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하면서 생기는 문제의 90%는 돈문제가 아닙니다.”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는 ‘창업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 중 가장 힘든 일이 뭘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진짜 핵심적인 문제는 돈이 아닌데 벤처기업가들이 당장 눈 앞의 돈 문제에 연연해 핵심 과제를 놓치면서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다는게 그의 지적이었다.

 이 대표가 지난해 1월 권도균 전 이니시스 창업자(현 프라이머 공동대표),장병규 블루홀 이사회 의장,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송영길 부가벤처스 대표 등과 함께 설립한 프라이머는 스타트업(초기단계의 벤처)을 인큐베이팅하는 회사다.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스타트업을 발굴,컨설팅하고 지원하고 있는 이 대표가 생각하는 국내 벤처기업들의 문제는 뭘까.


◆우주볼펜이 아닌 우주선을 만들어야
 그는 이것을 세 가지로 명쾌하게 정리했다.‘돈보다 경영,재능보다 진정성,경험보다 자질’

 이 세가지는 프라이머가 인큐베이팅하려는 스타트업을 선정하는데 핵심 기준이기도 하다.이 대표는 특히 진정성과 자질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었다.이런 모든 것을 갖추고도 쉽지 않은 게 창업이다.특히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초반에 사업 방향을 잘못 잡으면 허송세월하기 쉽다.

 “우주볼펜 이야기를 아시나요?”
 인터뷰 도중 그가 갑자기 물었다.우주볼펜 이야기가 뭘까.그는 실제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창업과 관련해 많이 비유되는 일종의 우화라며 우주볼펜 이야기를 해줬다.“우주공간에 나가면 볼펜이 나오질 않습니다.중력이 없기 때문이죠.그래서 NASA(미 항공우주국)가 우주공간에서 쓸 수 있는 볼펜을 만들었습니다.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십년에 걸쳐 볼펜을 만들었습니다.그러느라 우주선 개발이 늦어졌조.그 사이에 소련이 먼저 우주선을 만들어 우주에 보냈죠.우주볼펜을 완성한 NASA가 의기양양하게 소련에 물었습니다.‘너희는 볼펜 만들었어?’ ‘아니,우린 그냥 연필 써!’”

 그는 창업가들 중에 이런 경우가 많다고 했다.우주선은 못 만들고 우주볼펜만 만드느라 정작 밖으로는 한발짝도 못 나간다는 것이다.이들에게 방향을 잡아주고,우주볼펜을 만드는 게 아니라 우주선을 만들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게 프라이머의 역할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기존 경영학 교과서는 스타트업에 맞지 않다
 그가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은 직접 창업을 해 본 자신의 경험때문이다.이 대표는 1995년 이재웅(현 다음 최대주주),박건희(작고)씨와 함께 다음을 창업한 인물이다.연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학교 4년 선배인 이재웅 사장이 프랑스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만나 함께 다음커뮤니케이션을 만들었다.

 “구체적인 사업모델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다만 이재웅 사장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며 함께 사업을 하자고 했죠.” 이재웅 사장의 아이디어는 이거였다.‘앞으로는 컴퓨터가 컴퓨팅 도구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가 될 것 같다.그 시대를 준비하자’

 방향은 맞았지만 그 뒤로 3∼4년 동안 정말 엄청나게 고생했다.창업 초기 단계에서 조언을 해주고,엔젤투자를 해주고,수익모델을 만들고 벤처캐피탈과 연결해주는,흔히 말하는 벤처 생태계가 있었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그에게 지금의 일을 하게 만들었다.이 대표는 “기존 경영학 교과서의 내용 중 상당수는 대기업의 성공사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자본도 없고,경험도 없는 스타트업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프라이머는 현재 엔턴십과 인큐베이팅 등 2가지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엔턴십은 창업 아이디어 수준의 팀에게 사업화를 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작년 12개팀이었고 올해는 25팀이 참여하고 있다.인큐베이팅은 이미 사업을 시작한 팀이 대상이다.대부분 수익모델도 갖췄다.애드투페이퍼,위트스튜디오,모비틀,스타일쉐어,온오프믹스,핀포스터,퀵켓 등 7개 팀이다.

