

자 그럼 여기서 물어봐야 한다. 어떻게 렌딧은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걸까. 아무리 지점 비용 등이 들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떻게 은행이 돈을 빌려주지도 않을 신용등급 6등급, 7등급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 줄 수 있을까. 그리고 빌려주는 돈은 어디서 날까.

주지하다시피 대부업체들은 은행에서 5% 저리에 돈을 빌린다. 그리고 그 돈을 저신용자에게 빌려주면서 30-40%대의 금리를 받는다. 그 대신 리스크를 짊어지는 구조다. 렌딧은?

렌딧은 투자 형식을 취했다. 18개월에 8.4%의 투자수익률이 나오는 상품을 만든다. 36개월짜리는 수익률이 10%에 달한다. 이 상품에 외부 투자자들이 투자를 한다. 이렇게 투자를 받은 돈으로 렌딧은 대출을 해 준다. 가장 신용이 좋은 사람에게는 4%대에서 시작해서 상환능력, 신용등급 등에 따라 금리가 조금씩 달라진다. 투자금은 대출자 한 사람에게 몽땅 가지 않는다.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여러명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이 돈을 여러 대출자에게 나눠서 대출해준다. 이 부분이 최근 생겨나고 있는 다른 P2P대출업체와 구별되는 점이다.

렌딧은 신용등급에 대한 구분이나 이들에 대한 분석에 있어서도 기존 은행권 등과 차별화된 방법을 쓰고 있다. 우선 NICE등 신용평가 회사로부터 받은 수많은 자료 중 10가지 기준만 갖고 10등급으로 나눈 은행들에 비해 렌딧은 100가지 항목을 활용한다고 한다. 신용등급을 100단위로 분석하는 셈이다.

은행에서는 7등급인 사람에게는 신용대출을 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렌딧에서는 그 사람의 신용 변화를 봅니다. 9등급이었다가 7등급으로 오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렌딧에서는 대출이 가능합니다.”

렌딧 사이트에 가입해 이뤄지는 행동도 분석한다. 예를 들어 무조건 최대치로 빌려서 최장기간에 갚겠다고 하는 사람은 좀 무계획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신중하게 금액과 기간 등을 조정해가며 고민하는 사람은 상환능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사람의 행동패턴을 연구해 그 사람에 대한 금리 결정시 적용하는 것이다.

SNS 등에 대한 분석도 하는 등 한층 정교화할 계획이다. 술을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 평소에 어떤 생활 패턴을 보이는 지, 오타가 많은지, 밤에 항상 포스팅을 하는지 등이 주된 체크 대상이다. 미국의 대부업체들은 이런 차이에서만 상환능력이 15% 달라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식의 정교한 작업을 하려면 이걸 할 만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렌딧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은 김 대표의 스탠포드 대학원 동기이며 통계학을 전공한 인물이다. 삼성화재에서 보험 고객의 위험도를 평가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등 이런 분야의 업무에 특화돼 있다. 또 한 명은 콜럼비아 대학원에서 국제금융을 정공하고 삼성화재에서 자산운용 경력이 있는 금융전문가다.

김 대표는 일단 3-7등급의 서민들을 위한 합리적인 대출 시장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다. 현재 1회당 평균 대출금액은 1800만원이고 대부분 대환대출이다. 즉 기존 높은 금리에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대출을 갈아타는 유형들이다. 평균 대출 금리는 8.44%. 가장 낮은 금리는 4.5%. 가장 높은 금리는 15%. 그는 향후엔 부동산 담보대출 쪽으로도 진출할 생각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대출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미국에서 한 해 신용대출로 나가는 금액 규모가 70조원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20조원에 달해요. 인구 규모나 경제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엄청난 시장인 거죠. 그런데 이 시장을 저축은행과 은행권, 대부업체들이 다 갖고 있습니다. 서민을 위한 합리적인 중간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외국의 P2P대출 모델을 그대로 한국에 들여와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틀은 유지하되 한국 시장의 특성에 맞는 상품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우리는 이 시장을 잡을 겁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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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라는 공공기관이 있다. 이름처럼 어떤 기술이나 제품이 기준에 맞는지, 제대로 작동을 하는지를 테스트하고 검증해서 인증을 해 주는 기관이다. 제품이 오류없이 작동하고 기대했던 대로의 품질을 내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은 제품 자체를 잘 만드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할 것이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이런 기관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런 작업은 공공기관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민간 차원에서도 비슷한 검증은 필요하고 이를 해 줄 곳이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은 별 재미는 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아주 필수적인 일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테스트(Test) 분야의 사업 기회에 일찌감치 눈을 뜨고 창업에 나선 권원일 대표가 한국의 스타트업 193회 주인공이다. 게다가 그는 벌써 두 번째 창업에 나선 연쇄창업가다.

SW 테스트 전도사

사실 테스트 분야에서 창업을 한 사람이 권원일 대표가 유일한 것은 아니다. 아마 맨 처음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는 최소한 국내에서는 이 사업의 중요성을 가장 빨리 깨달은 사람 중의 하나였다.

1993년 뉴질랜드로 어학연수를 떠났던 권원일 대표는 현지 유학으로 전환하고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대학에서 경영정보학과를 졸업하게 된다. 1997년이었다. 한국에 들어와서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진학한 그는 IT Management 분야에서 석사를 딴다.

석사학위를 마치고 그가 들어간 직장이 한국 정보통신기술 연구의 산실이라는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ETRI에서 그가 처음 맡아서 하게 된 일이 바로 테스트였다. 왜 그런지 그는 테스트에서 어떤 운명적인 것을 느낀 것 같다. 테스트의 중요성, 테스트의 미래에 대해 하도 설파하고 다녀서 소프트웨어 테스트 전도사로 불렸다고 한다.

