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달라졌다. 제조업 분야에서 창업을 하는 ICT(정보통신기술) 스타트업이 많아졌다. 제조업 분야는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데다, 재고 부담이 있고, 유통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등 난관이 많기 때문에 젊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보통 인터넷·모바일의 서비스나 커머스, 게임과 같은 콘텐츠 등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엔 생소한 제조업 분야에 용감하게 뛰어드는 벤처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일백여든여덟번째 주인공인 에어의 윤철용 대표 역시 그런 케이스. 특히 본인의 전공 분야도 아니고 관련 경험도 없는데도 과감하게 낯선 분야에서 창업을 했다는 게 이채롭다. 그는 어떻게 이런 일을 가능하게 했을까.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하고픈 꿈

미 캘리포니아주립대(U.C. Berkeley) 경제학과에 재학중이던 학생 윤철용. 그는 당초 창업을 고민해본 적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가 미국에서 대학에 다니다 한국에 들어온 이유도 창업 때문이 아니라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원래 대학에 다닐 때는 회계사가 되고 싶었어요. 전공을 착실히 공부해서 그쪽 진로를 따라가는 거죠. 그런데 우연히 한국에 들어왔다가 인생이 달라지게 됐네요.”

물론 그가 아무 생각없다가 갑자기 창업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었다. 미국에서도 주위 친구들이 창업을 하는 것을 보면서 그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으리라. 한국에 들어온 뒤 한국의 창업 열기가 미국 못지 않을 뿐 아니라 창업 여건도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창업으로 이끈 실질적인 촉매제는 대기오염 문제였다. 한국에 들어와 대기오염, 특히 중국발 황사나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각종 문제가 야기되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다는 걸 알게 된 윤철용.

보통 모르는 분야의 새로운 지식이나 소식을 접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걸 알게 됐다는 것에 만족하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는 이 분야를 좀 더 파고들기로 했다. 20138월이었다.

특히 그는 대기오염에 가장 취약한 유아에 초점을 맞췄다. 유아들을 보호하는 서비스나 제품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관련 시장이 본격화되지 않아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어린이는 0세에서 3세에 가장 성장이 빠르고 이 기간 중에 면역력이 형성됩니다. 면역력이 아직 온전치 않다는 거죠. 그런데 유아들이 미세먼지를 방어할 방법이라고는 공기청정기가 있는 곳에서 실내활동을 하거나 마스크를 쓰는 것 외에는 딱히 대안이 없습니다. 마스크를 씌워도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아 불편하구요.”

관련 지식이 없었던 그는 관련 분야의 고수들을 찾아나섰다. 환경공학 등의 박사나 연구원을 만나기도 하고 인터넷 자료나 책을 뒤적이기도 했다. 굳이 이렇게 어려운 분야에서 일을 찾기로 한 것은 자신의 신념때문이라고 한다.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세상에 도움이 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가 만든 제품으로 대중이 건강해지고, 행복해지고, 밝게 웃을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사실상 사회적기업의 마인라고도 할 수 있지만 어쨌든 그에겐 의미있는 일을 하는게 중요했다. 그래서 무모하다싶을 정도로 본인이 알지 못하는 분야에 도전했다.

<에어 창업자 윤철용 대표(앉은 이)와 곽정오 이사>

하반기 중 기프트에어 기프트뷰 출시

아무리 열정과 오랜 기간의 학습이 있다고 하더라도 혼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스타트업 모임에서 만난 대기업에서 영업과 인사 등의 경험을 한 곽정오가 공동창업자가 됐다. 이 밖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전기전파공학 전공자, 디자이너 등이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201411. 그가 처음으로 창업 준비를 시작한 지 13개월여만에 대기오염 정도를 측정하고 유해성을 차단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가 출범했다. 법인명은 회사의 이런 사업목표가 반영돼 에어(Air Inc.)로 정해졌다.

창업자들이 갹출한 자본금으로 초기 제품 개발이 시작됐다. 윤 대표는 머릿 속으로 공부를 하고 고민을 하기보다는 실행을 통해 입증하는 방식을 택했다. 올초부터 제품 개발에 착수해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전문가들에게 직접 검증을 받았다.

에어의 첫 제품은 기프트에어. 기프트에어는 대기 중 유해물질을 차단하고, 측정해서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제품이다. 기존 공기질 측정기 및 유해물질 차단기는 대부분 실내에서 사용되거나 고정형으로 쓰인다. 에어가 개발중인 기프트에어는 휴대용으로 실외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야외에서 노출된 유해 물질 가운데 80%를 차단할 수 있다면 상품의 가치가 있다는 게 윤 대표의 판단.

그가 보여준 프로토타입 형태의 제품은 스마트폰의 절반 정도 크기로 유모차 등에 부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 제품을 부착하면 반경 55cm의 유해물질을 차단하게 된다. 물론 100% 차단하는 것은 아니고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는지도 아직은 검증이 되지 않았다.

당초 기프트에어 개발을 먼저 시작했지만 지금은 기프트뷰가 먼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프트뷰는 유아 체온의 변화를 모니터링 할 뿐 아니라 심장박동과 산소 포화도 등을 측정해 질식사 등의 사태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기기다. 건강에 이상이 있을 때 바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려주기도 한다. 유아용 기저귀 등에 부착하면 체온이나 유아의 상태를 측정한다.

윤 대표는 우선 이 제품을 다음달 중 출시하고 하반기에 기프트에어를 선보일 계획이다. 아직 본격적인 투자는 진행하지 않았고 제품이 나온 후에 투자 유치를 시작할 예정이다.

제품의 핵심은 공기질을 측정하는 기술과 이를 차단하는 물질로 보호막을 형성하는 기술이다. 보호막은 인체에 최적화된 에어이온으로 가능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 그런데 설명을 들으면서 (이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 그런 것 같지만) 아직까지 분명치 않은 부분이 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전문가들을 찾아가 물어보고 자신도 책과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는 등 공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전혀 생소한 분야인 대기오염도 측정 기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정말 이렇게 만들 수 있는 분야인가? 일견 보기엔 상당히 전문적인 분야인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별로 높지 않다는 뜻인가?

물론 자문을 구하는 정도로 문제를 다 해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회사 내부에 관련된 기술을 이해하는 인력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윤철용 대표는 전기전파공학 분야의 전문인력 등을 내부에 영입했고 본인도 1년 넘게 학습을 했다고 설명한다.

제조업 분야의 스타트업을 취재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이 기업이 만든 제품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쉽게 확인하고 수정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만들어갈 수 있지만 제조업의 경우 제작 시간, 비용, 재고문제 등으로 인해 이런 확인 과정을 거치기가 쉽지 않다.

학업을 중단하고 한국에 들어와 공기질 측정·유해물질 차단이라는 익숙치 않은 시장에 뛰어든 윤 대표가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다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안되는 것을 되게하려는 전투력과 의욕이 강점인 이 팀의 제품을 올해 안에는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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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산업 중 최대의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뷰티(Beauty)’ 아닐까.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실적이 어닝서프라이즈를 보이는 것도, 국내 면세점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도, 한국의 경쟁력이 있는 뷰티산업에 대해 세계 소비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때문 아닐까.

설사 한국 뷰티 산업의 경쟁력이 조금 쇠퇴하더라도 그와 관계없이 앞으로 미용이나 피부건강과 관련된 비즈니스가 소득수준 향상과 고령화,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 등의 추세에 힘입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다만 이 분야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느냐의 문제가 관건인 것 같다.

화장품 사업은 미용이나 피부건강을 지키거나 돋보이게 하는 쪽이다. 앞으로 성장하겠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반면 내 자신의 피부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명확하게 진단하고 이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분야는 아직 화장품만큼 활발하게 발달된 분야가 아니다. 여기에 어떤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화장품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청년이지만, 피부 측정과 피부건강 관리 시장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웨이웨어러블 문종수 대표가 한국의 스타트업 일백여든일곱번째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사업가 기질을 타고난 청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04학번으로 입학한 학생 문종수는 좀 별났다. 삼성SDS에서 인턴 경험을 잠깐 했고 이후 군대를 가려고 했는데 시기가 잘 안 맞아서 약 1년간 시간이 비게 됐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그냥 학교를 조용히 다니다가 군대를 가도 될텐데, 그렇게 서둘러서 학교 과정을 끝마칠 필요도 없었고 흔히들 하는 과외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택한 것이 장사.’

그의 말에 따르면 모든 것은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분당선 미금역 근처 황금상권이라 판단되는 곳에 적당한 건물자리가 있는지 알아보고 다니던 중 뜻밖에 아주 좋은 위치의 건물 목좋은 1층 자리가 권리금도 없이 나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뭔가 분명 이유가 있을터. 알아보니 이곳에서 사업하는 사람들마다 망해서 나간 사연이 있었다. 개의치 않고 돈 적게 들어서 좋네 하고 덜컥 계약을 하고 그 자리를 받은 문종수.

뭘 해야 할지도 막막했지만 친구를 불러 도움을 요청하니 냉장고를 하나 들고 왔다. 그렇게 해서 그의 편의점 사업이 시작됐다. (그의 편의점 창업기에는 하루 종일 들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지만 여기서 그것이 본류가 아닌만큼 간략하게 넘어가려고 한다.)

지자체에서 담배 판매 허가를 받고 아무것도 없는 편의점 문을 열자마자 담배회사들이 판매대 등을 설치해주고 갔다. 처음엔 친구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는 스스로도 놀랄만큼 수완을 발휘해 편의점을 운영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에 소속되는 대신 작지만 독립 브랜드의 편의점을 낸 그는 끼워팔기와 할인을 적절히 배합하고 시간대와 손님에 맞는 판매전략을 구사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냥 장사일 뿐이라고 그는 말했지만, 그에게는 확실히 사업가 기질이 있었다. 결국 군에 입대하기 전 그는 상당한 권리금을 받고 편의점을 넘길 수 있었다.

준비없이 시작했던 첫 창업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학생 문종수는 장사가 아닌 사업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다. 삼성SDS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IT(정보기술) 분야에 눈뜬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뒤 2011년 겨울 친구와 함께 창업했다. 당시 그는 헬스케어를 아이템으로 삼았다. 의료정보 등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건강관리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건강관리를 위해 다양한 운동을 하쟎아요. 그 운동을 스스로 보면서 따라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든 거였어요. 요가 동작이나 헬스트레이닝 동작을 전문 강사 등이 올린 동영상을 보면서 따라하다보면 건강관리가 되겠다, 뭐 이런 거였죠.”

서비스명은 디자인유어바디(Design your body)’. 시장 자체는 잘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많을 터. 수준 높은 동영상이 DB(데이터베이스)화되도록 했고 유료 결제 방식도 도입했다. 23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매출이 오르는 듯 했다가 정체됐다. 사용자들도 급속도로 빠져나갔다. 왜 그랬을까.