 프라이머는 인큐베이팅 7개팀과 엔턴십 중 7개팀 등 총 14개팀이 공개된 자리에서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에게 발표하고 검증을 받는 데모데이를 이달 30일 실시할 예정이다.이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처럼 그들이 주최하는 데모데이에서 발표만 해도 15만 달러 투자 유치가 보장되는 그런 인큐베이터가 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며 “장기적으로는 이런 노력으로 국내에서도 벤처생태계라는 것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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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18일 이틀동안 제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리프트 아시아 09' 둘째날에는 눈길을 끄는 대담이 열렸다.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그리고 이동형 싸이월드 창업자(현 나우프로필 대표) 세 사람의 한국 인터넷 산업의 발전과 전망에 대한 대담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선구자 3인이 말하는 한국인터넷 20년 에 들어가면 알 수 있지만,개인적으로 이재웅 다음 창업자의 비전에 관한 발언이 공감이 갔다.

"기업가들이 미래에 대한 예측을 정확히 하고 잘 준비하고 만들어나가는 게 성공한 기업일까..중요한 건,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이다”

창업을 해서 크게 성공한 이들의 발언에 기초해 볼 때 창업을 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게임인 것이다.예측을 해서 성공했다는 것은 결국 나중에 결과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교수,기자,연구원들이나 할 법한 결론일 것이다.인생을 살면서 예측을 하기 보다 꿈을,비전을 갖고 밀어붙여야 하듯이 창업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세 사람은 모두 "한국에서 인터넷 벤처를 창업하는 것이 쉬운 적은 지금까지 결코 없었다"고 강조했다.지금의 어려움이 과거에는 마치 없었던 것처럼 생각하지 말라는 것,아울러 현재에 안주하지 말 것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형 대표가 언급한 '하얀 종이'도 의미심장하다.

"저는 1999년 창업했습니다.먼저 한국 인터넷 시장에 감사드려야할 겁니다.창업 당시인 90년대에 저는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 나이였습니다 운 좋게도 그 시기에 누군가 하얀 종이를 내밀더군요.빈 공간을 주고 뭔가 하도록 기회를 준 거죠.그 기회가 없었다면 한국 인터넷 시장에 다음, 네이버, 아이네트같은 기업이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저 역시 빈 공간에 있었던 수혜자였습니다.실제로 다음의 성공을 보고 창업을 했고 싸이월드 첫 서버를 아이네트에 설치했습니다."

우리는 자꾸 예측을 하려고 한다.나 역시 그렇다.뭔가 그럴듯한 전망을 해보려고 하고 그걸 생각하면서 인생을 어떻게,또는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하나 구상을 한다.하지만 결국 나에게 남겨진 것은 하얀 종이고,나는 나에게 주어진 그 하얀 종이에 감사하며 새 그림을 그려야 한다.계획이 의미없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하지만 비전이 없다면 기업을 경영할 수도,인생을 살아가기도 힘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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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주가가 널뛰기 장세를 반복하고 있어서 이럴 때 인터넷기업 주요 주주들은 어떻게 움직이나 살펴보다가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2003년 이후 5만원 전후에 주식을 사서 7만원을 넘은 가격에 주식을 팔아왔다는 점이다.(아마 애널리스트들이나 다음 주식 투자자들은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가장 최근 매매 동향을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년과 올해의 상황이 한눈에 보인다.이재웅 창업자는 작년 주가가 한참 오르고 있던 시점에는 7만원을 돌파한 뒤로 주식을 꾸준히 처분했다.하지만 올들어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8월-9월에 걸쳐 5만원대에 주식을 매입했다.

 그 전 상황도 마찬가지다.공시상으로 이재웅 창업자가 최초로 장내매매를 한 때는 2003년 5월26일인데,그떄는 8만주를 주당 7만700원에 팔았다.2004년 4월에는 4만5000원대에 3만2000여 주를 매수했다.위 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지난해 5월에는 3만주를 역시 7만원대 초반에 장내 매도하기도 했다.