사람이 한 분야에 관심이 생기면 공부도 더 하고 싶고, 그 분야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듣고 싶고, 뜻이 맞는 사라들끼리 모여서 토론도 하고 싶고, 그런 거다. 권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시험 분야 일을 하면서 재미를 느낀 그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관심이 있을지도 궁금했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에 커뮤니티를 하나 만들었다. 이름 하여 스텐(STEN). Software Testing Engineer Network의 약자다. 만들자마자 수백명이 몰려드는 것을 보고 자신의 생각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여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자신이 관심이 있어서 커뮤니티를 만들었지만 이로 인해 그의 인생도 바뀌는 결과가 온 것 같다.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계속 활동을 하고 사람들과 토론하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면서 그 분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지식이 넓어지면서 여기서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2002STA컨설팅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소프트웨어 테스팅 분야 전문기업으로 출발했다. 소프트웨어테스팅 컨설팅과 교육, 테스트 아웃소싱 및 실행서비스, 테스트 자동화 서비스, 테스트 관리 솔루션을 제공했다. B2B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급격하게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성장하면서 소프트웨어 테스팅 컨설팅 분야와 교육 분야에선 업계 1등 회사가 됐다.

회사는 순항했지만 권 대표에겐 뭔가 갈증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시장의 변화에 따른 변화와 새로운 도전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실험을 하기 위해선 컨설팅과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STA컨설팅이라는 조직은 적합지 않았다.

글로벌 크라우드테스팅 플랫폼 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확산, IoT의 발달 등 환경이 변화되면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었다. 앱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직접 접하는 소프트웨어가 늘어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시장이 확대되는 것에 따라 당연히 소프트웨어 출시에 앞서 완성도를 테스트하려는 수요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새로운 시장의 테스트는 기존 테스팅 관련 조직이나 인력풀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의 반응을 알기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테스팅이 필요한 경우 상당한 테스팅 인력이 있어야하는데, 이를 조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수시로 테스팅이 필요한 경우도 늘고 있는데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려웠다. 테스트를 하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면 그때마다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구조. 콘크릿이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 이유다.

콘크릿은 크라우드 방식의 테스팅을 제공한다. 10년 넘게 운영해온 커뮤니티를 통해서 충분한 인력도 갖춰 놓고 있는 상태. STEN을 통해 확보된 전문 테스터만 해도 26000여명에 달한다. 본래 STEN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엔지니어거나 테스팅에 관심이 많거나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국내 최고의 전문인력들을 최대로 확보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

방식은 어렵지 않다. 잠재적인 고객이 앱이나 서비스, 홈페이지 등을 개발하면서 테스트 대상 서비스와 기간, 인력 등을 명시해 요청하면 크라우드 방식으로 테스터를 모집해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 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쇼핑몰 서비스가 각 항목의 기능이 잘 작동하는지, 여성들의 수요나 필요에 맞게 서비스가 운영되는지 등을 알아보고 싶다면 이런 테스트를 할 수도 있다. 물론 10년 넘게 테스팅 관련 컨설팅을 해 온 노하우를 살려 테스팅 방법 자체에 대한 대응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권 대표는 이렇게 하면 우선 테스팅 비용이 절감된다고 했다. 그때그때 필요한 인력을 고용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적의 인력을 쓰기 때문에 고객 만족도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더 큰 장점은 글로벌 테스팅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유럽 지역에 진출하려는 서비스가 유럽 지역의 테스터들을 대상으로 테스팅이 가능하다는 것.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콘크릿 공동 창업자로 합류한 스튜어트 리드(Stuart Reid) 박사 덕분. 글로벌 소프트웨어 테스트 컨설턴트인 리드는 국제 소프트웨어 테스팅 자격시험인 ISTQB의 초대 회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해당 분야에서 30년이 넘는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콘크릿의 공동 창업자이자 CTO(최고기술책임자)로 함께 일하고 있다. 그의 다년간의 네트워크와 노하우로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 글로벌 테스팅 플랫폼을 꿈꿀 수 있게 됐다는 것.

세계 시장을 무대로 앱을 출시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회사라면 반드시 테스팅이 필요할 겁니다. 해외의 네트워크 상황이나 한국과 분명히 다를 낯선 환경에서 이게 제대로 돌아갈지 당연히 검증해야 하거든요. 그걸 가장 잘 할 수 있는 회사가 콘크릿입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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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그를 찾아간 날 이문주 그리드잇 대표(당시엔 모두의 지도 대표인 줄 알고 갔었다)의 사무실은 이사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그가 설립한 모두의 지도와 윤치훈 대표가 설립한 그리드잇(Greedeat)은 회사를 합쳤다. 그리드잇이 합병법인의 이름이 됐고 이 회사의 대표이사 사장은 종전 이문주 모두의 지도 대표가 맡았다. 각각 지역 정보 서비스와 음식 정보 SNS를 표방했던 두 회사는 합쳐지면서 음식큐레이션 서비스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드잇 팀 사진. 앞줄 왼쪽 두번째가 이문주 대표. 상당히 다소곳하게 보이게 사진을 찍었지만 이런 모습이 이들의 본 모습은 아닐 것이다.>

뮤지컬배우를 꿈꿨던 청년

흰 와이셔츠에 곱슬머리. 하얀 얼굴과 잘 어울리는 동그란 뿔테 안경. 처음 만난 이문주 대표의 모습에서 흔히 생각하는 창업자의 면모는 잘 떠오르지는 않았다.(물론 창업자에게 어떤 특별한 전형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흔히 말하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뭔가 사무직이 아닌 예술 쪽에 살짝 발을 걸쳤을 법한 분위기가 풍겼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07학번으로 입학한 이문주 대표는 대학 초기 뮤지컬배우를 꿈꿨다고 한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어디서 그런 분위기나 나왔는지 약간 이해가 갔다. 아하~

대학 내내 뮤지컬 동아리 활동을 했다는 그. 하지만 하면 할수록 그 분야에서 대성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느냐,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느냐에서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선회한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고 뮤지컬을 사랑했던 청년의 진로가 본격적으로 달라진 것은 2012. 당시만 해도 그는 뮤지컬 관련 일을 포기하고 취직 자리를 알아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심리학과 선배들의 밤에 갔다가 창업을 한 선배를 만났다고 한다. 난생처음 창업가를 만난 이문주. “그 선배의 창업 스토리를 듣다보니 정말 너무 재미가 있더라구요. 인턴을 한번 해보지 않겠냐는 말씀을 듣고 그 회사에 가서 인턴을 했죠.”