외국 사용자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서비스의 잦은 에러 때문에 사용자들이 불편했죠. 예를 들어 영어로 서비스하는 페이지에서 가끔씩 뜨는 안내 팝업 창에는 한글로 적혀있는 그런 식이었어요. 무슨 소리인줄 모르니까 불편하고, 불만이 생기는 거죠. 이런 사례들이 좀 있었어요. 그랬더니 사용자들이 확 줄어들더군요.”

해외 사용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외국의 유명 피트니스 강사와 계약도 체결하고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그리고 실제 상당한 콘텐츠를 확보했지만) 서비스단의 이런 에러와 오류가 겹치자 고객의 마음을 붙들어놓을 수가 없었다.

그때 일부 고객이 언급했던 것인데, 정말 잊을 수가 없었던 지적이 있었어요. 뭔가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않은 그런 서비스 같다는 지적. 맞는 말이었어요. 준비를 제대로 하질 못했어요. 서비스의 본질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한 셈이었죠.”

디자인유어바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웨이웨어러블 창업멤버들. 왼쪽에서 세번째가 문종수 대표.>

영역을 좁혀라

그래도 그는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디자인유어바디를 기획했을 때의 당초 생각은 건강관리를 해주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정작 전문가들이 만든 콘텐츠만 나열했지 관리는 못해줬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사람들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 특히 이왕이면 건강에 관심이 많고, 실제 관련 활동도 많이 하는 여성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서비스를 기획했어요. 기획안을 들고 이스라엘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죠. 이때가 대 전환점이 됐어요.”

20149월 문 대표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개최되는 DLD 컨퍼런스에 참가하게 된다. 이에 앞서 현지에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와 만나는 시간도 있었다. 이 기간이 3주 정도 됐다고 한다. “3주 동안 아이디어를 들고 가서 발표도 하고 토론도 했어요. 이때 엄청 깨졌죠. 하하.”

왜 깨졌을까. “저희들의 아이디어가 너무 광범위했거든요. 여성들의 건강 관리를 위한 모든 서비스를 하겠다고 하니 얼마나 터무니없었겠어요. 난타를 당했죠.”

맞는 말이다.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는 노릇. 그런데 그 와중에 그는 한 가지를 발견했다. 피부관리에 대해 설명할 때 누구나 관심을 보였다는 것. 심지어 피부관리 분야에 포커스를 맞춰서 서비스를 다시 설명하자 이런 서비스는 일찍이 본 적이 없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서비스 기획안을 전면 수정한 문 대표는 결국 3주 과정이 끝난 후 펼쳐진 DLD 컨퍼런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친구이자 피부과 의사인 오가나 원장(초이스피부과의원)의 자문을 받았다. 피부관리를 위한 최적의 솔루션은 뭘까. 우선 피부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관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시중에 피부에 좋은 화장품이나 관련 제품은 많아도 내 피부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뿐 아니라 내가 처한 환경이 어떤지를 파악하게 해 주는 제품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항상 들고다니면서 피부 상태를 측정하고 주변 환경을 진단할 수 있다면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않을까.

항상 휴대할 수 있는 피부측정+관리기를 만들어보자! 그러려면 피부과의사의 합류가 필수적이었다. 오가나 원장이 합류하면서 경영자+엔지니어+의사+마케터+기획자 등으로 구성된 창업팀이 완성됐다.

Personal skin care companion

여성의 삶의 길에서 여성을 응원하고 여성의 삶을 도와준다는 거창한 의미를 가진 웨이웨어러블(way wearable)이라는 회사명이 도출됐다. 첫 번째 상품명도 웨이(WAY).

본래 웨이는 스마트워치 형태로 고안됐다. 하지만 패션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생각해볼 때, 스마트워치로 할 경우 본연의 기능보다 시계로서의 기능이나 패션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결국 여성 화장품처럼 휴대하고 다니는 모양으로 기획했다.

웨이는 미니 도넛처럼 보이지만 피부 진단, 전력 컨트롤, 센서 등 각종 기술이 융합돼 있는 IT기기다. 특히 피부 진단 기술이 웨이의 핵심이다. 웨이는 피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전류를 흘려보내 피부 위 유분과 각질부터 표피, 진피까지 다 체크한다. 사용자가 웨이를 얼굴에 가져다 대기만 해도 유분, 수분의 양 등 피부의 다양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그치지 않는다. 웨이는 각종 센서로 자외선 지수, 습도 등 각종 주변 환경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한다. 주위 공기가 건조할 경우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하는 등 이용자가 있는 환경에 적합한 피부 관리 팁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피부에는 바르는 화장품도 중요하지만 환경도 중요하기 때문이란 게 문 대표의 설명.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맞지 않는 화장품 탓인지 주위 환경 탓인지 알지 못한 채 화장품과 피부과 약에만 의존하던 여성들에게 새로운 관리법이 열리는 셈이다.

웨이는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전용 앱을 통해 수시로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사용자는 이것을 보면서 주위 환경과 자신의 피부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문 대표는 향후 수집한 피부 정보를 분석해 적합한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개발할 게획이다. 여성의 피부 고민이 데이터로 축적될 경우 보다 더 개인의 피부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화장품을 추천할 정도로 화장품도 개인화될 수 있다는 게 문 대표의 생각. 물론 피부과병원이나 화장품 브랜드와의 연계도 가능하다.

문 대표는 웨이를 지난 12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www.igg.me/at/HelloWAY)’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첫 선을 보였다. 목표 모금액은 5만 달러였는데 27일 현재 이미 목표금액을 초과달성, 111%를 모금한 상태다. 얼리버드 가격 89달러, 기본 가격 99달러에 기초 화장품 큐레이션 박스를 제공하며 10월부터 배송이 시작된다. 크라우드펀딩을 하기 전 이미 스파크랩스 등으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문 대표에게 회사의 지향점을 물었다.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 대답이 즉각 나왔다. “영화 빅히어로를 보셨나요? 영화에 등장하는 힐링로봇 베이맥스가 주인공에게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죠. ‘your personal healthcare companion’이라고요. ‘그걸 보면서 저는 아 저거다!’ 하고 무릎을 쳤어요. 우리 회사와 서비스는 당신의 피부관리 동반자가 되고 싶어요. ‘your personal skin care companion’.”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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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면 누구나 최소한 하나쯤은 굴러다니는 휴대폰 배터리가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 스마트폰용 배터리다. 스마트폰은 버렸거나 처분하더라도 보조 배터리는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나의 경우는 대여섯 개는 되는 것 같다.)

이 중고 배터리가 사실은 출시 당시에 비해서도 여전히 80% 이상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고 상당히 쓸모가 많다는 것을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알겠는가. 중고 배터리를 재활용해 휴대용 보조배터리로 탈바꿈시킨 인라이튼(Enlighten)의 신기용 대표를 만났다.

태양광램프에서 시작된 사업

언젠가는 제 일을 하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생각만 있었던 것 같아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창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그러진 않았지만요. ”

그래도 이런 막연한 생각이 인생의 큰 방향을 결정짓곤 한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디자인공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생시절 자신의 전공을 어떻게 활용해 제품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해 왔다. 울산과학기술원에 진학해 기회를 찾던 중 20139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최한 소셜벤처경연대회가 계기가 됐다. 당시 그는 태양광램프를 개발해 아프리카로 보내자는 주제로 제품을 기획했다.

대학원에 다닐 때 아직도 15억명의 인구가 등유 램프를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대부분 아프리카 등 어려운 지역들이죠. 위험한데다 여기서 나오는 블랙카본이라는 물질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더라구요. ”

그는 모듈형 태양광 램프 개발을 기획했다. 전기로 충전할 필요없이 평소에 태양광으로 충전을 했다가 필요한 시간에 쓸 수 있는 램프다. 기존의 50달러짜리 태양광램프를 10달러짜리로 만들자는 게 그의 아이디어. 태양광 램프는 이미 기존 제품이 있는데 그는 이것을 병렬로 연결해 장시간 쓸 수 있는 아이디어를 더했다. 그리고 소셜벤처경연대회에서 덜컥 글로벌부문 최우수상을 받게 된다.

용기를 얻은 그는 그해 연말 대학원을 나와 본격적으로 창업 준비에 돌입했다. “그땐 혼자였어요. 혼자서 준비했지만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기뼜죠.” 하지만 현실은 그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다.

<인라이튼 창업멤버. 오른쪽 두번째가 신기용 대표.>

새롭게 알게 된 현실

태양광램프 가격을 대폭 낮춰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장시간 쓸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전력난을 겪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그의 구상은 처음부터 벽에 부딪쳤다. 우선 사회단체 등에서 램프를 무상으로 나눠주는 경우가 많았다. 태양광 램프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썩 좋지 않다는 것도 이때 알게 됐다. “수시로 태양광으로 충전을 해야 하는데, 이걸 귀챦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역시 아무리 좋은 제품도 번거로우면 쓰질 않더라구요.”

중국산 저가 제품이 범람한다는 것도 문제였다. 물론 태양광램프는 아니고 건전지를 쓰는 제품이었지만 가격이 싼 데다 쓸 만큼 쓰고 버리는 제품이었는데 수요가 많았다.

당황했죠. 대학원까지 그만두고 나왔는데. 3, 4개월 정도 방황했던 것 같아요. 현실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답을 멀리서 찾지 말고 우리 주변의 문제부터 해결하자고 결론을 내렸죠. 에너지 풍족 시대에 유일하게 겪는 에너지 부족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게 뭘까. 휴대폰 배터리가 아닐까.”

사실 그의 생각은 틀렸다. 지금은 에너지 풍족 시대가 아니다. 에너지는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전제는 지금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맞는 답을 찾았으니 말이다. 스마트폰의 폐배터리를 활용하는 방법을 그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쓰지 않는 중고 배터리를 이용해 충전을 하면 환경에 도움이 되고(재활용), 소비자의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그는 중고 배터리를 모아서 상태를 점검했다. 2년 이상 쓴 스마트폰의 경우에도 배터리는 80%이상 성능이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집에 이처럼 배터리가 남아 돌아가는데 일상 생활에서는 스마트폰 배터리가 부족해 충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게 상당히 아이러니한 상황이긴 하다.

신기용 대표 본인을 비롯해 제품 디자니어, 그래픽 디자이너, 마케터, 4명이 모였다. 20147월 법인 인라이튼(Enlighten)을 설립했다. 세상을 밝게 비추자는 뜻에서 나온 이름. 제품명을 짓기 위해 모여서 회의를 하던 중 김동민 총괄이사가 아이디어를 냈다. 배터리의 를 다시 쓴다는 뜻의 re로 하면 어떻겠냐는 것. 이왕이면 배터를 Better로 하자는 아이디어가 더해졌다. Better Re. 라는 기가 막힌 이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름이 정해지는 순간 다들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기발한 이름인 것 같다. 하여간 배터리(Better Re)라는 회사이름에는 기존 배터리를 재활용한다는 뜻 외에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신기용 대표의 창립 이념이 고스란히 배어들어갔다.

