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보안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공인인증서가 안전하지도 않으면서 국민들의 불편만 초래하고 전자상거래 등 관련 산업의 발전도 저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이미 충분히 느끼고 있는 내용이지만 이번엔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공인인증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KDI 송영관 연구위원은 12일 발표한 공인인증서 규제 논란의 교훈과 향후 전자상거래 정책방향 제언보고서에서 공인인증서가 금융사 등 전자금융 서비스 제공자의 편의를 위한 방법일 뿐 소비자는 분실, 해킹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감독원과 전병헌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악성코드, 스미싱 등으로 소비자의 컴퓨터, 스마트폰에서 19388건의 공인인증서가 유출됐다. 20128건에 불과했던 공인인증서 유출 건수는 20138710건으로 급증하는 등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피해 금액은 349억원에서 547억원으로 늘었고 2014년에도 상반기에만 300억원의 피해를 기록했다.

송 연구위원은 전자금융에서 의무적으로 액티브엑스(Active-X) 기반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인터넷 보안에 특별히 주의하지 않는 한 유출과 분실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외국과 비교하면 공인인증서가 인터넷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데 차별점이 없거나 오히려 더 못하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보고서에서 인용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인터넷 개인정보 피해신고 건수에서 한국은 지난 2012334건에 달한 반면 미국은 123건에 불과했다.

KDI는 또 공인인증서 규제가 금융회사와 전자상거래업체의 정보보안 투자를 줄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전자금융거래법상 공인인증서가 유출됐을 때 발생하는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금융기관과 전자금융업자에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으로 한국 기업 중 IT 관련 정보보호 예산액이 전체 예산의 5%를 넘는 업체는 2.7%에 불과했다. 미국과 영국은 각각 40%50%를 웃돌았다. 국내 18개 은행의 정보보안 예산은 2500억원에 그쳤지만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관련 예산은 4000억원에 달했다. 한국의 정보보안 특허 수도 주요국과 큰 차이가 난다. 국가별 암호화 기술의 특허 건수가 한국은 6947건으로 미국(56740), 일본(26255), 중국(12771)에 크게 못 미친다.

이 보고서를 보고 있자면 한국의 정보보안 산업이 다른 주요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산업 성장 속도가 느린 주된 원인 중의 하나로 공인인증서가 꼽히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 소비자들이 사용하면서 내내 불안감을 느끼고, 대단히 복잡한데다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고, 그러면서도 결과적으로 안전하지도 않은 공인인증서이지만 여전히 금융권 사이트 뿐 아니라 국세청 등 정부 부처에서도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금융사 등이 소비자 편의나 본질적인 보안에는 무관심한 채 정보유출에 따른 책임회피 및 자신들의 편의만을 위해 공인인증서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용을 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한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는 도대체 언제쯤 없어질까.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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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벤처스, 화장품 리뷰 앱 글로우픽개발사 글로우데이즈에 투자

초기기업 전문투자사 더벤처스(대표 호창성)는 화장품 리뷰를 제공하는 글로우픽앱 개발사 글로우데이즈에 투자했다고 26일 밝혔다. 글로우픽은 각 화장품을 카테고리와 브랜드 및 키워드로 나눠 이를 랭킹으로 만들어주는 화장품 리뷰 서비스. 국내에서 판매되는 사실상 모든 화장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

글로우데이즈는 이미 맛집과 영화, 자동차 등 수많은 분야의 제품에 대한 리뷰가 인터넷을 가득 채웠지만 정작 여성들의 일상용품인 화장품은 믿고 볼만한 리뷰가 없었다는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글로우픽을 만들었다. 화장품은 개인의 나이와 피부 타입, 주관적인 선호도에 따라 제품에 대한 호불호가 나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존에는 이런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리뷰는 없고 알 수 없는 전문가들의 최고급 화장품 리뷰 밖에는 없었다는 것이다. 글로우픽은 최고가 화장품은 물론 처음 화장품을 쓰기 시작하는 학생들을 위한 보급형 기초화장품까지 모든 화장품의 리뷰를 다룬다.

글로우픽을 통해 사용자들은 자신의 피부 타입 등에 맞는 화장품을 보다 쉽게 선택할 수 있다. 글로우데이즈는 화장품 리뷰를 받기 전 회원들의 나이와 성별, 피부타입을 입력받는다. 그리고 각 화장품을 카테고리(스킨케어, 베이스메이크업 등)와 키워드(보습, 각질관리 등) 및 브랜드(러쉬, 이니스프리 등) 등으로 나눠 분류한다. 이렇게 하면 사용자들이 큰 고민없이 간단하게 남긴 리뷰와 평점만 조합해도 “20대 민감성 피부 여성이 좋아하는 스틱형 립밤혹은 “30대 지성 피부 여성이 좋아하는 멀티크림등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있다.

이런 매력 덕분에 글로우픽의 사용자는 지난해 9월 런칭 이후 반년 만에 이미 사용자가 10만 명을 넘어섰으며 월 페이지뷰는 500만 건 이상, 매일 1000개 이상의 리뷰가 올라오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미래식당, 실리콘밸리 Sazze로부터 투자 유치

원거리 맛집 배달 서비스 '미래식당'을 운영 중인 ()록큰롤 비즈니스 그룹(대표 오탁민)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자상거래 전문 기업 Sazze inc.(sazze.com)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고 25일 밝혔다. Sazze inc.는 한국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프라이머(primer.kr)의 공동 파트너이기도 한 이기하 대표가 세운 기업이다.

'미래식당'(meesig.com)은 올해 오픈 이래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등 각지 대표적인 맛집들과 제휴를 맺으며 전국을 아우르는 원거리 배달 서비스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특히 속초 봉포머구리집 물회를 반나절 안에 서울에서 먹을 수 있는 '당일 배송 서비스'는 강남 지역 고객들로부터 크게 인기를 끌었다.

미래식당이 지향하는 것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진출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지역 식당들에게 '미래식당'IT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소비자들 또한 그 지역에 가야만 맛볼 수 있던 양질의 음식을 온라인을 통해 쉽고 빠르게 주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근거리 중심이었던 배달시장에 새로운 판도를 열어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유니온풀, 중고패션 마켓플레이스 도떼기마켓출시

스타트업 유니온풀이 온라인 중고패션 마켓플레이스 '도떼기마켓(www.dottegi.com)' 을 최근 출시했다.

사놓고 입지 않는 옷, 몇 번 신고 싫증난 신발, 좀 더 편하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에 대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아깝다고 무작정 쌓아 놓기에는 짐이 되고, 그렇다고 개인간 중고거래를 하자니 복잡하고 불안하다.

도떼기마켓은 사람들의 이같은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고의류를 직접 구입해주고 판매하는 중고패션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다. 입지 않는 옷을 '도떼기마켓'에 보내기만 하면 2~3일 내로 통장에 판매금이 입금된다. 중고거래의 모든 자질구레한 일들을 대신 해결해준다. 당연히 사기를 당할 위험도 전혀 없다.

'도떼기마켓'의 특징은 무료로 제공되는 대형 '클린업백'을 신청하고 옷을 담아 보내기만 하면 전담 패션MD가 합리적인 판매금액을 제안해준다는 점이다. 중고거래를 하기 위해 발품을 팔거나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추가 수수료나 배송비도 없기 때문에 더욱 부담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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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큐브벤처스가 처음 출범하던 지난 2012년 임지훈 대표를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그 때가 2012년초였으니 벌써 3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한 투자회사의 심사역에서 일약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의 대표라는 중책을 맡게 된 그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멋지게 호흡을 맞추며 창업붐을 현실화하는데 일조했다. ‘스타트업의 베프라는 스스로 지은 닉네임에 걸맞게 수많은 창업가들을 만나며 업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임지훈 대표를 만났다.(약 한 달 전에 만났는데 게을러 정리가 늦어졌다. 시간적인 갭을 감안해 읽어주시길..)