벤처기업에서 일한 경험은 그에게 새로운 자극을 줬다. 20131학기에 그는 창업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 창업 관련 수업을 신청해 들었다. ‘캠퍼스CEO’라는 수업이었다. 이 수업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확신이 없었지만 수업을 들으면서 창업의 과정과 요체를 배우면서 그의 마음은 창업쪽으로 기울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그런 기회가 찾아왔다.

우연처럼 시작된 창업

밤늦게 스터디 가능하고 흡연 가능한 그런 카페 어디 없을까?”

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던 이 대표. 그는 조건에 맞는 카페를 찾다가 정말 찾기가 힘들다는 걸 알게 된다. “고대 근처에 분명 이런 곳이 있을텐데, 어디에서도 이런 조건에 맞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불편하니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자이러면서 시작이 됐죠.”

처음엔 고대 근처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311월이었다. 모두의 지도의 탄생이었다. 그해 연말에 그는 고려대 창업경진대회에 나가서 이 아이템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하게 된다. 자신감이 붙었다. 고대 근처에서 서비스를 하면서 반응도 좋았다. 서비스를 확장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신촌으로 갔다. 소비자들이 더 많은 곳으로 진출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난관에 부닥쳤다. “고대엔 음식점, 카페가 600개인데, 신촌에는 2000개가 넘더라구요. 이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DB화하는게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기술 개발이 절실했다. 개발을 위해선 자금이 필요했다. 때마침 한 대기업 계열 투자회사에서 투자 타진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의 생각처럼 빨리 진행이 되질 않았다. 투자 진행이 지지부진해지면서 회사는 어려움에 빠졌다.“외주 개발도 하고, 저축해 놓은 돈도 꺼내서 쓰고. 닥치는 대로 회사 비용을 대기 위해 애를 썼죠. 근근이 버틴 거죠.”

다행히 길이 열렸다.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으로부터 씨앤티테크의 전화성 대표를 소개받아 조언을 들으러 갔다가 덜컥 투자를 받게 된 것이다. 불과 5PT에 투자가 결정됐고 신속하게 이뤄졌다. 대기업에서 하는 투자 과정과는 완전히 달랐다.

전화성 대표는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있었다. 이 중에는 오늘 뭐 먹지를 서비스하고 있던 그리드잇도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왔다.

음식분야의 피키캐스트

모두의 지도는 다양한 조건의 검색을 가능하게 해 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는 것을 서비스하면서 이 대표는 알게 됐다. 그 콘텐츠를 그리드잇은 충실하게 갖춰 놓고 있었다.

본래 그리드잇은 페이스북 페이지 형태로 오늘 뭐 먹지를 오픈해 288만명에 달하는 팬을 확보하고 있었다. 모두의 지도와 결합하면 조건에 맞는 다양한 장소를 검색하면서 음식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모여서 하려는 게 뭔가를 먹기 위해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안성맞춤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물론 그는 단순히 지도와 콘텐츠를 연결하는 것에 그치지는 않을 생각이다. 우선 콘텐츠를 보강한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200명을 확보한 상태인데 더 많이 모아서 맛집 정보와 레시피의 방대한 정보가 올라오는 음식 분야의 피키캐스트를 지향하고 있다. 즉 정보를 좀 더 맛깔나게,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콘텐츠의 형식도 다양화한다. 영상, 카드뉴스, 포스팅 등 다양하게 만들어 자체 개발한 앱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를 통해 배포할 계획이다. MCN(멀티채널 네트워크) 사업도 더욱 확대한다 .자체 스튜디오를 만들어 스타들과 음식 관련 영상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 뭔가에 꽂히면 미친 듯이 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대학 시절 뮤지컬과 아카펠라에 꽂혔고, 그 뒤 창업의 세계에 들어와 좌고우면하지 않고 돌진해 왔다고 했다. 뭔가 하나를 하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게 자신의 성격이란다. 그가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고 생각한 것은 음식 분야였다.

인터넷 시대와 모바일 시대에 수많은 음식 관련 서비스가 나왔지만 아직도 오늘 점심때 친구들과, 연인과, 가족과, 동료들과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은지, 어디에 좋은 식당이 있는지, 어떻게 쉽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지의 문제는 해결이 되질 않았쟎아요. 그리드잇이 그 오래된 문제를 한번 풀어보렵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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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 시장은 매우 특이하다. 우선 정보가 대단히 제한돼 있으며, 중개인을 끼고 거래를 해도 돈을 떼이거나 사기를 당할 우려가 있고, 거래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시장(인테리어, 청소 등)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정보 제한과 돈을 떼일 가능성은 엄청난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 중 상당수는 허위 매물이거나 가격이 잘못된 경우가 허다하고 중개업소마다 가격이 달라 시세보다 비싸게 살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중개업소에 주는 수수료도 법적으로 정해져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고무줄이다. 게다가 잘못되면 돈만 날릴 수도 있다.

어쩌다 이런 시장이 존재할 수 있을까. 주식시장이든, 차를 사고 팔든, 쇼핑을 하든, 물건을 사고 팔 때 개개인의 판단 실수로 나쁜 물건을 구입하거나 가치 대비 고가에 샀다가 손해를 보거나, 회사가 망해 손실을 보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예 정보가 제대로 없어서, 중개인을 믿기가 힘들어서 거래하기가 힘든 곳은 부동산 거래 분야 외에 다른 예를 찾기 힘들다.

