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입주한 오피스텔 주차장 지붕이 불법 건축물이라 게임을 만들 수 없다는 게 말이 될까.

이런 말을 들으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어리둥절하기 싶상이다.나 역시 그랬다.6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에서 화제가 됐던 한 게임개발자의 눈물겨운 사연은 아무리 내용을 들여다봐도 ‘이게 정말 사실일까?’ 싶을 정도다.거짓말이 아닐까 눈을 의심하게 된다.

 이미 많은 분들이 ‘좌절개그’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분의 사연을 접하셨겠지만 제 블로그에 들어오는 분들을 위해(특히 요즘 구글 크롬번역기로 제 블로그 내용을 보시는 분들을 위해) 대충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3D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인 정덕영씨(필명 몽마)는 지난해 다니던 회사를 뛰쳐나와 지인들과 함께 모바일 게임 업체를 창업했다.몇 달전 해외시장에 내놓은 게임을 한국 앱스토어에서도 출시하기 위해 게임물등급위원회에 심사 절차를 밟기 시작한 건 지난 3일.그런데 정씨가 심사를 받는 것은 MMORPG의 퀘스트를 깨는 것보다 힘들었다.

 우선 그는 별도의 법인용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전국에 단 한 곳 있는 발급 업체(한국전자인증)를 찾아가 심사를 받고,신용정보업체에 실명 인증을 신청해야했으며,게임설명서를 작성하고,심의료를 납부해야했다.여기까지는 그래도 필요한 절차거니 하고 발에 땀나게 뛰어다니면서 처리를 했다.그런데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벽에 부닥쳤다.

 정씨는 “처음에는 간단히 서류를 작성해 내면 될 줄 알았는데 어이없는 이유로 심사 신청도 못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오피스텔 주차장의 아크릴제 지붕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서울시 마포구청 관할의 게임제작업체로 등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정씨는 “구청 담당 직원도 황당해 했다.공장을 짓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규정이 있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의 글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제가 빌린 오피스텔 건물의 주차장 지붕이 불법건축물이기 때문에, 그걸 철거하거나, 벌금을 물기 전까지 게임업체 등록을 시켜줄수 없다는 겁니다.
  제 입대차 계약서를 검색하면 불법건물이라고 나오기 때문에 등록시켜줄수 없다는군요.
  제가 10월 말에 입주했는데, 11월 중순에 불법건물 지정이 되었습니다.
  구청 문화체육과에서 저보고 참 딱하다고, 상황은 이해가 되고 하는데 운이 없으시다며.
  해결방법은 이사가랍니다.
  그게 젤 쉬운 방법이랍니다.

 이 글을 읽은 네티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필자 몽마님에 대한 격려의 멘트와 함께 정부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게임강국은 무슨..... 개머리해안에서 보온병던지는 소리죠.’ ‘전문 프린트해서 청와대에라도 보내고 싶네요...’
 ‘어떻게든 게임심의를 안내주겠다는 나라의 녹을 쳐 받으시는 분들의 불굴의 의지를 보는것 같습니다.’
  ‘게등위에 게임을 심의 받는 험난한 과정을 MMORPG 게임으로 만드는겁니다. 아... 만들어도 심의 받기가 어렵구나.’

 이런 내용은 계속 문제가 되고 MB가 그렇게 강조해왔지만 전혀 현장에서 약발이 먹히지 않는 행정만능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몽마님이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무슨 심사를 받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할애해서 서류를 들고가면
 ‘거기에 두고 가세요’
 이런 말만 듣는다. 왜 서류를 여기에 내려고 요즘같은 세상에 여기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을 당연히 하지 않을까.

 그런데 게임 등급 심사만 문제가 아닌 것 같다.이 글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 중에 이런 게 있었다.이 글을 보고 게임위 게시판에 글을 올리려고 한 네티즌이 겪은 일이다.
 “게임위 게시판에 몇자 적으려고 했는데
  회원가입이 황당하네요 “유선확인 후 담당직원 승인”
  정부기관 홈피들중 회원가입시 ‘유선확인’ 하는곳이 게임위 말고 또 있나요???
  참여마당에 질문/답변 게시판에 몇 자 적은것도 회원가입하라고 하고
  회원가입시 유선확인 이라니요???? 국민을 귀찮게 해서 쓴 소리는 안듣게다는 의도가 분명하지요? ”
 <변경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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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정말일까. 나도 궁금해서 게임위 홈페이지로 갔다.그리고 게시판을 글을 남기려고 시도를 했다.그런데 회원 가입이 안됐다! 분명히 모든 것을 다 빠짐없이 적었는데,회원 가입이 안 되는 거였다.특수 문자를 넣으면 안된다는 메시지만 나오면서(특수 문자는 넣은 적도 없지만)..

 항상 느끼는 것을 몽마님이 지적해 주신 거였지만 정말 행정 처리와 관련된 것은 황당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규제를 뽑겠다고 그렇게 큰 소리치면서 대통령이 되도 현장에서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그렇다고 현장의 공무원맛 탓할 일이 아니다.그런식으로 일하는 것에 계속 익숙해져온 데다 실제로 규정이 그러하기 때문이다.규정에 살고 규정에 죽는 공무원들은 그런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자기 목이 달아날 판이다.왜 숱한 민원인들 때문에 규정을 어기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나서서 규제를 없애려고 하겠는가.

이런 것은 인터넷이나 IT만의 문제가 아니다.규제를 없앤다는 것이 무슨 대단한 법령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가장 중요한 규제 문제 해결은 쓸데없는 행정 절차를 줄이고 서류 제출을 간소화하는 것이지 멀쩡한 전봇대를 뽑는 것이 아니다.

네티즌들의 댓글 중에 이런 게 있었다. ‘게임을 영어로 만드시고, 맘편히 미국, 홍콩, 캐나다 엡스토어에 올리세요....그게 더 맘편하실듯..’

이 댓글처럼 실제로 이렇게 하는 개발자들이 많이 있다.아예 한국에서 뭔가를 개발하는 것을 관두고 해외에 나가기도 한다.인력의 해외 진출 아니냐고 정부가 좋아한다면 할 말 없겠지만 이 나라에서 창업과 기술 개발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면 생각을 달리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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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타트업 리스트를 다시 올립니다. 특별히 제가 뺀 것은 없고 여러분들께서 자발적으로 올리신 최신 버전 업데이트입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신 분 있으시면 직접 올리시면 됩니다.주변에 추천할 만한 업체가 있으면 등록해 주셔도 좋겠습니다.올리실 때 이메일 주소 등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스타트업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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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때마다 화두를 던져주는 사람이 있다.그 화두는 꼭 취재의 화두만은 아니다.10년 먼저 태어나 세상을 살아본 선배로서,성공한 한 인간으로서 던지는 인생에 대한 화두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벤처들을 만나고 겪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해본 벤처인으로서 창업에 대한 화두이기도 하다.유독 나에게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대표라면 벤처인이나 이 업계에 있는 이들에게 여러가지 화두를 던질 수 있을 듯 하다.작년 이맘때 문 대표는 ‘혹독한 금융위기의 시절에도 창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들이 있다’며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희망섞인 전망을 했었다.올해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문 대표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2010년이 갈 길을 재촉하는,추위가 한결 누그러진 어느 날 문 대표를 만나러 청담동 사무실을 찾아갔다.

◆2000년과 2010년의 차이는?
 올해 벤처 창업 열기에 대해 문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통계를 보면 올해 벤처 창업 숫자가 최근 몇년간 가장 많은 것으로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숫자는 숫자일 뿐입니다.”(하하)

 어쨋든 숫자상으로 올해는 2000년 이후 IT분야의 창업이 가장 많은 한 해였다.그러면 2000년과 2010년의 차이는 뭘까.한국과 미국에서 이 시기의 차이점은 무엇일까.한국과 미국의 차이점은 무엇일까.문 대표는 나와 만나기 전 트위터에서 누군가의 질문을 받고 이런 문제를 고민해 봤다고 한다.내가 물어보고 싶었던 바로 그 질문이다.

 “올해 미국에서는 소셜이라는 영역에서 버블적 양상마저 나타났습니다.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그런게 안보이는 걸까요.한국은 아직 회복이 안된 것인가,아니면 버블에서 자유로운 것인가.유독 한국 시장만 차분하고 이성적인가? 웹 2.0 화두는 뜨다 말았고 소셜 화두는 제대로 아직 실행조차 못되고 있습니다.한국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왜 일까요?”