더 나은 세상, Better.Re.

배터리는 출발부터 좋았다. 기술은 이미 개발돼 있었고 디자인이 중요했는데 지난해 9월 레드닷디자인어워드를 받을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엔젤투자 등을 제외하고 별도의 투자를 받지 않았지만 앞으로 대량 생산 등을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다. 신기용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을 택했다. 최근 실시한 크라우드 펀딩에서 이미 첫날 목표한 5만 달러 중 3만 달러를 채웠다. 이후 2주가 지나면서 목표는 대부분 달성했다. 9월 이후 양산을 계획하고 있기에 추가적인 펀딩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시제품을 만들던 시점부터 각계 각층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심지어 탄자니아에 있는 한 소셜벤처기업으로부터도 연락이 왔다. “그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먹을 걸 아끼면서도 휴대폰을 사서 쓴다고 하는데 충전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하더라구요. 폐배터리나 배터리 충전기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이 가능한데 관련해서 얘기를 좀 해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가 실제로 중고 배터리를 응용한 사업을 시작해보니 과거 태양광램프 시절 하지 못했던 그의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오히려 구체화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충전기로 쓸 수도 있지만 이 제품에 LED 램프를 달면 그가 생각했던 태양광램프를 대체하는 제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인라이튼은 지금까지 상당히 순조롭게 보조 배터리(휴대용 충전기) 비즈니스를 해오고 있지만 앞으로는 예상되는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기존 보조 배터리와 경쟁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보조 배터리 가격은 5만원대 안팎이지만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몰려들어오면서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상당수 중국산 제품은 2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인라이튼의 제품이 이 가격보다 높게 형성될 경우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인라이튼은 초기 제품 가격을 49달러로 잡았는데, 물론 대량 생산하기 전의 가격이다. 앞으로는 가격 측면에선 상당히 낮춰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기술적인 장벽이 낮다는 것도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다만 누구든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범용 제품이지만 병렬 방식을 적용, 사용 시간을 늘리는 등 추가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인라이튼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특허를 신청해 놓은 상태.

더 얇고 더 작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들고 다닐 때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이 회사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확대.

시장을 선점하는 게 최우선 과제죠. 당연히 국내만 보고 있지는 않구요. 아마존 판매망도 개척하고, 개도국에 활발하게 진출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계획입니다. 개도국을 밝혀야죠. 그게 처음 사명을 지을 때의 뜻과 부합하는 것일 겁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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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씽은 스마트 화분 플랜티를 만드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화분이 전부는 아니다. B2C 사업으로서 화분도 충분히 의미가 있겠지만 이 회사는 더 큰 시장을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런 큰 목표를 가능하게 한 것은 창업자의 사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도 분명히 작용했지만 강렬한 경험과 그 경험에서 우러나온 깨달음의 영향이 더 큰 것 같다. 화분 판매에 그치지 않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걸까. 한국의 스타트업 일백여든다섯번째 주인공 엔씽의 김혜연 대표를 만났다.

독학으로 프로그래밍 배운 고등학생

고등학교 때부터 프로그램 짜는 걸 좋아했어요.”

김혜연 대표의 이야기는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올라갔다. 당시 학생 김혜연은 혼자서 컴퓨터를 공부해 홈페이지 등을 만들었다. 실력이 알려지다 보니 외주를 받아 웹사이트를 구축해주는 일도 했다고 한다. 학교 공부보다 이게 더 재밌었다. 대학 진학하는 것보다 이렇게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할 정도.

2001년 가을, 그가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었다. 청소년벤처인연합회가 서울에서 출범식을 한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된다. 당시 고향 이천에서 살고 있던 김혜연은 이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갔다. 그리고 충격을 받게 된다.

분명히 고등학생들인데, 정말 다들 양복 빼입고 와서 명함 나눠주고 인사하고, 그야말로 사업가처럼 보이더라구요. 근데 사업 내용이 별 게 없는 것 같았어요. 홈페이지 제작, 웹호스팅, 등록대행 뭐 이런 거였죠. 저도 다 할 수 있는 것들이고 당시 하고 있던 것들이었는데 동년배들은 서울에서 사업으로 하고 있는 걸 확인한거죠.”

기가 죽었나요?”

우물안 개구리라는 걸 알게 된 거죠. 그 뒤로 창업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게 된 게 소득이었죠.”

한양대 전자공학과 04학번으로 입학하고 그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들어가 매니저 일도 그 중 하나였다. “운전도 하고 스케줄도 짜고 온갖 일을 했죠. 기간은 고작 3개월에 불과했지만요.”

그런데 어느 날 회사에 갔더니 회사 문이 닫혀있더란다. 관계자 어느 누구와도 연락도 되질 않았다. 개인 카드로 회사 비용을 대신 결제한 게 있었는데 그 돈도 받을 길이 없어져버렸다. 막막해진 그는 아르바이트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다가 SK텔레콤에서 트렌드보고서 작성 보조 일을 하게 된다. 2008년의 일이었다.

이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죠. 그 때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10, 20년후 트렌드 자료를 정말 열심히 봤거든요. 당시에 벌써 IoT(사물인터넷), 3D 프린터 이런 내용이 다 들어있었어요. 지금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현실이 되고 있는 사업들인데, 그 당시에도 이런저런 예측이 나와 있었던 거죠.”

물론 그가 여기서 좋은 정보를 얻었다고 해서 바로 사업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연처럼 이렇게 곳곳에서 엮인 관계와 정보가 나중에 사업을 시작하는데 결국 크게 밑거름이 된 것만은 분명했다. 당시엔 몰랐지만. 마치 그 누군가가 말한 ‘Connecting the dots’처럼.

우즈베키스탄에서 생긴 꿈

2009년 영국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2010년부터 그는 창업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일단 카페나 하나 차려봐서 사업에 대한 감을 좀 잡아볼까.’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던 그에게 친척 어른의 전화가 걸려왔다. “남자는 장사를 하는게 아니라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일 배우라고 포천으로 오라고 하시더군요.”

이 어른은 경기도 포천에서 농자재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농자재의 시공 생산 유통을 모두 하는, 국내에서는 해당 분야에서 제법 큰 회사다. 그가 한 일은 우즈베키스탄에 농자재,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비닐하우스를 수출하는 거였다. 농업에 대한 사전 지식이 그에게 있을리 만무했지만 그는 비닐하우스 운영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틈틈이 농장 운영과 비닐하우스 및 식물 재배의 원리 등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농작물이 참 신기한 게, 생각보다 단순해요. 질소, , 칼륨 즉 NPK 세 가지가 식물이 섭취하는 핵심 영양소인데요, 이를 비롯해 중요한 영양성분을 어떻게 배합해서 공급하느냐에 따라 당도, , 탄성 등 식물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요.”

물론 이 배합을 실제로 적용해서 건강하고 맛있는 농작물을 키우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이런 원칙을 알게 됐다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우즈벡을 오가는 생활을 1년여간 하면서 그는 이 시장이 상당한 잠재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의 영농회사들이나 음식 관련 회사들이 재배시설은 잘 만드는데요, 식물을 잘 키우는 기술 쪽은 많이 연구를 안 한 것 같았어요. 특히 식물 재배는 일류 재배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그런 분야 사람이 별로 없었죠. 시설재배(비닐하우스 등) 면적은 세계3위일 정도로 엄청나지만 그에 부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짧은 기간 동안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했을 것 같지만 이 당시만 해도 그는 이것이 나중에 자신의 창업과 어떻게 연결이 될지 인과관계를 찾지는 못한 것 같다. 2011년 친척의 회사를 나온 그는 자신의 첫 창업에 도전하게 된다.

첫 실패 그리고 재도전

친구 두 명과 함께 처음 창업에 나선 김혜연 대표. 당시 그는 자신의 정보를 등록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자신의 정보를 인터넷에 올려놓고 사람들이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트북을 갖고 있고, 아이폰을 쓰며, 사진에 취미가 있어 고급 카메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등 자신이 보유한 물건이나 현재 하고 있는 활동 등을 적다보면 그 사람의 취미나 성향 등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를 기반으로 재미있는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이게 김 대표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시도는 보기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개발을 외주를 줬는데요, 정말 시간이 오래걸리더군요. 그때 생각했죠. 아 다시는 외주를 주지 말아야겠다고요. 아주 간단한 서비스 하나 만드는게 무려 7개월이나 걸렸습니다. 그리고도 결국 원하는 제품이 나오질 않았죠.” 결국 1년여만에 폐업했다.

개발을 외주로 준 문제도 있었지만 아이템 자체가 기획이 잘못된 거 아니었을까. 어쨌든 첫 실패 후 그는 한국전자부품연구원에 들어가 위촉연구원으로 활동을 했다. 20126월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약 1년간 있었다고 한다. 이때 그는 학교로 복귀해 수업도 들었다. 첫 실패의 교훈을 바탕으로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섭외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후배들과 인사하고 좋은 개발자를 수소문했다. 연구원에서는 IoT(사물인터넷) 관련 플랫폼을 만들고 연구원이 보유한 각종 관련 기술을 서비스화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다양한 경험들이 의미있는 시간들이 돼서 그의 창업이라는 하나의 결실을 맺는 중요한 밑거름이 된 것 같다. 그 순간에는 그가 미처 깨닫지 못했을 수 있지만.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듯했던 경험과 사건들이 연결되면서 그의 두 번째 창업 주제가 정해졌다. 그것은 화분이었다. 화분이 적절해보였다. 농자재와 관련한 그의 경험을 살리면서도 사물인터넷이 가능한 분야였다.

그는 화분이라는 아이템을 정하면서 이를 세 가지 각도에서 바라봤다. 서비스도 물론 그렇게 준비했다. 우선 앱. 식물을 키우는 과정을 기록하고 이것이 축적돼 거대한 데이터가 되면 서비스 전체를 풍성하게 할 수 있다. 그 다음엔 화분에 꽂는 센서. 누구나 화분의 식물을 잘 키울 수 있게 환경을 체크하는 센서다. 마지막으로 화분 그 자체. 항상 인터넷을 통해 스마트폰이나 다른 기기와 연결된 스마트 화분은 앱으로 제어가 가능하고 사람들에게 식물을 키우는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엔씽의 창업멤버들. 맨 왼쪽이 김혜연 대표.>

IoT, connection < contents

화분의 식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키우는 사람은 아주 드물죠. 방법을 몰라서 그런 경우가 사실 대부분입니다. 건조하게 키워야 하는 식물에게 물을 잔뜩 준다던가, 서늘한 곳에 놓아야 하는 식물을 해가 쨍쨍 내리쬐는 창가에 둔다던가 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거죠. 엔씽의 서비스는 이런 사람들의 문제를 다 해결해줍니다.”