시장이 엄청나게 왜곡돼 있다는 생각을 당연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워낙 전문가들의 영역인데다 규제가 많고 기존 기득권자의 입지가 탄탄한 곳이라 파고들기가 쉽지 않은 분야다. 이런 분야에 한 컨설턴트 출신 창업가가 도전했다. 그의 목표와 비전은 단순하지만 명확했다. 이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시장에 확실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믿고 거래할 수 있게 해 주며, 가격 부담도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부동산다이어트 김창욱 창업자가 한국의 스타트업 191회 주인공이다.

어긋난 계획, 뜻밖의 기회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05학번인 김창욱은 졸업 후 액센추어라는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다. 컨설팅 회사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퇴직 후 자영업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이들이 예정된 실패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본인이 창업에 관심이 많았기에 이런 주제를 파고들었던 것 같다.

창업을 하지만 사실 경험이 없쟎아요. 그 분야를 잘 알지도 못하고. 그러니까 성공 하기 힘들죠. 이런 사람들이 몇 개월 학습을 하면 어떨까. 왜 이런 서비스는 없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는 전국을 다니면서 공실을 찾았다고 한다. ? 창업 공간을 임대하는 사업을 구상했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커피숍 창업을 꿈꾸는 퇴직자가 있다고 하자. 창업 모의 공간을 빌려서 실험적으로 석 달 정도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물론 이 공간을 빌리는 게 공짜는 아니다. 당연히 유료로 빌리는 것이고 공간 뿐 아니라 필요하면 각종 컨설팅이나 조언도 해 준다. 커피숍 사업을 실험적으로 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미리 알 수 있다. 이게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는 차치하고, 일단 김창욱은 이런 과정이 창업 실패를 줄이는데 일조하리라 생각한 것 같다.

창업 공간 임대사업을 하기 위해선 우선 단기 임대가 가능한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그런데 이런 공실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공실을 구할 수가 없으니 사업을 진행하는 게 처음부터 벽에 부닥쳤다. 그렇다고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

부동산 정보에 대해 고심하던 시기에 그는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된다. 2013년초 신혼집 마련을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 가계약금 20만원을 걸어놓고 왔다. 그런데 그 다음날 찾아갔더니 그 물건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버린 것이다. 공인중개사는 가계약금 20만원을 다시 돌려줬고, 그는 불쾌한 마음이 들었지만 가계약금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그냥 그 중개업소를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게 있었다. 가계약도 민법상 계약이기 때문에 사실 그 중개업소는 계약을 위반한 것이다. 어쨌든 이런 경험을 겪으면서 그는 부동산 시장을 주의깊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시장이 상당히 왜곡돼 있다는 것, 그것을 제대로 바꿔놓을 근본적인 시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창업 공간 임대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그걸 제대로 해 보려면 왜곡된 부동산 중개 시장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여기서 시작했습니다. 결국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안하면 나중에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불편을 겪어야 하니까요.“

<부동산다이어트 창업멤버들. 왼쪽 첫번째가 임성빈 대표. 두번째가 김창욱 대표>

창업이란 거절의 연속

하지만 그는 바로 창업에 뛰어들진 않았다.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니 컨설팅 회사만 다녀서 벤처 기업 경험이 없고, 인맥도 부족한 데다 시간도 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44월 다니던 엑센추어를 나온 그는 피키캐스트에 입사하게 된다. 급성장하고 있던 피키캐스트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좋은 자양분이 된 것 같다. 여기서 개발자와 스타트업 업계 사람들을 만난 것은 결국 그의 창업 과정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일단 창업을 위해선 사람이 필요하다. 그는 자신의 군대 선임을 찾아갔다. 신도리코 세일즈맨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군 제대 후에도 계속 연락을 했다고 한다. 왜곡된 부동산 중개 시장에서 뭔가 해 보려면 그 역시 이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형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좀 따요.” 군 선임인 임성빈 대표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 마음을 먹고 불과 몇 개월만에 해냈다.

문제는 개발. 부동산 중개를 온라인에서 하고, 믿을 만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한다는 큰 틀은 잡았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구현할 지가 문제였다. 처음엔 외주 개발사에 일을 맡겼다. 잘 될 턱이 없었다. 결국 피키캐스트를 다니면서 알게 된 개발자를 영입해 CTO(최고기술책임자)로 삼았다.

서비스는 2월에 나왔다. 서비스명은 부동산 다이어트. 부동산 중개 수수료의 가격 거품을 확 빼주겠다는 뜻에서 만들었다.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명함 1만장을 찍어서 길거리에서 무작정 나눠줬다. 이름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달력도 제작했다. 5000개를 만들어 잠실 일대에서 뿌렸다.

소수의 인원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우선 잠실 지역을 타깃으로 삼았다. 이 지역에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거래도 많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서비스를 안착한 후 영역을 확대한다는 생각은 합리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고객층을 확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달력을 나눠주고, 명함을 주고, 차별화를 알려주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하기 일쑤였다. “창업이란 게 거절의 연속인 것 같아요. 그런 거절에 흔들리면 사업을 할 수가 없죠. 수많은 거절을 당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혼탁한 부동산중개시장 바꿔보겠다

그가 발견한 부동산 중개 시장의 문제점은 크게 3가지였다.

우선 객관적인 정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 그 이유는 대부분 부동산 정보라는 게 아파트 등 지역 단지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정보를 올려놓고 포털 등에서 정보 검색을 할 수 있지만 상당수 허위 정보와 뒤섞여 있어서 진짜 정보를 판별하기 어렵다. 가격 정보는 더욱 믿기 힘들다. 대략의 변화 수준 정도만 참고할 뿐이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지역 장사에만 매몰돼 좁은 시장을 놓고 경쟁을 하다 보니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잘 작동되지 않고 있고 그러다보니 중개업소마다 갖고 있는 정보의 수준 차이가 심할 수밖에 없다.