아마 우연일 수도 있을 것이다.하필이면 여러가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주식을 매매해야 하는 상황이 왔는데,그때 주가가 5만원을 전후했거나 7만원을 넘어섰을 수 있다.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묘한 일치를 보이는 것은 재밌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음을 창업한 이재웅씨가 자기네 회사 주식의 가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셈이니,투자할 때 참고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논리 흐름대로라면 지금 다음의 주가는 4만원대이니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주가를 항상 예측할 수 없고,다음의 급격한 주가 변동으로 피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많은 것은 역시 최고경영자의 예측하기 힘든 경영판단과 독자적인 변수가 되지 못하고 대외 변수에 의해 급등락을 반복하는 우리 시장의 취약점 때문이리라.거꾸로 말하면 그 사람의 경영 판단이나 시장을 보지 말고 창업자가 주식을 언제 어떻게 사고 팔았는지를 보라는 교훈을 주는 셈인데...


*이 글은 투자 판단을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지 않았습니다.오해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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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스개소리가 있었다.다음의 가장 큰 리스크는 'CEO리스크'라고..
과거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전 사장이 대표로 있을때 업계에서,특히 증권가에서 많이 하던 말이었다.어떤 결정을 내릴지 종잡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네이버와 경쟁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자꾸 악수를 두곤 했던 이재웅 전 사장의 스타일을 꼬집은 말이었다.라이코스 인수를 비롯해서 여행업,금융업 진출 등 투자자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결정을 이재웅 전 사장은 많이 했었다.그리고 투자자들의 우려대로 그 투자는 거의 예외없이 실패로 끝났다.

서론이 좀 길어졌지만 과거 다음은 CEO리스크가 최대 리스크라고 할 만큼 그 외에는 별다른 리스크가 없었다.그 리스크가 워낙 크기도 했었지만 2위 업체가 갖는 위치때문이기도 했다.정책적인 리스크는 1위업체인 네이버가 대부분 짊어지고 가고 소비자들의 변화에 따른 리스크도 1위 업체가 지는 부담이 훨씬 컸다.2위인 다음으로서는 환경이 변화되면 나쁠 것이 없기 때문이다.서비스 리스크도 크지 않았다.다음이 티스토리같은 것을 부담없이 할 수 있었던 것도,실패해도 별로 티가 안나기 때문이다.(이를테면 만약 네이버가 블로그 시즌2를 선보였는데,실패한다고 하면 큰 뉴스꺼리가 될 뿐 아니라 주가에 바로 직격탄이 될 것이다) 대신 조금만 잘 되면 아주 잘 한 것 같은 인상을 주기 쉽다.

 그런 다음이 강력한 리스크에 직면했다.이메일 보안 문제는 그 자체로는 다음의 수익성이나 장기 성장성에 크게 영향을 주는 사안은 아니지만 이런 일을 처리하는 다음의 자세나 대처 능력은 이 회사의 운영 방식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이번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사장까지 나서서 피해 규모에 대해 언급하면서 말을 바꾼 점이나,소비자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빠른 수습 못지 않게 솔직하게 인정할 부분을 인정하고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이라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때마침 경제지들도 다음에 뉴스 공급을 중단키로 하면서 다음이 처한 상황은 어느때보다 긴박해 보인다.'중앙일보 뉴스 빠져도 다음에 아무 문제 없다'고 했던 석종훈 사장이지만 일간지들이 이렇듯 대거 뉴스를 빼는 것에는 뭐라고 답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지금껏 별다른 리스크없이 편안하게(?) 2인자의 위치를 누려왔던 다음이지만 이번 껀은 사안이 주는 무게감이 틀린 것 같다.다음이 택한 투자 사업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과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한 직접적인 문제이기 떄문이다.특히나 다음이 어느 포털보다 미디어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음에게는 큰 시련이자 자신의 위기 관리 능력을 시험해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이 이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한다면(아직까지는 좀 실망스러운 수준이지만) 오히려 안으로 조직을 한번 추스리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겠지만 말바꾸기와 네이버 따라하기식 변화에 그친다면 2인자의 자리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기업사도 새옹지마고 위기뒤에 기회가,기회뒤에 위기가 오는 법.다음의 다음 의사 결정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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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커뮤니케이션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네이버와 비교 대상이 됐었다.그 중 대표적인 것이 비 전문적인 영역으로의 끝없는 사업 확장이었다.하지만 다음은 최근 다음자동차보험 지분 매각을 끝으로 사실상 99년부터 시작해 2005년까지 7년동안 지속했던 확장 사업의 정리를 마무리하고 있다.