김혜연 대표가 서비스를 세 가지 차원으로 만든 것은 한 가지 방법만으론 화분을 키우는 고객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화분 관리를 하고 있는 고객으로선 앱만 갖고도 충분할 수 있다. 이 앱은 식물 관리를 하면서 기록을 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다. 화분의 상태는 물론, 식물의 종류, 관리방법, 날씨 등은 물론이고 이런 기록들은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공유하고 사람들에게 알릴 수도 있다. 이 앱은 이미 지난해 6월 출시됐다. 식물 키우는 과정을 기록하는 사람들의 열성적인 노력으로 벌써 7700종의 식물 키우는 과정이 수록됐다.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앱이 활성화되고 유용해진다.

기존에 화분이 많이 있는데 자꾸 식물이 죽는 경우엔 센서가 유용하다. 블루투스로 휴대폰과 연결돼 스마트폰에 정보를 전달해준다. 이 정보를 받아 앱으로 관리를 해 나가면 된다. 이 센서는 곧 출시될 예정.

스마트화분은 하반기께 본격 출시된다. 화분이 없는 사람이라면, 화분과 센서를 별도로 구매할 필요 없이 엔씽의 스마트화분 Planty를 구매하면 된다. 항상 인터넷으로 연결돼서 어디서든 앱으로 제어가 가능하다. 필요한 시간에 물도 주고, 화분의 상태도 관찰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원격에서 제어된다. 단 와이파이가 있어야 한다. 집에 화분을 두고 직장이나 밖에서 화분을 관리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여러 분야의 인재가 필요했다. 센서는 이미 아이디어를 갖고 제품을 출품한 사람이 있었다. 2013년 레드닷디자인어워드에서 Best of the best 상을 수상한 정희연씨. 그가 디자인상을 수상한 제품이 바로 화분에 꽂는 센서. 그는 엔씽의 디자인 책임자가 됐다. 8년차 프로그래머 김준영씨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책임지고 있고 생산기술연구원 출신 백경훈씨는 하드웨어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비즈니스는 Kenny Chung, 영업과 마케팅은 남세기 이사가 담당하고 있다.

엔씽은 이미 머스크앤젤클럽(MOUSQ), 스파크랩 등으로부터 45000만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 킥스타터에 런칭을 해 이미 목표 금액(10만 달러)을 달성한 상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엔씽의 회사소개서에는 ‘change the whole agricultural industry’라고 쓰여 있다. 화분으로 시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B2B로 가려는 것이다. 개개인의 화분 소비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농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 농업 혁명으로 가는 꿈까지 꾸고 있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IoT는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이죠. 하지만 커넥션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콘텐츠입니다. IoT 세상에서 오히려 인터넷 커넥션이 될수록 커넥션 자체는 별로 중요해지지 않죠. 화분에서도 농업에서도 콘텐츠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걸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있는 겁니다.”

그의 말은 IoT의 정곡을 찌른 듯 했다. 이 회사가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정말 궁금해지지 않는가.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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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시작하기 전 무엇으로 창업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돈이 될 만한 일? 지금 뜨고 있는 아이템?

직장 생활의 경험을 통해 창업 아이템을 얻었거나 뭔가 분명한 동기가 있어서 특정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는 이들은 이런 고민이 상대적으로 덜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아이템에 대한 고민을 피할 수 없다. 이런 고민을 하는 많은 이들에게 이 사람의 사례는 상당한 참고가 되지 않을까.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이것을 왜 하는가를 놓고 그는 상당한 공을 들였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창업을 하다 자신의 일을 찾은, (DOT)의 김주윤 대표가 한국의 스타트업 일백여든네번 째 주인공이다.

百聞不如一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학생 김주윤. 그는 미국 시애틀의 University of Washington 사회과학대에 진학했다. 그는 처음부터 창업을 목표로 미국 유학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창업을 할 수 있을텐데요?

좀 더 큰 시장을 보고 싶었어요. 그런 시장에서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구요.”
그래서 그는 입학하고 학교 적응 기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창업 관련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창업 스쿨도 다니고 컨퍼런스도 할 수 있는 한 많이 참여했다. 그리고 2012년 첫 창업을 하게 된다.

창업스쿨 이런 곳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물론 많이 배웠죠.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스쿨 열심히 다니는 것보다 한번 창업하는 게 훨씬 낫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빨리 실행을 하자 이렇게 판단하고 창업했죠.”

그는 Founder Institute라는 창업스쿨에서 만난 인도출신 엔지니어와 함께 창업했다. 아이템은 링크트인과 유사한 네트워크 서비스. 이름하여 Dreams Linker. 그런데 얼마 안 가 문제가 생겼다. 공동 창업자인 이 엔지니어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모국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제품 개발과 기획을 책임졌던 인물이 사라져버리니 회사를 더 이상 지속할 수가 없었다. 어이없게 첫 사업은 그렇게 끝났다.

그때 무슨 생각이 들던가요?”

이해는 됐어요. 하지만 처지가 비슷한 사람과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핵심 인재가 빠져나가니 사업을 그냥 접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도 처해보니 내가 핵심인재가 돼야겠다는 생각도 했구요. IT 분야에서 창업을 할 때는 개발이 핵심이쟎아요.”

그래서 그는 직접 프로그래밍을 배웠고 대학가 중고물품 판매를 잠깐 했다가 이어서 또 다른 창업에 나섰다. 세 번째 아이템은 트럭판 우버라고 할 수 있는 ‘Wagon’. 학생들의 이사수요나 가구점들의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트럭을 찾는 이들이 많은데 평소에는 남아도는 이들 트럭이 수요자들과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럴 듯한 생각이다.

트럭 드라이버들은 반겼다. 그런데 웬걸? 고객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트럭 렌탈 서비스라는 게 이미 있었어요. 고객들 입장에서는 그런 대체 서비스가 있으니까 저희가 새로 만든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성장에 한계가 왔고, 그는 이런 식으로 사업을 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온 마음을 다할일을 찾다

그는 그 동안의 사업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트렌디한 것만 찾아다닌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될 것 같은 사업, 이런 것을 찾아다녔던 거죠. 그런데 저에겐 열정을 다해 일 할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될 것 같은 사업을 찾아 내가 세운 가설을 검증해 나가는 그런 방식이 아닌, 오로지 그 업에 대한 열의에 가득차서 도전해 보고픈 그런 거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는 우연처럼 찾아왔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중 클래스메이트 가운데 점자책으로 공부를 하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 다른 학생들의 책보다 2배 이상 컸고, 무겁고, 불편했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점자책으로 나온 책도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 학생을 통해서 점자책 시장이 너무도 열악하다는 걸 알게 된 김주윤. 점자책의 불편함과 콘텐츠의 부족함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일을 해야겠다. 이 일이라면 사명감을 갖고 정말 열성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그의 문제의식의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그가 가장 간절하게 찾던 동기였다.

사업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게 있어요.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게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고, pain killer가 될 수 있는 그런 일을 반드시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자꾸 가설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 도움이 되는 것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이번에는 한국에 들어와 사업을 하기로 했다. 비자 문제로 외국인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도 충분히 겪었기 때문. 바로 시장 조사에 들어간 그는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책 시장이 매우 왜곡됐음을 알게 된다.

전 세계 시각 장애인은 25000만명에 달하는데, 문맹률이 95%에 달해요. 읽을 만한 책이 우선 없어요. 출판된 책 중 점자책은 1%가 채 안되고, 한국은 0.1%도 안돼요. 일반 책을 점자책처럼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점자리더기가 있는데 이건 가격이 너무 비싸요. 보통 300만원대 정도? 그러다보니 점자를 읽는 법을 아예 배우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이죠. 문맹과 실업, 가난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시각 장애인들에게 문자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기쁨을, 보행하는 자유를, 공부하고 발전하는 즐거움을,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자. 그는 이런 목표를 정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흔히 말하는 점자책 리더기를 훨씬 저렴하게, 그러면서도 좋은 품질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로 했다.

<닷 창업 멤버들. 왼쪽에서 두번째가 김주윤 대표>

braille kindle 만든다

2013년말부터 조사에 들어간 그는 시장을 확신하고 지난해 법인을 차렸다. 회사 이름은 Dot(). 점자 관련 서비스를 하는 회사다운 이름이다.

우선 10만원(100달러)대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처음부터 당장 그 가격에 출시하긴 힘들겠지만 (현재 시중에 있는 점자책 리더기들은 200-300만원대다), 그래도 20만원대에서 출시하는 것은 처음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설명을 하면서 현재 개발중인 제품의 모델을 하나 갖고 와 보여줬다. 물론 작동은 하지 않는 제품이다. 손목에 차고 다니는 스마트워치와 흡사했다. 디스플레이 대신에 점자를 표시한다는 게 달랐다. 그 외엔 유사했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 등 다른 기기와 연동되고 자체적으로 저장 기능도 있어서 녹음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콘텐츠 등을 저장할 수도 있게 돼 있다. 블루투스 4.04GB 메모리칩이 장착돼 있다. 시계 기능은 당연.

저장돼 있는 전자책을 점자화해서 볼 수 있게 해 준다. 시각장애인들로서는 손목에 차고만 다니면 시간도 보고, 책도 읽을 수 있고, 필요한 내용을 녹음해서 쓸 수도 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Braille kindle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한 기본적인 설계와 기술 개발 등을 위해 아마존과 제휴도 맺었다.

이런 과정을 해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인재의 영입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쭉 들으면서 아니 과연 이런 엄청난 일을 이 분야에 아무런 경험이나 지식이 없는 사람이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냥 혼자서 공부하고 잠깐 남의 도움을 받는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시나 현재 창업멤버 6명 중 3명이 이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회로설계 및 기구설계 전문가와 점자기술 전문가 등이 포함됐다. 소프트웨어 개발 등은 UW에서 김 대표와 함께 왜건 창업을 했던 Titus Cheng이 맡았다. 이런 기술자들의 협업을 바탕으로 Dot은 기존 점자책 리더들이 쓰는 점자 Actuator에 비해 크기는 20분의 1, 가격은 10분의 1로 낮출 수 있었다고 한다.