중개업자들이 잘 모르는 집을 소개하는 경우도 많다. 집주인의 말만 듣고 그냥 집 정보를 올려놓는다. 집주인에게 채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해도 지금까지 장사가 돼 왔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다는 이유도 있을 것 같다.

정보 전달의 왜곡도 심하다. 심지어 내가 친하지 않은 중개업소에게는 자신이 갖고 있는 매물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 일도 허다하다.

거래가 안전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매년 5000건 이상의 부동산 중개 관련 사고가 터진다. 거래 상대방이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기도 하고 부동산 중개업소가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심지어 집 주인이 아닌 사람이 버젓이 주인인양 거래를 한 뒤 돈만 챙겨서 달아나는 일도 있다.

수수료 역시 만만치 않다. 최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자발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하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이것은 시장이 워낙 침체된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온 것일 뿐이다. 부동산다이어트 창업팀은 부동산 거래시 발생할 위험 가능성, 불확실한 정보 등에 비해 중개 수수료 등이 너무 비싸다고 판단하고 있다. “집값 상승기에는 중개 수수료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훨씬 더 큰 돈을 집 값 상승으로 벌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중개업소에 내는 수수료도 상당한 부담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부동산다이어트는 수수료를 대폭 낮췃다. 부동산 소유자가 매매를 의뢰한 지 2주가 지나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개 수수료가 무료다. 2주 안에 거래가 성사되도 0.3% 저렴한 수수료를 받는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직접 매물을 확인하고 해당 매물을 사진도 직접 찍었다. 매물 확인도 철저하게 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서류와 실 소유자를 철저하게 확인하는 작업도 한다. 수수료는 무조건 카드로만 받는다. 그만큼 투명하게 운영하고 신뢰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잠실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당연히 전국 서비스를 꿈꾸고 있다. 기존의 다른 부동산중개업소처럼 지역 단지 매물에 붙잡혀 있을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2월에 첫 거래가 이이뤄지고 하루에 2000명 가량의 사용자가 부동산다이어트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 투명하고 안전한 거래. 그러면서 부담없는 중개 수수료. 이들이 꿈꾸는 부동산 중개 시장의 혁신이 언제 가시화될까. 그리고 그런 시도가 기존의 부동산 중개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까.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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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프레스 조은형 대표는 정말 아이디어가 많은 듯 했다. 짧은 시간 만나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그는 반짝이는 눈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풀어냈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인 법. 아이디어가 아무리 많아도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선 예상치 못한 도움과 상당히 힘든 결단이 필요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결국 모험과 도전의 세계로 간 것은 물론 창업자 본인의 강력한 의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경우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었다. 먼저 창업을 한 선배들의 눈빛. 직장인들과는 다른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었던 그는 자신도 기꺼이 모험을 택했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싶다

한동대학교 기계전자공학부 95학번으로 입학한 조은형은 대학 시절 전공보다 부전공에 더 관심이 많았고 그쪽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그의 부전공은 전산학. 결국 그는 부전공인 전산학을 특기로 졸업후 20036LG전자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입사하게 된다.

그는 처음에 당시 뜨고 있던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사업부에서 펌웨어를 개발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정말 재밌었죠. 제가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작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랬고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희열을 느꼈던 것 같아요.”

2년 뒤에는 LG전자 특허센터로 옮겼다. 아이디어를 내놓고 토론하고 가능한지 여부를 점검하고 실제로 만들어보는 것을 좋아한 그의 모습을 보고 회사에서 부서를 바꿔줬다는 게 그의 설명. 그의 적성에 맞았던 것 같다. 그는 이 부서로 옮기고 9년을 더 일하게 된다.

변화의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평소 그는 여러 아이디어를 보고서로 만들어 타당성을 검증받고, 제품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특허를 출원하고, 유지관리를 하거나 소송 및 라이센싱 업무도 그의 몫이었다. 평소처럼 보고서를 만들던 그는 휴대용 키보드가 상당히 불편하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휴대용 키보드엔 마우스가 따로 없쟎아요. 달려 있으면 제품이 커지죠. 달려 있어도 실제 사용하기엔 많이 불편하구요. 자판을 마우스처럼 쓸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해 회사에 보고서를 작성해 제시했다. 2012년의 일이었다. 당시에 그가 생각한 것은 광학터치패드. 키보드를 터치패드처럼 쓸 수 있게 키보드의 좌우 측면에서 손가락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적외선레이저를 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그의 아이디어는 회사에서 거절당했다. 센서가 너무 커서 제품을 만들었을 때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그는 이 아이디어가 이렇게 그냥 사라지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애착이 가는 아이디어였다.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그 시점부터였을거에요. 자신을 돌아봤어요. 항상 아이디어를 보고서로 만들었지만 좀 답답했어요. 페이퍼워크만 하지 말고 진짜 제품을 만들어보고픈 생각이 든거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다 다룰 줄 알았던 그는 프로토타입을 직접 만들어봤다. 혼자서 2012년 창업진흥원에 지원해 우수창업사례로 선정됐다. 3000만원 지원금을 받아 디자인과 설계 작업에도 들어갔다.

그들은 눈빛이 달랐다

그런데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본격적으로 창업에 모든 것을 걸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만들고 싶은 제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썩히지 말고 직접 만들어보자는 수준이었다. “대학시절부터 창업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는 조은형.

그의 이런 방향성이 달라지게 된 1차적인 계기는 물론 광학키보드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결심하던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못지 않게 중요한 계기는 창업가들의 모임에서 나왔다.