 질문을 던지러 왔다가 질문을 받게 됐다.
 “그래도 올해 한국에서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습니다.한 박자 늦긴 했지만요.”
 “맞습니다.개별 스타트업들의 각개약진,고군분투는 정말 눈물겨울 정도입니다.그런데 거기에서 힘이 느껴지지 않습니다.정돈되서 보이는 게 없습니다.생태계를 이끌어갈 흐름이 보이질 않습니다.”

◆한국엔 아직 벤처생태계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의 화두는 생태계구나.그의 말을 들으면서 직감했다.
 “한국의 벤처 산업에서는 생태계가 붕괴됐습니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예 형성되지도 않았다고 봐야 합니다.아카데미+기업+금융시스템+법률+회계+언론...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발전을 위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이런 실리콘밸리식 조합이 한국에서는 나타나질 못했습니다.”

 맞는 말이다.하나의 신생 기업이 시작할 때 법률,회계,금융 등 각 부분에서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그런 움직임이 한국에서는 없다.
 “언론의 모습만 봐도 사실 알 수 있습니다.벤처나 스타트업 담당 기자의 숫자나 그들의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성 등의 현실이 어떻습니까.환경이 조금만 달라져도 관련 취재 부서가 없어지는 일이 다반사입니다.언론은 한 사회의 거울이니 그것만 봐도 미뤄 짐작할 수 있죠”

 그의 이런 지적에도 사실 할 말이 별로 없었다.
 “한국에서는 벤처생태계가 만들어지다가 말았습니다.2000대 초반 버블붕괴 때문이었죠.정부가 주도해서 이렇게까지 벤처를 지원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도 별로 찾아보기 힘들죠.그나마 그것때문에 벤처 생태계가 만들어질 뻔 했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생태계는 관 주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미국에서보다 한국에서의 벤처 버블은 혹독했습니다.2000년 버블의 가장 뼈 아픈 점은 젊은이들에게서 꿈을 빼앗았다는 점일 겁니다.그 뒤로 직업의 안정성이 젊은이들이 졸업을 할 때 최고의 가치가 됐습니다.이 사회에서 도전 정신이 사라진 거죠.”

 한국에서 벤처생태계가 결국 만들어지지 못한 이유는 뭘까.답을 내긴 어렵다.그는 이에 대해 “생태계는 결코 관 주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세계 어디를 봐도 산업의 생태계를 관 주도로 만든 곳은 없습니다.한국도 2000년에 이미 이 경험을 했습니다.정부가 그렇게 지원을 했지만 생태계는 형성되지 않았죠.”

 “‘아이를 망치려면 아이에게 돈을 쥐어주면 된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이런 말은 사실 기업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기업을 망치려면 정부가 기업에게 돈을 주면 됩니다.정부가 무턱대고 지원하면 공돈이 생겼다는 의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모럴해저드에 대한 댓가를 치룬 셈이죠.”
 벤처캐피탈(VC)이 돈 잘 버는 것을 보여줘야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금이 이 분야로 들어오게 마련이다.VC가 돈을 잘 벌려면 당연히 창업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투자할 만한 절대적인 대상이 없으면 이게 힘들어진다.결국 문제는 다시 창업하는 사람들이 없다.젊은이들의 도전 정신이 사라졌다는 문제로 귀결된다.

 “3000억원을 투자할 수 있는 투자회사가 있다고 칩시다.300개의 투자할 회사가 있으면 10억씩 투자해서 위험을 분산할 수 있습니다.소신투자도 할 수 있구요.하지만 투자할 회사가 3-4개 밖에 없다고 하면 한 회사당 투자 금액이 커집니다.그러면 리스크도 그만큼 커지죠.소극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이 회사가 돈을 벌 회사인지부터 따져볼 수 밖에 없습니다.이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진정한 소셜커머스는 대량생산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
 그렇다고 VC가 투자할 회사가 없다고 비관만 할 수는 없는 법.그래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인큐베이션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다.중단됐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도 다시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결국 운영의 문제였다는 점을 깨닫고 다시 기획을 하고 있다.
 좀 비관적인 이야기가 이어진 것 같다.하지만 문 대표나 나나 한국의 벤처 생태계,스타트업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올해 화두가 됐던 소셜커머스에 대해 여담 삼아 잠깐 물었다.
 “지금 한창 주가가 오르고 업체들이 몰리는 소셜커머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지금 국내의 소셜커머스 업체들이나 그루폰 방식은 소셜커머스라고 할 수 없습니다.그냥 공동 구매죠.거기엔 사실 별로 소셜적인 요소가 없습니다.”
 “그쵸.현재로선 이건 그냥 집단 구매에 의한 할인일 뿐이죠.소셜도 뭣도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럼 소셜커머스의 모습은 어떤 게 될까요?”

 “제 생각엔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량생산 이전으로 회귀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소셜커머스라고 생각합니다.개인화된 경험을 소셜네트워크를 통해서 실현하는 거죠.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에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요구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구매에 나서거나 비용을 부담하고 구매에서 협동을 하는 것이 오히려 소셜커머스에 가까울 겁니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사회적 자산화해야
 “2000년과 2010년 10년을 거치면서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뭔지 아십니까”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담이 전수되지 못하고 살아남은 기업들의 경험이 축적되지 못했다는 것 아닐까요”
 “제 생각엔 꼭 성공에 국한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성공이든 실패든 이를 사회적 자산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경험의 사회화,사회적 자산화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저는 이런 의문을 계속 갖고 있습니다.왜 한국에서는 성공한 기업인이 숨어 지내는가.”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수긍이 갔다.인터넷 벤처에서도 성공하신 분들은 예외없이 모두 숨어(?) 지내고 있다.이해진 NHN 의장이 그렇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그러하며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그렇다.이재웅 다음 창업자도 마찬가지고 네오위즈를 만든 나성균 창업자도 그러하다.

 이들이 꼭 문자적으로 은둔한다는 것이 아니다.만나기도 힘들고 이들의 구체적인 경험담을 듣기도 힘들다는 뜻이다.문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기자들만 이분들을 만나기 힘든 줄 알았는데) 업계 안에 있든 밖에 있든,투자자든 피투자자든 이들의 경험을 전수받을 수가 없다.결국 우리는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자산화하지 못하고 있다.물론 이들만의 탓은 아니다.이들이 숨어 지낼 수 밖에 없는 어떤 현실이 있을 것이다.언론의 과대 포장이나 사냥몰이식 취재도 한 몫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면에서 보면 김범수(NHN창업자),장병규(네오위즈 첫눈 창업자),권도균(이니시스 창업자) 등 벤처 1세대들이 엔젤투자를 진행하고 현장을 다니면서 후배들을 만나고 다니며 창업을 독려하고 직접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그는 “한국의 벤처 생태계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미국에서 성공한 벤처인들이 엔젤투자자로 변신해 후배들을 이끌어준 것처럼 한국에서도 그런 현상이 최초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분들이 엔젤투자한다고 스타트업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역시나 무수한 실패를 경험할 겁니다.하지만 그러면서 투자와 창업,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만들어집니다.벤처 생태계 형성은 거기서부터 시작될 겁니다.”

 

▶문규학 대표는...문규학 소프트뱅크코리아,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1988년 고려대를 졸업한 뒤 삼보컴퓨터에서 인력개발팀,회장실,전략기획팀 등에서 일했다.1990년대 초반 당시 삼보컴퓨터가 무선호출기(삐삐0 사업권을 획득, 나래이동통신을 설립할 때 태스크포스팀에서 실무를 맡기도 했다.
 이후 문 대표는 1996년 미국 유학 길에 올라 필라델피아에 있는 드렉셀(Drexel) 대학에서 MBA 마케팅 과정을 전공하던 중 일본 소프트뱅크가 벤처투자를 위해 해외에 설립한 첫 번째 창업투자회사인 미국 소프트뱅크 테크놀로지 벤처스(SBTV)에 입사하게 된다.
 1998년 귀국한 문 대표는 소프트뱅크미디어 대표 겸 소프트뱅크벤처스 부사장을 맡았으며 2002년부터 소프트뱅크코리아ㆍ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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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 그들의 사업 아이디어나 창업 과정을 듣다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여기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우선 이 사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다.대중적으로 성공하긴 힘들겠구나 싶은 경우도 간혹 있다.이거 참 기발한 걸 하고 무릎을 치는 경우도 있고, 창업자의 아이디어나 자세에 감탄하기도 한다.아무리 정신을 집중해도 도무지 뭔지 모르고 알쏭달쏭한 상태에서 헤어지기도 한다.