비싼 점자 기기를 살 수 없는 전 세계의 시각장애인 대부분(95%)에게 Dot을 공급할 경우 시장 규모만 15000억원에 달한다. 돈을 뭉치로 쌓아두고 있는 대기업도, 공익사업을 해온 공공기관도 하지 못했던(아니 하지 않았던), 이 어렵고도 지난한 작업을 작지만 큰 꿈을 가진 벤처기업이 해 낼 수 있을까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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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봄, 윤반석 데어즈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경영자라기 보다는 디자이너에 가까웠다. 간지 나는 패션에서나 실제 하는 일에서나, 그에게서 디자인 외의 다른 것을 생각하긴 힘들어보였다.

그 후로 3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그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그는 디자이너에서 경영자로 확실하게 변신했고, 디자인 에이전시 업무 역시 서비스 기획·개발로 바뀌어 있었다. 두 차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개발했다가 실패를 맛봤지만 안정적인 에이전시 일을 할 때보다 훨씬 의욕에 차 있었다. 여전히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지만, 조금씩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데어즈 윤반석 대표의 3년 간의 기록이다

대전환 ; 디자인에서 모바일 SNS

디자인을 통해 세상에 공헌하겠다는 포부로 사업을 시작했던 그이기에 2008년 창업을 한 뒤 2011년까지는 디자인 외주를 받거나 다른 상품의 디자인을 기획하는 일을 해 왔다. 그의 생각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12년 무렵부터. 그때 그는 자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시장의 엄청난 변화를 목격한 게 첫 번째 이유. 그 다음 이유는 조직의 성장을 위해선 자체 비즈니스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모바일 혁명이 오는 것을 보면서 이대로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두번 다시 오기 힘든 엄청난 기회와 시장이 열리고 있는데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았어요.”

그는 엄청난 기회에 주목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해 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한 것 같았다. 그때 그는 지인의 소개로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2012년 당시 아블라컴퍼니 창업자인 노정석 사장이었다.

노정석 사장을 만나고 나서 제 사업의 지평이 완전히 달라지게 됐죠. 당시엔 사실 그걸 잘 몰랐어요.” 노정석 사장을 통해 IT(정보기술) 분야의 디자인 일을 하면서 틈틈이 IT분야 창업자들과도 만나게 된 윤 대표.

변화하는 시대의 기회를 잡아야한다는 확신을 굳힌 그는 SNS 분야 서비스를 기획했다. 디자인 외주를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다시 오기 힘든 이 기회를 그냥 놓칠 수야 없죠.“ 처음 개발한 것은 팅팅팅’. “이성을 사귀고 싶어하는 솔로 친구들을 최대 6명까지 소개할 수 있어요. 이것을 본 지인 중 이 앨범에 올라온 솔로 친구에게 관심이 간다면 포크 버튼을 누르면 되는 식이죠. 이렇게 하면 주선자에게 소개팅 의사가 있다는 게 전달되고, 이 사람이 두 사람을 연결시켜 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즉 소개팅을 공개적으로 하는 그런 서비스다. 그냥 막연하게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가 아니라 친구의 친구들 리스트를 보면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찜해 소개시켜달라고 하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말에 나온 팅팅팅2013년 중반까지 40% 가까운 재방문율을 보이며 순항하는 듯 했다. 그런데 오래가지 못했다. 우선 서비스를 지속할 만큼의 사용자가 충분히 모이지 않았다. 재방문율은 높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충성도는 양호한 편이었지만 전체 유저 수가 늘지 않았고 수익 모델도 없었다.

팅팅팅을 서비스하던 와중에도 윤 대표는 두 번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두 번째 작품은 픽업(PICUP).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 이미지를 손쉽게 버튼 하나로 스크랩하며, 스크랩한 이미지를 보고 친구들이 해당 제품이나 비슷한 제품을 추천해주는 취향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이자, ‘쇼핑링크 공유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윤반석 대표는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스타일의 이미지나 매거진의 글래머러스한 이미지는 실제 쇼핑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단순히 워너비의 성향이 강한 정보로 구성된 것이 대부분이죠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픽업을 단순히 이미지 정보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구매도 할 수 있도록 연결을 시켜줬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201311월 첫 클로즈베타서비스를 시작해 20142월 오픈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픽업 역시 채 1년을 지속하지 못하고 중단되고 말았다.

분명히 기회가 있었는데, 왜 잘 안됐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이유있는 실패, 확실한 깨달음

사실 아무 이유없는 실패는 아니었다. 이미 전조는 있었다. “B2C 서비스를 만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의욕은 대단했죠. 그런데 시장에 대한 고려도 없이 무작정 뛰어들었던 거죠.”

그가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실패의 이유다.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창업자 역시 이런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노 대표가 계속 지적을 했었죠. 사업을 기회로만 바라보지 말라고요. 기회는 어디에나 있지만 사업은 기회가 전부가 아니다. 시장을 봐야 한다. 그래야 사업성이라는 게 나온다고요. 저는 사실 시장 사이즈나 성장 가능성, 수익 모델 이런 것에는 애시당초 별 생각이 없었던 게 사실이에요. 이렇게 큰 기회가 있는데 어찌 놓칠 수 있을까 하고 시작한 거였거든요.”

그렇지만 아무 의미 없는 실패도 결코 아니었다. “서비스를 두 번 접으면서 확실하게 배운 게 있죠. 일단 수익모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기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이라는 거였죠. 수요가 없는 서비스를 만들어서 뭘 하겠습니까.”

그래도 그에겐 확실한 장점이 있었다. 우선 실행력이 있다는 것. 기획을 하면 그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원하는 대로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그의 큰 장점이다. 두 번째로 그에게는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는 동료들이 있다. 수년간 온갖 일을 겪으면서도 묵묵하게 그와 함께 지내온 현소민 실장, 김민 팀장 등 창업 멤버 및 초창기 멤버들이 회사를 지탱하고 있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그가 갖고 있는 장점은 지속가능한 데 비해 단점은 수정 가능했다.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는 뜻이다. 그는 픽업에서 의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한다. 서비스는 결과적으로 접을 수밖에 없었지만 사람들이 실제 패션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등 구매로 연결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은데 이걸 그냥 지켜보기만 했던 게 안타까왔다고 한다. “정말 숫자가 좋았는데 외부 링크로 연결을 하니 자체 매출이 나오질 않았죠. 이걸 살려보고 싶었어요.”

이걸 어떻게 살릴까. 고심하는 자에겐 답이 나오는 법. 그는 키워드를 열심히 찾던 중 구글과 바이두 등 해외 검색엔진에서 Seoul 키워드가 최근 2년새 4배 이상 급증한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게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문화를 찾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고 여기에 초점을 맞추면 어떤 트렌드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고 봤어요

이렇게 해서 그가 찾아낸 것이 서울스토어닷컴(www.seoulstore.com)이다.

서울언니들의 서울스토어닷컴

서울스토어는 세계적으로 트렌디한 키워드로 떠오르는 서울트렌드 리더들인 서울언니' 모습을 보여주고 커머스로 연결하는 온라인 스토어입니다.”

윤 대표가 직접 설명하는 서울스토어닷컴의 모습이다. 타겟은 좁게는 서울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여성이지만, 요우커, 동남아시아의 서울의 트렌드와 제품에 관심이 높은 사용자까지 확대할 예정.

서울스토어는 지난 두 차례의 실패에서 배운 교훈이 반영돼 있다. 철저하게 수익 모델이 있는 사업이며, 시장 수요와 전망에 기초해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패션과 beauty 분야에 집중하면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윤 대표 본인의 그동안의 경험과 자신감도 깔려있다. 무엇보다 윤반석 사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시장성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찾은 사업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픽업은 개발하는 데 5개월이나 걸렸어요. 하지만 서울스토어는 4주만에 개발을 끝냈죠.”

어떻게 이런 차이가 가능했을까. 사업적인 접근을 했더니 문제가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는 설명. “커머스 서비스는 상품, 가격, 콘텐츠. 이렇게 3가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에 집중을 했어요. 쇼핑몰 본연의 것에 집중하니 개발의 원칙도 분명했죠.”

물론 내가 보기엔 픽업의 경험이 상당히 작용한 것 같다. 픽업에서 이미 패션정보를 공유하는 SNS 서비스를 해 봤기에 한결 수월하게 서울스토어닷컴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여간 출발은 단순하게 했다. 트렌드가 되고 있는 서울 언니들(패션과 뷰티쪽의 열혈 사업자들과 주된 소비를 하는 여성들)의 물건을 사고 팔고 정보를 주고받으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시간을 보내는 그런 온라인 장소로 만들겠다는 것.

414일 서비스를 오픈했다. 아직 마케팅을 할 때는 아니라고 판단돼 별로 알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첫날 부산,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결제까지 이뤄졌다. “너무 기뻐서 마진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그날 바로 직원들하고 치킨 시켜 먹으며 자축파티를 했죠. 하하

서울스토어는 현재 모바일 웹 버전으로 만들어져 있다. 앱으로도 만들어 곧 출시할 계획이고 이미 개발에 착수했다. 이미 현재 웹 버전도 앱 못지 않게 심플하다. 각종 패션샵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패션 정보, 가게 정보를 올려놓기도 하고 자신의 패션스타일이나 자신이 파는 상품을 올려놓기도 한다. 이것을 들어가 구경만 하기도 하고 자신의 패션을 자랑하기도 하고 마음에 들면 바로 주문도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라는 키워드로 하나의 패션세계를 만들어보겠다는 그의 구상이 담겨 있다.

그는 지금 B2C 사업에 대한 열망에 가득차 있다. 서울스토어는 그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커머스 사업인 동시에 확실한 수익모델이 있는 B2C 사업이다. “디자인을 계속 해오다 사업으로 넘어오고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의 희열이 엄청나다는 걸 처음 알게 됐네요. 7년이나 사업을 했는데 여전히 새로운 느낌이에요.”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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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정오. 식사를 하러 나온 사람들로 거리엔 온통 차가 뒤엉켜 있다. 유명 식당이 있는 건물 앞이나 골목길에는 진입을 하기도 힘들 정도로 차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슬쩍 끼어들기라도 하려다간 사방에서 삿대질과 경적을 각오해야 한다. 운전을 잘 하는 사람도 이쯤되면 짜증이 날 법.

이때! 어디선가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나타난다. 그는 혼잡한 도로에 서 있는 한 차량으로 간다. 차주에게 차 키를 받아들고 차를 몰고 유유히 사라진다. 차주인 여성은 뒤엉켜있는 다른 차 주인들의 부러움 섞인 시선을 한 눈에 받으며 식당 안으로 표표히 사라진다.

이 여성은 주차대행 서비스 솔버에 연락을 했다. 솔버의 발렛파킹 전문가가 나와서 주차를 고민하는 이 여성 대신 주차를 해 준 것이다.