 석 대표를 만나 이 얘기가 안 나올 수가 없다.그는 다음자보 지분 매각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리고 내년부터는 다음이 핵심 영역에 역량을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지난 1999년 100% 지분을 출자해 온라인 전문 여행사 투어익스프레스를 세우면서 사업 확장을 시작했다. 2000년 3월에는 쇼핑 분야까지 넓혀 디앤샵을 시작했다.그 해 7월에는 다음금융플라자를 오픈했고, 2001년엔 연예기획사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 온라인 음반판매 업체인 오이뮤직을 인수해 주목을 끌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2003년엔 각 언론사의 뉴스와 함께 다음이 독자적으로 뉴스를 생산해 네티즌들에게 제공하는 ‘미디어 다음’을 오픈했고, 2003년 6월엔 보험에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온라인으로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겠다며 자회사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을 설립한다. 또 2004년 8월엔 미국의 인터넷 포털 라이코스를 인수합병하면서 해외 진출 의지를 내세웠다.

 다음이 달라진 것은 2005년부터였다.다음은 2005년부터 사업을 차례차례 정리하기 시작했다.우선 라이코스 내 매치메이커, 쿼트닷컴, 와이어드뉴스 등을 차례로 매각했고 국내에서는 오이뮤직,JYP 등 계열사를 줄줄이 팔았다.올해 들어선 투어익스프레스도 매각하면서 여행 사업에서 손을 뗐고 보험 사업도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다음은 이미 99년 여행사업에 뛰어들 때부터 비판을 많이 받았었다.결코 핵심이 아닌 사업에 계속 뛰어들었기 때문이었다.다음이 뛰어든 분야가 대부분 온라인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라기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원래 산업이 형성돼 있던 것을 온라인으로 끌어와 단순히 온라인을 이용한 가격 경쟁력 등을 앞세운 경우가 많았다.

 7년이 지난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미국,일본,중국을 막론하고 해외 사업은 그 어떤 것도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고 다음이 인수하거나 새롭게 진출했던 사업 영역들은 전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했다.그 사이 다음의 경쟁자인 네이버는 핵심 역량에만 집중해 따라잡기 힘들 만큼 저만치 달려나가고 있다.

 석 대표에게 물었다.“결국 지금까지의 7년 시도가 모두 헛수고였다는 말이네요”
 그가 허탈하게 웃었다.물론 지금까지의 이런 투자 결정을 한 것은 석 대표가 아니었다.그는 지금 정리 작업을 맡고 있다.하지만 그는 헛수고라는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진 않습니다.의미는 나름대로 있었습니다.우리는 우리가 잘 하는 것을 해야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사실 처음에 다음자동차보험을 시작할 때는 오프라인의 보험을 온라인에서 하면 훨씬 싸게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싼 가격으로 경쟁력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구요.하지만 막상 이 사업을 해보니 보험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은 싼 가격에 팔아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험금을 자산으로서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에 달린 것이었습니다.”

 모두 맞는 말이다.수긍도 간다.하지만 경쟁자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잘 하는 것만 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것에 비해 7년이나 시행착오를 벌인 끝에 깨달았으니,그것이 지금 다음의 모습을 만든 것 같다.석 대표의 말이 모두 수긍이 가지만 보험 사업을 해보고 알았다는 것에 대해선 정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아니 보험 사업의 근본이 그렇다는 것을 정말 해보기 전에는 몰랐단 말인가?기본적인 시장 조사와 원칙만 리서치했어도 알 수 있는 것 아니었나?”
 이렇게 계속 생각하다보면 생각이 결국 이렇게 미치게 된다.그걸 몰라서 보험 사업에 무모하게 진출한 것이 아니라,뭔가 다른 목적이 있어서 진출한 것이라고 말이다.이를테면 주가를 끌어올릴 계획이었다든가 하는 등등

 하지만 그걸 확인할 수는 없다.어쨋든 석 대표의 말씀을 최대한 존중한다면 다음은 과거의 시행착오들을 정리하고 핵심 역량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다음은 지금까지 많은 댓가를 치뤘다.엉뚱한 사업으로의 확장으로 인해 네이버와 시가총액은 12배나 차이가 나게 됐고 인터넷 기업으로서는 그리 돋보이지 않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다음은 2005년부터 오늘날까지 2년이 넘는 기간동안 과거의 실수들을 지우는 일에 주력해왔다.지금까지 계속해서 움츠려왔던 다음이 정신을 차렸을 때 얼마나 도약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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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의 창업자인 이해진 CSO와 김범수 NHN USA 대표,온라인게임업체 넥슨의 김정주 대표와 김상범 넥슨 이사,XL게임즈의 송재경 사장,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간에는 공통점이 있다.한국의 인터넷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걸출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이 밖에도 무시못할 공통점이 있으니 공과대학,그것도 서울대나 카이스트의 86학번이라는 점이다.<이미 책(네이버,성공신화의 비밀)에서 이 내용을 일부 언급한 바 있지만 그때 못다한 얘기도 일부 있고 추가된 부분도 있어서 다시 한번 쓰게 됐다.>