-일단 투자 현황을 좀 듣고 싶습니다.

“2012년에 시작해 지금까지 39개 회사에 투자했습니다. 투자금액은 200억원 가량 됩니다. 20124월에 조성한 110억원 가량의 펀드는 대부분 소진했고 2013년 조성한 300억원의 펀드에서도 100억원 가량 투자했습니다. 2013년까지 19개 회사에 투자했는데 지난해에만 20개의 회사에 투자를 했어요. 프로그램스, 위시링크, 엠버스, 빙글, 두나무, 헬스웨이브, 레드사하라, 짜이서울, 클디, 넵튠 등의 회사입니다.”

-그 중에서 특히 성과를 주목할 만한 회사가 있나요.

대부분 성과를 내고 있지만 특히 10개 사의 성과가 주목할 만합니다. 3개 사는 곧 IPO(기업공개)를 추진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모바일게임 '헬로히어로'를 출시한 이후 전 세계150개국에 진출해 1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는 핀콘, 모바일 RPG ‘불멸의 전사로 흑자전환한 레드사하라, '카카오 스타일'로 급성장하고 있는 위시링크 등이 대표적입니다."

-해외직구로 뜬 미스터쿤은 어떤가요.

미스터쿤은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스는 15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두나무는 출시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일간 사용 유저 수가 7만명에 달하고 있을 정도로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냥 이렇게 말하면 감이 잘 안 올 수 있지만 모바일 증권거래 서비스 1위인 키움증권이 15만명이고 삼성증권은 2만명에 불과합니다. 엄청난 수치라고 할 수 있죠. 하울링소프트, 넵튠, 드라이어드와 같은 회사들도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특별한 투자 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투자한 39개 회사를 보면 70%가 제품도 나오기 전에 투자한 회사들입니다. 아주 초기 단계에 투자해온 거죠. 앞으로도 기본적으로 그런 스탠스는 유지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항상 그래왔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창업자의 아이디어와 열정과 지혜가 좋은 팀을 만나 진행이 되는 과정에 우리는 투자를 합니다 ”

-향후 투자 유망한 아이템으로 생각하고 있는 분야는.

기술로 엣지 있는 그런 회사를 찾고 있어요. 케이큐브벤처스는 그런 회사에 대한 투자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이미지 인식과 같은 분야 여전히 유망하다고 보고요, 클디에 이미 투자를 했지만 인식 기술 관련 분야는 앞으로 발전할 것도 많고 좋은 회사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머신러닝 분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고 봅니다.”

-그럼 핀테크는 어떤가요. 관심을 많이 받고, 실제로 해외에선 투자도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글쎄요. 솔직히 핀테크는 잘 모르겠네요. 이게 되려면 시장이 자율적이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관련 산업의 규제가 너무 많지 않나요? 사실 O2O가 상점 쿠폰 서비스는 아닌데 말입니다. 핀테크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하고 스타트업 투자환경을 만드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TIPS와 같은 제도는 정말 대단한 것이고,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정부가 하는 일에 일부 잡음이 있을 수 있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점차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올해 투자 계획은?

현재 10명 정도인 직원을 더 늘리고, 투자 심사역도 더 뽑고 있습니다. 올해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반드시 소프트웨어 회사만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프라인 분야나 하드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능성을 발굴하려고 합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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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민간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가 나왔다. 프라이머 출범 당시 이를 이끈 멤버들은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이택경 다음 창업자, 이재웅 다음 창업자, 송영길 부가벤처스 대표, 장병규 네오위즈 및 첫눈 창업자 등 쟁쟁한 인물들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프라이머의 파트너에는 조금씩 변화가 생겼지만 권도균 이택경 두 사람은 변함없이 프라이머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생겼다. 이택경 대표가 프라이머를 나와 매쉬업엔젤스라는 새로운 초기벤처투자 및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5년 간의 프라이머 활동을 마치고 새출발을 한 이택경 대표를 만나 한국 스타트업의 현황과 투자 계획 등을 들었다.

프라이머와 매쉬업엔젤스를 병행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가봅니다.

여전히 프라이머 팀의 멘토링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2기까지만 그렇게 하고 있죠. 프라이머는 이미 지금 3기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는데요, 저는 3기부터는 관여를 하지 않습니다.”

새롭게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프라이머를 하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엔턴십 프로그램을 했지만 투입하는 자원에 비해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엔턴십 프로그램과 같은 것이 필요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그 분야에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쪽보다는 멘토링이 저에게 더 적합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너무 기초를, 강의에 기반해서 다수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것보다는 좀 더 중요한 포인트, 사업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창업가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을 지적해주고 해결할 방법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이러는 과정이 더 나에게도 맞고 시장에서도 필요로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런 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시스템을 하나 만들어보고 싶었던 거죠.”

오래전부터 구상을 해 온 일인가요.

다음을 나왔을 때 2가지 꿈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벤처인들, 특히 초창기에 이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주는 것이었구요. 이 부분은 프라이머를 만들어서 5년 동안 해 오면서 많이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엔지니어들의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2002년이던가, 그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대한민국에서 이공계의 위기가 왔다고. 왜냐하면 정말 우수한 개발자를 찾기 힘들어졌다는 느낌이 왔거든요.. 전자공학은 좀 낫지만 전산학과 쪽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봤습니다.

과에 따라 상황이 다른가 봅니다.

사실 소프트웨어 쪽은 여전히 좋은 개발자가 많지 않습니다. 극소수인 좋은 개발자들은 정말 좋은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실력있는 개발자가 나오기 위해선 대학 시절부터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학쪽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일단 저변을 넓히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보려고 합니다. 모교인 연세대학교에 기부를 좀 했는데 그래서 제가 쓸 수 있는 방이 2개가 생깁니다. 이것을 전산학 관련 동아리방으로 개방할 생각이에요. 관심있는 학생들이 몰려와서 있을 곳도 생기고 여기서 서로 얘기도 하고 토론하고 프로그래밍도 해 보면서 저변이 확대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해보고 싶은 일입니다. 일단 이렇게 시작해보고 다른 방법도 차차 찾아볼까 합니다.”

매쉬업엔젤스는 프라이머와 어떻게 다른가요. 아니 다른 VC나 액셀러레이터, 엔젤투자자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요?

매쉬업엔젤스는 상당히 오픈된, 플렉서블한 형태입니다. 법인도 아니고 투자조합도 결성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엔젤투자자들의 느슨한 네트워크라고 보면 됩니다. 대표 외에 파트너 한 명이 동의하면 투자가 진행되는거죠. 보통 투자조합을 결성해 투자를 결정하는 시스템에서는 만장일치로 하든 다수의 동의를 받아야 투자가 진행이 됩니다. 그런데 매쉬업엔젤스는 그렇지 않습니다. 투자를 하기 싫은 엔젤투자자는 참가하지 않으면 되는 그런 방식입니다. 투자를 한 뒤에는 좀 더 밀착된 관계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엔젤투자자도 여러 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그냥 투자만 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도 연결해주고 여러 가지 조언도 해주고, 문제 해결 방식도 같이 고민하고 등등...저는 후자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다만 너무 초기단계의 기업가교육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아 새롭게 매쉬업엔젤스를 시작한 거라고 이해해주세요.”

투자 대상 기업을 이제 찾아야 하는 건가요?