지금까지 주차난을 겪는 운전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겠다며 다양한 서비스가 나왔지만 이런 서비스는 처음이다! 처음 이 서비스의 개념을 들었을 때 별천지였다. 그래,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발상의 전환이라기보다는 한 분야의 고수가 내놓을 수 있는 해결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서비스를 만든 김정태 솔버 본부장은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으면서 확실하게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문제의식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안을 만들었다. 일견 듣기에도 신선한 충격을 줄 만한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그것은 그야말로 기존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의 아이디어에 대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분야든 혼신을 다해 그 분야에 매진하고 끊임없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한국의 스타트업 일백여든세번째 주인공은 주차대행 서비스 솔버의 창업자 김정태 본부장이다.

발렛파킹 13년 경력자의 문제의식

김정태 본부장은 발렛파킹 분야에서 13년을 종사했다. 13! 한때 대리운전 사업을 하기도 했던 그는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발렛파킹 분야에 뛰어들었다.

처음에 그는 발렛파킹 일을 잠깐 하는 일로 생각했다고 한다. 계기도 우연히 이뤄졌다. 아는 식당에서 주차를 하려는 손님이 너무 많이 몰려 주차를 대신 해주는 일을 하다가 그 모습을 본 주변 식당에서 하나둘씩 요청이 왔다.

이거 사업이 되겠는걸?” 이렇게 생각한 그는 아예 사업자 등록을 하고 발렛파킹 사업을 시작했다. “‘주차대행이라는 사업자로 등록을 한 사람은 아마 제가 처음일걸요? 하하

발렛파킹을 하면서 그는 이 시장의 문제점을 알게 됐다. 우선 주차시설은 한정돼 있는데 차량이 늘어나면서 발렛파킹을 원하는 사람들이 너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

청담동이나 압구정동 등 강남에서 사람들이 식당을 잡을 때 뭘 제일 먼저 보는지 아세요? 그 식당에 발렛파킹이 되는지를 확인합니다. 안되면 그 식당에 안가요. 발렛파킹이 되는지 보고 그 다음에 음식의 맛과 식당 분위기를 살펴볼 정도에요.”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식당으로선 무조건 발렛파킹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비용이 만만치 않다. 식당은 발렛파킹 업체와 계약을 맺고 업체는 식당에 직원을 파견한다. 일반 고객들이 식당 등에 갔을 때 마주치는 발렛파킹 해주는 사람이 바로 이 사람들이다. 1명을 쓰는데 매달 3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고객이 많아지면 사람이 더 필요하다. 3명만 파견을 받아도 1000만원에 육박한다. 그런데 고객이 항상 많은 것은 아닐 터. 분명히 식사시간, 밤 시간 등 특정 시간대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고객이 몰릴 때는 주차대행해주시는 분들을 여러명 고용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1명만 고용하고 이렇게 하면 좋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발렛파킹 용역업체들이 그렇게 탄력적으로 운영을 하질 않아요.”

비용이 부담이 되다보니 대부분의 발렛파킹 운영 매장에서 비용의 일부를 고객에게 받고 있다. 발렛파킹을 하면 1000, 2000원을 내는 게 이런 경우다. 서비스 품질 관리가 되지 않는 것도 그가 발견한 문제점. 용역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게 운영되다보니 친절한 발렛파킹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왜 고객이 주차창을 찾아 헤매야 하는가!

2012년부터 김정태 본부장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발렛파킹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어도 비용부담 때문에 못하는 음식점, 매장들이 많아요. 그런 집 중에는 정말 맛집도 많고, 발렛파킹을 제외하면 다른 서비스가 훌륭한 곳도 많죠. 그런 곳이 발렛파킹이 된다면 고객도 좋고,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도 득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가 볼 때 문제 해결은 간단했다. 고객의 입장에서 가장 편한 것이 무엇일까. 식당을 갈 때 발렛파킹이 되는지 미리 알아보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고, 어딜 가든 편하게 주차를 맡기고 들어가는 방법. 그 고객이 있는 곳에 주차를 대신 해주는 사람을 보내면 되는 것이다!

주차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한 서비스들이 많이 나왔더라구요. 그런데 그건 고객에게 수고를 전가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고객에게 식당 근처 주차할 건물을 찾아준들 결국은 그 고객이 그 건물을 찾아서 가야하는 거거든요. 고객으로서는 주차장을 찾아야 하고, 차를 대고 나와서 다시 걸어서 자신의 본래 목적지(식당이든, 백화점이든)로 가야하는 거죠. 주차 공간이 있다고 해서 갔다가 허탕을 치는 경우도 많구요.”

왜 고객이 주차장을 찾아 헤매야하는가!’ 이게 그의 서비스 정신이다. “주차는 전문가에게 맡기시면 되요.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주차 때문에 망치거나 주차 때문에 만남의 시간이 줄어들어서는 안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2012년부터 이런 생각을 했지만 구체화되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일단 앱 개발이 쉽지 않았다. 제가 워낙 이런 분야에 전혀 아무런 감이 없어서요, 처음엔 외주를 맡겼죠. 그래서 앱이 나왔지만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두 번을 엎었어요. 결국 지금의 창업팀을 꾸리고 나서야 앱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직접 만들어야되더라구요.”

회사명, 서비스명은 솔버(Solver)로 정했다.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뜻. 솔버를 실행하고 마치 우버를 쓰듯 내가 가는 매장 위치를 클릭한 뒤 서비스를 요청하면 끝이다. 그러면 해당 장소에 주차대행자, ‘솔버맨이 달려온다. 키를 맡기고 그냥 가면 된다. 나올 때 다시 솔버맨을 부르면 차를 몰고와 갖다 준다.

앱을 만들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주차대행을 할 만한 선수들을 모으는 것이었다. 그의 경력으로 이 부분은 어렵지 않게 해결됐다. 창업멤버도 구성됐다. IT 분야 경영 경험이 있는 길아성씨가 대표이사를 맡았고, 소셜커머스 플랫폼 등을 개발한 경력이 있는 이정욱씨가 CTO(최고기술책임자), 영업 및 운영은 오경석 COO가 맡았다. 김정태 본부장은 주차대행 현장을 총괄하는 책임자다.

주차가 끝이 아니다

초기엔 서비스 안착을 위해서 강남 일대를 서비스 지역으로 정했다. 하지만 서비스를 강남에만 국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단다. 그가 추산하기에 서울 시내 주차 대행 서비스 시장만 1조원. 강남에만 매일 200만대의 차량이 출입한다. 서울 시내 뿐 아니라 에버랜드, 종합운동장(야구장) 등 차량과 인파가 몰리는 곳은 어디든 서비스 대상지다.

솔버는 편리하기만 한 게 아니다. 차를 맡기면 1시간 기본 이용료가 5000. 2시간이면 8000원이다. 1시간 이후로는 10분에 500원이니까 강남에서는 그냥 기본 주차장 이용 금액 정도밖에 안된다.

주차를 대신해주는 것이 끝이 아니다. 바쁜 고객은 차를 맡기면서 다른 일도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엔진오일을 간다던가, 차량 정기점검을 한다던가, 세차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비만 부담하면 끝.

카드사나 커피매장과 제휴를 해 포인트, 할인쿠폰 등을 발급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식사를 하고 커피 한 잔 하러 이동하려는 사람이 많다. 솔버를 이용하면 차는 그대로 두고 할인쿠폰을 받아 저렴하게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서비스 신뢰를 위해 솔버는 고객이 솔버맨을 부르면 주차대행을 해주는 사람의 이력과 사진을 띄워준다. 얼굴 확인을 하라는 뜻이다. 차량을 받으면 계기판, 미터기, 기름 게이지 등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준다. 차량에 흠이 있는지 없는지 등도 미리 알려줘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한다.

등록 승용차 수가 2000만 대를 넘겼다고 하고, 차가 너무 많다고들 하죠. 하지만 그래도 주차 공간은 반드시 있습니다. 그걸 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주차 걱정은 하지 마시길.”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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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살 없는 몸매, 짧은 머리, 반듯한 자세. 한 눈에 보기에도 그는 운동을 제대로, 오랫동안 해 온 사람임에 분명했다. 게다가 전공까지 체육교육이었다고 하니 무슨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랴!. 이런 사람이 수년간 했던 평범한 직장인의 생활을 그만두고 자신의 전공인 단련과 몸관리분야에서 창업을 했다. 오랫동안 그는 몸이 아파보기도 했고, 이론과 실제에서 체육을 공부하기도 했으며,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 수상을 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살을 빼기 위해, 건강을 지키기 위해, 그 밖의 다양한 이유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하면서 겪는 애로사항 등을 속속들이 알고 있지 않을까. 퍼스널트레이너와 고객을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 헬로마이코치를 개발한 바디온 조재현 대표가 주인공이다.

길을 찾아가는 여정

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학과 01학번으로 입학한 학생 조재현은 신체 단련과 이를 통한 건강한 생활에 본래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재학 중 허리를 다친 경험이 그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는지도 모른다.

허리를 다치고 1년 가까이 아무것도 못했어요.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정말 노력을 많이 했죠. 운동을 꾸준히 한 것도 이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사범대에서 체육을 전공으로 할 때만 해도 체육 교사 생각이 없었을 리 없겠지만 체육 교사의 TO 문제 등 현실적인 고려를 하지 않았을까. 체대 입시학원에서 애들을 가르치며 자신감이 붙은 그는 서울대 후문 낙성대 쪽에 체대입시학원을 차리기도 했다.

입시학원 원장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군 복무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 병역을 위한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은 그는 운동을 해서 신검 재검을 받고 기어이 ROTC(학군단)로 군에 갔다. 1사단 DMZ에서 복무를 마치고 나와 그가 택한 진로는 뜻밖에 대기업 입사.

체대입시학원을 같이 창업한 친구가 전담해서 하게 되면서 저는 지분을 다 정리하고 나왔죠. 그리고 일단 대기업에 입사해 일을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008년 통신업체 LG유플러스에 입사해 영업지원 업무를 했지만 그의 기본적인 관심사는 절대 변하지 않았다. 2010Men’s Health에서 주최하는 이른바 몸짱대회에 출연해서 쿨가이로 입상이 되기도 했다.(1200명 지원자 중 단 25명이 입상을 했다고 한다.)

본인이 매일같이 운동을 하러 피트니스센터에 다니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대회에도 나가는 등 열성을 보이면서 그는 이 시장의 문제점이나 현실적인 어려움도 속속들이 알게 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을 갖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항상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건강관리, 몸매가꾸기, 신체단련 등의 활동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두가 불만족인 시장

그는 우선 퍼스널트레이닝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유망한 사업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몸매관리 및 건강증진 등의 목적으로 퍼스널트레이닝(코치와 함께 피트니스센터 등에서 운동을 하는 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서울에만 100만명에 달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숫자는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지방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면 숫자는 훨씬 커진다.