고벤처포럼에 갔어요. 거기서 창업을 했거나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의 발표를 들었죠. 정말 놀랐어요.”

뭐에 놀랐나요?”

눈빛이 다르더라구요. 그들은 눈빛이 제가 회사를 다니면서 본 사람들하고 달랐어요. 열기도 대단했죠. 저는 그 전에는 한번도 그런 열기를 느껴본 적이 없었거든요. 열기에 완전히 압도됐어요. 그런 사람들하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는 창업가들의 면면에 또 한 번 놀랐다. “뭔가 대단한 백그라운드가 있거나 학벌이 있거나 엄청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창업을 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제가 창업을 염두에 두고 회사생활을 한 게 아니어서 그런지 깊이 그쪽의 정보를 알지 못해서 그런 것도 있었겠죠. 그런데 어쨌든 전혀 그렇지 않더라구요. 그전까지는 나같은 사람이 무슨 창업을 하냐이런 생각도 좀 있었는데 그들을 보면서 내가 못한 게 아니라 안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이런 결론을 내렸죠.“

20146. 조은형은 회사를 나와 새로운 자신의 일을 시작했다. 회사명은 이노프레소. InnovationEspresso의 결합이 만든 조어다. 기술(이노베이션)과 감성(에스프레소)의 조합이라는 뜻이라는 게 그의 설명. 기술혁신을 통해 감성을 움직이는 기업이 되겠다는 기업 철학 담겼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혼자서 시제품을 만들어보는 등 고군분투하던 그는 올초 최초의 투자자를 만나게 된다. 담담사무소의 양시호 대표를 만나 사업에 대한 조언을 구하던 중 뜻밖에 엔젤투자를 하기로 한다. 디자인 회사인 담담사무소는 투자 뿐 아니라 기술지원 및 브랜드 구축 작업도 함께 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브랜드 모키(Moky)가 탄생했다.

저는 그냥 모션키보드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이를 모키라는 브랜드로 만들자고 제안을 해 주셨죠.”  LG전자 협력사인 Go2Units의 도움도 받았다. 디자인전문인 이 회사는 모키의 디자인을 도왔다.

모키는 휴대용 키보드다. 다만 다른 점은 키보드 자판 자체가 마우스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센서를 터치하면 자판 기능이 마우스 기능으로 바뀐다. 자판 위를 손가락으로 쓸면 마우스처럼 화살표가 움직인다. 마우스에서 키보드로 자유자재로 기능이 바뀔 수도 있고 고정해서 쓸 수도 있다. 마우스 때문에 휴대용 키보드를 쓰지 않는 사람들을 겨냥한 일종의 틈새 시장을 노린 제품이다.

예비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다. 3만 달러의 펀딩을 계획하고 인디고고(INDIEGOGO)에 올렸는데 1주일만에 170%를 달성했다. IT 국내 최대 컨퍼런스인 월드IT(WIS)에 제품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모키는 이대로 제품이 출시되면 특히 여성들의 관심을 끌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다만 시제품을 사용해본 바로는 아직까지는 손가락의 움직임 인식에서 약간의 시차가 발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적인 펀딩을 통해서 제품 양산을 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하는 게 이 회사의 첫 번째 계획.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판매망을 확보하는 것은 그 이후의 일정이다. 물론 그에 앞서 제품을 더 작고 예쁘게, 그리고 터치패드마우스처럼 편하게 쓸 수 있게 고도화하는 작업이 우선되야 할 것 같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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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에서 대략 한 달쯤 모자란 지난 201378일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의 근황에 대해 블로그에서 다룬 적이 있다. http://limwonki.com/586 (2년 전 스토리가 궁금하신 분들은 이 글을 참고하시는게 좋을 것 같다) 그때 그가 새롭게 시작한 그의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를 나중에 다시 다루겠다고 약속(?)했었다. 이 약속 아닌 약속을 (혹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최근 고산 대표를 만나면서 생각이 났다.

당시 나는 그를 미완의 우주인으로 소개했었고, 그는 타이드인스티튜트라는 회사를 경영하며 창업가들을 지원하고 있었지만 뭐랄까..내가 이 코너에서 기록하고 있는 스타트업과는 사뭇 달랐다. 그래서 나는 그를 게스트라는 이름으로 소개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뒤로 불과 2년이 지났지만 그는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사실 이미 그때부터 그런 변화가 시작됐지만 이것이 구체화돼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정도가 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어쨌든 그는 이 기간 동안 당시 그가 암시하는 듯 말했던 계획들을 하나씩 실행해나가고 있었다. 돕는 일을 그만두진 않았지만 자신 역시 직접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때도 무르익었다. 어느 덧 이백 회를 향해 치닫고 있는 한국의 스타트업 일백여든아홉 번째 주인공은 에이팀벤처스의 고산 대표다.

창업가의 시대가 왔다

지나가는 말처럼 나는 그에게 언제부터 창업을 생각했는지물었다. 언제쯤부터 이런 생각을 구체화하기 시작했고 행동에 옮겼는지 궁금해서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할 때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 답변도 있었다.

뜻밖에도 그는 창업을 하고픈 마음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의외였다. “저는 창업이 아니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정책에 주로 관심이 있었으니까요.” 그의 답이 이어졌다.

이해가 갔다. 그는 우주인에 도전했던 사나이다. 지금도 여전하다. 그가 우주인에 도전했던 시절 과학기술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얘길 들었었다. 그래서 그는 케네디스쿨에 가서 공부를 했고 이후 과학기술에 국가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찾았다고 했다.

2011년에 그가 찾은 답 중의 하나는 창업지원이었다. 과학기술 분야의 창업에 대한 지원을 하자. 스타트업들의 초기 과정에서 아카데미나 컨퍼런스,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일을 해보자.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타이드인스티튜트(Tide Institute)였다.