아뇨, 벌써 포트폴리오를 27개 팀으로 구성해놨습니다. 버튼대리, 리멤버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프라이머때 클럽을 한 해 6-7개 팀을 운영했는데 매쉬업엔젤스에서는 보다 공격적으로 할 계획입니다. 최소한 올해 12개 정도, 많으면 15개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멘토링 등을 비롯한 서포트에 80%를 쓰고 나머지 20% 정도는 과거 엔턴십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스타트업을 도우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프라이머때부터 워낙 창업을 막 시작한, 그야말로 초창기 회사들을 많이 만나오셨는데, 요즘 분위기는 좀 어떤가요.

창업은 올해, 내년 정도가 피크가 될 것 같습니다. 요즘엔 정말 창업자들이 많아서, 예전에는 제가 왠만하면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기획자는 넘쳐나지만 좋은 개발자는 많지 않습니다.

20102차 벤처붐이 일어난 직후 흐름을 보면 처음에 대학생들 창업이 좀 있었고 네이버나 다음에서 일하다 나와서 창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다가 요즘에는 삼성이나 LG 다니다가 나와서 창업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컨설턴트 등 다양한 분야 출신의 창업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죠. 하지만 여전히 훌륭한 개발자 출신이 CEO가 돼서 직접 창업을 하려고 하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이를 위한 기반을 만들어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확실한 건, 버블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현재 한국의 창업붐은 2000년 당시와 달리 거품은 많지 않은 것 같다는 점입니다. 물론 일부에서 밸류에이션에 좀 과장이 있는 경우는 있지만, 그래도 15년전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그런데 중국 창업시장은 확실히 우리와 달리 거품이 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게 우리에게 얼마나,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입니다.”

핀테크 얘기를 많이 하는데, 실제 창업 사례를 좀 보셨나요?

지금 사실 국내에서 일고 있는 핀테크 열풍에 대해선 전 좀 회의적입니다. 규제 일변도인 금융위가 중심이 돼서 핀테크를 추진해봤자 일이 되기 힘들다고 봅니다.

사실 핀테크가 문제가 아니라 공인인증서는 정말 완전히 사라지는데 앞으로 10년쯤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할 때 공인인증서를 설명해야 할 일이 있으면 사실 좀 너무 창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거 빨리 없어져야 하는데 도무지 진척이 안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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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확실히 일상이다. 우리의 삶에서도 그렇고, 스타트업 창업 과정에서도 그렇다. 성공을 거둔 사람의 공통점은 실패를 통해 그 자리에 왔다는 것이고, 아직 성공에 이르지 못한 이들도 공통점은 여전히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계속 시도할 수 있다면 행운아다. 언젠가 반드시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의 기회는 오기 때문이다. 계속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는 게 어려울 따름이다. 한국의 스타트업 일백여든여덟번째 이야기는 거듭된 실패 속에서도 계속 도전해가며 성공의 확률을 높이고 있는 한 창업가의 스토리다.

소셜네트워크 보면서 창업의 꿈

한국외국어대학교 98학번으로 입학한 박우람은 대학에서 음악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일어과 2년 후배인 박정우를 만났다. 음악을 좋아한 공통점 때문에 둘은 자주 어울렸고 학교를 떠나서도 관계가 지속됐다.

음악을 좋아하고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한 관심 때문에 첫 직장으로 JYP를 선택한 박우람. 이 곳에서 그는 아티스트들에 대한 관리, 신사업 개발 등의 업무를 했다고 한다. 대학 후배인 박정우는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네이버에 입사했다. 친분을 이어간 두 사람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더 자주 만났다. IT(정보기술) 분야와 크게 관련이 없었던 박우람이 이쪽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첫째는 박정우와 만나서 대화를 한 덕분이고 둘째는 그가 회사에서 신사업 개발 업무를 맡으면서 IT쪽으로 업무를 넓혀나갔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때 이들에게 창업의 영감을 준 것은 영화 소셜 네트워크였다. 마크 저커버그가 친구들과 함께 대학 재학 중 창업하는 초기 스토리를 다룬 이 영화를 보면서 이들도 창업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2010년 겨울부터 두 사람은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에 다니고 있던 박정우가 스타트를 끊었다.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해서 사진 등을 주고받는 일종의 SNS가 주된 아이디어였다. 20111년간을 꼬박 사업을 준비한 이들은 20124월 법인을 설립하고 첫 서비스를 출시했다. 마그나랩의 창업이다. 박정우는 직접 네이버 출신 직원 10명을 설득해 함께 창업멤버를 꾸렸고 박우람과 네이트 출신의 다른 개발자들이 합류해 창업멤버가 꾸려졌다. 박정우가 대표를, 박우람이 CFO를 맡아 이들은 자신들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첫 서비스는 잘 안됐다.

<마그나랩 창업멤버들>

뭔가 될 것 같은데...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도 상당한 기간 동안 했고, 개발자나 기획,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모였는데 서비스가 처음에 잘 안풀렸다. 왜 그랬을까.

일단 창업자가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각각의 개성이 너무 강해서 융화되기 힘들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은 많았다.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너무 다양했다.

물론 이런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사업을 그냥 접을 수는 없다. 사업은 사업대로 계속 돌아가야 했다. 이들은 첫 개발작의 시장 반응이 썩 좋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다른 시도를 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진저장서비스, ‘옐로리본(Yellow ribbon)’이라는 위치기반 메시지 서비스 등도 출시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 것을 계기로 늘어나고 있는 전국의 게스트하우스를 엮어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성적표는 다 고만고만했다.

성적이 신통치 않은 가운데 첫 서비스가 출시되고 1년여만에 열대여섯명에 달했던 창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떨어져나갔다. 지금은 4명이 남았을 뿐이다. 출시작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자금 운용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결국 서비스 개발을 하면서도 외주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공들여 만든 서비스가 왜 잘 안됐을까. 잘 될 듯 하면서도 결국 시장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고객의 마음을 얻기는 정말 어려웠다.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 검증이 안 된 가운데 비슷한 서비스들이 많아 차별화를 하기도 어려웠다. 고심하던 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에서 다시 승부를 보기로 결심한다. 본래 음악동아리에서 만난 이들이니만치 음악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기존 음악을 활용한 서비스에 주력하는게 아니라 음악과 영상을 결합한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물론 SNS 기능도 들어갔다. 이들의 다섯 번째 작품 콜라보는 이렇게 앞선 네 번의 실패를 딛고 태어났다. 2013년말부터 준비한 이들의 다섯 번째 서비스 콜라보는 8월 출시됐다.

동영상 글로벌 플랫폼 꿈꾼다

콜라보(Collavo)는 쉽게 말해 동영상 촬영도구다. 그냥 동영상 촬영도구라고 하면 기존에도 이미 많이 존재한다. 콜라보는 모바일 비디오 제작에 최적화된 도구. 8초에서 32초의 짧은 동영상을 음원으로 꾸밀 수 있게 해 주는 앱이다. 실시간 콜라보레이션 기능이 특징. 내가 촬영한 영상 뿐 아니라 나와 연결돼 있는 다른 사람들, 예를 들어 가족이나 친구가 촬영한 동영상을 나의 콜라보앱에서 불러와 하나로 합쳐 하나의 완성된 동영상을 만들 수도 있다. 페이스북과 연동이 돼 있어서 친구를 불러서 같이 촬영한 뒤 각자의 위치에서 촬영한 영상을 미리 지정한 디렉터폰으로 전송하면 디렉터는 마치 영화감독처럼 이런 영상을 합치고 편집해 마음에맞는 영상으로 다시 만들면 된다.

영상의 분위기를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이른바 필터 기능이 30개나 돼 자신의 개성에 맞는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영상을 갖고도 강렬한 느낌 또는 로맨틱한 느낌의 동영상을 만드는 식이다.