 이해진 CSO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출신이다.NHN의 김범수 사장도 서울대 산업공학과 86학번 출신이다.대학 입학때 재수를 해 이해진 CSO보다 한 살 위인 김 사장은 지난 98년 11월 게임사이트인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해 2000년 7월 당시 이 사장이 운영하던 네이버와 합병,현재 NHN USA의 대표를 맡고 있다.

 온라인게임 업체 넥슨의 김정주(34) 대표 역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이다.김정주 대표는 국내 최초의 그래픽 기반 온라인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주역이다.이해진 CSO와 김정주 대표의 관계는 대학원 시절에서도 계속 이어진다.1991년 대전 카이스트 기숙사의 5~6평 남짓한 방에서 이해진 김정주 당시 두 대학원생은 같이 생활했다.카이스트 기숙사 룸메이트 둘이 각각 현재 국내 최대의 인터넷기업을 세웠다는 점은 참으로 기묘한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

 카이스트 룸메이트 신화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이해진 김정주 두 대학원생이 같이 쓰던 방 옆에서는 송재경 김상범 두 동기생이 방을 같이 쓰고 있었다.송재경씨는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를 만들어 국내 최고 흥행 개발자로 꼽히는 사람이다.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을 거쳐 카이스트 석사과정 90학번으로 입학했다.김상범씨는 넥슨 초창기 멤버로 메이플스토리 퀴즈퀴즈 등을 만든 거물급 개발자다.그는 카이스트 86학번,석사과정 90학번이고 송재경 사장과 대학원 시절 룸메이트로 같이 생활했다.

 둘은 대학 시절 학교에서 천재로 불렸다는 점에서도 닮았다.송재경 사장은 카이스트 재학시절 내내 학교 내에서 화제가 될 만한 개발 사례를 양산했고 김상범 넥슨 이사는 90년 카이스트 석사과정에 수석으로 입학했다.김정주 이해진 송재경 김상범 이들 네 명은 당시 카이스트내에서도 소문날 만큼 친했다고 한다.91년 카이스트에는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천재 청년 4명이 함께 동거동락했던 셈이다.


 국내 최대 온라인게임업체 엔씨소프트를 이끌고 있는 김택진 사장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이다.그는 송재경씨와 함께 리니지를 만들었다.

 서울대-카이스트는 아니지만 다음의 이재웅 사장은 연세대 전산학과(현재 컴퓨터공학과) 86학번으로 프랑스 유학을 거쳐 지난 95년 2월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한 인물이다.다음 이재웅 사장은 이해진 NHN CSO와 청담동 진흥아파트 위아래층에 살며 20년간 알아온 사이다.동네친구라고 할 수 있다.두 사람의 인연은 같은 아파트 위 아래층에 살며 서로 친해진 부모님들이 당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새내기 이해진 씨와 연세대 전산과학과 새내기 이재웅 씨가 같은 연배에 같은 전공이란 이유로 서로 아들을 소개하며 시작됐다.

 86학번이 이렇게 인터넷산업 성장의 주역으로 등장한 이유가 특별히 있을까.넥슨의 김상범 이사는 “PC가 처음으로 보급되던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특히 카이스트의 경우 당시 한국에서 처음으로 인터넷(지금과는 많이 다른 형태였지만)에 접속할 수 있는 PC가 들어온 시기였다.서울에 있던 카이스트를 이전하는 문제 때문에 90학번 석사과정 새내기들만 덩그마니 대전 카이스트에 있었고 다른 학번들은 아직 서울에 있던 때였다.

 김상범 이사는 “맨날 기숙사에서 PC를 갖고 이것저것 해보던 최초의 학번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이 한 시도는 전부 최초가 될 수 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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