 이노무브 장효곤 대표를 만났을 때 나는 우선 그의 기발한 생각에 무릎을 쳤다.그런 생각을 했다는 점에서도 놀랐지만 그가 접근하는 방식도 많은 것을 생각케했다.스스로를 ‘헝그리 벤처’라고 소개하는 장 대표를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 근처에서 만났다.

<장효곤 대표가 아트폴리와 리드빌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제공=꼬날>

◆예술 사업에 뛰어든 컨설턴트
 이노무브의 대표작은 아트폴리.미술 작가와 대중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아직 대중들에게 널리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에겐 대중들과의 접점을 마련해주고 미술 작품을 쉽게 접하기 힘들어 어려움을 겪는 대중에게는 그 통로를 마련해주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이런 일을 하려면 처음부터 미술에 대한 상당한 관심이 있어야 할 것 같다.미술작품이라는 분야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하는데,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이게 선뜻 떠오르지 않을 것 같은 분야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장 대표는 이와 전혀 무관한 인물이다.나는 그를 만나기 전 그가 아트폴리 사이트에 자신을 소개한 것을 봤다.직접 인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저는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던 사람도 아닙니다. 학교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Northwestern 대학의 Kellogg School에서 MBA를 하였습니다. 아트폴리를 시작하기 전에는 주로 경영 컨설팅 분야에서 일하였습니다.
 저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드는 이노베이션을 매우 좋아해서, 2004년에 독립하면서 회사이름도 이노무브(Innomove)라고 지었습니다. 이노베이션에 투신하게 된 데에는 개인적 경험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첫 직장인 CJ에 있을 때에 음료 ‘솔의 눈’을 기획하면서 이노베이션의 맛을 처음 보았습니다. 경영컨설팅 회사인 Bain & Company에 있을 때에는 업계 최초의 온라인 보험회사인 교보자동차보험을 기획하였습니다. 개인적인 경제적 이익은 없었지만,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보람은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하지만, 그런 결과보다 더 좋았던 것은 과정이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그 과정이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그런 일만 하면서 살기 위해 2004년에 독립을 하였습니다.(중략) 아트폴리를 시작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2007년 어느 봄날 갤러리를 운영하는 후배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분야에선 어떤 재미있는 것을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직업병적인 습관이 있는데, 그 날도 기존 미술시장의 한계와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었고, 문득 인터넷으로 미술작가와 일반 대중을 연결한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후배에게 해 보라고 했더니 오히려 저보고 직접 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럴까?”하고 시작했습니다.”

◆멀리 봐야 길을 잃지 않는다
 그가 직접 자기 자신을 소개했듯, 그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86학번이다.잘 나가던 컨설턴트였고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괄목할 만한 성과도 있었다.그런 그가 그 좋은 직장을 나와서 창업을 결심하게 된 데는 어떤 동기가 있었을까?
 ‘새로운 변화시키는 것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즐거웠고 그것만 하면 인생이 행복할 것 같다.’ 이게 그의 결론이었다. 그래서 그는 과감하게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을 어떻게 하게 됐는가를 얘기하다가 그는 불쑥 ‘멀리 봐야 길을 잃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마치 무슨 주문같았다.올해 들은 말 중 이만큼 강렬한 말도 없는 것 같다.그는 이런 이야기를 갑자기 왜 했을까.

 그는 2000년 교보생명을 컨설팅하고 있었다.당시 장 대표는 교보생명에 온라인자동차보험 사업을 제안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보험을 판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죠.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그런데 당시엔 그게 엄청난 논쟁거리였습니다.”
 “아 그랬나요?”
 “사람들이 설마 온라인에서 보험을 사겠어?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습니다.온라인을 뭘 믿고 보험을 사지? 판매원도 없이? 가능할까? 이런 생각이 대부분이었습니다.그래서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임원진들을 설득하기 힘들었죠.”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세계 최초에 벤치마크가 어딨습니까 라고 말하고 밀어붙었죠. 하하”

 장 대표는 그때 이런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앞으로 세상은 점점 온라인으로 갈 텐데. 그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유독 보험만 오프라인에서 계속 판매하게 될까.절대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는 보험을 안 사게 될까.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 내 생각이 맞다는 건데.흔들리지 않으려면 멀리 봐야 한다.그래야 사람들의 반대와 비판 속에서 길을 잃고 헤메지 않게 된다.”

 그는 미술 작가와 대중의 만남이라는 아트폴리를 기획할 때도 이런 생각을 했다.“앞으로도 미술은 사람들이 계속 오프라인에서만 접하게 될까.미술작품을 보려면 꼭 현장에 가서 감상하는 방법밖에 없을까.그렇지 않을거다.그렇다면 이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작가와 대중의 만남
 그가 처음 생각한 것은 미술이 유독 음악에 비해 대중화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미술은 왜 대중화가 부족할까? 그는 우선 이런 생각을 했다
 “100여년 전 에디슨이 축음기를 만들고 유럽에서 LP를 만들면서 일반인이 집에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그 전에는 불가능했죠.베토벤의 교향곡을 듣고 싶으면 음악회에 가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축음기와 LP가 이걸 바꿨죠.물론 당시에도 저항은 많았습니다.LP의 음악은 진정한 음악이 아니라는 둥.하지만 better than nothing 아니겠습니까.이로 인해 음악의 대중화가 이뤄졌습니다.새로운 산업도 생겼습니다.”

 그가 볼 때 미술은 아직 original market이다.그는 수요와 공급 모두에 대중화에 대한 욕구가 크다고 생각했다.
 “그림 그리기를 포기하고 좌절하는 작가들이 왜 그러는지 아십니까”
 내가 잠시 말 뜻을 생각하는 사이 장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외로워서 그럽니다.물론 돈도 중요하죠.하지만 외로움이 가장 큽니다”

 자기가 아무리 열심히 그림을 그려도 아무도 봐 주질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림 그리기를 포기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그의 말을 듣다보니 글쓰기와 비슷한 것 같았다.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 자신의 글을 아무도 읽지 않는다면 글을 왜 쓰려고 하겠는가

 그렇다면 아트폴리의 핵심은 가급적 많은 작가들이 그림을 올리고 많은 대중들이 여기에서 새로운 작품,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것 아니겠는가.그러면 아트폴리는 모든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가?

 장 대표는 아트폴리가 핵심 타깃으로 하는 작가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아트폴리에서 말하는 미술 작가들은 어쩌면 이런 사람들일 겁니다.평소엔 ‘내가 작가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죠.미술가가 되고 싶은 꿈은 있는데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중에도 물론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자기 작업실도 갖고 있고 그림도 종종 그리지만 다른 일(이를테면 가르치는 일이라던가 등등)을 병행하는 사람들.회사에서 전혀 다른 직종에 종사하면서 미술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이들,일러스트레이터나 디자이너로 일하지만 어릴 때부터 대학때까지 배운 그림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는 이들.작가가 되려고 하는 진지한 이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아트 2.0, 미술의 새로운 세계
 아트폴리에 작품을 올린 작가들이 기뻐하는 것은 자신의 작품에 누군가 댓글을 달고 관심을 보여준다는 것이다.작품의 노출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그의 자평이다.
 그러면 돈은 어디서 벌까? 아트폴리를 통해서 매매나 작품 의뢰가 발생하면 가장 좋다.이노무브는 수수료 수입을 얻을 수 있고,작가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에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그런데 아직 이 부분은 갈 길이 멀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사람들이 그림에 관심은 있는데 가격이 비싸서 작품 구입을 망설이는 줄 알았죠.그런데 막상 해 보니 관심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관심을 갖도록 교육하고 토양을 만들어주는 일도 직접 나서서 해야겠더라구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이렇게 생각해봤다.“앞으로도 과연 사람들이 계속 미술에 무관심하게 살까.온라인으로 그림을 구매하고 내 사진이 아닌 내 초상화나 나를 주제로 한 아트워크로 소셜네트워크 프로필 사진을 장식하는 것에 계속 사람들이 관심이 없을까”

 그렇진 않을 것 같았다.최소한 지금보다는 훨씬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질 것 같았다.SNS가 활성화 될수록,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다양한 표현에 목마를 것 같았다.미술관에 가기가 힘들어질만큼 생활이 바빠질수록 좋은 작품을 온라인에서 찾아서 감상학고 주문하는 일이 늘어날 것 같았다.