시대가 영상으로 가고 있다는 점, 사람들이 영상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있다는 점 등은 서비스가 가진 긍정적인 포인트. 하지만 이번에도 경쟁자가 존재하고 이런 경쟁자에 비해 좀 늦게 나온데다 특히 초기 자금 부담으로 적시에 마케팅을 진행하지 못한 부분은 약점으로 볼 수 있다. “2013년말부터 개발을 진행했는데 2014년초에 스냅무비라는 경쟁사 제품이 먼저 나왔어요. 다행히 콜라보와 같이 여러 영상을 하나로 합쳐서 새로운 영상을 만드는 기능은 없어요. 우리만의 차별을 잘 부각해야 하는게 숙제죠.”

글쎄..차별점도 차별점이지만, 일단 편하고 재미있게, 쉽게 쓸 수 있다는 인식 확산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선 실제로 에러가 최소화되야 하고 직관적으로 쉽게 쓰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부각될 필요가 있다.

박우람 CFO는 공식적으로는 재정을 맡고 있지만 스타트업의 특징답게 안팎으로 온갖 업무를 다 하고 있다. “예전에 다음카페 시샵, 운영자 등을 경험한 적이 있어요. 그때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카페로 키우는 경험을 해 봤죠. 그런 경험을 살려서 SNS를 활성화시키고 사람들이 모이는 그런 앱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그냥 사람들이 모이는 앱이 아니다. 마그나랩은 콜라보를 동영상 기반의 플랫폼으로 만들고자 한다. 지난달부터는 소비재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일반인들이 해당 기업의 광고를 찍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일반인으로서는 거대 기업의 제품 광고를 자신이 만들어본다는 재미요소가 있고 기업으로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생각지 못했던 광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잘 된 작품은 온라인 등에서 해당 기업 제품의 광고로 활용될 수도 있다.

예전에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면서 창업을 꿈꾸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지금 와서 보니 의지나 배경만 갖고 사업을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구요. 현실은 쉽지 않지만 요즘 소비자들이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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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을 하든 못하든 우리는 살면서 정말 온갖 것을 거래한다.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때 친구 숙제를 해주는 대신 딱지를 받았다던가, 중학교 때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고 드래곤볼 만화책을 빌려봤다던가 하는 사소한 일상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마찬가지다. 다만 인터넷이 발달하고 모바일이 일상화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주변 지인 수준을 넘어서 거래 상대방을 보다 광범위하게 찾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개인이 제공할 수 있는 일상의 다양한 서비스(번역, 디자인, 심지어 고민들어주기 등)를 연결해주는 사이트도 많이 등장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오투잡이 이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자신이 뭘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르는 이들에게 가이드 역할까지 한다는 것이다. , 직접 시장을 창출해나가는 기능이 있다. 그 외에도 차별점이 있지만 이것은 글을 읽으면서 찾아보시길. 한국의 스타트업 일백여든번째 주인공은 오투잡 최병욱 대표다.

일찌감치 겪은 시행착오

학생시절 최 대표는 음악을 사랑했다. 음악을 좋아하고, 예술이 하고 싶어서 예술대학에 갔다고 한다. 하지만 웬걸, 계속 할 자신이 없었다. 막상 그 분야에 가보니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동안 방황도 하고 고민도 했던 그는 제대를 한 뒤 정말 우연처럼 창업의 세계에 들어오게 된다.

친구의 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하던 도중 쿠폰을 싸게 팔면 돈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다들 좋은 생각이라고 했죠. 그래서 음식점, 매장 등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쿠폰을 할인판매하는 일을 준비했어요.”

2009년의 일이었다. 아직 소셜커머스가 국내에서 본격화되기 전이었다. 그런데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사업의 과정은 더디기만 했다.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이 해는 훌쩍 넘어가고 티켓몬스터를 비롯해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준비가 부족했음을 자인할 수 밖에 없었다. 계약을 맺으러 매장을 다녔지만 이미 한발 앞선데다 막강한 영업력을 갖춘 소셜커머스업체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한 뒤였다. 결국 그의 첫 창업 시도는 시작하자마자 끝나고 말았다.

연세대 경영학과에 들어간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창업에 도전했다. 이번엔 북장터라는 중고책 거래 사이트. 자신의 대학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전공 서적이 정말 비싸더라구요. 자기가 벌어서 책을 사야 하는 학생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죠. 생각이 비슷하면 다 본 전공서적을 싸게 팔면 서로 이득이 될 거라고 본거죠. 주변에 보니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거래하는 사이트는 아무도 안 만드는 거에요. 제가 스스로 이건 너무 불편하다 싶어서 직접 사이트를 만들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북장터는 제법 번창했다. 수 만권의 중고 전공서적이 등록되고 거래가 늘었다. 경진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고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도 받았다. 좋은 아이디어라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북장터의 교훈

축적된 DB와 늘어나는 거래. 커머스사업 활성화의 이상적인 조건을 갖췄지만 문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이었다. 돈을 벌려면 결제 기능을 붙여야 했고 에스크로, 고객응대시스템, 콜센터, 판매자 관리, 환불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이 필요했다. 그는 결제 기능을 붙이면 사용자가 줄어 학생들이 간편하게 누구나 어디서나 전공서적을 싸게 사게 하겠다는 본래 목적이 훼손된다고 생각했다반면 결제기능이 없으니 일부 광고 외에는 돈을 벌 방법이 없어 사용자는 늘어나는데 관리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딜레마에 빠진 것도 맞지만, 본격적으로 사업을 할 수 없거나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닐까. 갖춰야 할 게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거꾸로 보면 답이 분명하기도 했다. 어쨌든 당시에 그는 답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지금도 그 사이트를 그대로 운영하고 있지만 비영리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 대학생들의 전공서적 거래 사이트로 남겨둔 것이다. 대학생들은 북장터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학교에서 만나 직접 물건을 확인하고 거래를 하기 때문에 사이트는 정보창구의 역할만 할 뿐 결제는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경험을 하면서 사업에서 필요한 것들에 대한 감을 익히지 않았을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경험으로 배우면서 한 발씩 더 나가는 게 그의 창업 과정의 특징.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131월 오투잡을 창업했다.

오투잡의 아이디어는 다양한 재능거래에 대한 관찰에서 나왔다. “인터넷 카페같은 곳에서 '5,000원에 모닝콜 해드립니다', '5,000원에 포토샵 해드립니다'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그것이 거래되는 것을 봤어요. 실물이 아닌 이런 무형의 서비스도 웹 사이트로 만들어서 '신뢰성 있는 중계역할을 해주면 좀 더 안전하게 거래를 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게 됐죠.”

그는 단순 거래 사이트에 그치지 않도록 여기에 하나의 비전을 붙였다. ‘나의 두 번째 직업’. 그래서 이름이 오투잡(O two job)이다. “하기 싫은, 시간 때우는 직장 일이 아닌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그것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고, 그것이 직장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꿈을 갖게돼 오투잡을 시작했습니다.“

잘 하는 일로 돈도 벌 수 있는 세상.

최병욱 대표는 오투잡을 시작하면서 한 가지 원칙을 분명하게 했다. 수익모델이 있는 사업을 하겠다는 것. “힘들게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확실하게 수익이 나는 일을 하자고 했어요. 북장터를 하면서 얻은 교훈인 셈이죠.”