뭔가를 시작하면 그로 인해 달라지는 일이 생긴다. 그의 경우가 그랬다. 그는 정책의 중요성에 일찌감치 주목했지만 타이드인스티튜트를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제는 창업가의 시대입니다.” 그의 말을 아주 짧게 요약하자면 이랬다.

예전에는, 특히 한국이 국가 주도로 발전을 하던 시대에는 관료의 시대였죠.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공무원들, 고위 관료들이 사실상 국가를 창업한 사람들이었고 그 사람들의 창업정신이 국가와 산업을 이끌어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제는 창업가의 시대가 됐습니다. 정책을 만드는 관료들이 아닌 창업가들이 세상을 바꾸고 국가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됐다는 걸 타이드를 하면서 알게 됐어요.”

그는 그래서 창업 지원도 보다 구체화하기로 했다. 팹랩(Fab Lab)을 만들었다. 제조업의 혁신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3D 프린터 등을 이용해 마음껏 시제품을 만들어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제조업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란 게 그의 기대였다. 그리고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갔다.

A Team Ventures

그런데 생각보다 별로 제조업에서 창업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더라구요.”

약간 실망했을까. 지금은 제조업 분야의 창업 기업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 당시엔 분명 그랬다. 여전히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분야의 창업에 비해 절대적으로 수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좋은 설비를 갖춰놓고 별로 이용하는 곳이 없으니 안타까웠을 터.

내가 직접 사용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실 느닷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본래부터 우주선을 만드는 일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었다. 2013년 크리에이터블랩스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3D 프린터 개발 및 제조에 나서겠다고 했다. 팀도 꾸렸다. 그런데 팀 구성원 간 지향하는 바가 조금씩 달랐다. 결국 20147월 팀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 회사 명도 에이팀벤처스로 개명했다.

3D 프린터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차원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3D 프린터는 이미 상당히 널리 퍼지고 있고 가격은 계속 낮아지고,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고가의 3D 프린터가 갖고 있는 장점을 살리면서 가격을 낮춰 대중화를 꾀하는 것. 그것이 에이팀벤처스가 하려는 것이었다.

에이팀벤처스는 지난해 이미 3D 프린터 시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5월에는 첫 번째 제품인 크리에이터블D2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도면을 저장한 컴퓨터와 USB로 연결하거나 SD메모리카드를 끼우면 내장된 프로그램이 곧바로 파일을 읽어 출력하기 때문에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사용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3D프린터는 일반 프린터의 잉크 역할을 하는 필라멘트를 녹여 한 층씩 층을 쌓아가는 방식으로 입체형상을 만들어간다. 때문에 층의 두께가 정밀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된다.

에이팀벤처스는 제품 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부 인터넷 판매 저가 제품 중에는 50만원 안팎도 있지만 고산 대표는 100만원~200만원 사이의 가격 대에서 최상의 품질을 만들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또 무선랜(WiFi) 기능과 스마트폰과의 연동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3D프린터의 성능을 확장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우주인의 꿈 21

3D프린터를 왜 만들까? 그런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이미 시중에 많은 업체들이 만들고 있고 상당한 고가부터 아주 저렴한 저가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라인업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면, 왜 굳이 에이팀벤처스에서 3D프린터를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그가 왜 3D프린터를 만들고 있는지는 다음 스텝을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 다음 스텝이 이달 중 나온다. 그는 3D프린터의 온라인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이달 중 서비스가 출시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

온라인플랫폼은 쉽게 말하면 3D프린터를 잘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3D프린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제품과 제조 가능한 품목 등을 올려놓으면 일반인들이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적절한 대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3D프린터를 개인적으로 쓰기 위해 샀지만 남는 시간에 놀릴 필요가 뭐가 있나? 그 시간대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주문을 받아서 대신 제품을 만들어주고 대가를 받으면 될 것이다.

자신의 3D프린터를 활용해 여러 가지 실험적인 제품을 만들어놓고 이를 판매하는 장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 플랫폼은 3D프린터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 그러면 이런 온라인플랫폼은 왜 만들까. 고산 대표는 제조업 혁명에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곧 상상도 못했던 제조업 혁명이 올 것이라 믿고 그것을 준비하고 있다. 3D프린터는 사실 아주 작은 출발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지고 사고방식이 바뀌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집에서 만들어 쓸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것.

그래서 그는 회사의 모토를 ‘Free People’s Creativity’라고 정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유롭게 하자는 것. 그래서 누구나 만들고 싶은 것을 마음껏 만들어볼 수 있게 하자는 것. 그 끝에는 그의 궁극의 꿈인 우주선이 있지 않을까. 우주를 향해 나아가고픈 과학도의 집념이 여전히 실행중인 것은 아닐까.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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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달라졌다. 제조업 분야에서 창업을 하는 ICT(정보통신기술) 스타트업이 많아졌다. 제조업 분야는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데다, 재고 부담이 있고, 유통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등 난관이 많기 때문에 젊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보통 인터넷·모바일의 서비스나 커머스, 게임과 같은 콘텐츠 등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엔 생소한 제조업 분야에 용감하게 뛰어드는 벤처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일백여든여덟번째 주인공인 에어의 윤철용 대표 역시 그런 케이스. 특히 본인의 전공 분야도 아니고 관련 경험도 없는데도 과감하게 낯선 분야에서 창업을 했다는 게 이채롭다. 그는 어떻게 이런 일을 가능하게 했을까.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하고픈 꿈

미 캘리포니아주립대(U.C. Berkeley) 경제학과에 재학중이던 학생 윤철용. 그는 당초 창업을 고민해본 적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가 미국에서 대학에 다니다 한국에 들어온 이유도 창업 때문이 아니라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원래 대학에 다닐 때는 회계사가 되고 싶었어요. 전공을 착실히 공부해서 그쪽 진로를 따라가는 거죠. 그런데 우연히 한국에 들어왔다가 인생이 달라지게 됐네요.”