 장 대표 역시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그는 미술 대중화의 첫 걸음으로 초상화 의뢰 사업을 시작했다.누구나 아트폴리 사이트에 들어와 작가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의뢰할 수 있다.작가와 직접 대화도 가능하고 자신의 원하는 바를 주문도 할 수 있다.그는 이것을 ‘아트 2.0’이라고 표현했다.
 초상화 의뢰는 글로벌로 진행해도 될 것 같았다.아트폴리는 국제화를 준비하고 있었다.“해외에서 더 잘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이미 장 대표는 영어 버전을 준비해놨다.

 ◆리드빌드,책의 미래를 보여주겠다
 “지금의 e-book(전자책)이 책의 미래일까요?”
 대화를 나누던 도중 그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졌다.나는 흠칫했다.
 “글쎄요.지금 한국 시장에서는 전자책도 아직 제대로 하질 못하고 있는데.”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뭐가 책의 미래일까요”
 “리드빌드는 책의 미래를 보여주고 책의 미래 비즈니스를 하는 사이트입니다.” 그가 다음에 하고 싶은 말은 최근 오픈한 서비스 리드빌드였다.

 리드빌드는 웹 기반의 책이다.오프라인의 책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 웹을 기반으로 책이 만들어지고 책을 통해 사람들이 연결되고 소통하는 구조다.책별,페이지별,문단별 인터넷 주소가 다 있다.인용,댓글 등이 가능하고 책과 책의 내용이 링크로 이어지는 것도 가능하다.책을 쓸 때 사람들이 고민하는 길이 부담도 없고 출판사를 정하는 문제로 스트레스 받을 필요도 없다.

 블로그와의 차이는? 과금 기능이다.그는 리드빌드가 정착되 나가면 구독 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저자 입장에서는 꾸준히 글을 쓰면서 구독료를 받을 수 있고 독자와 대화를 해 나갈 수가 있다.독자 입장에서는 싼 가격에 짧은 호흡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할 수 있으며 자주 업데이트되기까지 한다.저자와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기존 책은 읽는데 많은 끈기를 필요로 합니다. 200-300 페이지 책을 만들기 위하여 비핵심적 내용도 포함될 수 있죠.만연체적 구조라서 저자의 생각의 구성을 알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책 전부,또는 관심 있는 부분 수십 페이지를 읽어야 하지만 리드빌드는 그렇지 않습니다.읽기 편한 ‘화두 + 문단’ 구조이고 페이지의 요점을 화두로 제시하고 자세한 내용은 이하의 문단들로 풀어 쓰죠.관심 없는 화두는 화두만 보고 자세한 내용은 건너뛸 수 있습니다.”

 그는 전자책과 종이책,리드빌드의 차이점을 간략하게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짧은 호흡과 잦은 소통,반복되는 이동과 다양한 만남이 계속 이어지는 요즘 사회의 움직임과 맞아 떨어지는 출판 모델인 것 같다.그리고 그는 이것이 전자책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2시간이 훌쩍 넘었다.성찰적인 질문을 자주 던지면서도 기묘한 유머가 있는 장 대표와의 만남은 좀 뜻밖이었고 여운이 길었다.
 나는 그와 헤어져 나오면서도 계속 이 말을 중얼거렸다.
 ‘멀리 봐야 길을 잃지 않는다’
 ‘멀리 봐야 길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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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위즈와 첫눈을 창업해 대박을 냈던 인물.그리고 지금은 엔젤 투자회사와 온라인게임 회사를 창업해 경영하고 있는 한국 벤처의 산 증인이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벤처인.장병규 본엔젤스 대표(블루홀스튜디오 이사회 의장)다.

 그를 따로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인터넷,게임 뿐 아니라 IT(정보기술) 업계에 한번이라도 발을 들여놓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에 대해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한국의 스타트업 시리즈에 그를 초청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가 유명해서만은 아니다.그는 매우 특이한 위치에 있다.기업을 찾아다니며 발굴해 투자하는 일과 직접 게임회사를 경영하는 일을 한꺼번에 하고 있기 때문이다.아무래도 벤처 업계와 스타트업 회사들을 보는 안목이 보다 복합적일 수 밖에 없다.그 동안 충실히 쌓아올린 업력과 경험이 더해져 한국의 스타트업 전반에 대해 한번쯤 짚고 넘어가기에 그보다 적합한 인물은 없을 듯 싶었다.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는 어느 날 서초동 블루홀스튜디오로 장 대표를 만나러 갔다.

◆창업 열기는 어느 날 갑자기 뜨거워진 게 아니다
 자신이 회사를 경영하면서 또 투자할 회사를 찾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그는 누구보다 스타트업을 많이 알고 있을 터.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나왔다.
 “숫자상으로 보면 1990년대말 벤처 열풍 이후 올해 창업 열기가 가장 뜨겁다고 하는데,실제로 다녀보시니 어떻습니까.”
 “요즘 창업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뉴스도 많이 나옵니다.하지만 창업 열기가 어느 날 갑자기 뜨거워진 건 아닙니다.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어느 시기나 있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최근에 왜 더 두드러져 보일까요?”
 “모바일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스마트폰의 보급과 모바일 라이프의 확산이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사실이고 우리가 일상에서 그런 회사들이 만든 소비재를 접하면서 그런 사례를 더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장 대표는 2010년이 역사에 남는다면 아마 모바일인터넷을 거의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사실 브로드밴드로 인터넷 산업의 토양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NHN도, 엔씨소프트도, 네오위즈도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지금 모바일 분야의 사용 기반 마련이 마련됐기 때문에 또 다른 벤처 신화를 기대할 시기가 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아이폰이 이런 환경의 촉매제가 됐다는 것이 우리가 아이폰에 의미 부여를 하는 이유이고요.”

◆벤처 열풍, 과열인가?
 지금의 벤처 열기는 그럼 과열일까? 그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회사가 많이 만들어져도 닷컴버블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과거의 경험에 토대를 두고 있다.아울러 스마트폰과 모바일이 일으킨 새로운 산업의 형성이 초기 단계에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금 벤처투자자들이나 엔젤투자자들을 만나고 다니다보면 과거 1990년대 벤처버블시대에 창업을 했거나 투자자였던 사람들이 많습니다.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이들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합니다.”

 그는 10년 전 벤처가 크게 열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DJ정부의 벤처 정책 때문이기도 했지만 국가적으로 경제구조가 변화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한국은 그 이전까지 정부 주도의 경제 개발을 해 왔죠.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제조업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그 산업은 대규모 자본과 토지,노동력이 필요한 산업이었습니다.정부 지원은 필수적이었죠.하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점점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없는 그런 산업 영역이 많이 생겨야 했죠.비제조업 IT분야는 이에 딱 맞는 산업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인터넷과 온라인게임이라는 분야에서 사업을 해 왔지만 그 분야가 어느 분야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역설했다.
 “제가 인터넷 분야를 강조하지만 그것은 그동안 우리가 잘 해온 제조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다만 이 분야가 발전하고 커지면서 새로운 좋은 기회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 겁니다.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도 되구요.”

◆제2의 NHN이 곧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쯤 애플이나 구글같은 회사를 만들 수 있게 될까.왜 NHN은 그토록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그냥 국내 기업으로 주저앉았을까.
 장 대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한다.

 “우리의 벤처 역사는 기껏해야 15년입니다.비제조업 IT창업이 본격화된 역사를 살펴보면 그렇습니다.대략 15년전부터 좀 intangible한 그런 분야에서 벤처 창업이 시작됐죠.40-50년씩 되는 미국과 바로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그는 단일 타이틀로 매출 1조원을 낸 경우가 딱 그 산업의 역사에 비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비디오게임,온라인게임의 역사를 한번 살펴봤습니다.매출 1조원 달성 타이틀이 몇 개나 될까요? 영화는 10개 비디오게임은 5개 정도 있는데, 온라인게임은 WOW 딱 한 개 뿐이더군요. 산업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 역사만큼 흥행작이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곧 제2의 WOW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닷컴에서도 제2의 NHN같은 기업이 곧 나올 겁니다.아직 이 시장은 초기이고 기회는 준비하고 있는 이에게 찾아오게 돼 있습니다.”

◆벤처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삶을 산다는 것
 벤처를 하는 사람의 삶은 어떨까.몇년전 일본에 갔을 때 NHN재팬을 창업해 일궈낸 천양현 당시 NHN재팬 대표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었다. “벤처는 피를 먹고 사는 겁니다.그래서 저는 벤처를 하라고 누구에게나 권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가 이런 말을 하게 된 배경은 정말 누가 들어도 수긍할만큼 너무나 힘든 환경 속에서 극심하게 고생을 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그는 그 힘든 길을 가라고 선뜻 이야기하질 못하겠다고 했었다.장 대표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벤처를 하는 삶이란 전혀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딱히 다른 일을 하는 것과 비교하긴 힘들 것 같구요.”