기존에도 개인의 여러 가지 재능을 거래할 수 있는 창구는 존재했다. 대신 번역을 해 준다던가, 교정을 봐 준다던가, 글을 써 준다던가, 포토샵, PPT 자료 등을 대신 만들어주는 일 등이 그것이다. 오투잡이 이런 기존의 창구와 다른 점은 판매자에 대한 깐깐한 검증 절차를 거친다는 점과 결제를 편리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실물거래 오픈마켓으로 지마켓이 있다면 서비스거래엔 오투잡이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

최 대표가 세운 서비스 철학은 세 가지. (1)웹 사이트가 단순해도 좋으니 최대한 직관적으로 만든다. (2)오투잡과 판매자, 구매자간 신뢰구축이 최우선. (3)소비자 의견을 즉시즉시 반영한다.

특히 그는 재능을 거래하는데 판매자에 대한 신뢰를 검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 프로필 인증제도를 구축했다. 예를 들어 번역 판매자라면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졸업’, ‘토익 985’, ‘책 번역 경험등의 이력을 증서로 보내주면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런 검증 절차로 인해 등록요청된 판매건의 절반만 승인을 받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안전한 거래를 위해 에스크로 서비스도 제공한다. 거래와 각종 문의, 주문 사항 등을 문자로 알려주는 등 북장터에서 하지 않았던 편의와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창업한 지 2년여만에 현재 월 거래 건수는 3000건을 넘어섰고, 거래액은 1억원을 돌파했다. 디자인 전공인 한 회원은 오투잡 사이트를 통해 로고제작으로 매월 200만원 가량의 수익을 내는 등 성공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직장이 있는 사람들은 오투잡을 두 번째 직장으로, 대학생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수익을 벌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만들겠습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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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감옥-니콜라스 카

책 다시보기 2015. 1. 3. 20:59 Posted by wonkis


내비게이션이 인도해주는 대로 길을 찾아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가 어느 날 내비게이션 없이 길을 찾아가 본 적이 있었다. 찾아가는 길이 복잡한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러 차례 찾아갔던 길인데, 좀처럼 찾기가 어려웠다. 과거엔 네비게이션 없이도 잘 찾아다녔는데 이제는 항상 다니는 길도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힘들어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이런 경험을 해 봤을 것이다. 내비게이션이 아니더라도 이런 류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은 많다. 인터넷이 안되는 곳에서 심심함을 달랠 방법이 없어 괴로웠다던가, 심지어 컴퓨터로 글을 쓰는 것에 익숙하다가 손글씨로 뭔가를 작성해야 할 때 글이 잘 써지질 않아 당황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일을 겪으며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 내가 너무 기술에만 의존하고 살아왔구나.’ 하지만 이런 잠깐의 생각은 그저 스쳐지나갈 뿐. 현대인의 삶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 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기술개발과 자동화가 주는 편리함에 심취해 다시 기술의 발전을 찬양하는 삶으로 돌아가버린다. 
 ‘유리감옥’의 저자 니콜라스 카는 이처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종종 느꼈던 막연한 걱정이 전혀 근거없는 두려움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편집장을 지냈고, 전작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빅 스위치’ 등을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저자는 일관되게 기술발전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파고든다.
 이 책의 도입부에서부터 저자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급격한 기술 발전의 시대에 인간의 의미는 무엇인가’이다. 우리가 이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그저 스크린의 피조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경고다. “과거의 기계는 인간의 근육을 대체했지만, 오늘날 기계는 인간의 뇌를 대체했다”는 그의 주장은 전작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그는 유리감옥에서 이보다 더 광범위한 범위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발전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우선 그는 일자리 문제를 다시 제기한다. 과거 기계의 등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오히려 경제적 안정을 주고 부를 확대시키며 인류의 수고를 덜어주는 것이 확인됐다. 이것이 불과 얼마전까지의 통념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성장과 고용에 대한 통계지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저명인사의 발언을 거론하며 오늘날 이 두려움이 현실이 될 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즉 제조업과 물류에서 일상적인 육체노동이 기계와 로봇에 의해 대체되는 현상이 점점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보처리 분야에서는 컴퓨터들로 이뤄진 네트워크가 일반 화이트칼라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카는 “사라진 일자리들은 대부분 고임금 산업의 일자리들인 반면.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들은 대부분 저임금 산업의 일자리들이다”라고 주장한다.
 이어서 자동화에 대한 의존이 인간의 능력을 감퇴시킨다는 주장이 계속된다. 따분한 일상의 일들을 기계에 많이 맡길수록 인간이 창조적인 행위를 하고 사유를 할 것이란 게 이른바 기술유토피아주의자들의 주장. 하지만 그는 ‘실제로 정말 그런가?’라고 반문한다.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한 비행기 조종사들의 잦은 실수, 무인자동차가 가져올 끔찍한 사고 등을 열거하며 저자는 “자동화는 우리를 행위자에서 관찰자로 전락시킨다”라고 일갈한다. 아울러 “진짜 지식을 얻기 위해선 까다로운 일과 오랫동안 씨름을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구글 검색이 진화될수록 검색창에 입력하는 사람들의 질문이 게을러지고 무성의해진다는 예시는 자동화에 의존해 점점 나태해지는 우리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칠 정도다. 하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기술의 진보나 이의 유용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기술 발전의 시대에 이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야 존재의 의미를 잃지 않고 기술의 발전 속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으리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는 결국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자동화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얻을 수 있게 해 주지만, 우리가 자신을 알아가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그리고 자동화의 달콤함에 너무 취해 돌아보지 않는다면,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대표되는 ‘유리감옥’에 갇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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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2014년 8월29일(금)자,  아래 글은 2014년 10월18일(금)자 한국경제신문에 보도됐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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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자동화에 대한 분별없는 의존은 끔찍한 재앙이 될 것이다. 진정한 인간관계는 사라지고 중요한 일은 컴퓨터가 모두 하면서 인간은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채 지루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최근 신작 ‘유리감옥’을 펴낸 니콜라스 카는 이메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단호한 어조로 IT(정보기술) 발전에 의해 가속화되는 자동화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가져올 재앙을 경고했다. 그는 특히 무비판적으로 기술발전과 자동화에 심취하는 것을 우려했다.  “삶의 의미와 진정한 인간관계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희생이 필요한 법인데 이는 자동화에선 찾을 수 없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니콜라스 카 = 사진 조아니 사이먼>

▷기술발전에 대한 예찬이 주류인 요즘 유독 자동화에 대해 꾸준하게 비판을 하고 있는데.  
“내 생각에 우리는 우리를 타락으로 이끌 수 있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심취한 시대에 살고 있다. 컴퓨터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내 자신의 재능과 세상과의 연대를 훼손해왔음을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워왔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새로운 앱이나 소프트웨어를 받아들인다. 이런 기술로 인해 삶이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가정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술이 삶의 즐거움에 방해가 되곤 한다. 사실 우리는 도전에 직면했을 때 힘들게 그것을 극복해 내는 과정에서 가장 행복함을 느낀다. 그런데 기술은 이런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책에서 경고한 유리감옥에 갇히지 않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안 쓸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기술이 우리의 삶의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쓰는 기술에 대해 보다 비판적인 사고를 갖고 대응하는게 필요하다. 그러면 우리는 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삶의 가능성을 좁히는 것이 아닌 넓히는 방향으로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책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우리의 직업이 기계와 자동화로 인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동화로 인해 더 많은 직업이 만들어질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과거에 기계로 인한 자동화가 손으로 하는 작업 일부에 국한돼 있었을 때 파괴하는 것보다 더 많은 직업을 창조해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에 있어선 전혀 다른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왜냐하면 컴퓨터는 훨씬 더 넓은 방대한 직업들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전문적인 직업, 지식집약적인 직업, 분석적인 일, 심지어 결단이 필요한 일도 들어있다.”