물론 그가 아무 생각없다가 갑자기 창업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었다. 미국에서도 주위 친구들이 창업을 하는 것을 보면서 그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으리라. 한국에 들어온 뒤 한국의 창업 열기가 미국 못지 않을 뿐 아니라 창업 여건도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창업으로 이끈 실질적인 촉매제는 대기오염 문제였다. 한국에 들어와 대기오염, 특히 중국발 황사나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각종 문제가 야기되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다는 걸 알게 된 윤철용.

보통 모르는 분야의 새로운 지식이나 소식을 접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걸 알게 됐다는 것에 만족하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는 이 분야를 좀 더 파고들기로 했다. 20138월이었다.

특히 그는 대기오염에 가장 취약한 유아에 초점을 맞췄다. 유아들을 보호하는 서비스나 제품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관련 시장이 본격화되지 않아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어린이는 0세에서 3세에 가장 성장이 빠르고 이 기간 중에 면역력이 형성됩니다. 면역력이 아직 온전치 않다는 거죠. 그런데 유아들이 미세먼지를 방어할 방법이라고는 공기청정기가 있는 곳에서 실내활동을 하거나 마스크를 쓰는 것 외에는 딱히 대안이 없습니다. 마스크를 씌워도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아 불편하구요.”

관련 지식이 없었던 그는 관련 분야의 고수들을 찾아나섰다. 환경공학 등의 박사나 연구원을 만나기도 하고 인터넷 자료나 책을 뒤적이기도 했다. 굳이 이렇게 어려운 분야에서 일을 찾기로 한 것은 자신의 신념때문이라고 한다.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세상에 도움이 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가 만든 제품으로 대중이 건강해지고, 행복해지고, 밝게 웃을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사실상 사회적기업의 마인라고도 할 수 있지만 어쨌든 그에겐 의미있는 일을 하는게 중요했다. 그래서 무모하다싶을 정도로 본인이 알지 못하는 분야에 도전했다.

<에어 창업자 윤철용 대표(앉은 이)와 곽정오 이사>

하반기 중 기프트에어 기프트뷰 출시

아무리 열정과 오랜 기간의 학습이 있다고 하더라도 혼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스타트업 모임에서 만난 대기업에서 영업과 인사 등의 경험을 한 곽정오가 공동창업자가 됐다. 이 밖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전기전파공학 전공자, 디자이너 등이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201411. 그가 처음으로 창업 준비를 시작한 지 13개월여만에 대기오염 정도를 측정하고 유해성을 차단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가 출범했다. 법인명은 회사의 이런 사업목표가 반영돼 에어(Air Inc.)로 정해졌다.

창업자들이 갹출한 자본금으로 초기 제품 개발이 시작됐다. 윤 대표는 머릿 속으로 공부를 하고 고민을 하기보다는 실행을 통해 입증하는 방식을 택했다. 올초부터 제품 개발에 착수해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전문가들에게 직접 검증을 받았다.

에어의 첫 제품은 기프트에어. 기프트에어는 대기 중 유해물질을 차단하고, 측정해서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제품이다. 기존 공기질 측정기 및 유해물질 차단기는 대부분 실내에서 사용되거나 고정형으로 쓰인다. 에어가 개발중인 기프트에어는 휴대용으로 실외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야외에서 노출된 유해 물질 가운데 80%를 차단할 수 있다면 상품의 가치가 있다는 게 윤 대표의 판단.

그가 보여준 프로토타입 형태의 제품은 스마트폰의 절반 정도 크기로 유모차 등에 부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 제품을 부착하면 반경 55cm의 유해물질을 차단하게 된다. 물론 100% 차단하는 것은 아니고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는지도 아직은 검증이 되지 않았다.

당초 기프트에어 개발을 먼저 시작했지만 지금은 기프트뷰가 먼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프트뷰는 유아 체온의 변화를 모니터링 할 뿐 아니라 심장박동과 산소 포화도 등을 측정해 질식사 등의 사태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기기다. 건강에 이상이 있을 때 바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려주기도 한다. 유아용 기저귀 등에 부착하면 체온이나 유아의 상태를 측정한다.

윤 대표는 우선 이 제품을 다음달 중 출시하고 하반기에 기프트에어를 선보일 계획이다. 아직 본격적인 투자는 진행하지 않았고 제품이 나온 후에 투자 유치를 시작할 예정이다.

제품의 핵심은 공기질을 측정하는 기술과 이를 차단하는 물질로 보호막을 형성하는 기술이다. 보호막은 인체에 최적화된 에어이온으로 가능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 그런데 설명을 들으면서 (이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 그런 것 같지만) 아직까지 분명치 않은 부분이 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전문가들을 찾아가 물어보고 자신도 책과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는 등 공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전혀 생소한 분야인 대기오염도 측정 기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정말 이렇게 만들 수 있는 분야인가? 일견 보기엔 상당히 전문적인 분야인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별로 높지 않다는 뜻인가?

물론 자문을 구하는 정도로 문제를 다 해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회사 내부에 관련된 기술을 이해하는 인력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윤철용 대표는 전기전파공학 분야의 전문인력 등을 내부에 영입했고 본인도 1년 넘게 학습을 했다고 설명한다.

제조업 분야의 스타트업을 취재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이 기업이 만든 제품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쉽게 확인하고 수정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만들어갈 수 있지만 제조업의 경우 제작 시간, 비용, 재고문제 등으로 인해 이런 확인 과정을 거치기가 쉽지 않다.

학업을 중단하고 한국에 들어와 공기질 측정·유해물질 차단이라는 익숙치 않은 시장에 뛰어든 윤 대표가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다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안되는 것을 되게하려는 전투력과 의욕이 강점인 이 팀의 제품을 올해 안에는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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