 사무실에서 나와 밖으로 자리를 옮겼다.뱅뱅사거리 근처 교차로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면서 그의 말이 이어졌다.
 “사실 대기업에 들어가 임원이 되는 것도 정말 힘든 일입니다.벤처기업을 창업해 성공하는 것과 아마 비슷할 겁니다.단순 확률로 비교해보면 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그런데 마치 대기업에 들어가면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고 벤처를 창업하면 대단히 힘든 삶을 사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죠.왜 그럴까요?”

 그의 말이 맞다.인생에 있어서 성공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것을 아무나 쟁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자기 사업을 하던,대기업에 들어가던,전문직이 되던,정부에 들어가던 마찬가지다.그런데 왜 유독 그런 인식이 있을까.장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런것 아닐까요.이런 분야에서 창업하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의 말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분명한 것은 현실과 인식 사이에서 괴리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창업가 출신 투자자의 시대
 실리콘밸리에는 회사를 창업해 성공을 거둔 후 자금을 회수한 창업가가 벤처투자자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전문 투자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엔젤투자자도 많다.아주 초기 상태의 벤처도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은 바로 이런 엔젤투자자들의 활약 덕분이다.
 

비교하자면 좀 그렇지만 그에 비해 한국의 현실은 확실히 열악하다.“실리콘벨리에서는 창업을 했다가 exit을 한 뒤 엔젤투자자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우리도 그런 사례들이 점점 나타날 겁니다.이런 사례들이 정착되면서 벤처 창업 환경이나 문화도 만들어질 겁니다.지금 한국에서는 김범수 사장이 대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뒤 엔젤투자자로서 역할을 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죠.”

 블루홀스튜디오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나왔지만 장 대표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내년 1월 이후에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장병규 대표 본인이 하고 있는 본엔젤스의 성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아직은 저도 배우고 있는 단계입니다.투자를 해서 성공을 거둔 경우도 있었지만 실패한 사례가 더 많았죠. 수익률에 대해선, 3-4년 뒤쯤에나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하”

<서초동 블루홀스튜디오 사무실에서 장 대표와 만나 2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사진= BKLO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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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짱,짱라이브 1.0 짱팟 오픈
 동영상 플랫폼 및 소셜네트워크 동영상업체인 유아짱은 16일 짱라이브 1.0을 오픈한다.관련 내용
 짱라이브 1.0은 영상 플랫폼 짱팟을 통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신개념 아바타를 공개할 예정이다.이 아바타는 동영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아바타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능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소셜게임업체 선데이토즈,30억 투자 유치
소셜네트워크 게임 업체 선데이토즈(대표 이정웅)는 지난 14일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코오롱인베스트먼트로부터 총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선데이토즈는 네이트 앱스토어와 네이버 소셜앱스에 아쿠아스토리,애니팡,애니사천성,애니윷놀이 등 다양한 소셜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회사다.이 회사의 인기 게임 아쿠아스토리는 최근 소셜 게임 최초로 단일 게임 사용자 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또 매월 10만명씩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선데이토즈가 유치한 이번 투자는 소셜 게임 분야에 대해선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문규학 대표는 “비록 국내의 경우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의 플랫폼 정책이 미흡해 해외보다 1~2년 정도 늦게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세계적으로 소셜네트워크 게임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 네이트와 네이버 등 SNS 플랫폼들이 뒤늦게나마 공격적으로 오픈 정책을 펼치고 있고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 등 언제든 소셜 게임을 유무선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고 있는 만큼 국내 소셜게임 1위 업체인 선데이토즈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선데이토즈는 네이트 앱스토어,네이버 소셜앱스를 비롯한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최근 오픈한 믹시(Mixi) 등 세계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선데이토즈는 대표 게임 아쿠아스토리의 차기작 ‘정글스토리’를 올해 말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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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용 애플리케이션 160여개를 만든 회사를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아마 사람들은 앱 개발사라고 할 것 같다.그런데 이 회사 사장은 자신의 회사는 앱 개발사가 아니라고 했다.그는 자신의 회사를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파는 회사’라고 말했다.이 회사의 이름은 바닐라브리즈다.

 바닐라브리즈(Vanilla Breeze)는 흔히 모바일애플리케이션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회사의 규모나 매출 정도는 앱 개발사 수준을 뛰어넘는다.불과 2년전 3명이서 창업한 이 회사는 30명이 넘는 조직으로 성장했고 월 매출 40-50만원 수준에서 지금은 월 매출이 수억원대에 이른다.사업 초기에는 애플의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이 주력이었으나 지금은 구글 안드로이드,삼성 바다,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폰7 등 다변화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업계에서는 바닐라브리즈를 이렇게 부른다.‘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맏형 격의 회사’
 인터뷰 일정을 조율해주고 항상 조언을 해주는 꼬날님과 함께 나란히 이날도 상암동에 있는 바닐라브리즈를 찾아갔다.(그 동안 사진을 찍어주셨던 김봉간님은 이날 함께 하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 스타일대로 해보자
 한 대표는 지금까지 취재한 스타트업 창업가들과는 좀 다른 경력을 갖고 있었다.시작은 이 분야의 인물에 걸맞게 야후 미국 본사에서 시작했지만 그 이후 경력이 다채로웠다.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야후 본사에서 일하던 그는 2000년 코카콜라에 입사해 마케팅팀에서 일하다가 2003년부터는 M&A부띠끄에서 부동산 자산 평가 일을 했다.마케팅은 그렇다고 쳐도 부동산 자산 평가는 좀 뜻밖이다.

 부동산 자산 평가란 일이 좀 맞지 않았던 것 같다.그는 회사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IT분야의 얼리어답터로 활동하다가 구글프로젝트에 참여를 하게 됐다.다시 IT쪽으로 온 것이다. “검색 결과 UI를 컨설팅해주는 일을 하던 중 함께 일하던 팀과 너무 잘 맞아서 같이 창업을 하게 됐죠” 한 대표의 설명이다.

 간단히 말했지만 그가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또 있었다.마음에 썩 들지 않은 일을 하다보니 그는 건강이 나빠졌는데 그 와중에 교통사고까지 당해 6개월간 병원신세를 지게 됐다.그러면서 그는 ‘청춘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내 페이스대로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그래서 창업으로 마음을 굳혔죠.”

 한 대표는 UI,UX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그게 2008년의 10월1일이다.프로젝트를 함께 하던 3명이서 창업을 했고 곧 이어 2명이 합류하면서 창업진이 완성됐다.사무실을 구하기 힘들어서 아는 선배 사무실에 신세를 졌다.“처음 창업할때는 사실 좀 막막했습니다.앱을 10개 정도 만들면 그 중 하나 정도는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10번째 앱 ‘아이건’ 650만 다운로드 대박
 10월에 창업하고 그 다음해 2월말까지 바닐라브리즈는 9개의 앱을 만들었다.그때까지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그리고 3월에 열번째 앱이 나왔다.2009년3월4일 아이폰 앱스토어에 출시된 ‘아이건’(i-Gun)은 출시 5일 만에 앱스토어 전체 랭킹 100위에 진입했다.국내 앱개발사로는 가장 좋은 성적이다.그 뒤 아이건은 1년반 남짓한 기간 동안 650만건이 다운로드될 정도로 인기 몰이를 했다.

 상복도 터졌다.작년에 출시한 아이건 얼티미트는 한국경제신문이 주관하는 모바일기술대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에는 아이건 슈터가 모바일기술대상을 받았다.아이건이 출시된 이후 바닐라브리즈는 150여개의 앱을 추가로 더 만들었다.국내 회사 중 단일회사로 이렇게 많은 앱을 앱스토어에 올려놓은 회사는 없었다.