▷책을 읽다보면 인류의 미래가 어둡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의 미래는 결국 기계에 종속되는 것 아닌가?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컴퓨터의 힘을 보다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덜 부유하고 더 지루한 삶을 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인간의 의미와 존재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지루한 삶이 인류의 미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책에서 강조한 인간중심의 기술이란 것은 무엇인가.

“오늘날 엔지니어들은 기술중심의 자동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우선 컴퓨터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낸 뒤 모든 가능한 일을 컴퓨터로 옮겨버린다. 뭐가 됐든 남겨진 것들이 인간이 할 일이 된다. 이런 접근방식은 인간을 점점 기계에 종속시키게 된다. 인간 중심의 자동화라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이는 사람들이 익숙한 것, 잘 할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한다. 창조성, 비판적인 사고, 논리적 사고, 신선한 발상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컴퓨터로 하여금 사람을 돕게 한다.”

▷자동화에 오랫동안 적응되면 사람이 언젠가 로봇처럼 감정이나 느낌을 상실하고 오로지 효율성만 추구하게 될까.
 “내 생각에 효율성을 너무 중시하다보면 우리가 쉽게 측정할 수 없는 가치를 평가절하할 위험성이 높다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결국 점점 로봇처럼 될 수 있다.”

▷자동화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그렇다. 소셜미디어는 사람들 사이의 소통이나 친밀한 관계마저도 자동화하고 있다. 인간관계의 유대감이란 시간과 노력, 그리고 희생이 필요한 법인데 이는 자동화된 시스템에서는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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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입장에서 쇼핑할 때 중요한 것은 역시 '정보'다. 가격 정보,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 각종 이벤트나 행사에 대한 정보 등등. 그러다보니 쇼핑 분야에서는 항상 제품을 직접 팔고 사는 거래와 물류, 유통 못지 않게 정보를 모아 보여주고 비교하는 사업도 번창해왔다. 하루하나 정성민 대표는 쇼핑은 DB와 마케팅 싸움이라는 생각을 갖고, 직접적인 거래보다는 메타사이트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일을 주로 해 왔다. 시장을 먼저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시장 선도자의 문턱에서 미끄러졌던 그가 이번에는 모바일 분야의 라이브홈쇼핑을 들고 나왔다. 

10년 간의 대기업생활 끝에 첫 창업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90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한 정성민 대표. 그는 막연하게 창업에 대한 동경을 가진 채 한동안 평범한 직장생활을 해 왔다고 한다. 졸업하고 몇몇 기업을 거쳐 SK에너지에 들어간 그. 때는 2002년이었다. 이른바 굴뚝 기업에 들어갔지만 그가 소속된 파트는 인탠저블사업부. 그야말로 뭐라 설명하기 힘든, 무형의 사업을 담당했다는 뜻인데, 손에 잡히고 눈에 훤히 보이는 일을 주로 하는 전통 산업체에서 그런 분야의 일을 했다는 것은 신규사업 발굴을 했다는 뜻이다.

에너지 회사에서 무슨 신규사업을 발굴했을까. 대표적인 게 엔카닷컴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니 감이 온다. 회사의 기존 사업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차원에서 온갖 시도를 했을 것 같다. 그 덕에 그는 IT(정보기술) 분야에서 간접적인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는 일을 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언젠가 이런 것을 현실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대기업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이 오래 걸리는데다가 회사에서 정한 사업상의 순위, 중요도 등에서 밀리면 썩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그냥 묻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아까웠죠. 정말. 아이디어만 갖고 사업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고. 특히 보고서로만 남기고 그냥 끝나는 일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심해졌죠.”

결과적으로 수많은 아이디어 기획을 하고 이것을 보고서로 작성하는 과정에서 현실화하고픈 욕구가 들었다는 것. 특히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쇼핑 분야였다. 그 자신이 쇼핑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의 가능성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수많은 사업 아이템이 있겠지만 저는 게임, 광고, 그리고 커머스 이렇게 세 가지를 핵심으로 봤어요. 여전히 진화하고 있고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 이 중에서 제가 도전해볼 만한 분야로 커머스를 택한 거죠.”

2009. 대기업 직원이었던 정성민은 회사를 나와 자신의 첫 벤처기업을 차렸다. 하루하나의 탄생이었다

반복되는 시행착오

그가 하루하나를 창업하는데 동기부여를 한 것은 그가 회사를 나오기 2년 전 쯤 등장한 원어데이라는 쇼핑몰이었다. “하루에 한 가지 물건만 집중적으로 판매한다는 컨셉이었죠. 시장이 될 거라고 봤어요. 아직 초창기여서 경쟁은 심하지 않았고, 직접 그런 사이트를 만드는게 아니라 메타사이트를 만들면 시장 안착이 어렵지 않을 거라고 본 거죠.”

그의 생각대로 초기 시장은 순항했다. 순식간에 하루에 한 가지만 파는 쇼핑몰 수십개가 등장했다. 급성장에 아찔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었다. 생각보다 시장이 더 커지질 않은 거였다. 시장이 커지질 않으니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했고 비용 절감도 쉽지 않았다.

하루에 한 가지만 판다는 컨셉이 처음부터 시장이 확 커지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 같아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서 시장을 확대할 방법을 생각해야 했을 터. 하지만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내부 이슈가 많아져 그런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그는 대응이 빨랐다. 하루에 한 가지만 파는 개념으로는 안된다 싶은 그때 소셜커머스가 주목을 받자 소셜커머스 메타 사이트로 변신을 시도했다. 2010년 여름부터 붐이 일기 시작한 소셜커머스의 원조격이 하루 한 가지만 파는 원어데이와 같은 쇼핑몰이었기에 변신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남보다 빨리 치고 나갔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심지어 이제 모바일쇼핑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남보다 한 발 앞서 움직였다.

“20103월에 하루하나 앱을 런칭했어요. 그리고 바로 전체 앱 순위 7위까지 오르기도 했죠. 사실 2009년말에 하루 한 가지 쇼핑몰로는 답이 안 나온다고 판단했어요. 빨리 움직인 편이죠. ”

적시에 움직인 덕에 2010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전성기를 달렸다. 하루하나의 뒤를 이어 쿠차, 쿠폰모아 등 소셜커머스 메타사이트들이 나왔지만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시장의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였다. 소셜커머스 사이트들이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메타사이트란 경쟁하는 서비스업체들이 많아야 반사이익을 많이 누릴 수 있다. 각 소셜커머스 서비스들을 한데 모여서 보여주려면 업체들이 많을수록 좋은데 티몬, 쿠팡, 위메프 등 빅3를 중심으로 시장이 정리되면서 메타사이트 분야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이다.

대응도 제때 하지 못했다. 개발 문제도 컸다. 정 대표는 아이폰이 한국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2011년을 기점으로 안드로이드마켓이 시장을 휩쓴 것이다. 아이폰 앱스토어에 최적화된 개발 인재만 보유하고 있던 하루하나는 뒤늦게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충원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보다 늦게 들어온 후발주자들이 오히려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하루하나는 그들에게 고객을 빼앗겼다. 한때 1위를 달렸던 하루하나 앱은 순식간에 3위로 추락했다.

모바일 홈쇼핑, 아직 기회는 있다!

한때 10명 가까이 불었던 직원은 다시 3명으로 줄었다. 풀타임 직원으로 하면 그와 핵심개발자인 CTO 두 명만 달랑 남았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모바일에서 다시 기회를 봤다. 모바일에서도 일반적인 소셜커머스가 아닌 홈쇼핑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란 게 그의 예측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03000억원대에 불과헀던 모바일쇼핑 시장 규모는 20116000억원, 201217000억원 등 급성장하고 있다. 2013년에는 4조원에 육박했고 2014년 올해 시장 규모는 1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홈쇼핑 시장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대표적인 홈쇼핑업체인 GS샵의 경우만 봐도 PC, TV, 카탈로그 매출 등은 대부분 정체되거나 감소추세에 있는데 비해 모바일쇼핑 분야의 매출만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20배가 넘게 거래가 늘었다.