그런데 고객들과 트레이너 모두 불편과 불만이 가득하다는 게 현 퍼스널트레이닝 시장의 문제점. “고객들은 자기에게 맞는 트레이너를 찾는 게 중요한데 그런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은 거죠. 막상 만나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트레이너가 갑자기 그만두거나 사라지는 등 황당한 일이 많아요. 트레이너들 입장에서도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데 무작정 나가서 전단지를 돌린다고 될 일이 아닌거죠. 자신만의 장점이나 특기, 매력 등을 어필하기도 쉽지 않구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트레이너들의 실력이 너무나 천차만별이라는 데 있다. 고객들이 진짜 전문가나 실력있는 사람을 검증하기 어려운데다 국가에서 주는 공통된 자격증 같은 게 없기 때문에 누가 실력있는 트레이너인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트레이너를 만난다는 것은 운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는 것.

당연히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다. 소비자보호원 등에는 트레이너나 피트니스센터 관련한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트레이너(강사)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자신에게 맞지 않는 강사를 만날 확률이 높고 환불이 안되거나 결제 관련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방법이 뭐가 없을까. 대기업을 다니면서도 틈틈이 몸짱 대회에도 나가고 계속 운동을 하면서 시장을 면밀히 보던 조재현 대표는 강사와 운동을 원하는 고객을 매칭시켜주는 서비스를 고안해냈다. 일정 기간 이상의 운동 경력에 자격증을 갖고 그와 유사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창업멤버들과 함께 최근 LG유플러스를 나와 바디온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퍼스널트레이너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헬로마이코치’(Hello my coach)라고 이름붙인 서비스를 개발했다. 서비스는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서비스 개시에 앞서 그는 피트니스센터를 확보하기 위해 현재 영업을 다니고 있다.

코치-소비자 단순 매칭을 뛰어넘어

헬로마이코치는 기본적으로 강사가 자신의 스타일 등을 기록해 등록을 하면 이를 원하는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집이나 회사 등 주된 거주지 근처에서 피트니스센터를 검색한 뒤 원하는 스타일의 트레이너를 찾으면 된다. 바로 결제까지 되기 때문에 편하다. 결제는 에스크로 방식이어서 먹튀도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있고 신뢰할 수 있는 트레이너의 등록. 바디온에서 피트니스센터를 다니며 영업을 하는 것도 이런 실력있는 트레이너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바디온은 피트니스센터와 계약을 맺고 각 트레이너들이 개별적으로 헬로마이코치 시스템에 등록을 하는 방식. 그런데 바디온은 트레이너들의 실력 검증을 반드시 한다는 방침. 예를 들어 자격증을 반드시 보유해야 하고, 특히 자격증 3개 이상 보유자는 우대하며 경력은 최소 2년 이상, 체육 전공을 할 경우 고객들에게 추천될 확률이 높아진다.

고객들은 다양한 스타일의 코치들 중에서 원하는 코치를 선택할 수 있다. 코치들의 전공 분야도 다양하다. 다이어트에 특화된 코치부터, 팔뚝살제거반, 여신제조기 등 각양각색. 스타일도 스파르타식, 센스쟁이, 긍정적인 스타일 등 구분돼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의지박약이고 다이어트를 하는데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다이어트 전공에 스파르타식 코치를 선택하면 된다.

스스로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코치를 원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코치매니저도 운영할 계획이다. 영양사 분야를 공부한 사람들도 배치해서 식단을 관리해주는 것도 가능하게 한다는 방침. 결제까지 바로 진행되고 결제한 회원은 리뷰도 남길 수 있고 헬로마이코치의 관리도 받게 된다. 결제한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수익모델은 확실한 편.

지금 서울만 따져도 퍼스널트레이닝(PT) 시장이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성장성도 크다고 판단합니다. 기업들의 임직원 복지프로그램 등과 연계할 여지도 많구요. 단순히 코치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헬스케어, 웨딩, 각종 스포츠와의 연결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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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8월 정지웅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소셜커머스 사업을 하고 있었다. 공동구매 경험을 한 곳에 모은 토스토라는 서비스를 내놓기 직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뒤로 4년하고도 7개월이 지났다. 이 기간 중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명품 소셜커머스 클럽베닛으로 관련업계 1위에 올랐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매각하기도 했다. M&A된 회사에 들어가 잠시 일하기도 했지만 결국 또 다른 창업을 위해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이제 광야에서 다시 출발했다. 바이탈힌트를 창업해 돌아온 정지웅 대표를 만났다.

6개월 뒤만 생각하니 길이 보이더라

2010. 당시엔 소셜커머스가 한창 붐이었다. 티켓몬스터의 급격한 성장에 고무된 스타트업들이 너도나도 소셜커머스란 신분야에 뛰어들었다. 정지웅 대표는 그런 소셜커머스 열풍 속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가 구상해 출시했던 토스토(Tosto)는 일종의 공동구매포털이었다. 당시 소셜커머스들이 특정 상품에 대해 한정된 시간에 싸게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을 주는 방식인데 비해 토스토는 이미 활발하게 공동구매를 하고 있는 유명 카페나 파워 블로그 등을 한 곳에 모으는 공동구매 포털을 지향했다. 블로거들의 마켓플레이스인 셈이었다.

이미 블로그 등을 통해 공동구매를 활발하게 하고 있던 이들을 모았기 때문에 토스토는 초기 안정적인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성장이 신통치 않았다. 거의 정체돼 있다시피한 서비스를 보면서 그는 고민에 휩싸였다. “매출이 하루에 1000만원도 나고 그랬지만 성장을 못 했어요.”

시기가 문제였다. 상당수 블로그의 상업성 때문에 유저들이 블로그를 떠나는 시점에 토스토를 오픈한 것. 때마침 국세청이 블로그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도 타격이 컸다. “토스토에 앞서 수공예제품을 거래하는 원포미라는 서비스를 했었는데 그것도 잘 안 됐었거든요. 계속 잘 안되니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이유가 뭘까.”

원포미는 너무 빨리 시작햇고, 토스토는 너무 늦게 시작한 게 문제였다. 그게 그의 결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는 커머스 분야를 다시 돌아봤다. 막 명품 아울렛이 생겨나고 있는게 보였다. 6개월후에는 명품에 대한 소셜커머스의 수요가 엄청나게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사실 제가 이런 생각을 했을 때 이미 명품을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사이트들이 꽤 있었어요. 후발주자로 들어간거죠. 하지만 시장이 아직 미성숙해 있어서 승산이 있다고 봤어요.”

그가 볼 때 다른 명품판매 사이트들은 비슷한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명품 재고를 사서 싸게 파는 방법이었다. 명품 소셜커머스 클럽베닛을 오픈하기 전 그는 쇼핑업계 사람들을 두루 만나고 다녔다. 그리고 한국 현실에 맞는 서비스를 기획했다. “우선 재고없이 가기로 했어요. 오프라인 창고를 두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운영해서 효율성을 높이고 재고를 쌓아두지 않았기 때문에 자금 수요도 적었죠.”

광고도 차별화했다. 외주를 주지 않고 광고를 직접 운영했다고 한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광고를 집행하면서 실시간으로 고객의 반응을 체크했고 고객의 반응에 따라 상품 구성을 수시로 바꿨다. “예를 들면 이런 거에요. 오늘의 주력 상품으로 원래 프라다를 밀었는데 오늘 루이뷔통이 반응이 더 좋다. 이런 결론이 나오면 바로 제품을 교체하는 거죠. 광고를 집행하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바로 알 수 있거든요.”

토스토와 원포미의 실패를 통해서 그는 고객의 반응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그 배움을 클럽베닛에서 그대로 실천한 게 성공의 비결이라면 비결. 2012년 클럽베닛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그때쯤 싱가포르 소재의 리본즈라는 벤처기업에서 인수 타진이 왔다. 한국에서 리본즈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명품커머스를 하고 있던 이 업체는 아예 클럽베닛을 인수해 한국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한 것이다. 지분을 매각하고 리본즈코리아로 들어가 일을 같이 했다. 첫 사업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M&A한 셈이다.

Exit을 한 뒤 방황이 시작됐다

사업을 하면서 너무 바쁘게 살았기 때문에 매각을 하고 나면 좀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사업을 그만두고 나서 방황이 시작됐다. 갑자기 인생의 방향성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원래 저는 제프 베조스같은 기업가가 되는게 꿈이었어요. 훌륭한 기업가들을 롤모델로 삼고 지금까지 살아왔죠. 그런데 막상 창업해서 Exit을 경험하고 나니 인생의 목표가 좀 달라졌다는 걸 깨달은거죠. 그런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나는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이런 형이상학적인 고민이 그때부터 시작됐다. 회사를 계속 다녀야하는지에 대해서도 회의가 들었다. 내가 정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창업 선배들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 “30년 후의 모습을 먼저 그리면 10년 후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되고, 10년 후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3년 후 무엇을 해야 할지가 나올 거라고 하더군요. 3년 후의 모습을 그려보고 1년 후의 모습을 그려보니 내일 뭘 해야 할지 답이 나온다구요. 그렇게 했더니 정말 알겠더라구요.”

그래서, 어떤 결론을 내렸나요.”

뭐라고 말해야 할까. 사회를 해킹하는 사람이 되자? 표현이 좀 이상한가요? 저는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는데 기술을 기반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오프라인의 삶, 그런 영역에 공헌을 하고 싶은 거에요. 아주 쉽게 말하면 전통산업을 IT로 바꾸는 거라고도 할 수 있죠.”

결국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다. 3년간 있기로 했던 조건을 지키지 못했기에 얼마간의 혜택을 포기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는 그렇게 새롭게 출발해 뭔가를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좋았다.

어떤 아이템으로 시작을 할까. 골똘히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는게 아니다. 계기는 우연처럼 왔다. “아버지께서 고지혈증으로 쓰러지셔서 간호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이 병이 먹는 걸 정말 잘 관리해야 했는데, 특히 짜게 먹으면 안되거든요. 약으로 낫는 병이 아니에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찾는 정보가 잘못된 게 너무 많은 거에요. 이거 안되겠다 싶었죠. 거기서 창업이 시작됐어요.”

새로운 시작, 또 하나의 시행착오

그는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지혈증과 관련된 몸에 좋은 음식 정보를 알려주듯이 음식의 영양 성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준비한 것이다.

처음엔 영양정보 사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정말 유용하게 쓰면 모여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익모델도 생길 거라고 판단했구요.”

회사명은 바이탈힌트(Vital Hint)라고 지었다. 서비스명도 Hint. 우선 정확한 정보에 초점을 맞췄다. 음식 영양 사전이 목표였다. 방대한 작업이었고 이를 위해 전문가들의 도움도 받았다.그런데 서비스를 하다보니 사람들의 반응이 그가 생각했던 것과 좀 달랐다.