 아이건은 아이폰의 동작 인식 기능을 활용,총을 실제로 장전해서 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게임형 앱이다.하드코어 게임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앱이다.그래서 한 대표는 바닐라브리즈는 단순 게임회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앱 개발사는 더더욱 아니라고 한다.“이제 사람들은 점점 소프트웨어를 돈을 주고 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주는 것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그래서 바닐라브리즈는 ‘소비자 가치에 혁신을 일으키자’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사람들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그런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바닐라브리즈의 대표작 'i-Gun>

◆일본 앱스토어 1위 등극
 지난해 바닐라브리즈는 ‘클래컬뮤직마스터콜렉션’이라는 앱을 일본에서 출시했다.저작권이 소멸된 클래식 음원 1000곡을 하나의 앱에 담았다.가격은 처음에 999달러로 정했다.한 곡당 0.99달러씩인 셈이다.저작권이 소멸됐으니 음원료는 들지 않는다.‘앱스토어 최고 가격,최대 음원,최대 용량’ 이런 컨셉으로 이 앱은 일단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이 앱을 출시하면서 바닐라브리즈는 이벤트를 열었다.한시적으로 1000달러에 육박하는 이 앱을 1달러에 팔겠다고 마케팅을 한 것이다.이 전략이 일본에서 통했다.일본에서는 저작권이 소멸된 음악 CD라도 3000-4000엔은 줘야 살 수 있는데 무려 1000곡이 든 앱을 단돈 1달러에 살 수 있으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제품을 출시하자마자 12시간만에 일본 앱스토어 1위에 올랐습니다.반응이 엄청났죠.” 한동안 일본에서는 “‘클래시컬뮤직마스터콜렉션’을 다운로드하기 위해 아이폰을 사야겠다”는 사람들이 대거 생길 정도로 사회적인 이슈가 됐었다.

◆게임,교육 분야로 사업 확대 예정
 바닐라브리즈는 철저하게 개인의 경험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데 집중하는 회사다.한 대표는 기술보다 사람들의 경험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스마트폰에 기능은 많지만 이것을 기술적으로 설명하고 접근하면 따분하기 그지 없습니다.사람들도 그런 제품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죠.그냥 아이폰으로 총싸움을 실감나게 해 보면 어떨까? 이렇게 사람들의 경험으로 접근하면 이야기가 쉬워집니다.”

 바닐라브리즈는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게임보다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앱을 많이 만들어왔다.아이건 외에 ‘Rain Alert’가 대표적이다.이 앱은 미리 설정해 놓으면 비가 올 확률이 50%가 넘을 때 알려준다.누구나 한번쯤 예고없이 찾아온 비 때문에 갑자기 편의점에 뛰어들어가 우산을 산 경험이 있다.비가 오는 줄 모르고 나갔다가 우산을 가지러 다시 집으로 들어간 적도 있을 것이다.바닐라브리즈의 앱은 이런 소비자의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

 경험을 중시해서일까.한 대표는 직원들이 매일매일 즐겁게,건강하게 일하는 것에 무척이나 신경을 쓰고 있다.일주일에 최소 한번씩은 제철과일을 한 박스씩 사서 직원들과 함께 나눈다.한 달에 한 번씩 직원들과 함께 외출도 한다.사람들이 밖에서 어떤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지,오프라인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함께 겪어보기 위해서란다.

 바닐라브리즈가 또 관심을 갖는 것은 플렛폼을 넘어선 비즈니스 모델의 다각화다.그중에서도 특히 광고 기반의 무료 애플리케이션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바닐라브리즈는 이미 올들어 아이건 시리즈의 무료 버전에 시범적으로 모바일 광고를 붙여본 적이 있다.그 결과 하루 매출액 400만원 돌파,누적 매출 1억원을 달성했다. “단발성 어플리케이션보다는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앱이나 서비스형 앱의 경우 애드몹(AdMob)과 같은 광고 플랫폼을 이용하면 유료 컨텐츠 못지않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이건 시리즈를 통해 모바일 광고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바닐라브리즈는 리듬액션 게임 ‘Project K’(가제)를 광고 기반의 프리미엄 애플리케이션으로 준비하고 있다.바닐라브리즈는 게임 분야를 독자적인 브랜드로 키울 생각이다.

 “돌이켜보면 돈이 되겠지 싶어서 한 것들은 의외로 돈이 별로 안 됐습니다.결과가 처참했죠.하지만 만드는 과정이 재밌었던 것들은 오히려 큰 수익을 가져다 줬습니다.사업은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열심히 하다가 때가 무르익으면 열매를 맺는 것 같습니다.그러니까 더욱,밤을 새더라도 즐거운 일을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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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그러니까 6월27일 오후에 NHN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사장을 만났을 때 모바일 분야에서 소셜네트워크 말고 어떤 쪽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그는 게임은 아니라고 했다.당시 이것을 정리한 블로그에서 이 얘길 자세히 적지는 않았지만 그는 당시 ‘교육’이라고 답했었다.

 김 사장은 그때 이미 교육 분야에서 사업을 상당히 진행하고 있었다.약 5개월 정도 지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그리고 그것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방식이 아니었다.
 올 7월 설립된 포도트리는 김범수 사장이 당시 말했던 바로 그 교육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다.김범수 사장이 절반의 지분을 갖고 있고 나머지는 이진수 대표를 비롯한 22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카카오와 좀 다른 점이 있다면 김범수 사장이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더욱 큰 차이점은 사업 아이디어와 기획,그리고 집행에 이르기까지 이진수 대표를 비롯한 현 포도트리 창업진들이 모두 주도가 되서 했다는 점이다.이 대표는 창업 아이디어와 기획안을 들고 김범수 사장을 올 3월 찾아가 함께 인큐베이팅을 하기로 했다.내가 6월말에 김범수 사장을 찾아갔을 때 김 사장이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도 이미 확정된 사업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설이 좀 길었지만 나에겐 이런 스토리를 좀 장황하게 나마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아마 그것은 계속 이어지는 스타트업 관련 글에서 따로 다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김범수 사장은 카카오의 전신 아이위랩을 만들 때부터 벤처 기업 100개를 발굴해 투자하겠다고 했었다.아이위랩이 카카오로 명칭이 바뀌고 김범수 사장이 직접 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포도트리는 아마 그가 말한 벤처 기업 100개 중 1호 벤처가 아닐까 싶다.어딘가 성경 말씀이 생각나기도 하고, 가지런하고 탄탄한 느낌을 주는 포도트리(podotree)라는 회사의 이진수 대표를 만나러 역삼동 사무실로 달려갔다.

◆치밀한 준비
12월이 되고 해서 올해 소개받은 스타트업을 한번 쭉 추려봤더니 족히 100개는 되는 것 같았다.물론 그 중에는 정말 아직 아이디어 차원인 곳도 있고 해서 일일이 다 카운트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하여간 스타트업을 만나면서 첫 만남에서 할 일이란 대개 뻔하다.회사에 대한 소개를 받는 것이다.아무리 자료를 들여다보고 홈페이지를 가서 공부를 해도 창업자를 만나서 회사의 비전과 수익 모델을 듣는 것보다 더 확실한 게 없기 때문이다.

 포도트리는 처음으로 회사를 방문했을 때의 강렬한 인상이 첫 손가락에 꼽을 만한 회사인 것 같다.무엇보다 놀란 것은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들의 엄청난 준비성이었다.(사실은 약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계속 스타트업을 만나다보니 격식 없음과 즉흥성에 어느 정도 길들여져 있었는데 포도트리는 처음 찾아간 순간부터 달랐다.

<포도트리 이진수 대표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포도트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목소리부터 범상치 않은(어딘가 방송 앵커를 연상케 하는 낭랑한 목소리) 이진수 대표는 첫 만남부터 스케줄을 짜 놓고 있었다.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프레젠테이션,임원진 소개,스튜디오 탐방,그리고 마무리 발표 등 총 4단계로 이어지는 치밀한 회사 소개였다.이 대표는 이진영 이사,신종훈 CTO,차상훈 이사,박윤호 이사,박종철 이사,하성철 이사 등 창업 멤버를 일일이 다 소개했다.그리고 자신이 직접 나서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그가 직접 한 프레젠테이션에서 보여진 회사 관련 내용은 글의 뒷부분에서 다루도록 하고 일단 이들의 창업 스토리부터 간략히 들여다보는 게 좋을 듯 하다.

◆서울대-프리챌-NHN 네트워크
 서울대 경영학과 92학번인 이진수 대표는 제대후 복학했을 때부터 창업을 생각했다고 한다.그래서 그는 첫 직장으로 컨설팅 회사가 아닌 P&G를 택했다.1999년에는 전제완 사장이 창업한 프리챌에 합류해 마케팅을 총괄하게 된다.유료화 직전인 2002년 9월 IBM으로 옮긴 그는 2004년에 NHN으로 갔다. 그는 NHN에서 미국법인 전략마케팅그룹장, 광고상품기획실장, 마케팅센터장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프리챌 시절부터 그와 함께 일하며 창업을 논의했던 이진영 이사도 이때 NHN에 있었다.이 대표와 이 이사는 치열한 직장 생활 가운데 창업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한 ‘10년 전우’인 셈이다.