원래 정 대표는 20124월 하루하나 모바일 앱에 처음 모바일홈쇼핑 서비스를 넣는 시도를 했다. 그런데 당시엔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고객군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셜커머스는 20,30대가 위주인 반면 홈쇼핑은 30, 40, 50대가 주 소비자층이고 대부분 여성이다. 특히 여성의 비중이 80%는 웃돈다.

그는 이런 여성 유저들을 타깃으로 한 라이브홈쇼핑 서비스 앱을 올 3월 출시했다. 6개 홈쇼핑사의 상품을 모두 모아서 보여주고 구매까지 연결되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그리고 물론 이 홈쇼핑업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다.

그가 라이브홈쇼핑 앱을 출시할 당시 시장 상황은 이제까지와 사뭇 달랐다. 그는 항상 먼저 움직이는 쪽이었다. 언제나 시장의 움직임을 남보다 조금 빨리 알아차리는 사람인 셈이다. 아니 단순히 인지가 빠른 게 아니라 행동에 옮기는 것이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인지만 먼저 하는 사람이나 조직이야 수두룩할 것이다. 그들이 인지를 했는지 못했는지를 우리는 행동에 옮겨졌을 때 알 수 있는데 행동이 빠른 사람이나 조직들이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 이런 사람이나 조직이 시장을 선점하곤 한다.

그런데 그의 경우 그러질 못했다. 그가 실컷 시행착오를 하는 동안 후발주자들이 과실을 따갔다. 이번엔 그가 거꾸로 후발주자가 됐다. 라이브홈쇼핑 서비스를 올 3월 출시했지만 경쟁서비스인 홈쇼핑모아는 지난해 3, SK에서 하는 티쇼핑도 지난해 출시된 바 있다. 그래도 경쟁자들보다 늦게 나왔지만 9개월여만에 다운로드 10만명을 달성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2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고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성민 대표는 항상 메타사이트를 추구해왔다. 직접 쇼핑 서비스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고 그는 쇼핑 그 자체보다는 사실상 마케팅비즈니스인 메타서비스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메타서비스는 사실 DB사업이에요. 마케팅이 중요하죠. 보다 고부가가치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냥 수많은 사이트로 가는 게이트웨이에 만족하고 싶지 않아요. 플랫폼으로 가고 싶습니다. 커머스분야의 광고 플랫폼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러기에도 메타사이트가 더 매력적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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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론적이지만, 알토스벤처스는 정말 국내 스타트업 중 알짜배기 회사들을 잘 골라 투자한다. 알토스벤처스에서 투자해서 이들이 그렇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알토스벤처스에서 좋은 회사를 투자하는 탁월한 안목이 있었는지(혹은 운이 좋았는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견실하게 성장하거나 유망한 기업들에 잘 투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알토스벤처스가 지금까지 투자한 국내 벤처 및 스타트업은 모두 19. 쿠팡, 우아한형제들을 비롯해 이음, 잡플래닛, 미미박스, 애드오피, 비바리퍼블리카, 비트, 네이블커뮤니케이션, 판도라TV, 북잼, 하이퍼커넥트, 리모택시, 블루홀, 스피쿠스, 퍼니즌, 직방 등 면면이 화려하다.

알토스벤처스 한 킴(김한준) 대표는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 가 웨스트포인트(미육군사관학교)와 스탠포드대 MBA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부즈앨런&해밀턴에서 일하다 1996년 실리콘밸리에서 알토스벤처스를 설립했다올해초에는 한국에도 사무소를 내면서 공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14년 세밑에 한 킴 대표를 만나 최근 몇 년간 한국 스타트업 동향과 내년 이후의 전망, 향후 투자 계획 등을 들어봤다.

<한 킴 알토스벤처스 대표. 사진 정동헌 한국경제신문 기자.>

올해 한국 시장에서 투자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 투자할 만한 회사가 많아요. 과거에 비해 확실히 좋은 벤처기업이 많아졌습니다. 유능한 젊은이들이 벤처 창업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투자액 대부분을 소진했나요

작년에 한국에 투자하는 펀드를 모집해 600억원을 만들었는데, 당초 생각은 3-4년 간 투자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까지 2년여만에 예상보다 더 많은 기업에 더 많은 돈을 투자했습니다. 올해 4-5개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10개 기업에 투자했어요. 그 만큼 투자할 기업이 많았습니다.”

투자 대상 가운데 특징이랄까, 이런 게 있나요

알토스벤처스는 대학을 갓 졸업한, 또는 사회 경험이 없는 벤처기업가가 창업한 스타트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사례에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 그런 사례를 찾지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창업가 나이로 보면 투자 대상 중에는 30대 후반이 가장 많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창업을 한 경우에 대부분 투자했습니다. 실패를 경험했지만 기술력이 있고 앞으로 환경의 변화에 상관없이 계속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팀에 투자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잘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세계적으로 어떤 흐름이 보이면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갑니다. 특히 젊은 창업가들의 발표 능력이 대단히 향상됐습니다. 예전에는 자신들이 뭘 하려고 하는지 투자자들 앞에서 잘 설명을 하질 못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응용 서비스 분야에서 창업을 잘 합니다. 다만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고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그런 분야의 창업은 확실히 약한 것 같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아무래도 과학기술과 수학 분야에서 깊은 연구가 부족한 게 1차적인 원인이라고 봅니다.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죠. 정부의 지원도 아직 부족합니다. 창업 자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미국에서는 정부가 창업이라는 것 자체에 직접 돈을 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신 과학기술이나 수학 연구에 장기적으로 투자를 합니다. 이건 민간 기업에서 하기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죠. 정부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일, 그것이 과학기술이나 수학에 대해 단기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계속 지원을 해주고 투자를 해 주는 일일 겁니다.”

최근 KDI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른바 한계기업에 자꾸 지원을 해서 시장을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다보니까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장기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정부 지원이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정부는 보다 정부가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패 기업에 자꾸 돈을 주게 되면 시장을 왜곡시키는 문제가 심화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벤처 생태계에도 결코 좋지 않습니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정부가 경제정책방향 등을 발표할 때 특정 산업에 대한 육성책이나 진흥 방안을 내놓습니다. 정부가 기업이나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보는 건데요.

글쎄요. 정부나 국회에서 어떤 산업이나 기업을 살리거나 침체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 그런 것은 불가능하죠. 지금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은 어떤가요. 인도가 뜨고 있다, 이런 말을 오래 전부터 듣고 있는데

중국이 참 잘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지만 좀 전에 말씀드렸던,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과학기술이나 수학 연구에 투자를 하는 것 말입니다. 원천 기술에 오랫동안 투자를 하는 결정을 잘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구요. 그에 비해 인도는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내년 이후의 투자 계획은 어떤가요.