이런 음식에 이렇게 좋은 영양이 있다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만들 수 있는거냐? 이런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아니, 어떻게 만들면 좋은지 알 수가 없는데 이런 정보가 무슨 소용이 있냐. 이런 지적도 있었구요.”

그리고 사람들이 영양이나 건강만 찾지 않는다는 것도 서비스를 해보고 알게 됐다고 한다. “좋은 정보를 제공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그런게 꼭 그렇진 않더라구요. 사람들이 음식에서 기대하는 가장 큰 가치는 맛이더군요. 그 다음에 건강을 찾아요. 그러니까 맛있는 음식 중에서 건강한 음식을 찾는 거죠. 그걸 몰랐어요.”

서비스는 이래서 어렵다. 좋은 서비스를 만든다고 되는게 아니다. 사람들이 찾는 서비스가 되야 한다. 첫 사업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그는 영리한 변화를 꾀했다. 흔히 피봇이라고 한다. 영양 정보는 Hint 1.0. 그러면 사람들이 찾는 음식 정보는 Hint 2.0으로 하면 어떨까.

피봇을 할 때는 시장의 흐름을 유심히 봐야 한다. “첫 창업때 느낀 거죠. 너무 일찍 시장에 진입해도, 너무 늦게 진입해도 힘들다는 걸요. 사람들이 음식을 해먹는 것에 슬슬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TV에서 음식 해먹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고. 되겠다 싶었어요.”

이번엔 음식이다!

그래서 그의 두 번째 창업 아이템은 시행착오를 거쳐 음식으로 확정됐다. 음식을 해먹는 남녀라는 뜻의 해먹남녀로 서비스명도 확정했다.

맛집 정보 못지 않게 요즘 관심있는 분야는 직접 해 먹는 음식. 냉장고를 부탁해와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도 1인 가구의 증가와 혼자 먹는 음식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나 간단하게 음식을 해먹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줄었고 건강을 중시하면서 무작정 밖에서 사먹는 음식보다 있는 재료로 간단하게, 그러면서도 뭔가 독특하게 해 먹는 음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

“‘냉장고를 부탁해’ PD 인터뷰를 봤는데, 인상적인 부분이 있더군요. ‘만드는 데 15분 이상 걸리는 요리는 안된다는 거였어요. 사람들이 그런 요리는 보질 않는다는 거죠. 심플한테 독특하고 몸에 좋고 그런 음식을 찾는 추세입니다.”

시장의 트렌드는 이런데 마침 제대로된 서비스는 없다는 게 그의 판단. 2013년 네이버 키친이 벤처기업 상생 차원에서 폐지되면서 그나마 있던 서비스가 사라졌고 이런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커지고 있다.

요리에 대해서만큼은 네이버를 능가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 수많은 요리의 레시피 재료를 분석해 음식명 뿐 아니라 재료로도 검색이 가능하게 만든다. 시간대별, 난이도별 검색도 된다. 냉장고를 열었더니 재료가 돼지고기와 고추장밖에 없다고 하자. 이런 재료를 입력하면 한정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 리스트가 뜬다. 음식명, 재료, 난이도 등으로 레시피 검색이 가능한 최초의 요리 검색 서비스가 되겠다는 것이다.

자 그럼 이런 요리 검색을 하기 위한 데이터가 중요한데, 이건 어디서 가져올까. “요리 블로거들과 제휴을 맺었어요. 한 사람당 500개 정도의 레시피가 등록돼 있더군요. 100명과 제휴를 하면 5만개의 레시피가 등록되는 셈이죠.”

요리 블로거들이 기존에 올린 글이 해먹남녀에 맞게 재구성돼 편집된다. 모바일 버전에서는 스마트폰 환경에서 보기 편하게 화면이 재구성된다. 스크롤 방식이 아니라 화면을 넘겨가면서 요리 과정을 보고 따라할 수 있게 한 것. 이와 같은 패턴 알고리즘을 만드는 게 개발의 주요 과정이었다.

해먹남녀는 다음주 중 오픈할 예정이다. 우선 웹으로 나오고 그 다음에 앱으로도 출시된다. 해먹남녀 서비스 추이를 보면서 투자 유치도 추진할 계획. “다시 창업을 하니까, 그런 느낌 아시나요. 심장이 쫄깃쫄깃하다는 느낌. 정말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지나고보면 실패하는 과정이 곧 성공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실패할 때 배우는 게 정말 많았죠. 다시 창업을 하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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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들이 사회적으로 정말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향후 수익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급성장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효용을 줄 수 있는 가치있는 일을 시도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번 주인공은 2013년 한국의 스타트업 일백마흔일곱번째 이야기로 소개한 바 있는 메디벤처스(당시엔 에이디벤처스)의 창업자 이희용, 황진욱 두 대표다. 첫 만남 이후 1년반 가량의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의 목표는 더욱 커지고 분명해졌다. 이들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정말 우리의 삶이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진료 기록 정보는 누구의 것일까.

병원에 다녀온 개인의 진료 기록 관련 정보는 누구의 것일까요.”

황진욱 대표의 질문이다. 당연히 해당 개인의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 정보를 내가 원할 때 찾아볼 수 있나요?” 그의 질문이 이어진다. 그래야 될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아니 사실 방법은 있다. 내 정보를 청구하면 된다. 그런데 그게 참 쉽지 않다. 과정이 지난하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수시로 찾아보기란 더더욱 어렵다. 불가능에 가깝다. 뭔가 이상하다.

개인의 진료 개록은 매우 민감한 개인 정보를 담고 있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보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보건복지부나 관련 정보를 담당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등의 설명이다. 일견 수긍이 간다. 그런데 보안이 너무 중시되다보니 내가 내 정보를 확인하기도 어려워졌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당장 자신의 진료 기록(언제 어떤 병원에 갔다 정도가 아니라 진료 결과, 치료 내역, 조심해야 할 사항 등 세부 진료내용)을 한번 찾아 보시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조차 막막함을 느낄 것이다.)

자 그럼 내 진료기록에 대한 보안은 정말 철통같이 지켜지고 있을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청을 하면 내 진료 관련 정보를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다. 그런데 우편이란 게 얼마나 분실이 쉬운가. 본인에게 제대로 갈지 확실치도 않고 중간에 사라져버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서 정작 보안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개인 의료 관련 정보을 꽁꽁 숨겨두는 것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처사인가.

정말 철저하게 보안을 지키는 것도 아니면서 개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확인하는 것조차 어렵다면 이 정보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일까. 이희용 황진욱 두 사람의 질문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개인의 진료 기록은 국가의 건강 관련 통계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고 과거의 진료내역을 살펴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 그렇다면 사람들이 자신의 진료기록을 잘 좀 봐야하지 않을까.

메디노트(Medinote) 프로젝트

메디노트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메디노트의 출발은 이른바 빅데이터다. 국민들 대부분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으며 이들의 진료 기록이 거의 실시간으로 남아 저장되는 대한민국의 방대한 건강보험 급여 지급 내역. 이게 없으면 사실 진료 빅데이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인 법.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더라도 이것이 체계화되고 정리돼서 누구나 이것을 찾아보고 분석하고 각자의 필요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는다면 그 수많은 데이터는 아무 의미가 없다. 최소한 개인의 영역에서는 그렇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주도해서 만든 각종 건강정보 관련 서비스나 앱 등은 일반인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질 못하거나 부차적인 서비스에 그쳤던 게 사실이다. 그 중엔 상당히 잘 만든 앱도 있었지만 홍보 부족이나 사후 관리 부족으로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미국에는 아이블루버튼이라는 서비스가 개발됐어요. 국민들이 자신의 진료기록을 볼 수 있게 만든 서비스죠. 오바마 정부에서는 이것을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하면서 지원까지 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서비스는 대단히 제한적이에요. 미국은 한국과 달리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사들과의 데이터 공유를 통해 일부 국민의 제한적인 진료 정보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외국의 사례에 비하면 한국은 이런 서비스를 하기에 정말 최적의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5000만명 전 국민의 건강정보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원 등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명을 지난해 에이디벤처스에서 메디벤처스로 바꾸고 건강 정보 관련 서비스를 하는 회사라는 정체성과 사명을 일치시킨 이들은 지난해 메디노트 시범 서비스를 실시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하는 일종의 건강 관리 앱이다. 정부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personal history record를 갖고 개인별 body map을 만들었다고 한다. 즉 각 사람이 병원에 다녀온 기록을 취합해서 처방전, 담당의사, 병원비, 질병 정보 등 전문화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람의 몸을 띄워놓고 신체 부위별로 어떤 이상이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정보도 제공해준다. 이 모든 정보가 자신의 진료 기록을 바탕으로 제공된다. 그 어떤 서비스보다 정확할 수밖에 없다.

의료정보의 네이버 된다

개인화된 이런 정보는 그야말로 네이버도 할 수 없는서비스다. 건강 정보에 대해서만큼은 이 분야의 네이버가 되겠다는 게 이들의 포부. 아니 네이버도 하지 못하는 철저하게 개인화된 서비스도 가능하다.

서비스 준비는 이미 지난해 시범사업을 통해 완료했다. 다만 개인정보 관련 이슈만 남아있을 뿐이다. 이미 우편물을 통해 개개인의 진료 기록을 지금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개인 진료 기록을 개인이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메디벤처스의 서비스가 문제될 부분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서비스가 대중화된다면 개인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의 진료 기록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자신의 약점이나 건강상의 문제점을 체크하고 예방에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다. 의료기관이 환자를 관리하고 이들에게 건강상의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예방의학 관련 연구개발을 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도 있다.

이들은 메디라떼 2.0 버전도 준비하고 있다. 메디라떼 2.0은 전국의 병원 68000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가까운 병원 및 약국 찾기, 예약하기 등 기존의 기능에 더해 상담 기능을 추가한다. 카톡 상담 아이콘을 붙여 자신의 상태에 대해 카톡으로 물어보면 긴급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도와주거나 가장 적합한 병원으로 안내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이미 150만건 이상 다운로드됐다.

병원 예약 관련 할인쿠폰 서비스로 시작해 병원 찾기 정보서비스, 진료 기록 조회 서비스, 건강 관리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는 메디벤처스. 이들의 다음 행보는 해외 의료 환자들을 향하고 있다. 황진욱 대표는 한국을 찾아오는 중국, 러시아, 중동 등의 의료관광객들에게 한국의 병원을 소개하고 맞춤형 안내를 해 주는 서비스를 하겠다이를 위해 중국의 쇼핑검색포털과 제휴를 맺고 한국 방문 관련 쇼핑 검색을 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실시간 상담과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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