 이 대표는 창업 멤버들을 일일이 소개하며 “바닥부터 시작해 주요 보직을 경험하며 창업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 온 탄탄한 인재들”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은 과히 틀리지 않았다.이진영 이사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프리챌,NHN,SK커뮤니케이션즈 등을 거치며 서비스 기획의 경력을 쌓아왔다.차상훈 이사 역시 서울대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NHN,KTF를 거쳐 올초 포도트리에 합류한 케이스다.김유진 이사는 미시간대를 나와 NHN에서 해외 사업 개발 및 해외퍼블리싱 업무를 맡아 했다.김범수 사장과 함께 미국 개척도 함께 한 ‘미국통’이다.

 포도트리의 창업멤버들은 서울대를 나와 프리챌-NHN등을 거치며 쌓은 노하우와 인맥으로 결합된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예외적인 인물인 신종훈 CTO는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졸업했고 네오위즈에서 세이클럽 개발팀장을 역임한 뒤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경력을 쌓았다.박종철 이사는 연대경영학과 출신으로 이랜드전략기획실 출신으로 단신으로 건너가 5년간 일본에서 모바일사업관련 벤처를 창업했던 국내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경험의 소유자다.포도트리의 일본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다.

◆아이폰을 써본 뒤 창업 결심
 창업을 오랫동안 고민해왔지만 직접적인 동기 부여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이 대표는 NHN에 있던 지난해 하반기 아이폰을 구입한 뒤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아이폰을 구매하고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로드받으며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인터넷 열풍이 불던 시절보다 더 큰 변화가 오고 있다.지금이 창업을 할 마지막 때다.지금 안 하면 평생 창업 못 한다.”

 그는 즉각 이진영 이사에게 연락을 했다.1초도 기다리지 않고 ‘OK’답이 나왔다.그리고 바로 전화를 돌렸다.신종훈,박종철,차상훈,김유진 이사 등에게 차례로 연락했다.모두가 참여하기로 했다.그리고 이 대표는 올 3월 카카오를 통해 모바일사업에 승부수를 준비 중이던 김범수 사장을 찾아갔고 김범수 사장의 후원과 코칭 속에서 모바일컨텐츠를 소재로한 사업기회 발굴과 상품모델, 그리고 회사에 대한 밑그림 작업을 4개월간 진행했고 7월에 포도트리 법인을 설립했다.

 이 대표는 창업에 영향을 미친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프리챌 시절 전제완 사장과 NHN 시절 김범수 사장을 꼽았다.창업가로서의 롤모델을 전 사장이 제시했다면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계획 등에 있어서 가장 최근까지 영향을 받고 도움을 받은 인물은 김범수 사장이다.

◆Studying-Books-Toys
 그는 창업 아이템으로 studying,books,toys를 뽑았다.한 가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마련하기 쉽지 않은데 세 가지 씩이나?
 이 대표가 준비한 회사 소개 발표 자료는 마치 스티브 잡스가 애용하는 방식을 연상케 했다.포도트리가 추구한 사업은 ‘something common but global and huge’였다고 한다.이런 차원에서 학습과 책,그리고 장난감이 선택된 것이다.게임산업에 몸담았던 인물들로 구성된 창업진이 볼 때 한국은 게임을 제외하고는 콘텐츠에서 한번도 전 세계적인 도전을 하지 못했다.하지만 교육이나 책,장난감에 대한 수요,그리고 시장은 게임 못지 않을 것이란 게 이들의 판단이다.그렇다면 새로운 태블릿 PC나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새로운 도전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그래서 이들은 세가지 테마를 모두 영어 및 다국어 기반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각각의 사업 영역에서 하나의 스튜디오를 구축했으니 스튜디오가 3개인 셈이다.그리고 제작라인은 4개로 구성했다.가장 중점을 두는 플랫폼은 아이패드.기본적으로 각 스튜디오에서 아이패드용 앱을 개발해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포도트리는 어떤 목표를 갖고 있을까? 이 대표는 ‘5년내 10억 다운로드’라고 자신있게 말했다.그리고 앱 1회 다운로드 가격은 기본적으로 0.99$다. 이 대표는 이를 priceless 0.99$라고 표현했다.가격은 비록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지만 그 이전의 어떤 서비스나 앱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는 뜻이다.

 앱의 가치를 정하는 포도트리의 슬로건은 ‘apps that breathe’로 정했다.살아 숨쉬는 앱이라 어떤 뜻일까? 아이패드가 됐건 갤럭시탭이 됐건,아이폰이 됐던 모바일과 태블릿이라는 환경에서 최적화된 그래서 마치 살아숨쉬는 것 같이 생생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을 하는 앱을 만들겠다는 것이다.포도트리 기준에서 보면 기존의 제품이나 정보를 그대로 가져다 나열하는 것은 죽은 제품이나 다름없다.

◆Redesign
 말로 설명하자면 상당히 복잡해지지만 3개의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포도트리의 주요 앱들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Redesign’이다.한가지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포도트리가 내년 3월 전 세계 앱스토어에서 판매할 예정인 오즈의 마법사 앱은 고전 ‘오즈의 마법사’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담고 있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르게 새롭게 구성이 됐다.

 이진영 이사가 보여준 ‘오즈의 마법사 동화책’ 포도트리 버전은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의 눈도 단숨에 사로잡을 만큼 멋졌다.수백페이지에 달하는 오즈의 마법사 원전을 해석해 80여페이지 분량으로 새롭게 구성했다.기본 줄거리는 유지하지만 각 등장인물의 특징과 개성을 보다 살리고 책을 보면서 이용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캐릭터들의 이미지를 (홍대 미대 출신으로 동화작가가 꿈인) 하성철 이사가 직접 손으로 그렸다.(그는 수천장에 달하는 손으로 그린 삽화를 보여줬다.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는 “고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직접 손으로 삽화를 그렸다”고 설명했다.

 오즈의 마법사를 아이패드에서 다운로드 받아 이용한다고 해 보자.동화책이지만 게임적인 요소와 장난감같은 요소가 결합됐다.아이패드는 기울이거나 좌우로 흔들면 그에 따라 풍경이 바뀌고 캐릭터가 움직인다.도로시를 손을 클릭하면 움직이는가 하면 숨겨져 있는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다.그야말로 오즈의 마법사를 Redesign한 것이다.

 1월중 한국,중국,일본에서 출시될 iStudy 스튜디오의 영어 어휘 공부 앱 역시 기존 흔한, 하지만 꼭 필요하고 글로벌한 영역의 영어 공부 교재를 Redesign한 것이다.이 대표는 “세상에 제일 재미없는게 아마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일 것 같다”며 “그렇지만 이 앱은 사용자의 이런 경험을 redesign해서 영어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앱”이라고 설명했다.박종철 이사는 이 앱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최다 어휘,최고 디자인,놀라운 가격”
 “이 정도면 사람들이 사지 않겠습니까. 5년내 10억 다운로드가 결코 허황되지 않은 것 같죠?” 박 이사의 설명을 듣던 이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iRead 스튜디오에서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양질의 콘텐츠인 책을 모바일 환경에 옮겨놓은 앱이다.현재 다산북스의 ‘Who?’ (세계인물학습만화) 시리즈에 대한 작업이 완료된 상태다.이 제품은 12월 중순께 앱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모바일 직접 출판도 계획

 이 대표는 모바일 직접 출판에 대한 계획도 갖고 있다. “사람들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은 책에서 습득하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있습니다.그런데 그것을 꼭 정형화된 책 형태로만 가지고 가려고 하면 한계가 많죠.특히 모바일 환경에서 사람들이 그때그때 필요한 지식을 얻는 데는 그에 최적화된 방법이 필요할 겁니다.그 시장을 노리고 모바일 직접 출판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너무 많아서 내가 일일이 그것을 거론하기 힘들 정도였다.이미 시간은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아직 남아있는 못다한 아이디어와 창업 스토리 등은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했다.