분명한 것은 한국에서 투자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는 겁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인력에 있어서 크게 타이트하지는 않습니다. 불필요한 페이퍼워크를 하지 않고 있거든요. 그래도 투자 규모가 커지고 대상 기업이 많아지면 사람도 더 필요해지겠죠. 그에 걸맞게 한국 사무소 규모도 조금씩 확대될 겁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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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상의 수많은 홈페이지, 웹사이트 중 가장 지저분한 곳은 어딜까. 여기서 지저분하다는 것은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또는 심지어 보기 싫은 광고로 뒤덮여 있다는 뜻이다. 생각이나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한글로 된 웹사이트만 따지면 언론사 홈페이지 아닐까. 특히 영세한 곳일수록 더욱 그렇다. 뉴스를 보기 위해 들어갔지만 글씨를 제대로 읽기 힘들 정도로 광고로 뒤덮여 있는 경우가 많다. 기사 옆은 온통 낯 뜨거운 광고로 도배돼 있다시피 해서 아이들이 이런 사이트에 들어오면 어쩌나하는 걱정마저 든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물론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광고를 덕지덕지 갖다 붙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들을 끌어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경로나 대상을 타겟팅해야하는지 매체들은 모르고 광고 기획사들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답은 명확하다. 사이트가 지저분하다고 느끼면 고객은 목적만 이루고 점점 더 빨리 해당 사이트를 벗어난다. 고객 분석과 루트가 분석이 안되니 돈을 벌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그러니 더 많은 광고를 갖다 붙이게 된다. 광고를 붙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애드오피(ADOP) 이원섭 대표다.

비전을 찾아가는 여정

그는 명함에서부터 대표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냥 애드오피 이원섭이다. 법적으로, 등기상으로는 엄연히 대표이자 최대주주이지만 그런 게 어딨냐는 투다. “그냥 영업 담당하고 있어요.” 아주 잠깐만 봐도 매우 특이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하게 될 듯하다.

그는 본래 광고나 미디어쪽 인물이 아니었다. 동양공전을 졸업하고 자동차 내 에어컨 등의 도면 그리는 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전공이나 종사했던 분야나 모두 지금 하고 있는 분야와는 완전히 다른 쪽 일이다.

3년 동안 해당 분야에서 일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일의 자부심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이런 생각을 얼마나 오랫동안 했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3년을 넘기진 않은 셈. 1999년 그는 쇼핑몰을 창업하면서 IT(정보기술) 분야에 들어왔다. “한국의 옷을 중국에 도매로 판매하는 일을 했어요.” 처음으로 인터넷 기반 창업이란 것을 한 건데, 잘 됐을까. 잘 안됐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했다. 2004년에는 검색광고 대행사업을 했다고 한다. 번창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전이 보이질 않았다. 특히 하는 일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이랄까, 이런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보람이랄까 이런 것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을 뒤에서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모니터를 보면서 키워드 광고 입찰액을 조정하는 일이 너무 단조롭고, 보람을 찾을 수가 없는 일이더군요. 직원들이 그런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한탄도 하는 것을 듣고 안되겠다 싶었어요.”

때마침 와이즈넛에서 인수 제안이 들어왔다. M&A인 셈이었지만 거창한 인수합병이라기보다는 인력승계에 가까웠다. 와이즈넛에 합류한 그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이 회사에서 일했다고 한다. 와이즈넛의 생활을 일종의 전환점이 됐다. 처음으로 매체에 대해 생각하고 대한민국의 수많은 매체들을 접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매체를 위해 고민하는 광고회사

매체를 생각하고 매체를 위해서 고민해주는 그런 광고회사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회사가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광고회사들이 광고주만 바라보고 있는데, 매체를 위한 회사도 하나쯤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이게 생각의 출발점이 됐죠.”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그는 2010년 와이즈넛을 나와 판도라TV로 옮겨 일을 했다. 온라인 매체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20115000만원으로 창업을 했다. 회사 이름은 애드오피라고 지었다. ADOP. 이름부터 광고와 관련된 뭔가라는 느낌이 온다. 하지만 ADOP는 정확하게는 All distribution optimization platform의 약자다. 회사가 광고와 관련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름에서부터 광고를 위한 회사는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즉 광고를 하려는 광고주보다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콘텐츠가 보다 잘 노출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는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한국은 온라인광고 밸류체인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그가 볼 때 제대로된 생태계가 되려면 양질의 콘텐츠와 함께 그에 걸맞는 최적의 광고가 결합되야 한다. 그래야 광고주는 원하는 광고 효과를 얻고 콘텐츠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며 더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상생의 선순환이 이뤄지게 된다. 이런 이상적인 구조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국내 언론사 사이트는 이처럼 지저분해지게 된 것이다.

그는 나름의 해결책을 최적화에서 찾았다. 검색을 통해서 콘텐츠들이 독자를 만나는 경로가 최적화될 때 콘텐츠를 위한 상생의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첫 출발이 가능해진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그의 고객은 광고주가 아니라 미디어다. 온라인커뮤니티나 작은 온라인 매체들, 언론사들이 그의 주된 고객이다. 이들에게 트래픽을 올려주고 최적화된 광고를 제공해준다. 이것이 애드오피가 갖고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인 것이다. “매체가 이익을 보게끔 광고를 최적화해줍니다. 흔히들 잘못 생각할 수 있는데,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는 매체도 이익을 내고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래야 온라인 광고시장이 제대로 성장하고 궁극적으로 광고주들도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잘 만들게 도와 준다

그의 말처럼 매체들이 제대로 독자들에게 노출되고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자신들의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다면 트래픽을 올라감은 물론 광고 단가도 상승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이런 것을 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구글은 이런 시도를 많이 해 왔고 해외에선 상당히 효과를 거두고 있다-그의 지적처럼 국내에서는 이런 시도가 상당히 미흡한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일단 네이버, 다음을 필두로 한 국내 포털 시스템에서는 검색을 통해 제대로 콘텐츠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자사 콘텐츠 위주, 도무지 기준을 알 수 없는 콘텐츠 배열 순서(그들 나름대로는 다 알고리듬이 있다고 한다) 등을 고집하고 있어 콘텐츠, 미디어 분야와 상생을 도모하기 힘들다.

물론 그도 대뜸 포털과 경쟁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일단 국내 시장이 작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소비자들과 효과적으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매체들이 있는 곳이면 그에게 최고의 시장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거점을 넓히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나 중소형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사람들이 검색을 했을 때 이들의 콘텐츠가 노출될 수 있도록 인덱싱 작업을 해 주고 키워드 맞춤광고를 가능하게 해 준다. 그렇게 해서 트래픽이 높아지면 DB 분석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광고 솔루션도 제공한다. 이런 작업을 하려면 기술 인력이 필요하다. 최근 고객사가 급격히 늘면서 1년여전 6명 이었던 직원은 올해 26명까지 불었다. 하지만 기술 인력이 더 필요해 10여명의 엔지니어를 더 충원할 계획이다. 급성장을 위해선 자급도 필수적인데, 마침 올 초 알토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아 실탄도 확보했다. 

170개 고객사를 확보한 그는 인도네시아, 태국에 이미 진출했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중남미 시장에도 진출할 채비를 갖췄다. 중국에도 내년초 진출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동남아 시장에서 거점을 넓히고 중남미 시장에 진출을 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고 했다.

헤어지기 전, 그는 상당히 인상적인 말을 했다. 나로선 이것이 그가 갖고 있는 신념이라고 생각했고, 부디 그가 이 신념을 지킬 뿐 아니라 보란 듯이 성공을 거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업을 해 보니 목적보다는 비전이, 비전보다는 철학이 더 중요하더라구요. 기업의 목적은 물론 돈을 버는 것이지요. 하지만 돈만 벌면 장사꾼에 그치고 말아요. 저는 나름대로 뚜렷한 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다고 봐요. 제가 갖고 있는 기업 경영의 철학은 기업은 세상에 올바르게 기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비전은 작은 언론사들이 자기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지원해나가는 것. 이게 저의 비전이고 철학이죠. 타협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부끄럽지 않게 돈을 벌 겁니다. 콘텐츠 만드는 사람들이 정말 보람차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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