 포도트리는 다음 주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소비자에게 처음 존재를 알릴 예정이다.12월중 Who 시리즈의 아이패드 버전이 출시되고 내년 1월에는 한,중,일에서 영어어휘앱이 공개된다.2월에는 영어를 비롯한 8개국 언어로 영어 학습 앱이 선보일 예정이다.디지털 강아지 캐릭터를 소재로 한 장난감 앱도 같은 시기 나온다.내년 3월에는 오즈의 마법사 동화책 앱을 필두로 재미있는 동화책 시리즈들도 선보인다.포도트리의 이 대표가 10년을 준비하며 갈고 닦은 실력을 조만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포도트리의 브랜드 동영상을 직접 보시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듯..

<포도트리의 전 직원이 모였다.스타트업 답게 밝고 활기찼다. 젊은 직원들로 구성돼 있어 카메라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 모습 그대로 카메라에 잡혔다. 앞줄 왼쪽에서 네번째 앉은 이가 이진수 대표.그의 오른쪽은 이진영 이사,왼쪽은 신종훈 CTO.사진은 유저스토리랩의 김봉간님께서 수고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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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부터 블로그에 게재했던 한국의 스타트업 시리즈가 주간지 한경비즈니스에서 10월초부터 연재되고 있습니다. 시리즈는 연말까지 계속됩니다.

 

(1)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 2010.10.13  <준비된 창업자...소셜 게임 잇따라 '대박'>

(2)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 2010.10.20   <소셜커머스 돌풍 주역...월 매출 20억>

(3)픽셀베리 김태훈 대표 2010.10.27  <패션 소셜 게임 '개척'..해외 시장 진출>

(4)엔써즈 김길연 대표 2010.11.3. <세계 최고 '동영상 검색 기업' 노린다>

(5)스픽케어 심여린 대표 2010.11.10.  <전화영어 인터넷판...기획력 돋보여>

(6)파프리카랩 김동신 대표 2010.11.17. <소셜 게임 '주력'..해외 시장 공략 '한우물'>

(7)유아짱 전제완 대표 2010.11.24. <벤처 1세대..동영상 플랫폼 '승부'>

(8)넥스알 한재선 대표 2010.21.1. <클라우드 바람 타고 '한국의 아마존'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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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를 만들면 세계 시장에서 통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누군가는 했어야 했다.국내의 유수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할 수도 있었고 인터넷 기업이 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우리가 가진 문화 콘텐츠의 힘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해서인지,단순히 시기를 놓쳐서였는지는 모른다.다행히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다.
 영어로 서비스되는 세계 최대 한류 사이트 ‘숨피(Soompi· http://www.soompi.com)’를 창업하고 이끌고 있는 조이스 김은 한국계 이민 2세로서 인터넷에서 한류 문화를 전파하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가고 있다.한국 대중 문화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조이스 김이 한국에 들어왔다고 해서 만났다.사람을 처음 만나서 이처럼 즐겁고 유쾌하게 대화를 해 나갈 수 있을까.그는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주도했다.2시간이라는 시간은 그가 갖고 있는 재미있는 스토리를 담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변호사에서 벤처기업가로 변신
조이스 김 대표는 교포 2세로 미국 코넬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 대학원과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거쳐 IT분야의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었다.그는 “1994년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의 대중문화를 접하게 됐다”며 “그때 노래와 드라마로 한국어를 공부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됐다”고 말했다.

 숨피닷컴은 원래 친구의 언니인 미국 교포 강수진씨의 홈페이지였다.‘숨피’는 별 뜻 없이 그의 친구들이 강씨에게 붙여준 별명이었다.자신의 별명을 따서 지은 말 그대로 개인 홈페이지였다.1998년 사이트를 연 뒤로 처음엔 한국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주로 올렸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자가 급증해 온라인 커뮤니티로 발전했다.

 개인 홈페이지였던 숨피닷컴을 법인화하고 키워 나간 것은 조이스 김의 작품이었다.조이스 김은 2006년 “사이트 방문자가 너무 많아져 감당이 안 되니 도와 달라”는 요청을 강수진씨로부터 받았다.사이트를 법인화한 뒤 주말마다 이 일에 매달렸다.법인화한 뒤로 사이트는 빠르게 성장했다.2006년 1일 평균 20만 명이던 방문자 수가 지난해 70만 명으로 늘었고 이제 하루 방문자 수가 140만명에 달한다.

 결국 그녀는 2008년 로펌을 그만두고 숨피의 대표이사로서 벤처기업가의 길을 걷게 됐다.‘변호사를 하다가 왜 힘든 벤처 세계로 들어왔냐’고 물어보자 그는 “무엇보다 이 세계의 도전정신이 좋았고 훨씬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세계인들이 즐기는 한국 대중 문화
 현재 숨피 회원 가운데 한국인의 비중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아시아계가 50%,백인과 흑인이 35% 정도를 차지한다.성별로는 여성이 75% 남성이 25% 정도다.미국 싱가포르 캐나다 말레이시아 호주 순으로 회원이 많다.김 대표는 “외국의 한류 팬들은 숨피 커뮤니티 내에서 ‘오빠(Oppa)’ ‘언니(Unni)’ 등의 한국식 호칭으로 서로를 부를 정도로 한국 문화에 대해 친근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숨피의 회원들은 충성도가 높기로도 유명하다.사이트 내 수백만 개 콘텐트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물론 더 좋은 글과 사진을 구하기 위해 한국을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세계 50여 도시에서 수시로 ‘숨피 미트(Soompi meet)’라 부르는 오프라인 모임을 연다.회원들이 직접 이렇게 발로 뛰며 콘텐츠를 올리기 때문에 숨피닷컴의 직원수는 4명에 불과한데도 운영이 된다.따로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의 많은 대중 문화 중에서 K-POP(대중가요)에 국한돼서 팬이 형성되고 있다는 거였다.가끔 대장금과 같은 드라마가 해외에서 알려지고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한류는 가요 중심이다.김 대표는 “한국 대중문화가 더욱 확산되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쉽게 접하고 맛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그는 “K-POP과 달리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미진한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예전 드라마를 보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 홈페이지 회원 가입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인터넷,세계 시장에 관심 가져야
 그가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면서 겪은 어려움과 관련된 에피소드로 넘어가다보니 듣고 싶던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한국 인터넷 규제의 불합리성과 관련된 문제였다.그가 지적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인터넷실명제였다.나 역시 크게 동감했다.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는 근본적으로 외국인들의 한국 사이트 가입 및 이용을 막아버린다.나 역시 예전부터 주변의 몇 안되지만 아는 외국인들로부터 그런 문제제기를 계속해서 받아왔다.여권 사본에 일부는 통장 사본까지 팩스로 보내야 가입이 되는데 대부분 신분증을 복사해서 팩스로 보내도 답변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떨어져 나간다.어떻게든 소비자로 하여금 방문하게 해야 하는데 그걸 기를 쓰고 막는게 인터넷 실명제인 셈이다.그걸로 인해서 얻는 이익에 비해 얼마나 많은 손해를 보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버클리에 있던 시절 교수와 나눴던 대화가 새삼 다시 떠올랐다.한국이 인터넷이 발달했다고 하면서 왜 해외에서는 도대체 내놓는 서비스마다 족족 실패하는 걸까.온라인게임을 제외하면 왜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는 인터넷에서 접하기가 이리도 힘든 것일까.

 중국과 한국을 비교하던 저널리즘 분야의 이 교수는 이를 규제 일변도와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때문이라고 지적했다.한국의 인터넷 비즈니스 대부분이 소비자 위주가 아니라 공급자 편의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그런 것에 익숙해온 한국의 인터넷기업들이 소비자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해외 시장에 나가서 도무지 통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물론 기업들만의 잘못은 아니다.그런 환경을 만들어놓고 기업들에게 적응을 강요하는 정부가 더 큰 원죄를 갖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얘기가 잠깐 딴데로 샜다.조이스 김 대표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여러가지로 생각이 확장됐다.어쨋든 조이스 김이 하고 싶었던 말은 한국의 문화 콘텐츠와 인터넷 서비스가 여전히 기회가 많다는 것이었다.그녀는 그 중 하나인 ‘한류’에서 그 가능성을 본 것일 뿐이다.

 숨피닷컴은 이제 수익 모델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성장할 채비를 갖췄다.배너 광고 수익에다가 최근 실시한 ‘유료 프리미엄 회원’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향후 온라인 상에서 유통되는 가상 아이템 판매도 준비 중이다.숨피의 가능성을 본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모바일까지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숨피는 국내 연예 기획사 싸이더스HQ와 공동으로 ‘얼짱 콘테스트’를 열기도 했다.김 대표는 “인터넷 기업 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좀 더 해외에서의 가능성에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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